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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42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8 00: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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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42


224일차 - 친추수감사절 (친구와 보내는 추수감사절)*


그래 안나, 계획대로 하는 거야. 올라프한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엘사 씨하고는 좀 어떠세요?”

 

“그냥 그래요. 서로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막 물어뜯고 싸우지도 않고요. 뭐 잘 지내고 있어요.” 아 처음부터 시작이 좋다.

 

올라프는 늘 자신이 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노트에 뭔가를 적었다. 꿈에서 나온 것처럼 나를 시험하지는 않을지 궁금했다. 애초에 발각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올라프의 촉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다행히도 나는 쓸데없는 말을 남에게 잘 하지 않았다.

 

엘사 말로는 내가 지금까지 올라프를 상대로 한 200… 일 정도 동안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단다. 나는 숫자에 약하지만, 그것이 큰 수라는 것은 알았다.

 

엄밀히 따지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올라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다시 첫 번째 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하, 엘사도 제발 올라프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엘사는 거짓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잘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난 그녀를 믿는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눴다. 엘사가 일찍 돌아온 날 말이다. 내가 드디어 편지를 읽었다고 전한 그날. 그녀가 내게 키스한 그날. 내가 그녀에게 키스한 그날.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전한 그날.

 

인생에서 최고의 하루였다.

 

솔직히 다시 키스하기 전까지 엘사에게 키스하는 것이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다. 키스하느라 거의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아마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엘사도 조금 숨이 찬 듯 보였다. 그녀가 나보다 키가 커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키스를 엄청나게 잘하는 것이 거나. 두 이유 모두라고 생각하고 싶다.

 

뭘 말하려고 했더라? 아 맞다 올라프하고 하는 주간점검.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올라프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실험 같은 거 아니죠? 무슨 서로 사랑에 빠지기를 기다리는 거 아니에요?”

 

올라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설명에 적힌 그대로인데요. 서로 다시 사랑하면 상금을 잃는 거죠.”

 

“다행이네요…” 나는 ‘그럴 일은 없을 거니까요’ 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엘사가 들었을 때 상처가 될만한 말은 할 수 없었다. 강도를 낮은말로 바꿨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올라프가 반박했다. 뭔가 평소 그의 모습과 조금 달랐다. “사랑이 바보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은 굉장하고 이상한 힘이라는 것에 관한 기사를 읽었었는데요. 전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약간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먹는 것 같은 기분 같은데요.”

 

내가 웃었다. “제가 스테이크를 매일 먹으면 아마 열흘째 되는 날 비건이 될 거 같은데요. 아니면 심장마비가 오거나요. 둘 중 하나겠죠.”

 

올라프가 내 말을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럼 안나 씨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뭔가 함정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이거 뭔 유도 심문인가요?”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내게 신뢰를 주려는 건지 그가 클립보드를 내려두고 내게 더 가까이 왔다. 난 왜 그가 세상에 처음 나온 사람처럼 행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나에게도 저런 토 나올 거 같은 긍정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올라프의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고, 우리의 뒤꽁무니 밟힐 여지만 주지 않는다면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나도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그렇게 되니 올라프와 너무 가까워져 그의 데오도란트 냄새가 풍겼다. 그래서 난 다시 의자에 기대어 베개를 가슴팍에 잡았다. “아마 음....” 내가 한숨을 쉬었다. “저한테 사랑은 퀴즈쇼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나와서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거보다 잘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저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 안 되거든요. 진짜로 쉽게 쉽게 문제를 넘길 수 있을까요? 생각이 제대로 나기는 할까요?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하고 마찬가지로 상품은 타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거죠. 결국엔 바보같이 보이거나 상품으로 차를 타거나--- 제 말은 인생의 반려자하고 같이 늙거나 뭐 그런 거죠.”

 

그리고나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올라프가 웃었다. 진짜로 무슨 뒷마당에 숨겨둔 보물을 찾은 것처럼 온 몸을 흔들며 웃었다. 뜻 밖이기는 해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답이 마음이 드네요. 한 번도 사랑을 퀴즈쇼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럼 TV를 좀 더 자주 시청하셔야겠네요.”

 

딸각, 딸각, 딸각, 딸각

 

“안 돼…”

 

딸각, 딸각

 

“하, 좀 내가 원하는 데로 좀 되라고 이 등신아.” 큐브를 맞추는 게 어려울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직 한 면도 다 맞추지 못했다. 이건 아마 마조히스트를 위한 것이다.

 

방문이 살짝 열리더니 엘사가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큐브에다 대고 쌍욕하고 있는 나를 보고선 웃었다. “아직도 고생이네?”

 

내가 코웃음 쳤다. “아니 나 원래 이렇게 삽질하는 거 좋아해.”

 

그녀가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엘사가 이제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았다. 뭐 당연히 나를 사랑하니까 그래야지 (엘사가 나를 사랑한다니). 가끔은 그녀의 노크 소리가 그립기도 했지만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것이 백배 천배는 나았다. 엘사는 내 방에 언제든지 들어와도 상관없었다.

 

내 방. 내 방 안으로.

 

“난 네가 왜 그냥 인터넷 보고 안 하는지 모르겠어.” 그녀가 답했다.

 

“봤어. 근데 알고리즘이니 경우의 수이니 하는 부분부터 그냥 그만뒀어.” 나는 큐브를 돌리다가 드디어 한 면에 같은 색을 5개나 맞췄다. 하지만 내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큐브를 돌리자 다시 같은 색이 3개로 돌아갔다. “썅…”

 

답이 안 보이던 이 큐브 맞추기는 내 배 위에 무게가 느껴지자 끝났다. 나는 큐브를 침대 옆 협탁에 뒀다. 엘사는 내 옆에 누워 내 허리에 팔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안녕.”

 

나는 웃으며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콧노래가 듣기 좋았다. “안녕.” 내가 답했다. “주간 점검은 어땠어?”

 

“괜찮았어. 올라프 씨랑 얘기하는 건 재밌어.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내가 아는 올라프 씨하고는 딴판인데.”

 

“넌 싫어?”

 

나는 올라프를 영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면 엘사가 말을 할 때마다 배가 간지러운 것 중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 것이 더 불리할지 몰랐다. 후자를 말하면 아마 내가 간지럼 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나중에 내게 써먹을 수도 있다. 근데 엘사가 그럴까? 가장 최근에 나를 간지럼 태웠을 때 내가 실수로 주먹을 날리기는 했다. 아니 뭐 제대로 말하자면 툭 친 거라고 봐야 하는데 엘사는 그거에 맞고 코피를 흘렸고 나는 일주일 동안 죄책감에 빠졌다.

 

맞다. 올라프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말하면서 계속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냥… 내가 그렇게 과하게 밝은 사람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잖아. 좀 불안하게 한달까.”

 

“그럼 라푼젤은?”

 

“걔는 예외지. 그리고 도대체 누가 라푼젤에게 화를 낼 수 있겠어. 근데 올라프랑 말할 땐 약간 뭐랄까 살아있는 눈사람하고 말하는 거 같달까? 맨날 그 똑같은 헤어 스타일에 흰 셔츠 입는 거 봐봐. 항상 우리 만나는 걸 좋아하잖아. 그리고 얘기할 때는 무슨 한 달이나 못 본 사람처럼 얘기하고. 일요일 아침부터 그걸 받아줄 여력이 없다.”

 

“음.” 엘사가 답했고, 그녀의 숨결이 계속 배에 느껴졌다. 그녀가 그럴 때마다 나는 작게 소리를 내었는데 제발 못 들었으면 좋겠다. “난 좋은데. 대화하기도 편하고. 사람이 유순하잖아. 무슨 거의 심리 상담사 보는 거 같아.”

 

“유순하긴 하지.” 물론 반어법이었다. “이 호텔에서 우리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야.”

 

아, 엘사가 살짝 짜증 내 하는 게 느껴졌다. 이 말을 해선 안 됐다. 나는 그녀가 머리 쓰다듬어지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그건…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네가 얼마나 거짓말하는 거 싫어하는지 잘 아는데.”

 

엘사는 내 깁스한 팔을 잡고 손가락에 키스했다. “괜찮아. 우리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입술을 깨물었다. 죄책감이 느껴졌다. “아직 올라프 씨한테 거짓말하는 거 힘들지?”

 

“그게 그냥…” 엘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거짓말하는 것 그 자체가 나한테 힘들어. 너에게 오로라에 관한 걸 숨겼을 때가 자꾸 생각나서. 그리고 그게 우리 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도. 다시 그렇게 망칠까 두려워서.”

 

이런 엘사를 보는 건 항상 가슴이 아팠다.

 

“엘사, 나를 봐.” 내가 말했다. 그녀는 눈동자를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뭔가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일단 여기 좀 앉아봐.”

 

그녀가 깁스한 팔에 맞지 않게 조심하며 바로 앉았다. 돌아서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녀의 눈동자에 우리의 과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보였다. “넌 아무것도 망치는 게 아니야. 그리고 절대 그러지 않을 거고.” 나는 엘사의 볼을 어루만졌고, 그녀는 내게 키스했다. 엘사가 다시 좀 진정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난 아직 네 곁에 있잖아. 날 다시는 잃지 않을 거야. 알겠어?”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내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내 손에 깍지를 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내가 여자친구 노릇을 나쁘지 않게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엘사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것이 도움됐다. 나는 어떻게 하면 엘사를 기쁘게 할 수 있는지 항상 알고 있었다. 뭔지 모르게 항상 감이 왔다.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것 때문에 난 우리 둘이 거의 천생연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 맞다, 지금 엘사 위로해주고 있었지.

 

“그리고 네가 올라프 씨한테 거짓말하는 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나한테 말해. 내가 그냥 우리 다시 사랑한다고 말할 테니까. 다른 건 일단 제쳐놓고 말이야. 네가 상처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그 대가가 내가 진정으로 필요한 상금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엘사가 내겐 더 중요했다.

 

그래도 솔직히 내 말을 듣고 엘사가 고개를 저었을 때 속으로 안도했다. “할 수 있어.” 엘사가 대답했다. “너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해야지. 나도 네가 상처받는 거 원치 않아. 여기서 그만두기는 싫어.”

 

나는 몸을 기대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난 너만 있으면 돼. 뭐가 더 필요하겠니.”

 

그녀가 기쁨과 어색함이 섞인 투로 웃었다. “10만 달러는 어떡하고?”

 

“그건…” 나는 말을 멈췄다. “씨발, 솔직히 원하지 않는다고는 못하겠다.”

 

이번에는 엘사가 다가와 내 입술에 키스했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러웠고, 이제 올라프도 없으니 우리에게 시간은 넘쳐났다. 여기서 더 뜨거워지기 전에 (젠장) 엘사가 먼저 뺐다. “이거도 끝까지 해봐야지. 걱정하지 마.”

 

믿고 싶기에 그리고 또 믿어야 하기 때문에 그녀를 믿는다.

 

하여튼 이렇게 오글거리는 건 이만하면 됐다. 이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은 나중에도 있다. 지금은 우리가 하고 싶은 거 아무것이나 해도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제 뭐 할래?” 내가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가며 물었다. 엘사가 대충 눈치를 챘으면 좋겠다.

 

그녀가 눈썹을 올리며 내게 다가와 키스했다. 이번 건 그렇게 진하지는 않았지만, 애정에 굶주리는 것 같았다. 물론 ‘애정에 굶주리다’ 라는 표현을 엘사를 설명하는 데 쓰지는 않지만, 달리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키스는 계속 이어졌고 나도 그녀에게 애정을 듬뿍 담아 전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집었고, 이제 드디어 내가 갈망하던 걸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 엘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로 빼며 말했다. “배고프지 않아?”

 

“당연하지.” 나는 숨 쉴 틈도 없이 말했다. 아, 그녀는 아마 음식을 말하고 있던 것 같았다. “어, 어… 뭐라고?”

 

“이제 거의 열시 반인데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녀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어디 가서 아침이라도 먹지 않을래?”

 

“그, 그래. 뭐 생각해놓은 거라도 있어?”

 

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타코. 타코가 먹고 싶네.”

 

나도 자리에 바로 앉았다. 사용 가능한 팔이 하나라서 시간이 꽤 걸렸다. 아마 사용 가능한 뇌세포도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 타코 좋지. 가자.”

 

“오케이! 샤워하고 올게.”

 

같이 샤워하자고 물을 수 있기 전에 내가 혀를 깨물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안나야.

 

“근데 나가서 먹는 거 괜찮아?”

 

유령이 방금 내 몸을 통과한 듯 목소리에 삑사리가 났다. “머, 뭐라고?”

 

엘사는 동요하지 않은 채로 내 방문에 서 있으니 일부러 그런 말을 하고 씩 웃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가서 먹는 거 좀 그러면 호텔로 다시 가져와서 먹어도 돼.”

 

머릿속에서 내 뒤통수를 한 대 후려쳐야만 입이 다시 작동했다. “아 아니야. 괜찮아. 식당 가서 먹는 거 괜찮다고.”

 

“알겠어. 그럼 샤워하러 갈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녀가 내 방을 나갔다. 엘사가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 들렸다. 나는 지금 있었던 일을 잠시 정리하기 위해 침대에 다시 누웠다.

 

퀴즈쇼하고 타코. 그게 사랑이다.


씨발, 나는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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