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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마녀를 홀리는 묘약 2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17 02:42:02
조회 326 추천 26 댓글 2



안나에게는 마법을 아주 일부만 알려줬다.

다양한 분야의 마법중에서도 약초학과 묘약들에 집중했다.

유별나게 이쪽 분야에서 탐구심이 깊길래 이유를 물어봤다.


"꼬맹아."


"안나에요!"


"하아아..."


"마녀님은 저를 너무 무시하세요. 저는 엘사라고 이름만 부르질 않는데."


"뭐라고오?!"


"마녀님이요 마녀님. 위대하신 엘사 마녀님."


깊은 한숨.

싱글싱글 웃으면서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눈을 깜박거리는 안나.

가장 좋아하는 동물 친구가 누구냐니까 처음에는 토끼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여우라고 하던데 저를 똑 닮은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여우 같은년이지.

안나의 능청이나 천연덕스러움은 진작에 그랬기에 이제 익숙할만하다.


"너는 왜 많은 마법들중에 약초학이나 묘약들을 좋아하니?"


"음...그게 궁금하신거에요?"


맹랑한것 같으니.

그 문자 그대로 똘똘하고 깜직하다. 가끔 충동적이게 화가 끓어오를만큼.


"굳이 이유를 생각 안해봐서 어려운데요. 우선 저희가 사는 숲에서 좋고 나쁜걸 가려내려면 바른 채집 방식과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거 같았고요.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가려낸 재료들을 더 유용하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별 이유는 없구나."


"그렇지만 이 묘약들은 신비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정말 마녀님 같은 화려한 마법을 다룰 수는 없지만 이런 재료학들로 탐구하는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마녀님은 묘약을 쓰는 일에 부정적이지만 적정량의 묘약들은 삶에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 제가 배운걸 그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언젠가는 제가 직접 묘약을 개발하는게 목표에요. 이름은 뭘로 할까? 안나의 묘약. 효능은 원하는 모든 일이 가능해집니다!"


똑똑한 대답에 수긍했다.

뒷부분의 멍청하고 꼬맹이스러운 대답은 적당히 걸러내고.

안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열심히 솥단지를 휘휘 저었다.

그거 말고도 옆의 책상에는 이제 나도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플라스크와 실험 도구들이 늘어서 있다.

전부 안나가 하는 것들이다.

당연히 사전에 내 허락을 받았지만...


"마녀님! 혹시 아모텐시아. 일명 사랑의 묘약을 먹으면 여자끼리도 사랑하게 될까요?"


오늘중에는 세 번째 당황스러운 질문.

안나와 지내다보면 거의 매순간이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어쩌면 나는 첫만남부터 당돌하게 나를 당황시킨 그 충격이 주는 생생한 느낌 덕에 안나를 데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무미건조한 오랜 삶에 안나가 주는 당황이란 충격은 내 삶을 뭔가 생기로 전환시킨다.

완벽한 심리적 연금술이라고 해야할까?

막상 닥쳐오면 어이가 없거나 해서 한숨이 나올수도 있고 잠깐 대답을 고민하게 되기도 하지만.

바로 지금처럼.


"마녀님? 사랑의 묘약은 원하는 사람과 연결시켜 주잖아요! 정확히는 몸안의 세포 작용을 일원화 시킬 뿐이지만. 그래도 사랑을 느낄 수 있잖아요?"


"아모텐시아는 강렬하고 특수한 최면제야. 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 감성에 젖은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다양한 신경물질을 평소보다 과도하게 쏟아내게 만들뿐이지. 얼마 안가면 결국 본성이 드러나."


"그거야 원론적인 얘기고요."


"여자끼리도? 물론 통하겠지. 여자는 훨씬 감성에 치우쳐서 반응하기 때문에 약효를 크게 받는 경향도 있고."


"그런데 약효가 끝나도 유지될 수 있을까요?"


"만약 서로에게도 진심이거나, 조금이라도 사심이 있었다면 약효가 끝나고도 속았다는걸 알면서 관계를 이어갈려 하겠지. 하지만 멍청한 이상향이야. 묘약은 어디까지나 편법이라 결말까지 완벽한 법은 거의 없어. 아니지, 아예 없어. 만약 누군가 그런식의 묘약을 쓴 편법으로 사랑을 강제했다는걸 알아차리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라 속았다는 것에 분함이 먼저일거니까."


"그렇겠네요."


나는 별 생각 없이 돌아서는 안나가 영 마음에 걸렸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봤니."


"그냥요."


"그런식의 말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답변이라고 했지."


"정말 단순히 물어본거에요! 사랑한다면 보통 남녀 사이에 일어나지만 동성끼리에도 연관이 있을까..."


"누구한테 쓸 생각이야. 설마 나에게?"


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몸짓으로 격하게 요동친다.

그거야 그렇지. 감히 나에게는 통하지도 않으니까.


"진짜 설마요! 어차피 마녀님은 묘약은 기똥차게 알아내니까 쓰려고 해도 못하죠."


"묘약들로 나를 어쩔 생각은 말렴 꼬맹아. 분명히 너는 어지간한 마녀만큼 잘 만들지만 나는 그 어지간한 마녀가 아니니까."


"그럼요. 위대하신 엘사 마녀님."


키득거리는 웃음이 거슬린다.

뭐가 그렇게 웃기니.

그 질문은 더 하지 않았다. 왠지 그걸 물어보면 또 당황스러울까봐.(열받을까봐.)

잠깐만 요 꼬맹이 이제 몇살이더라?

슬슬 이 시기면 사춘기 꼬맹이에게 봄날의 감성이 필요할 때가 됐지.

안나는 제조한 묘약들을 가방에 차곡 차곡 정리해 담았다.

묘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왕궁 시장으로 직접 다닐 정도가 됐고 그 길은 별로 특별하지도 않아서 이제는 안나 혼자 다니기도 한다.

시장을 오가면서 눈에 찜한 사람이라도 생겼을까?

조금만 더 크면 넓은 세상을 알고 답답한 숲 속을 벗어나겠다고 찡찡거리겠지.

나는 열심히 연구실을 좀 쑤시고 다니는 안나를 애틋하게 쳐다봤다.

사랑의 묘약?

그게 뭔지 이제 나만큼이나 잘 알면서 굳이 물어보는건 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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