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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간다

자화상(211.33) 2024.01.17 20:26:32
조회 149 추천 0 댓글 3

어느덧 나이 40... 지천명이라는 나이라지만 아직도 인생은 알수가 없다

 

건강이 안 좋아 일을 쉬고 있는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은 그래도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버틸수 있었는데 그것도 좀 있으면 끝난다.

 

인터넷을 보다가 일본에서 특이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봤다

밥을 같이 먹어주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밥값 역시 의뢰인이 지불한다는 것이다

 

설마 이런일이 돈이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수입이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어물쩡어물쩡 거리다가 점심을 먹으려는데 냉장고에 먹을께 별로 없다

오늘도 그 메뉴인가.. 계란 한 개를 팬위에서 구우고 차게 식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계란후라이가 완성이 되면 밥에 넣고 진간장을 숟가락 2스푼정도 밥에도 함께 넣어서 같이 비벼먹는다. 으음. 역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군.

 

궁핍하지만 먹을 것이 없을때는 이것만한 것도 없다. 해먹기도 편하고 설거지도 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 끝.

 

밥먹고 나서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찾다가 담배 안 핀지도 며칠 됐다는 것을 다시 자각한다

건강 때문에 끊은거긴 하지만 사실은 담배 살 돈으로 장을 보는게 낫기 때문이다

 

하아.. 한숨을 쉬고 어플로 구인공고를 보고 있는데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하루만 남자친구 역할을 해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었다

 

뭐지 혹시나 하고 글을 보니 일당 10만원이라고 적혀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로 알려준다고 한다

 

일당 10만원이면 그래도 꿀이다. 딱히 몸을 쓰는 일도 아니고 그냥 역할 대행이라는데

신종 사기수법인가 싶어 한참을 망설이다가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어보았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30대정도되는 목소리의 여자가 받는다

내용을 물어보니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지방에 연고지를 두었는데 부모님이 최근들어 계속해서 선을 보라고 압박을 넣었다고 했다

 

하도 재촉을 해대니 짜증이 나서 나 남자친구 있어이렇게 내뱉었는데 며칠뒤에 부모님이 서울로 한번 간다고 연락이 왔댄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일단 남자친구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다보니 글을 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난다음에 어떡할꺼냐고 물으니 일단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만 하고 나중에 자기가 알아서 잘 정리하겠다고.. 그렇게 얘기를 한다

 

속으로는 그게 가능할까?’ 생각이 들면서도 만날 장소와 시간을 물어봤다

 

🌕🌕4번출구 앞에서 2

 

하겠다고 말하고 간략하게 그녀의 인적사항에 대해서 듣는다

 

그래도 나름 남자친구 역할이라는데 구색은 갖춰야지 싶어 새로 산 가발을 꺼내보았다

숱이 풍성하고 윤기가 좔좔 흐른다

 

30중반이 되면서부터 슬슬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머리가 전체적으로 휑해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약도 먹어보고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지만 머리는 점점 휑해지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웬만하면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그런 자리에 모자를 쓰고 갈수는 없겠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가발을 착용해본다

 

맞춤가발이 아니라 그런지 약간 부자연스럽긴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그런가 싶겠지만 아는 사람들이 보면 뭔가 조금 티가 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쓰읍 한숨을 내쉬며 뭐 진짜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냥 한번 나가서 밥만 먹고 오면 되는데 뭘

 

나름의 위안을 삼으며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약속장소에 10전분쯤에 도착을 하니 그녀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미리 받아봐서 얼굴을 익혀두긴 했으나 실물이 더 낫다

 

안녕하세요 오늘 일하기로 한 사람인데요 쭈뼛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을 건네니

그녀가 웃으면서 다가와서 자기가 생각해도 황당하긴 한데 오늘 잘 좀 부탁한다고 얘기를 한다

 

식당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이미 그녀의 부모님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메뉴는 부대찌개. 아버님이 부대찌개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버님이

자네 직업이 뭔가?”

속으로 앗차 싶었다. 내 인적사항까지는 서로 입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그만 인력사무소를 하고 있습니다

뭐 사실이지 않은가 이렇게 직접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다행히 찌개가 나와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부대찌개가 조금 칼칼한게 약간 매웠다. 머리에서 송글송글 땀이 맺히면서 먹고 있는데

 

아버님 얼굴을 보니 이마에서 검은색 액체가 흐르는게 아닌가

흐읏 순간적으로 웃음을 참기 위해 이를 꽉 물었다

 

흑채와 땀이 섞여서 이마에서 주르륵 흐르는데 그것을 휴지로 연신 닦아내면서 식사를 하신다

 

순간 그녀의 얼굴을 봤지만 그녀는 모른척 식사를 하고 있었고 어머님도 눈치를 채셨는지

아이고 찌개가 좀 맵네. 당신 입맛에는 맞수?”

어 괜찮네. 내가 매운걸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입맛에 딱 맞네 그려

 

미리 얘기를 해주지 하마터면 실수할 뻔 했네. 속으로 생각하며 앞접시에 있는 음식을 먹는데 순간적으로 가발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전에 쓰던 가발이 아닌 처음 써보는 가발이라 그런지 똑딱이를 제대로 찝지 못했던 것이다.

뒷덜미에 식은땀이 흐르며 제발 이 자리가 끝날때까지 아무일도 없기를 바랬다

 

그래서 음식을 안 먹으면서 최대한 고개를 안 숙이려고 하는데 아버님이

벌써 다 먹은건가? 좀 더 먹지 그래?”

어머님도 옆에서 거들며

그러게. 좀 더 먹어여. 남자가 그거 먹고 양이 안 찰텐데이러면서 두분이 같이 재촉을 하시는데

 

옆에 앉은 그녀도 좀 더 먹으라는 눈치를 보내온다

어쩔수 없이 한입 먹으려는데 또 슬금 가발이 내려오는게 느껴진다.

 

아차 싶었지만 늦었다. 앞머리의 끝부분이 앞접시에 닿은게 아닌가

앞을 보니 두분은 당황해서 말도 못하고 옆으로 눈을 피했다

 

그녀의 표정은 더 가관이었다. 입이 주먹만하게 벌어져서는 매우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스미마셍이러고 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아니 왜 갑자기 여기서 일본어가 튀어나왔지?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하며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니 가발이 앞으로 내려와서는 엉거주춤하게 모양새를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황급히 가발을 고쳐쓰고 다시 자리에 가서 앉으니까 어느정도 진정이 됐는지 다들 침착하지만 나한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어 그게... 사실 제가 탈모가 있어서 가발을 착용했는데 오늘 처음써보는 가발이라..”

이러면서 말끝을 흐리자

 

어머님이 유쾌하게 웃으시며

아유 괜찮아유. 우리 양반도 탈모라서 나는 다 이해하니께

 

아버님은 멋쩍은 표정을 지우며

나중에 자식낳으면 삼대가 탈모가 되겠구만 그랴이렇게 거드신다

 

그녀도 거들면서

그러게. 아주 이거 아들이면 이마가 훤하겠네. 그래도 아빠랑 공통점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러면서 편을 거든다

 

어찌저찌해서 시간이 흐르고 식당을 나오면서 그럼 안녕히 들어가십쇼인사를 하니

아버님이

다음부터는 맞춤가발을 맞춰. 그게 비싸도 돈값을 하니께이러면서 가신다

 

웃지도 울지도 못 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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