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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가 된 외과의사, 성인 루카

Joe Morgan(131.100) 2024.05.27 08:05:49
조회 69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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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는 1877년 4월 27일 크림반도의 동부지역에서 발렌틴 펠릭소비치 보이노-야세네츠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는 본래 키예프 미술대학에서 공부했고 뛰어난 재능을 보여 대학원으로 진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웃을 돕는데에 보다 이로울 것이라는 판단에 전공을 바꾸고 키예프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수련하기로 했다. (어떤 문헌에서는 그가 미술을 공부하기 이전에 법과대학에 진학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펠릭소비치는 이후 적십자에 지원해 러일전쟁 중에 극동에서 봉사하면서 유능한 의사이자 의학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또한 그 곳에서 후일 아내가 되는 간호사 안나 바실리에브나를 만났다. 둘은 슬하에 네 자녀를 두었다. 1917년 그는 좀 더 낮은 곳에서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타슈켄트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그는 의과대학 설립에 크게 기여하였고, 의술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으며, 여러 편의 우수한 논문들을 남겼다.


펠릭소비치는 감염병과 해부학, 마취학, 수술의 권위 있는 전문가였고, 특히 안과수술의 대가였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의술을 집행하면서도 항상 정교회 신앙을 가장 앞에 두었고, 수술을 집도하기에 앞서 항상 이콘(聖畵) 앞에서 기도를 드렸으며, 인종이나 계급, 신앙, 심지어는 내전 와중에도 진영과 관련 없이 모든 환자를 따뜻하게 맞고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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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있어 러시아 혁명이 발발했고, 정교회 신앙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시작되었다. 저명하고도 유능한 외과의사였던 펠릭소비치의 이름을 볼셰비키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볼셰비키들은 펠릭소비치가 독실한 정교회 신자이자, 외과의사, 그리고 중산층 지식인이라는 점을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석연찮은 이유들로 소환하거나 터무니없는 죄목을 뒤집어 씌운뒤 연행하여 감금하고 신앙을 포기할 것을 회유하는 등 핍박했다. 부인 안나는 마음의 병을 앓다가 지병인 결핵으로 향년 38세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나 상처(喪妻)한 펠릭소비치의 네 자녀들을 다행히도 신심깊은 간호사 소피아 세르게이브나가 대신 돌보아주기로 했다.


볼셰비키들은 당시 대략 29,000여개의 교회들을 폐쇄했고 무수한 성직자들과 신자들을 살해하거나 노동교화소로 보내고, 또는 시베리아 등지로 유배보내는 등 교회에 대한 박해를 계속했다. 예를 들어 1922년 한 해에만 러시아에서 무려 8,100여명의 성직자들이 순교했다. 이렇듯 암담하고도 사악한 시기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펠릭소비치는 마침내 타슈켄트의 이노켄티 대주교의 권고를 받아들여 1921년 1월에 성직자가 됐다. 그는 보제로 서품된지 일주일 뒤에 사제서품을 받았고, 2년 뒤 구세주 변모 축일에 수사 삭발례를 치르며 복음사가 루카의 이름을 받고 주교가 되었다.


주교가 된지 얼마 후 하루는 루카 주교의 병원 수술실에 늘 걸려있던 성모 이콘을 볼셰비키들이 치운 일이 있었는데, 그들은 어느 소비에트 간부의 지인을 위해 수술할 것을 요구하러 온 찰나였다. 그러나 루카 주교는 이콘이 걸려있지 않은 곳에서는 수술을 집도할 수 없다며 그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결국 볼셰비키들은 성모 이콘을 루카 주교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루카 주교만큼 유능한 외과의사는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볼셰비키들의 교회탄압이 더욱 가혹해질무렵, 루카 주교도 결국 인민재판에 회부되었다. 정교회의 고위 성직자인 동시에 외과의사 겸 교수였던 그가 무죄를 선고받고 생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그의 명성을 알고 능력을 아깝게 여기거나 민중의 반발을 우려한 간부들도 더러 있었고, 일대 주민들이 한뜻으로 석방을 탄원하였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루카 주교는 모스크바로 압송되어 가장 열악한 교도소에서 40명의 죄수들과 한 방을 쓰기도 했고, 뒤이어 유배형을 언도받아 1923년에 시베리아로 건너갔다. 유배길은 그 자체로도 교도소와 다를 바 없었던 열차를 타고도 무려 1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멀고도 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여건에서조차 루카 주교는 힘이 닿는대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 인근의 외딴 촌락들에서 성인은 중환자들을 치료했는데, 백내장수술은 물론이고 담관, 심장, 그리고 뇌 등을 다루는 어려운 수술들까지도 거침없이 집도했다. 나중에 옮겨간 투루한스크라는 곳에는 다른 의사는 한 사람도 없었고, 시설과 장비가 초라하기 그지없었는데, 루카 주교는 면도칼과 알코올 한 병, 그리고 환자들의 머리카락들을 이용해 상처를 봉합하면서 아픈 이들을 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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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11월 즈음에 형기를 마치고 루카 주교는 타슈켄트로 돌아와 다시 주교로 봉직했다. 비록 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볼셰비키들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거처에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볼셰비키들에게 핍박을 받아야만 했다. 볼셰비키들은 그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워 1930년에 투옥하고 또다시 추운 러시아 북부로 유배보냈다. 볼셰비키들은 동시에 러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시설을 갖춘 대형병원의 원장직을 제의하며 신앙을 포기할 것을 회유했으나, 루카 주교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유배생활을 계속했다.


루카 주교는 어디에서든 끊임없는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성직자로서 주민들의 영적 지도에 힘썼고, 또한 외과의사로서 수많은 인명을 구했으며, 의학자로서 감염병과 수술의 연구를 계속했다. 그의 연구는 큰 성과를 거두어 1934년에는 《화농성 감염 수술에 대한 연구》라는 명저를 남기기도 했다. 1933년부터 1937년까지 타슈켄트에 거주했으나, 1937년에는 스탈린을 살해하려는 반혁명에 관여했다는 정부전복음모죄를 뒤집어쓰고 또다시 시베리아 유배길에 올랐다.


1941년 독일국방군의 바바로사 작전이 개시되어 대조국전쟁이 발발하자, 루카 주교는 공산당 최고위에 전문을 보내 장병들을 돌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소비에트 당국은 그를 크라스노야르스크의 한 군병원의 전문의로 임명했고, 해당 지역의 모든 군병원들에 대한 의학 및 의료자문을 허락했다. 루카 주교는 1944년에는 탐보프에서 대주교로서, 또 전문의 겸 의과대학 교수로서 활동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1946년 스탈린 의학상을 수상했는데, 20만 루블의 상금을 모두 전쟁 고아들을 위해 쾌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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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한 쪽 눈의 시야를 잃은 루카 주교는 크리미아와 심페로폴의 대주교가 되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성사를 집전하고 교구의 일을 보았으며, 오후에는 환자들을 무료로 돌보아주며 외과의사로서의 삶도 계속해나갔다. 이따금 의과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도 있었는데, 소비에트 당국은 그가 성직자의복을 입고 강단에 서지 말 것을 강요하였고, 그럴 때마다 루카 주교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강연이 취소되는 일들도 있었다.


1956년 루카 주교는 다른 한 쪽 눈의 시야마저 완전히 잃어 맹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성한 성찬예배를 비롯한 성사들을 집전했다. 1960년 성탄절에 마지막으로 신성한 성찬예배를 집전했고, 교구민들을 상대로 설교를 했으며, 나중에 오데사 지방의 의사가 되는 증손녀 타티아나에게 세례를 주었다.


1961년 6월 11일, 러시아정교회의 모든 성인들 축일, 오전 6시 56분에 성인 루카는 마지막 숨을 쉬고 안식에 들어 천국으로 올라갔다. 성인의 영명축일은 율리우스력 기준으로 5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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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아와 심페로폴의 대주교, 외과의사 루카 성인이시여. 우리를 위하여 중보하시고 우리 모두를 도우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우리의 거룩한 교부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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