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 결혼 계약서(51)

ㅇㅇ(222.110) 2021.05.26 23:28:01
조회 644 추천 46 댓글 5


안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동이 틀 무렵이었다. 캄캄했던 하늘이 점점 푸른색으로 바뀌었다가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안나는 멍하니 해가 뜨는 풍경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지금 알몸으로 호텔 침대에 누워있고 지난밤, 엘사는 사랑을 나눴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그때 문득 든 생각 하나.


엘사가 자신의 옆에 있을까.


그 생각은 순식간에 모든 생각과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안나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숨을 참고 정신을 집중시키려 해도 소용없었다. 두려움이 안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때처럼 아무도 없을까봐. 침대의 빈자리를 보는 게 무서웠다. 

방 안은 너무 고요했고 조금씩 거칠어지는 안나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누군가의 숨이나 체온조차 느낄 수 없었다. 

차마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침대의 시트를 꽉 쥐었다. 그 순간 안나는 철저히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마치 엘사가 필요한 욕구만 채우고 자신을 떠난 것 같은 느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뒤를 돌아 확인하고 싶었지만 정말 엘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숨을 골랐다.


“좋은..아침이에요, 안나.”


그 순간 조금 낮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따뜻한 체온이 안나의 등 뒤에 닿았다. 

목 뒤로 느껴지는 엘사의 숨과 자신을 품에 안은 엘사의 팔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났다.

마침내 당신이 내 옆에 있구나.


“안나? 몸을 왜 이렇게 떨어요? 혹시 추워요?”


순식간에 밀려온 안도감에 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엘사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등 뒤로 느껴지는 엘사의 따스한 품속에서 마침내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은 듯 가슴속의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엘사는 안나가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아 안나를 조금 더 힘껏 끌어안았다. 이럴 땐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낮은 자신의 체온이 불만이었다. 

게다가 아직 새벽이었고 두 사람은 이불 한 장을 걸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엘사는 안나의 목 뒤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오늘 내 옆에..있어 줘요.”


예상치 못한 말에 안나의 눈이 커졌다. 엘사는 보통 먼저 표현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 숨겼지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안나는 진심인지 물으려다 입을 닫았다. 엘사의 목소리는 한없이 진지했고 그가 자신을 위해 애쓰는 걸 깨달았다.

안나는 낯선 감각에 마음이 울렁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옆에 있어 달라고 했던 것은 대부분 안나의 역할이었고 엘사는 거짓말과 함께 사라지곤 했다. 이로 인해 안나는 불안해했고 결국 엘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엘사는 변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다시 다가오기 위해서.


“그건 항상 내 대사였는데 당신이 말하니까 이상해요.”


그 말에 엘사의 손이 작게 떨렸다.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엘사는 미안한 마음에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동안 안나를 놔두고 먼저 떠난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에. 한참의 정적 끝에 엘사는 겨우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진심으로 미안한 듯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안나는 작게 웃었다. 서둘러 눈물이 맺혀 있던 눈을 닦고 마침내 몸을 돌려 엘사를 마주했다. 

조금은 불안하지만 사랑스러운 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다정하게 보고 있었다. 

안나는 손을 뻗어 부드럽게 엘사의 볼을 쓸었다. 그리곤 몸을 움직여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담백한 입맞춤이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정말 당신이 내 앞에 있으니까.


“오늘만?”


“..?..”


“오늘만 있어 주면 되는 거죠?”


장난기 가득한 안나의 목소리에 엘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럴 리 없었다. 안나만 허락한다면 평생을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욕심이었고 하룻밤을 보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안나가 정말 다른 사람과 이미 만나고 있을 수도 있고, 설령 안나가 자신을 다시 만나준다고 해도 가족들의 반대가 있을 수도 있고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나의 생각이었다.


“..한 번만..기회를 줘요.”


“엘사?”


“..마지막으로 당신을 사랑할 기회를 줘요. 아니, 사랑해요. 아직 당신을 사랑해요, 안나.” 


가볍게 던진 농담에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엘사를 보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막 잠에서 깨어나 잠긴 목소리로 하는 사랑 고백에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엘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처럼 장난 칠 줄 모르고 솔직하게 다가오는 진심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맞아, 당신은 이런 사람이지. 당신의 그 말이 날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도 모르고.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에 서운했던 감정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너무 빨리 허락을 하자니 자신만 고생한 것 같아 심술이 났다. 

안나는 조심스레 엘사의 얼굴을 쓸다 작게 속삭였다.


“음..글쎄요. 하는 거 봐서요.”


“그치만..!”


“흥, 당신도 애달파 봐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나는 엘사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따뜻한 엘사의 체온과 살 내음에 안나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마음 같아선 뒤를 돌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엘사의 얼굴을 생각하며 장난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는 거 봐서 결정할게요. 나한테 잘 해야 할거에요, 엘사.”


자신의 품속에서 작게 웃는 안나를 보며 엘사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긴 여정 끝에 집에 돌아온 것처럼 지금 안나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엘사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이제 안나가 없는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침내 두 사람은 품 안에서 온기를 느끼며 마침내 서로의 자리를 찾았다.



추천 비추천

46

고정닉 5

3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1] ㅇㅇ(223.38) 11:41 13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11:39 8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11:26 8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2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8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2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7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1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4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7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3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5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5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2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9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6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8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7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2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7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3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0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2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6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4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2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7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6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2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2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7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8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4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6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9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9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