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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Queen's Mercy 5 - (1)

ㅇㅇ(1.253) 2021.08.28 01: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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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눈을 떴다. 마침내 그녀는 꿈에 그리던 삶을 경험하려 하고 있었다. 검술은 그녀가 어릴 적 부터 줄곧 그녀를 매료시켰고 , 자라면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모두 일종의 목검싸움을 포함한 놀이었다. 그리고 지금, 엘사 여왕 덕분에 체포될 걱정도 없었다.

 

단단한 막대기로 대련하는 것은 날카로운 금속 칼로 싸움을 하는 것과 완전히 같진 않았지만 안나는 항상 또래의 남자,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검술 싸움에서 우세했다. 그 기술들중 몇 몇은 아직도 몸에 베어있을 테다.

 

창 밖의 해는 지금이 대략 아침 8시임을 보여주듯 빛났다.

 

“감사해요!” 안나는 '기상알람'을 위해 문을 두드린 하인에게 외쳤다.

 

“30분 후에 아침식사를 드시겠습니까?” 문 밖의 소녀가 물었다.

 

“그거 좋네요!”

 

안나는 사랑스럽도록 부드러운 시트에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미소를 지으며 온수를 틀고 탈의했다. “이거 진짜 익숙해질 수 있겠어.” 그녀는 욕조에 뭄을 뉘이며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이것도 영원하진 않겠지. 그녀는 스스로 되뇌었다. 한숨을 쉬며 훈련을 마치면, 그녀는 다시 홀로 서야 한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귀족들의 침실에 침입 하는것 말고 돈을 벌 방법이 있을 것이다. 토너먼트에서 중위권의 싸움꾼조차도 그들의 노력에 비하는 보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만약 내 실력이 형편없으면? 그 생각에 그녀는 공포에 떨었다. 그녀를 훈련시켜 주는 사람이 결국 안나에게서 어떤 재능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성에서의 시간은 끝이 날 테다; 더이상 머무를 다른 이유가 없으니까. 다시 길거리에 나앚게 되고, 어쩌면 머지않아 다시 도둑질을 할 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수치심에 불탔다. 그녀는 이제 자유의 몸이었다. 여왕이 그녀를 용서한 것이다. 다시 그런 범죄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자신의 군주를 완전히 배신하는 것이 되버리며, 그런 것은 안나가 버틸 수가 없었다. 

 

그딴건 집어치우고, 먹고는 살아야지! 마음의 소리가 외쳤다. 안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맞는 말이다. 물론 그녀는 언제든 몸을 판다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남자와 함께한다는걸 상상 하면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그럴 순 없었다. 그런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긴장과 기대가 섞인 채, 안나는 욕조에서 나와 그녀의 첫 번째 훈련을 준비했다.

 

서랍장에 준비되어 있던 운동복을 입고, 안나는 궁전의 중앙 안뜰로 향했다. 곧 안나가 찾던 그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키 큰 남자가 궁전의 막사 근처에 서 있었다. 뺨의 흉터가 아니더라도 안나는 바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팔짱을 끼고 얼굴을 찌푸리며, 그는 전사처럼 몸을 일으켰다. 연마된 장검이 그의 허리축에 있었다. 그의 옆에는 두 개의 목검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드렐 *부사관(Arms Mater)?” 안나가 그를 보며 물었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엔 약간의 놀라움이 스쳐지나갔다. “당신이 바로 그 여왕 폐하의 히어로겠구만, 응? 생각보다 키가 좀 작은데?” 그가 투덜거렸다.

 

안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전... 그러니까 그런게...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냥 더 이상 반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더 시간 낭비 하지 말지. 폐하께서 너가 검술에 재능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 그 말이 맞는지 보자고.”

 

안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글쎄요... 제대로 된 연습을 해 본 적은 없어서요,” 안나가 고백했다.

 

드렐은 어깨를 으쓱였다.”난 네가 딱히 좋은 기술이나 자세를 갖는걸 기대하는게 아냐. 그건 나중에 가르쳐도 될 문제지. 나는 네가 전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걸 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 속도. 발상. 결단력.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발을 움직이면서도 빨리 생각해내는 능력이다. 어느 멍청한 놈도 군대에선 싸울 수 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경쟁하고, 숙련된 상대와 1대1로 싸워 이기려면 이 자질들이 필요하지. 이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냐. 너한테 그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 그 뿐이지.” 그가 설명했다.

 

“어...”

 

“이걸 받아.” 그가 바닥에서 목검을 잡아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 안나는 솜씨 좋게 칼자루로 받아냈다. 그 목검은 장검의 형태로 만들어져서 한 손이나 두 손으로 휘두를 수 있었다. 드렐은 똑같은 무기를 집어들었다. “둘 중 하나가 비명을 지를 때 까지 싸우는 거다.”

 

뭐라고?! 그는 벌써 그녀와 싸우는걸 기대한건가? 안나는 아직 검을 올바르게 쥐는 법 조차 몰랐다!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았잖아요.” 안나는 작게 항의했다. 칼 끝은 날카롭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목검의 타격은 심한 멍이 들 수도 있었다.

 

드렐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피하면 될 것 아니냐.” 하고 조언했다. “준비 됐나?”

 

안나는 두려움은 제쳐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작!”

 

2초 만에 드렐은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검이 번개같은 속도로 안나의 가슴을 향했다.

검이 닿기 직전 안나는 몸을 비틀며 뛰어 올랐다. 그녀는 바로 아래 그의 목검을 향해 베며 반격해 그의 칼날을 뒤로 물렸다. 그는 안나의 타격을 흘리고 그녀의 배를 찼다. 

 

“으윽!” 안나가 끙끙거렸다.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바람에 밀려 거의 쓰러질 뻔 했다.

 

드렐이 그녀의 다리를 베며 다시 나아갔다. 안나는 빠르게 뒤로 빼며 검을 피했다. 거칠게 휘둘며 거의 다음 공격을 쳐내고 가슴팍을 향해 돌진하며 맞받아쳐 부사관이 피하려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게 만들었다. 그는 무기를 치켜들어 그녀의 어깨에 휘둘렀다.

 

안나는 칼을 막을 상황이 되지 않았다. 검의 궤적에서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몸을 구부렸지만 목검은 그녀의 오른팔에 날카로운 타격을 가했다. 안나는 거리를 벌리며 고통에 신음했다. 나중에 멍이 생길 테다.

 

이 쯤 되자,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의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 멈춰섰다. 주변에 모여든 구경꾼들 얼굴의 절반 가량의 경멸의 표정은 안나의 예상을 더욱 확신시킬 뿐이었다. 많은 이들이 전투에 참여할 일도 없을 신참 소녀의 피할 수 없는 패배를 보며 기뻐할 것이다.

 

안나는 열과 성을 다해 싸워 절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슴으로 향하는 그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순간, 안나는 빈틈을 발견했다 생각했지만, 눈 앞의 회색머리 남자는 보기보다 빨랐다. 그는 중앙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검이 공격으로 채 연결되기도 전에 막아냈다.

 

드렐은 교묘하게 안나가 뒤로 빠지도록 했다. 그가 손목을 살짝 비틀어 그녀의 손목 주위로 휘둘러 그녀의 가슴을 세게 찔렀다.

 

안나가 고통에 찬 신음 소리 섞인 숨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서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을 저주하며, 안나는 바닥을 굴러 두 번째 공격을 피해내고 그의 가슴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녀가 취한 자세를 짐작해, 드렐은 쉽게 그 공격을 막아냈다. 안나는 몸을 숙여 그의 공격을 피하고 뒤로 물러나 공격 범위에서 잠시 벗어났다.

 

만약 진검을 사용했다면, 안나는 이미 세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냐, 하고 안나는 생각했다. 그는 안나가 이기는걸 기대하는게 아니었다... 그럴 리가 없다. 아니, 그는 그녀가 가능한 있는 힘을 다해 싸워 검술에 대한 어떤 '고유한 자질'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안나는 잘 몰랐지만, 그걸 발휘 하려면 가능한 오랫동안 싸우거나, 어쩌면 커다란 한 방을 맞아야 하는 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생각해. 안나는 스스로 되뇌었다. 드렐은 너무 빨랐다. 어떤 공격도 그의 방어를 뚫을 순 없었고 그의 검격을 받아낸 뒤에 날리는 반격들은 모두 다시 공격을 받아내는 걸로 끝났다. 안나는 그를 공격한 뒤 깔끔하게 떼어낼 수가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안나는 깨달았다.

 

부사관이 다시 그녀에게 다가왔을 때, 안나는 그의 첫 번째 공격을 피하고, 두 번째를 막았지만 이어지는 세 번째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는 그녀의 견갑골을 힘차게 쓸었다.

 

안나가 고통에 울부짖으며 걸음을 넓히려다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녀는 땅에 쓰러졌고, 똑바로 서있기 힘들 정도 였다. 드렐은 그녀가 항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잠시 머뭇거리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 기회 따윈 없어.

 

그녀가 항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계속 공격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칼날이 그녀의 오른 쪽을 향했다.

 

안나는 공격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드렐의 검이 아래를 향하자 안나는 왼쪽으로 굴렀다. 안나가 그의 공격을 막고 방어를 뚫는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공격을 막지 않고 동시에 찔러넣으면 될 일이었다. 

 

그의 검이 안나에게 닿으며 고통에 찬 소리가 퍼졌다. 그럼에도 안나는 기세를 늦추지 않고 몸을 돌려 드렐을 향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아아악!” 안나는 그의 비명을 들으며 그녀는 자신의 검이 나무만큼 딱딱하지 않은 무언가를 쳤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자신의 오른 손을 움켜쥐는 걸 보고 방금까지 잡고있던 검을 풀밭에 떨어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정말로 그를 상처입힌 걸까? 그녀는 절대로 이러려던게 아니었다. “정말 죄송해요, 저기...” 그가 고개를 돌려 안나를를 마주하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 즉시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최대한 빨리 안나에게서 멀어지며 안뜰로 향했다. 

 

“내 손가락 두개를 부러뜨렸잖아!” 그는 고통을 참아내며 말했다.

 

안나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짧았던 그녀의 검술 훈련은 끝났고, 성에 머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테다. 물론, 다시 감방에 처넣지 않는단 가정 하에 말이다. 안나는 너무 충격에 빠진 나머지 다음에 이어지는 드렐의 말을 놓칠 뻔 했다.

 

“잘했어.” 드렐의 목소리는 확실히 고통에 찼지만, 분노는 들어있지 않았다.

 

안나의 입이 떡 벌어졌다. “뭐라구요?”

 

“내가 비명을 질렀지 않나, 안나양.(Miss)” 드렐이 인정했다. 그녀는 그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왜 화를 내지 않는거지?

 

“괜, 괜찮으신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부사관이 움찔했다. “괜찮긴,” 고통에 이를 깨물며 말했다. “하지만.. 더한 것도 겪어봤지.”

 

안나는 고갤 숙여 발을 내려다보았다. “죄송해요.”

 

드렐은 작게 미소를 지어보았다.”넌... 운이 좋았지. 만약 진짜 싸움이었다면...” 불타오르는 고통에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하지만 넌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잘해냈어. 너에게선... 상당한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겠구나. 훈련은 내일 부터 시작한다. 일주일에 여섯 번, 아침 아홉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이제 잠시...음 실례하자면, 여왕 폐하를 뵐 수 있을지 봐야겠군.” 드렐은 몸을 돌려 성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상처 입은 손을 꼭 쥔 채였다.

 

안나는 얼굴에서 퍼져나가는 미소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쳐야 마땅했지만, 안나는 오히려 기쁨에 겨워 마구 뛰고 싶었다. 그녀가 이긴 것이다. 물론 운이 좋은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드렐이 그녀에게서 잠재력을 발견해냈다는 것이다.

 

“진짜 꿈이 아니야. 정말로 소드마스터에게서 검술을 배우는거야.”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속삭였다.

 

그녀의 갈비뼈의 통증이 결국 행복감을 넘어섰다. 그제서야 안나는 부상을 입은 사람이 드렐 뿐만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냈다. 부러진 뼈 만큼이나 심각한 건 없었지만, 뜨거운 목욕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엘사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며 그녀를 통해 흐르는 알코올의 따뜻한 빛을 즐겼다. 평소 그녀는 애주가는 아니었지만, 이번 주는 스트레스가 많은 한 주였다.

 

저녁 여섯시 정각이었고, 여왕은 평소와 같이 왕실 식당에 홀로 앉아있었다. 성에 거주하는 수백명의 병사, 하인, 그리고 관리들은 각자의 방에서 식사를 함께 했지만, 이 방은 군주의 사적인 용도와 공식 국빈 방문을 위한 방이었다. 그래서 이 순간, 그녀와, 그녀를 위한 하인 둘을 제외하고는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아렌델의 여왕은 다시금 그녀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우려의 멜로디를 느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사람에게 납치 시도를 명령한 자가 누구든지 간에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 자의 계속되는 자유는 의심할 여지 없이 왕국에 크나큰 위협이었다. 그 다음은 왕실 근위대의 문제였다. 엘리트 병사들은 수 세기 동안 변함없이 왕위에 충성해 왔고, 그들 중 두 명이 변절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몇몇 고문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국경 분쟁과 테러 공격으로 인해 위즐튼과 슬라비아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두개의 작은 군가는 군사적인 면이 거의 없었고, 의심할 여지 없이 곧 분쟁에 지쳐 있을 테다. 하지만 그 순간 아렌델은 완전한 중립을 유지하는 동시에 잠재적인 무역 파트너 중 하나를 화나게 하지 않아야 할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로 인해 지난 두 달 동안 전국을 괴롭힌 한기로 인해 북부 지방 중 한 곳에서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까지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는 없었지만, 만약 자원을 돌리며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다면...

 

그녀는 기다랗고 외로이 서 있는 탁자 아래로 시선을 내렸고, 아직 공주였을 시절 앉곤 했던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테이블 한 쪽 끝에 놓인 높은 의자를 보았다. 행복했던 시절 그녀의 아버지가 식사를 하던 자리이다.

 

그녀는 부모님을 몹시도 그리워 했다. 그 비극적인 밤 이후로 무엇 하나 달라진게 없었다. 여왕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부모님을 보았던 마지막 순간을. 그들이 떠나면서 나누었던 사소한 말다툼조차.

 

부모님이 외교 사절에서 돌아오길 간절이 기다리며 했던 걱정은 제 때 돌아오지 못한 이후로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카이가 방으로 찾아왔다. 부모님이 탄 배의 잔해가 바다에서 표류한 채로 발견 되었다고. 아무리 봐도 그 분들이 살아계실 가능성은...

 

순식간에 엘사는 여왕이자, 고아가 되었다.

 

어째서? 그녀는 홀로 울었다. 어째서 날 떠나야만 했던 거야? 그럴 순 없어... 내가 어떻게 왕국을 다스린단 말야? 그 분들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야? 난 못해! 

 

엘사는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에도 여저히 내성적이고 소심헀지만, 표현은 하지 않았어도 언제나 행복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혼자였고, 세상은 훨씬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그녀는 자라면서 성의 그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외교를 하고 외국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는 것은 그녀에겐 언제나 쉬운 일이었지만, 현실적이면서 무엇 하나 거치지 않은 사회적 교류는 얼음 여왕에겐 항상 어려웠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잘 해낸 적이 없고, 엘사를 돌봐주는 대가족도 가끔씩만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카이와 겔다도 언제나 그녀를 지지해주었지만 그녀와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한 겹의 벽이 있었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었음에도, 엘사는 가끔 부모님의 죽음이 왕국 전체의 책임감을 어깨에 얹은 채 그녀를 이 고독한 세상에 홀로 버리고 떠난 것 처럼 느꼈다.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친 엘사는 정중하게 하인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왕실 도서관으로 향했다. 휴식이 필요했다.

 

한 밤 중 이 시간이 되자 도서관은 텅 비어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양초와 여러 개의 작은 창문들을 따라 들어오는 달빛이 방을 밝혀주었지만, 책을 읽을 만큼 충분치는 않았다. 빛을 낼 수 있는 그녀의 마법 덕에, 그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책에 몰두하면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그녀로선 편리한 능력이었다. 

 

엘사는 방으로 들어와 선반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독서는 항상 그녀가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진열된 많은 책들이 그녀의 손을 거쳤다. 가끔 가죽 의자에 웅크리고 이야기의 더미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무척 위안이 되었다. 그 짧은 몇 시간 동안, 아렌델의 수 많은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모퉁이를 돌고 뒤돌아서서 그녀는 도서관 안에 흩어져 있는 탁자 중 하나를 지나쳤다. 두개의 푹신한 의자가 둥근 마호가니 탁자 양쪽에 놓여있었고, 그 위에는 크고 복잡한 체스 세트가 놓여 있었다. 

 

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하던 체스를 즐기곤 했다. 결국 매우 능숙해져서 어른들 중 누구도 그녀를 당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게임은 즐거웠다.

 

“우리 딸은 어쩜 그리 똑똑할까?” 엘사가 연달아 다섯 판을 이기자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겨우 열 네살이었다. “넌 언젠가 멋진 여왕이 되겠구나.” 

 

“하지만 엄마!” 그녀가 외쳤다.”엄마가 여왕인걸요! 그리고 왕은 아빠구요. 전 아직 그런건 하고싶지 않아요!”

 

“그래도 돼.” 엘사의 이마에 키스하며 어머니가 약속했다.”아빠랑 엄마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하지만 언젠가, 엘사가 지금보다 훨씬, 훨씬 나이가 많아지면, 아렌델 역사상 가장 멋진 여왕이 될거란다.”

 

엘사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작게 방울진 눈물을 훔쳤다. 선반 줄 끝에서 그녀는 왼쪽으로 돌아 다른 통로를 걸어 내려가며, 이 잡념을 떨쳐줄 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녀는 오랫 동안 체스를 두지 않았다. 몇 번씩, 체스를 둘 줄 아는 하인 몇을 초대해 함께 게임하려 했지만, 빈번히 여왕이 이기도록 손을 놓기만 하였다. 물론, 그들은 열심히 해보려는 시늉은 했지만 진심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여왕을 이겨버리면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한 것일 테다. 엘사는 게임을 놓은 사람에게서 얻은 '승리'보다 진지하게 임한 상대에게서 얻는 '패배'를 더 달가워 했을 것임에도.

 

마침내, 그녀는 마음에 드는 제목을 찾았다. 엘사는 그 책을 가슴에 꼭 품고 통로를 다시 되돌아갔다. 아까 지나쳤던 의자에 다시 앉을 요령으로 여왕은 오른 쪽으로 돌았고, 가죽 의자에 파뭍혀 현실로부터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모퉁이를 돌아...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탁자 위의 한 여성이 여왕으로부터 등을 진 채 체스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이제 한 갈래로 내린 땋은 머리였지만, 그녀의 붉은 구릿빛 머리카락은 그녀가 누군지 알아채기엔 충분했다.

 

“안나”? 여왕이 물었다.

 

안나가 놀라서 펄쩍 뛰었다. 급하게 뒤를 돈 얼굴엔 놀라움이 역력했다. “폐하,” 그녀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그 소녀는 짙은 붉은색 튜닉을 입고 있었지만, 성의 따뜻한 온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어깨에 하늘색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옷을 잘 입는 편은 아닌 것 같네. 엘사는 저 재미있는 색감 차이를 기억에 남겼다. 그래도 그녀 같은 사람이 멋져 보이려면 굳이 패션의 도움은 필요 없을 거야.

 

“좋은 저녁이에요, 안나. 책을 찾고 있나요?” 엘사가 물었다.

 

안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오...어... 아뇨, 그건 아니에요. 전 독서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녀의 얼굴이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오, 여기 앉고 싶으셨던 거예요? 죄송해요. 전 그냥 여기 체스 세트를 보고 놀라서,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얼른 비켜드릴게요, 폐하.”

 

“체스를 둘 줄 아나요?” 여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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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s Master가 대체 어느나라 말이냐 시ㅏㅂㄹ 하도 서치하다가 Master at Arms 이게 선임..위병..부사관인지뭔지 어쩌구 하길래 걍 부사관이라 함...

잘릴것같아서 나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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