삼성 ‘서초동 시대’ 연다 [조선일보 2007-03-06 03:10]     내달 ‘삼성타운’ A동 준공… 내년 5월 모두 완공예정 그룹 수뇌부·전자 이전… 태평로는 ‘금융허브’로 “내년 봄 삼성그룹의 ‘서초동 시대’가 열리면 대격변이 있을 겁니다. 태평로에서 서초동으로 사옥만 옮기는 게 아니라 그룹의 여러 체제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최근 그룹이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외형적으론 ‘서초동 프로젝트’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인근에 총 3동의 사옥 건물〈표 참조〉을 짓는 ‘서초동 프로젝트’는 몇 년 전 설계 당시만 해도 먼 훗날의 일로 여겨졌지만, 당장 다음달 A동(삼성생명 빌딩) 준공을 시작으로 현실로 다가왔다. ◆‘삼성 서초동 시대’ 대변혁 예고=올해 말 삼성물산 소유인 B동이 완공되고, 내년 5월에는 주(主)건물인 삼성전자 소유의 C동이 준공된다. 내년 봄 명실공히 ‘삼성 서초동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오는 12월엔 이건희(李健熙)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게 된다. 대선(大選)도 연말엔 끝난다. 이학수(李鶴洙·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윤종용(尹鍾龍·삼성전자 부회장) ‘투톱 시스템’도 10년이 넘었다. 무언가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그래서 요즘 삼성그룹 임원들 사이에는 “서초동으로 함께 짐을 싸는 사람은 힘찬 새 시대를 맞겠지만, 못 가는 사람도 상당수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내년에 삼성전자 본사가 서초동으로 옮겨가면서 그룹 체제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도 어떻게 바뀌나=삼성그룹은 기본적으로 ‘서초동은 전자 허브(Hub:중심), 태평로는 금융 허브’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서초동 프로젝트’로 건설되는 세 동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3개 회사지만 이 중 삼성생명은 본사를 서초동으로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다음달 준공하는 A동의 소유주인 삼성생명은 빌딩 공간 대부분을 임대할 방침이다. 삼성생명의 한 간부는 “초현대식 건물인 빌딩의 품질이나 명성을 생각해서 비싼 임대료보다는 입주할 회사의 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면서 “주로 외국계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벌여 상당수 회사들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에서는 서울 강남의 사업을 총괄하는 ‘강남지역 사업부’와 일부 영업점이 입주하며, 다른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일부 계열사도 입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연말 준공되는 B동에는 일단 소유주인 삼성물산 본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경기도 분당의 삼성플라자에 입주해 있는 삼성물산은 작년 삼성플라자를 애경그룹에 매각함에 따라 임차인 신세가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역시 본사가 직접 입주하는 것과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 중 어떤 쪽이 유리한지를 마지막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그룹 수뇌부와 삼성전자도 서초동으로 이전=‘서초동 프로젝트’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소유한 C동이다. 내년 봄 태평로 본관에 있는 삼성전자는 서초동으로 옮기는 안이 확정됐다. 삼성그룹의 심장부인 전략기획실도 서초동으로 옮긴다. 그룹 수뇌부와 핵심 계열사가 서초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전자 계열사들 공장이 수원, 기흥, 탕정 등 모두 수원 이남이어서 본사를 서초동으로 옮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태평로에 있는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유리 등 전자 관련 계열사도 따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 태평로에 나란히 위치한 태평로빌딩, 삼성본관, 삼성생명본사 등 세 빌딩은 금융 허브로 재단장될 예정이다. 70년대 초 준공된 삼성본관은 삼성전자와 전략기획실이 빠져나가는 내년 봄 이후 리모델링한 후각지에 산재한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가 입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에 자체 사옥을 가지고 있는 삼성화재는 굳이 태평로로 옮기지는 않는다.지금‘삼성타운’이 들어서는 서초동 일대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압박 정책에도 불구하고 호황이다. 내년 봄까지 입주가 완료되면 총 1만 2000여 명이 상주하는 새로운 상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근 서초동 진흥아파트는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던 지난 1월에도 강세였다.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