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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 아폴론 안나와 아르테미스 엘사 4 [꽃말위크편|애절함]

엘산나픽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07 00: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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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글 https://gall.dcinside.com/snowpiercer2013/812533










[꽃말위크편|애절함]










※타캐주의
















4.




















"아직 처녀신이긴 하니? 엘사?"

"…"




날카로운 안나의 목소리에 엘사의 다리가 우뚝 섰다. 수치스러움에 몸이 떨리고 열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섬칫- 가슴에 번지는 고통에 엘사의 근육이 수축하고 엘사는 안나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화살이 안나의 부드러운 뺨을 찢어놓았다. 선명한 붉은 피가 안나의 뺨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하지만 안나의 섣부른 입놀림이 남긴 엘사의 상처에는 비할 바가 못되었다. 간신히 아물어가는 상처를 잔인하게 후벼파고 소금을 뿌리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런 짓을 한 주제에. 어째서 네가 더 상처받은 표정을 하지?


으득, 하는 잇소리가 났다.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른 목이 매캐하고 먹먹했다. 그럴수록 엘사는 급히 걸친 옷을 더욱 애써 여몄다. 하지만 짧은 기장에 야속한 바람이 다리 사이를 스치고 갔다. 그럴 때면 물과는 다른 액체가 말라가는 기분 나쁜 싸늘함이 느껴졌다.



엘사는 신전에 도착하자마자 욕탕으로 향했다. 대기하던 신도들이 엘사의 시중을 들기위해 뒤따랐지만 엘사는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며 차갑게 명령했다. 홀로 욕탕에 들어간 엘사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이 비참하고 불쾌한 감각을 어서 뜨거운 물에 닦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감각의 부산물처럼 기억과 감정은 닦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첨벙이는 물소리, 안나의 흥얼거림, 몸을 타고 흘러내리던 차디찬 물방울들, 심장을 죄여오던 그 선명한 감각들….


그저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던 그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그 모든 순간에 자신은 녹색의 눈을 마주한 적이 없다는 찰나의 깨달음 덕분이었다. 엘사의 반응을 쫓는 녹안, 그 안에 깃든 것은 기만에 가까운 호기심과 잔혹한 짓궂음일 테니.



엘사는 욕탕의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내려보았다. 물에 비친 얼굴에 희미하게 보이는 설렘이 끔찍했다.



안나가 자신을 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싫은 것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이보다 모욕적인 일이 있을까.



엘사는 언제나 안나를 사랑해왔다.


가족애나 친애가 아닌 성애.


하지만 안나는 한 번도 그런 엘사를 돌아봐 주지 않았다. 혹은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는 언제나 함께했던 안나는 태양의 신이 되어 그 날개를 펼치자마자 엘사를 두고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엘사가 그 힘찬 날갯짓에 나동그라져 날개가 부러져버렸는지도 모르고….


사실 널 원망할 자격 같은 것은 내게 없을지도 모른다. 엘사를 헤친 것은 결국 엘사 본인의 죄악이었으니까.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엘사의 상처를 무심함으로 헤집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야 겨우 엘사는 그 상처를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오로지 엘사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이의 존재에 의해서. 엘사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추스르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안나가 자매랍시고 엘사에게 영역 표시를 하는 짐승처럼 구는 것은 엘사에게 두려울 뿐이었다.



또다시 반복될까 봐.

이제 겨우 아물어가는 상처가 속절없이 터져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게 되어버릴까 봐.



엘사는 손을 휘저어 물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흐트러트렸다. 거친 손길에 출렁이는 욕탕의 물 위로 붉은색이 번졌다. 초조함에 깨문 입술이 터져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입술에 아무런 고통도 없었다. 그 사소한 고통을 느끼기에는 엘사를 뒤흔드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제발 엘사, 아무것도 느끼지 마, 드러내지 마, 보이지 마. 숨겨, 숨겨 엘사!




"또 그러고 있네요."

"…오리온…"




엘사는 뒤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사냥복을 입은 오리온이 엘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거침없이 들어온 오리온이 불안한 얼굴의 엘사를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사슴 털로 만든 오리온의 옷이 엘사의 몸을 따듯하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엘사의 상처로 가득한 얼굴을 담았다.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는 다정한 눈동자에 엘사는 짓이기던 입술을 놓아주고 눈을 감았다. 감긴 눈 위로 오리온의 부드러운 입술이 가볍게 닿아왔다. 엘사는 자연스럽게 오리온에게 몸을 기대며 숨을 색색 내쉬었다.




"미안해. 오리온."

"괜찮아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도, 그 안에 숨어있는 여린 엘사도 나는 모두 사랑하는걸요. 다만,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마요. 그럴 때마다 내가 더 아프단 말이에요."




오리온이 피로 붉어진 입술을 정성스럽게 핥았다. 엘사는 자신을 어루만지며 살짝 물어오는 오리온의 입술에 집중했다. 그러면 적어도 더 이상 안나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숨이 가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겨우 숨이 트인다.












+










은색 활이 포물선을 그리고,

황금색 화살이 날카롭게 공기를 가른다

태양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를 관통해

붉은 피가 푸른 바다에 번진다

바닷물에 빠르게 온도를 빼앗긴 차디찬 시신을 내 손으로 건져

품에 안자 얼음을 끌어안은 것처럼 차갑다



내려다본 손이 온통 붉은색이야



내가 죽였어

내가 오리온을 죽였어

나 때문에 오리온이 죽었어



심장을 도려내고 싶다. 가슴이 뜨거워서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울음을 토해내고 싶지만 그럴 자격조차 엘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삼킨 용암처럼 뜨거운 울음이 엘사의 속을 새카맣게 태워간다.



싫어, 미워, 증오해



누구를…?



나를



그리고



      안나를



우욱, 엘사는 결국 구역질을 해댔다. 나오는 것은 없었지만 엘사는 분명 무언가를 게워냈다. 엘사의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넘쳐흐른다. 눈물범벅이가 된 엘사의 얼굴은 처절했다. 그녀는 짐승처럼 바닥을 기었다. 가슴을 두드리고 덫에 걸린 것처럼 고통에 몸부림쳤다.



오리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나를 그토록 사랑해줬는데, 엘사는 오리온에게 온전히 사랑을 내어준 적이 없었다. 주위를 맴돌며 사랑한다 속삭이는 오리온의 달콤함을 취하면서도 이기적이게 엘사는 그 말에 주인이 있는 것마냥 굴었다. 겨우 '너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한 게 엘사가 오리온에게 내어준 전부였다.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붉은색의 머리카락, 사랑스럽게 박혀있는 주근깨,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웃음의 안나가 아닌


너를


그 외모가 아닌 그 안의 네 영혼을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속삭여줄걸



설령 그것이… 하얀 거짓말일지라도



엘사의 몸이 얼어붙었다. 눈을 부릅뜬 엘사는 황금 화살을 움켜쥐고 제 심장을 겨누었다.



내가,

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내가 모두 질게.

끝까지 너를 기만했던, 내가.



오리온의 심장을 뚫고 죽음에 이르게 했던, 날카로운 황금 화살이 엘사의 피부를 파고들고 심장을 꿰뚫려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엘사는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엘사를 누군가가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도망 치려하다니 비겁하구나, 엘사."

"…아테나"

"정신 차려! 이런 식으로 도망치다니 신으로서 수치야!"




아테나의 매서운 말과 손길에 흔들리던, 엘사의 푸른 눈동자에 불꽃이 일었다. 엘사는 자신을 흔드는 아테나의 손목을 붙잡고 아테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신으로서 수치라고요? 이미 나는 더 떨어질 곳도 없어요. 캐스."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면, 당신도 더는 날 말리지 못할 거예요.

감히 내가, 나를 사랑해준 오리온을 어떻게 배반하고 두 번 죽였는지를 알면 당신 역시 나를 경멸하며 바라보게 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목숨을 이어가야 해."

"어째서죠…?"

"오리온으로부터 전언이야."




아테나가 품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붉은색 꽃 한 송이를 꺼냈다. 엘사는 그 꽃에 눈물 흘리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손에 들린 꽃을 보면서 엘사는 절망적으로 흐느꼈다. 그런 엘사를 말없이 내려다보며 아테나는 그저 있어주었다.











+










저승과 이승의 경계, 스틱스 강을 오가는 카론의 배에 오리온은 쉽게 오르지 못했다. 자신은 이미 저승에 속해있는 사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세상을 뒤로하기가 어려웠다. 저승의 뱃사공 카론은 그렇게 인내심이 많은 자가 아니었다. 머뭇거리는 오리온을 그는 오래 봐주지는 않을 터였다. 만약 그가 배를 태우는 것을 거부한다면 오리온은 영원토록 구천을 떠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은 손에 저승길 뱃삯을 움켜쥔 채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저 미련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오리온이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는 건, 자신의 죽음에 울고 있을 엘사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누구보다도 여린 사람이니까. 얼음같이 차가운 그녀의 모습은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가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마치 오리온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카론의 인내심이 한계에 닳아 오리온을 버리고 가버리려던 순간, 아테나가 저승에 내려왔다. 엘사와 함께 딱 한 번 만난 사이였지만, 오리온은 한 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왜 오리온을 찾아 스틱스강까지 왔는 지도.



그게 오리온은 슬프고도 기뻤다.



오리온은 아테나에게 엘사에게 꽃을 한 송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장에라도 지상에 올라가 여린 엘사를 끌어안고 입 맞추고 괜찮다고 속삭여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테나가 서둘러 떠나가고, 그제야 오리온은 카론의 배에 올라탔다. 점점 저승으로 나아가는 배 위에서 아테나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속삭였다. "안녕, 내 사랑."




"오리온…"




아네모네 (Anemone)


속절없는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저의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비록,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









그 후로 엘사의 신전은 아네모네로 가득 찼다. 엘사는 매일 아네모네의 향기 속에서 잠들고 일어났다. 태양이 뜨는 낮에는 잠이 들고, 밤이면 일어나서 꽃을 가슴에 품고 사냥에 나섰다. 엘사는 처연한 달 아래에서 수많은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언제나 손에 쥐고 잠드는 오리온의 심장을 꿰뚫은 화살만은 절대 활시위에 올리지 않았다. 가끔 죄책감에 그 화살을 제 심장에 꽂고 싶어질 때면 엘사는 품에서 아네모네를 꺼내 그 향기를 맡았다. 그러면 진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아스클레오피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엘사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옆에 있어 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오리온의 눈이 다쳤을 때 성심성의껏 도와주었고 안나를 주선해주었다. 결국 엘사와 오리온 사이의 다리 역할까지 해주었으니 안나의 자식인 것과는 별개로 엘사에게는 고마운 아이였다.



그리고 엘사가 아스클레오피스의 고통스럽게 떠진 눈을 닫아주는 순간,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클레오피스…!!"




몇 년 만에 듣는 안나의 목소리일까. 엘사는 '그때' 이후로 오랫동안 안나를 마주치는 것을 피해왔다. 안나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엘사의 심장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엘사는 시신에서 물러났고 안나가 대체하듯이 그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안나의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고 싶지 않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또다시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엘사는 바닥에 내려둔 활을 급히 주워들어 몸을 돌렸다.



그런 엘사의 옷자락을 안나가 붙잡았다. 엘사의 옷자락을 움켜쥔 안나의 작고 여린 손이 겁을 먹은 듯이 떨리고 있었다. 엘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목 끝까지 올라온 그 역한 감정을 삼키며 엘사는 안나의 손을 떨쳐내었다.




"나는 아스클레오피스가 오리온을 위해 노력해준 과거 때문에 이곳에 있었을 뿐이야."

“엘사…! 우린 자매잖아! 슬퍼할 동안…. 잠깐만 옆에 있어 주는 것도 안되는 거야?”

“자매라… 그때도 말했지? 우리가 그럴 만큼 친한 자매냐고. 만약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그렇게 잔인하게 굴어서는 안 됐지. 아폴론. 이 황금 화살이 오리온의 심장을 꿰뚫을 줄 알았다면 그때 네 심장을 꿰뚫어버렸을 텐데.”




안나의 울음이 더 애절해졌다.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엘사의 등 뒤로 안나의 서글픔이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그건 엘사의 구토감을 강하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엘사는 끝내 나무에 손을 기대고 구역질을 했다. 욱, 우욱- 역한 소리를 내고 벌린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졌다. 엘사의 손이 가드득, 딱딱한 나무껍질을 긁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토해내도 토해내도.

결코 비워지지가 않는다.


끝없이 역겨운 그것이, 엘사의 뱃속에서 그 몸집을 불린다.

그것이 지독하게 끔찍하다.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토해내지 못하는 저 자신이 혐오스럽다.



엘사의 푸른 눈동자가 저 멀리서 흐느끼며 들썩이는 안나를 응시했다. 엘사는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푸른 눈동자에 맺힌 건,


증오일까?

      애정일까?











+









레토가 올림푸스를 뛰어 올라갔다. 헤라의 서슬 퍼런 시선에 올림푸스를 오르는 일은 레토에게 드문 일이었지만, 안나가 미쳐날뛴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제우스는 자식이라고 해도 자신의 눈에 거슬리면 자비가 없는 신이니까. 엘사는 그런 레토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그리고 그들이 올림푸스의 중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안나는 제우스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제우스의 손에 들린 벼락이 위협적으로 번쩍였다. 상황이 극에 치닫는다면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른다. 제우스는 한순간의 분노로 제 자식에게 벼락을 내리꽂고 타르타로스에 처박아버릴 만큼 충동적였고, 그 한순간의 선택이 득보다 실에 가까울지라도 쉽사리 물리지 못할 정도로 고집스럽고 오만했다.


만약 정말로 안나의 화살이 제우스를 향해 날아간다면, 그리고 제우스가 저 손에 든 벼락을 안나에게 내리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엘사의 엉킨 사고가 잘려나갔다.



엘사는 품에서 오리온의 화살을 꺼냈다. 화살과 함께 끌려 나온 아네모네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엘사는 그저 앞을 응시할 뿐이었다. 허공중에 소리 없이 외로이 낙하한 아네모네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오리온에게 죽음을 선사했던 화살이 다시 한번 엘사의 활시위에서 떠났다.


안나의 등을 뚫고 들어간 화살이 안나의 가슴 앞으로 튀어나왔다.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고 안나는 화살을 움켜쥔 채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레토가 그 끔찍한 장면에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급하게 뛰어나간 다급한 레토의 발에 바닥을 나뒹굴던 아네모네가 처참히 짓밟혀 짓눌려졌다.



엘사는 망연히 아네모네의 잔해를 응시했다.



오리온을 죽인 화살이 결국 안나를 구원했다.

오리온이 남긴 아네모네는 끝내 최후의 선택에서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전부가 엘사에 의해서 이루어진 선택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모든 것이 시간이 느리게 흐리는 것처럼 천천히 느껴졌다.



엘사는 천천히 몸을 숙여 망가진 아네모네 꽃잎을 손 위에 올렸다. 그리고 아네모네를 응시하는 엘사의 푸른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뚝 흘러내려 꽃잎에 떨어졌다.




아네모네 (Anemone)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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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위크편|애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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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 (Anemone)


1.

속절없는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저의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비록,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2.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쓴맛




이 편은 당시 꽃말 위크일 때 쓴 글이라서 위의 꽃이 중요 요소로 쓰였어!



아네모네의 꽃말이 두 번 쓰였는데 쓰인 의미랑 역할이 달라.



첫번째는 오리온의 엘사를 향한 사랑이자 용서하는 마음이었고


두번째는 첫번째 의미를 이어서 안나를 향한 엘사의 사랑을 나타냈어. 엘사는 죽은 오리온에 관한 죄책감으로 안나를 증오하지만, 결국 그 순간 죄책감보다 안 나에 대한 사랑이 더 강했던 거지. 아무리 죄책감으로 안나를 증오하는 척해도, 결국 엘사의 우선순위는 오리온보다 안나라는 거지. (오리온의 사랑-엘사의 죄책감을 상징하는 꽃잎이 레토의 발에 짓밟히는 것으로 나타냈어.)


그리고 두번째 사랑의 괴로움, 쓴맛의 경우는 원래 꽃말은 이별의 아픔이라는 의미랑 가까운 걸로 알아. 이별했기에 사랑이 괴롭고 쓴 거지. 하지만 나는 문자 그대로 괴롭고 쓴 사랑으로 사용했어! 어차피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 아닙니까!(뻔뻔)


과분한 사랑을 받고 용서받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고 자책했으면서도―결국 또다시 오리온을 버리고 안나를 선택하는 자신이 엘사는 위선적이고 경멸스럽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것이 안나에대한 사랑이라... 자신을 위선자로 만드는 사랑이 괴롭고 쓴 것이겠지! ...물론 해석은 읽는 쥬미들 마음이지만... 내가 Tmi기질이 많아서 그냥 주저려봤어.





설명이 잘 되었을까 모르겠는데, 엘사는 오리온을 죽인 자기 자신을 무엇보다도 혐오해. 하지만 그 원인이 된 당연히 증오해야 마땅한 안나를 마냥 증오할 수 없어.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끼고 있음.


그래서 엘사가 자꾸 토해내는 건… 안나를 향한 사랑이야. 안나를 사랑하는 자신이 증오스럽고, 역겹고 그래서 자꾸 정신적으로 구역질하는 거. (뭔가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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