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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22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7 23:06:00
조회 169 추천 19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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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한동안 길을 걸으며 빈 천막을 찾아다녔다. 천막은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격리된 인원도 많았다. 


  “여기가 좋겠어.”


  우리는 간신히 빈 천막 하나를 찾아내었다. 이 곳이 당분간 우리의 근거지가 될 곳이었다. 


  “생각보다는 깨끗하네.”


  안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얇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천 하나가 깔려 있었다. 적어도 맨바닥에서 자야 하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하는 거겠지?”


  “응, 여기서 지내면서 정보를 좀 찾아보자.”


  “좋아.”


  우리가 텐트에 들어서고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잠에 들어 있었다. 나도 막심하게 밀려오는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대충 아무렇게나 누웠다. 


  “안나, 피곤해?”


  “응…”


  뭐라 말을 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피곤했다. 나는 몰려오는 잠을 간신히 밀어내며 대답했다. 


  “눈 좀 붙여 둬. 난 아까 차에서 자서 괜찮으니까.”


  “... 고마워.”


  그 말을 내뱉자마자 내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 @#$!@!”


  “끙…”


  조금 더 자고 싶은데. 


  “@#!@#@!$!”


  끙.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나는 결국 얼마 자지 못하고 눈을 뜨게 되었다. 눈을 비비면서 몸을 절반쯤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막 입구에 있던 천은 닫혀서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데이지?”


  혹시나 자고 있을까 봐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천막 입구를 젖혔다. 빛이 조금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어디 간 거지?


  잠에 들기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던 데이지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천막 밖으로 나섰다. 


  “아니라고! 나 멀쩡하다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천막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주변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데이지, 무슨 일이야?”


  데이지도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다가가서 물었다. 


  “아, 안나.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좀 나아졌어. 그나저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응, 아무래도… 큼, 큼.”


  데이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를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저게 그 질병인가 뭔가 하는 건가 봐. 저 천막을 자세히 한번 봐봐.”


  데이지는 그 말과 함께 소란이 일어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라?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천막은 유난히 눈에 띄도록 펄럭이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그녀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일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초능력…”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데이지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조사하려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래서 데려가려나 봐.”


  “안 갈 거야! 거기 가서 못 돌아온 사람이 얼마나…”


  퍽. 둔탁한 소리가 거리에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차마 그 광경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있던 천막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 저기에 불려 가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우리는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실험실에 갇혀서 온갖 모진 실험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서워. 하지만…”


  엘사를 찾으려면 저기라도 가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내게 떠올랐다. 엘사는 허공에서 얼음을 만들어냈다. 초능력자가 아니고서야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 엘사는 분명 브루니 때문에 황궁에 자주 갔었다고 했어.”


  사실 브루니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초능력도 그 이유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내 마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저기도 분명 연관이 있을 거야.”


  “...”


  데이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등을 돌려 우리의 천막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바로 그때, 불청객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하세요.”


  나는 그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꽤나 어려 보이는 아이가 우리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데이지도 경계심을 바짝 세웠다. 혹시나 다칠까 봐 나는 데이지를 내 뒤로 숨겼다. 


  “... 무슨 일이지?”


  내 목소리에도 긴장이 담겨 있다는 것이 확 느껴졌다. 브루니도 내 품 안에서 조금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헤헤… 그냥 인사하고 싶어서요.”


  그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 천막으로 휑하니 돌아가 버렸다. 나는 황당한 나머지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멍하니 아이가 돌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 안나? 괜찮아?”


  “어이가 없네, 참.”


  데이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혀를 한번 차고는 몸을 홱 돌렸다. 나는 데이지를 데리고 다시 천막 안으로 돌아갔다. 


  “공고문에 나와 있었던 내용이 저거였구나.”


  “응, 그런데 공고문에는 조사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 사람은 괜찮을까?”


  “...”


  데이지는 그 사람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작게 저었다. 


  “... 괜찮을 거야.”


  나라고 그 사람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앞길도 헤쳐나가기에는 버거웠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똑같네. 


  문득 내게 데이지가 엘사와 닮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 생각만 하는, 그러다 정작 소중한 것은 놓쳐 버리는 그런 성격까지도 닮아 있었다. 


  “... 데이지.”


  “응?”


  데이지는 얼굴에 미소를 드리우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는 더욱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너 말이야, 혹시...”


  [나오십시오.]


  “...?”


  바깥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목소리라기엔 너무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잠깐 내려앉았던 긴장이 다시 바싹 차올랐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혹시나 잡아가려고 온 것이 아닐까, 나는 섣불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데이지.”


  “응, 응…?”


  데이지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데이지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내 뒤에 있어.”


  마음 같아서는 천막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데이지는 내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천막 입구로 다가갔다. 슬쩍 입구를 들춰 보니, 문 앞에 안드로이드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무슨 일이죠?”


  나는 얼굴만 빼꼼 내밀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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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찾자 초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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