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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57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02 22: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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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사는 뒤를 돌았다. 영혼이 제자리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분명 도망치라고 했건만, 듣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늦어버린 것일까?


  “아, 아니야… 내가 방금 뭐라고? 너, 너, 너, 내 머리에서 나가, 저리 가…!”


  영혼은 혼자서 머리를 부여잡고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엘사는 깜짝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 영혼의 주위에는 어느새 새하얀 안개가 가득했다. 안개는 마치 영혼을 감싸기라도 할 것처럼 그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봐요! 무슨…”


  엘사는 짧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어두운 기운들이 영혼의 주위에 나타나더니, 그 입을 쩍 벌린 채로 영혼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술, 술, 술이 필요해!”


  영혼의 눈빛이 바뀌었다. 혼란스러워하던 그의 눈빛은 어느새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안색이 또다시 바뀌었다. 


  “아니야, 자스민…! 자스민이 기다리고 있어.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이야!”


  그의 이성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다가 홀렸다가를 반복하고, 알 수 없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 아니야, 조금은 괜찮을 거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다시 눈빛이 바뀌었다. 그의 눈이 다시 흐리멍덩해지고,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서 기괴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손은 사시나무 떨듯이 어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기괴한 각도로 꺾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명치를 힘껏 내려쳤다. 


  “끄윽…”


  “괜찮아요!?”


  고통이 그의 정신을 다시 일깨우는 듯 싶어 보였다. 그가 스스로를 학대하자, 그의 눈빛이 잠시 생기를 되찾았다. 


  “정신 차려! 자스민을 생각해, 이 멍청아!”


  다시 한번, 이번에는 머리였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그는 스스로의 힘에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이 바닥에 처박혔지만, 그는 천천히 팔을 들었다. 한 손으로 바닥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바닥을 향해 있던 그의 얼굴이 천천히 들렸다. 


  “그래. 자스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팔이 잔뜩 떨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손으로 잠시 가리고 있던 그의 눈이 서서히 드러났다.


  ‘... 잠깐, 이건…!’ 


  바로 그때, 엘사는 기겁하면서 코와 입을 막고 뒤로 풀쩍 뛰어올랐다. 


  “... 근데.”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고 생각한 그의 눈에는, 생기는 물론이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사람의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스민이 누구지?”


  그의 주위로 새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고, 관절이 잘못 맞춰진 목각인형처럼 기괴한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쿨럭, 그가 기침하자 그의 몸에서 새하얀 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가루는 구름에 한데 섞여서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게 중요한가?”


  그의 목소리도 그의 행동처럼 기괴한 방향으로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장막 뒤에 숨어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먹먹해졌다. 


  “그래, 그건 중요하지 않아. 대신… 아, 오시는구나.”


  그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몸을 이끌고 길의 중심에 나왔다. 주위에는 그와 엘사를 제외한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고요함이 가득한 길목, 가만히 듣기만 해도 목을 죄는 것만 같은 정적이 가득했다. 


  툭, 툭-


  ‘... 비?’


  하늘에서 떨어진 어떤 액체가 엘사의 뺨을 적셨다. 엘사는 액체를 본능적으로 만졌다. 빗방울처럼 차갑지만, 어딘가 묘하게 피부가 따가워지는 느낌이었다. 


  한두 방울씩 내리던 비는 점차 내리기 시작했다. 옷이 어깨춤부터 조금씩 젖어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이, 그리고 온몸이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잠깐, 뭐야?!’


  바로 그때, 하늘을 향해 혀를 내미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비를 마시고 있었다. 그것으로는 부족한지, 그의 손과 팔에 묻은 빗방울들을 혀로 핥아 마시고 있었다. 


  “부족해, 부족해…”


  그는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어느새 그를 향해서만 쏟아지고 있던 빗방울들은 장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입으로 빗줄기가 하염없이 들어갔다. 


  ‘대체 무슨… 윽, 이 냄새는…!’


  바닥에 맺힌 웅덩이에서 피어오른 지독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매섭게 찔렀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그녀의 입으로 들어갈뻔한 술방울들이 간신히 튕겨 나왔다. 


  “더, 조금 더…!”


  영혼은 하늘을 향해 팔을 활짝 뻗었다. 술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져 내리고, 영혼은 그 술을 하염없이 받아 마셨다. 


  “... 그분이, 내게 쾌락을…” 


  한참을 그렇게 보내고 비가 멈추자 영혼은 눈을 감고 어딘가를 향해 비틀비틀 걸었다. 그의 뒤에는 잔뜩 심해진 술 냄새가 가득했다.






공포물 아님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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