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많은 도움이 되지만 별로 가고 싶진 않은 곳이다.”(웃음)

삼성 ‘복덩이’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에게 경산(삼성 2군)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부상 혹은 부진으로 경산에 내려갔다 오기만 하면 펄펄 날았다. KBO리그 데뷔 시즌인 2017시즌 초반 러프가 좀처럼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도로 부진하자 삼성 김한수 감독은 4월 22일 러프를 2군으로 보냈다. 10일 후 1군에 복귀한 러프는 5월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KBO리그 3년차를 맞은 올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왼쪽 허벅지 통증(내전근 좌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러프는 7일 대구에서 열린 NC와 주중 홈 3연전에 맞춰 복귀했다. NC를 상대로 시즌 첫 스윕을 달성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러프는 1군 복귀 후 5경기에서 타율 0.353, 2홈런, 7타점, 4득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러프가 없는 동안 치른 9경기에서 극도의 타격 침체로 2승 7패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삼성은 러프의 복귀와 함께 타선이 힘을 내며 5월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이처럼 경산은 러프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기회의 땅’이지만 본인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다. 경산행은 2군으로 내려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러프는 팀의 4번 타자다. 1군에서 중심을 잡아줄 타자가 2군에 내려가는 건 결코 팀에도 좋은 일은 아니다. 때문에 2017년 타격 부진으로 경산에 갔을 때도 또 최근 부상으로 경산행을 지시받은 뒤에도 러프는 한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2군에 있는 동안 1군 경기 출전에 지장없이 뛸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결국 보이지 않는 러프의 부단한 노력이 1군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는 비결인 셈이다.

항상 자신보다 팀을 우선하는 러프의 마음가짐도 동료 선수들의 귀감이 된다. 복귀와 동시에 시즌 첫 스윕을 달성한 후에도 러프는 “나 때문에 이긴 건 아니다. 선발, 불펜 투수들이 모두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내가 있든 없든 팀이 이기는 게 훨씬 중요하다. 부상에서 돌아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 좋다”며 자신의 공보다 동료 선수들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러프의 합류는 삼성 타선이 전체적으로 살아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간 상위 타순에 배치됐지만 제 몫을 못한 테이블세터 박해민, 김상수가 부활의 기지개를 켰고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구자욱도 최근 4연속경기 안타를 때려내며 살아났다. 하위 타선에서도 강민호, 박계범, 김헌곤이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힘을 불어넣고 있다. 러프가 4번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타선의 짜임새도 한결 좋아졌다. 경산에서 받아온 러프의 좋은 기운이 선수단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