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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 아폴론 안나와 아르테미스 엘사 6화

엘산나픽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16 0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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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타캐등장****






모음글 https://gall.dcinside.com/snowpiercer2013/812533










6.
















다음날 새벽. 엘사는 도망치듯이 아폴론 신전을 떠났다. 야트막하게 등 뒤로 번지는 새벽빛이 흐트러진 옷 사이를 파고들고, 엘사의 몸에 새겨진 손가락 자국이 참을 수 없이 욱신 거렸다.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기 전에 엘사는 신전으로 들어가 빛을 모두 차단하고 어둠 속에 몸을 웅크렸다.




  엘사, 만져줘




안나의 뜨겁고 촉촉한 애원이 귓가에 선명했다. 얼굴을 간질이며 바스락 되던 붉은 머리카락이 여전히 엘사를 괴롭혔다. 온몸을 할퀸 뜨거운 해방감이 이제는 욱신거리는 죄책감으로 남았다. 


지워버리고 잊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온몸이 어젯밤을 기억했다. 불꽃을 삼킨 듯이 뜨겁고, 배속의 깊은 곳에서 생소한 감각이 살아나 날뛰어, 아랫배가 팽팽해지던 뻐근한 쾌감을.




  핫, 하악, 엘사, 엘사…




원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자극적인 기억들에 배속이 뭉근하게 죄어들었다. 찰나의 밤이 엘사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도대체 안나를 어떤 얼굴로 마주하면 좋단 말인가? 차라리 원망과 죄책감이 사슬이 되어 엘사를 옥죄일 때가 더 편했다. 엘사는 이제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불쑥 생겨난 그 한줄기의 희망을 삼키며 엘사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야기…해봐야지."




안나와 이야기해보고,



어쩌면…,


어쩌면,



두근,


두근,


두근,



.

.

.




"…뭐?"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 엘사는 맞은편에 앉아서 안절부절하며 고개를 처박고 있는 안나를 당황스럽게 응시했다. 엘사의 푸른 눈에 균열이 생겼다. 그 변화를 안나는 깨닫지 못했다. 깨달았더라도 안나가 옳은 답을 내놓을 가능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듯하지만.




"내가 뭔가 말실수했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엘사."

"말…실수? 기억-안 나는구나."

"윽, 정말 미안해. 그날 들떠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하, 엘사는 날카롭게 웃음 섞인 숨을 토해냈다. 하하하하, 눈물이 맺힐 정도로 엘사는 웃었다.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엘사를 보며 안나는 어리둥절하다가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음유시인들이 아폴론에 대해 부르고 다니는 노래 중에 하나가 불현듯 엘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태양과 같은 찬란한 생기를 지닌 사랑스러운 태양의 신 아폴론, 그녀의 싱그러운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찬란한 이성의 신께서는 사랑의 열정을 몰라. 그녀를 향한 열렬한 정인의 사랑을 취하고 영영 당신을 잊어버릴 테니.


하룻밤의 달콤함 끝에, 영원토록 꺼지지 않는 뜨거운 갈망으로 잿더미가 되어가는 당신을 뒤로한 채로.




바보 같았다. 그 잔혹한 노랫말이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웃음이 서서히 멎고 엘사의 얼굴이 참을 수 없는 비참함과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 수많은 그녀의 잠자리 상대가 그러했듯이 엘사 역시 안나의 하룻밤의 불놀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침대에 올랐던 많은 존재가 그러했던 것처럼 엘사는 안나에게 잊혀졌다.




"그럼,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안나."




  나를 미워하지 마…



마치 엘사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원하며 엘사를 만지던 것에 취해서 애욕으로 칠해버렸던 수많은 감정들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난다. 죄책감, 배덕감, 자기혐오, 그리고… 과거에서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는 어린 날의 그녀 자신 엘사.




"나는 너를,"




  미워하지 말아줘



그 한마디의 말에 새어 나왔던 마음의 조각을 엘사는 다시 제 안에 삼킨다. 사랑, 기대, 희망, 그날 밤 쏟아져 나왔다가 안나의 손에 바닥으로 내팽개쳐져 깨져버린 날카롭게 조각난 얼음 파편 같은 그것들을 다시 제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것들에 베이고 난도질당한 가슴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이 또한 언젠가 가라앉을 거다. 적어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차디찬 가면 아래에 상처를 숨길 수 있을 것이다.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그만하기로 엘사는 결심했다.












+












"사냥은 역시 내 취향이 아니야."




아테나는 생명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 사슴의 숨을 검으로 거두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도망치는 상대를 쫓는 건 아테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아테나는 머리에 붙은 나뭇잎을 떼어내며 정돈된 도시의 길을 떠올렸다. 불평을 하는 아테나를 보며 엘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싫어할 거라고 했잖아요."

"넌 대체 사냥의 뭐가 좋은 거니?"

"숲의 상쾌한 냄새도 좋고, 달릴 때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도 좋고, 동물들이 내는 각양각색의 소리들도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잖아요. 규율도, 규칙도, 남들의 시선도 없이"




아테나는 돌 위에 앉은 채로 조용하게 웅얼거리는 엘사를 바라보았다. 아테나는 자연보다는 문명을 사랑했다. 야생의 자유로움보다는 규율의 안정성을 선호했다. 이렇게 다른데 어쩌다 내가 저 아이를 사랑하게 됐을까. 아테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에 들린 술잔을 빼앗았다. 흐릿한 초점으로 숲속을 응시하던 엘사의 시선이 천천히 아테나를 향했다.




"기껏 그렇게 좋아하는 사냥을 나왔는데, 왜 여기서도 술만 마시고 있어?"

"…그냥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그래요."




돌려줘요. 볼멘소리로 속삭이며 엘사가 빼앗긴 와인병에 손을 뻗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아테나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그 대신 아테나는 술기운에 붉어진 엘사의 뺨을 꾹 누르며 화를 억눌렀다.




"캐스…아파요."

"답답해서 그래, 답답해서!"




사실 물어볼 것도 없었다. 어차피, 엘사가 이렇게 속상해할 일은 아폴론에 관한 일밖에 없었다. 아테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언제쯤 이 아이는 그 슬픔의 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쯤 그 달빛을 잊을 수 있을까. 아테나는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평소라면 굳이 내뱉지 않을 소리를 입밖에 꺼내었다.




"안나의 임신 소식에 슬퍼하는 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임신이요?"




엘사의 눈이 커졌다. 당연히 안나의 임신소식때문에 우울해하고 있었다고 여겼던 아테나는 몰랐던 것같은 엘사의 반응에 놀라서 뺨을 놓아주었다. 의심스러운 어조로 아테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몰랐니?"

"몰랐어."




내내 맥이 빠져있던 엘사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당황스럽게 흔들거리면서도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 엘사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괜한 소리를 한것이 아닌지 불안했다. 아테나의 손을 잡아끄는 엘사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정말이에요?"

"정말이야. 삼 개월이라는데"

"그럴, 그럴 리가."




엘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 그러니? 아테나의 질문에도 엘사는 한참을 말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해하며 끙끙거렸다. 잡힌 아테나의 손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욱신거릴 때쯤이 되어서야, 엘사는 눈꼬리를 늘어트리며 입을 열었다.




"어떡하면 좋아요? 캐스?"




엘사가 발음이 다 뭉개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어떡하면…"




왈칵 엘사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 홀로 떨어진 아이처럼 우는 엘사를 보면서, 아테나는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그러게 어쩌면 좋을까, 너를.

어쩌면 좋을까, 나를.










+










안나는 임신을 핑계로 모든 연회 참석을 거절하고 신전에 틀어박혀있었다. 오리온을 죽이고 엘사가 자신을 밀어내기 시작한 후로 안나는 별의 별짓을 다해왔었다. 엘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한 생활을 하기도 했고 술에 취해서 흥청망청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나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엘사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왔는데 안나는 그 기회에 들떠 술에 취해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더 최악인 것은 그 실수를 기억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안나의 어리석음으로 엘사와의 관계는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용서할 수 없어."




그 순간, 안나는 위태롭게 버텨오던 세상이 무너져내린 것만 같았다. 그 말을 하는 엘사는 담담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여태껏 서로가 서로에게 뱉어오던 날선 말들과도 달랐다. 감정이 배제된 변할 수 없는 엄중한 판결이었다. 안나는 엘사에게서 완전히 잘려나갔다.



안나가 울고, 화내고, 애원해도 변하는 것은 없으리라.


그것을 깨닫자 안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수용 범위를 넘어선 너무나도 큰 고통으로 인한 방어기제로 감각이 차단된 것 같았다.



안나는 그 아득함에 묻혀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엘사가 찾아왔다.



입가에서는 술 냄새가 났고 얼굴을 붉어져있었다. 휘청휘청 걸으며 안나의 방에 들어온 엘사를 보며 안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술을 즐겨 하는 안나와 달리 엘사는 술을 멀리했기에 그런 모습의 엘사를 보는 건 드문 일이었다. 거기다 엘사가 자신을 다시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안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섰다. 너무 오래 누워있던 탓일까, 안나는 순간 도는 현기증에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엘사가 안나를 끌어안듯이 붙잡은 덕분이었다.



술 냄새가 베어든 숨이 안나의 귓가를 적셨다. 안나는 자신의 몸에 닿아오는 엘사의 체온에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안나는 엘사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몸을 들썩였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 엘사는 숨을 몰아쉬었다. 안나의 몸을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잇소리와 함께 느슨해졌다. 그리고 들썩이는 안나의 머리를 엘사의 손이 토닥였다.




"엘사, 나-"

"미안하다고 하지 마."




얕은 수작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 엘사가 선을 그었다. 품 안에 안긴 채로 입을 다문 안나는 엘사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엘사가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일에 관해서는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마."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엘사가 속삭였다. 안나에게서 살짝 몸을 뗀 엘사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동자는 조금 물기를 띄고 있었다. 붉은 끼가 감도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은 엘사는 조금 부풀어 오른 안나의 배를 바라보았다.




"그래야 가족으로 있을 수 있으니까."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의 의미를 안나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평생 좁힐 수 없는, 좁히려 해서는 안되는 거리가 그들에게는 만들어졌다. 둘이자 곧 하나였던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그 간극이 못 견디게 서글펐지만, 그것을 만들어버린 건 자신의 어리석은 충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안나는 항의할 수 없었다.




"응. 알았어."




어쩌면 원래부터 이렇게 되는 것이 정해져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태양과 달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건지도.












+












그 후로 엘사는 안나의 곁을 맴돌았다. 새롭게 만들어진 그들의 관계의 거리감에 엘사와 안나는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고 둘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린 시절처럼 친근하게 대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 일'이 일어나기 이전처럼 티격태격할 수도 없었다. 한 번은 어쩌다 두 여신 사이에 끼인 아폴론 신전의 님프 하나가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을 하기도 했다.


애꿎은 님프 하나를 기절시켜 실려가게 한 엘사와 안나는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원활하게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나에게는 의외의 일이었지만, 엘사에게는 당연하게도 그 계기는 안나의 아이였다.



아이가 뱃속에서 발길질을 하는 느낌에 안나가 불편한 얼굴로 배를 쓸었다. 안나의 이변을 눈치챈 엘사가 시선을 올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기가 뱃속에서 발길질을 해서."

"…발길질?"

"응. 만져볼래?"




안나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엘사가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내뱉은 말이었는데, 엘사의 반응은 안나의 상상과는 달랐다.




"그래도 돼?"

"어, 어-."




냉기가 풀풀 풍기는 얼굴로 거리를 둔 채 안나를 관찰하던 엘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순해진 얼굴로 엘사가 물었다. 머뭇거리면서도 묘하게 들떠 보이는 엘사에 안나는 덩달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하얀 손을 배 위에 올렸다. 숨죽인 채로 움직임을 기대하는 엘사를 약 올리듯, 아이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엘사가 아쉬운 얼굴로 손을 거두려 할 때쯤 아이가 발길질을 했다. 툭, 하는 감각에 엘사의 눈이 커다래졌다가 부드러워졌다. 그날은 내내 엘사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 후로 안나는 엘사에게 의도적으로 아이에 관한 것을 언급하곤 했다. 그러면 엘사가 슬그머니 근처로 와서 안나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때부터 그들의 날선 분위기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그렇게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고 출산의 때가 왔다.



레토와 함께 산파 에일레이튀이아가 오기를 기다리던 안나는 에일레이튀이아는 안오고 레토만 아폴론 신전을 들어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산파의 여신은요?"

"못 들었니? 엘사가 자신이 하겠다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엑, 엘사가?!"




안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져서 외쳤다. 응, 엘사가 에일레이튀이아를 못 믿잖니. 레토가 따스한 물을 담은 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도움을 몇 번 받았던 안나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지만 처녀신인 엘사는 출산의 신인 에일레이튀이아가 헤라의 명으로 레토를 돕지 않은 일을 여전히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거기다 에일레이튀이아는 헤라의 딸이기도 해서 헤라와 연관된 것은 일단 세모눈을 뜨고 보는 엘사였기에 더더욱 에일레이튀이아가 못마땅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안나의 아이에게 유난히 애착을 보이는 엘사가 에일레이튀이아를 배제하려고 하는 심정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안나의 아이에게 그만큼 애정을 쏟는다는 것이니 기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싫어요! 당장 에일레이튀이아를 불러와요!"




귀 끝까지 시뻘개져서 외치는 안나의 모습에 레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흥분하는 안나의 모습에 놀란 레토가 진정하라며 토닥였지만, 안나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에일레이튀이아를 데리고 오라며 애원할 뿐이었다.



출산의 과정에서는. 특히 산파의 역할을 하는 이에게는 지극히 사적인 모습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안나는 그런 모습을 엘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거의 울 기세인 안나에 레토가 다급하게 신전을 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레토는 안나의 바람대로 에일레이튀이아를 대동한 채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람대로 돌아가지는 않는 법. 엘사 역시 그들과 함께 안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싸늘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는 에일레이튀이아를 노려보던 엘사는 당황한 안나의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엘사?"

"…적어도 여기에는 있겠어."




안나가 엘사를 부르자 엘사가 어린아이처럼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팔짱을 끼고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집쟁이 어린아이라 안나는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럼, 내 머리맡에서만 있기로 악속하기다."




안나는 어쩔 수 없이 한숨과 함께 한발 물러났다. 엘사는 에일레이튀이아를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의 사나운 시선을 받은 에일레이튀이아는 긴장으로 삐걱거렸다. 레토가 조용한 목소리로 '엘사, 에일레이튀이아는 도와주러 온 거잖니'라고 타박했으나 그 효과도 잠시였다.



아이가 누굴 닮아 고집인지 안나의 출산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땀으로 범벅이 된 안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보를 그뤄 쥐었다. 고통스러워하는 안나의 모습에 초조하게 아랫입술을 깨물던 엘사가 결국 덜컥,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당신…"




그대로 에일레이튀이아의 심장에 화살을 꽂아버릴 기세인 엘사를 안나가 다급하게 붙잡았다.




"약속했잖아. 내 머리맡에서만 있겠다고."




떨리는 목소리의 안나의 말에 엘사는 결국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분에 찬 숨을 몰아쉬더니, 엘사는 안나에게 더 가까이 앉으며 힘이 들어간 안나의 손을 감싸 쥐었다.


푸른 눈동자가 부드럽게 안나를 담았다.


그리고 안나의 손등에 따듯한 엘사의 입술이 닿았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조용하게 속삭이는 엘사의 말에 안나는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












안나는 품에 안긴 아기를 능숙하게 재우면서 미소를 지었다.


안나는 모든 자식을 사랑했지만 유독 이번 아이는 품에서 떼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그 이유는 아마 아이의 외모가 엘사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안나의 자식들을 안나를 닮았다. 붉은 기가 도는 머리카락에 녹색 눈동자, 얼굴에 주근깨까지. 남녀 구분 없이 안나의 자식들 모두가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안나는 그것이 못내 아쉬워하곤 했다. 자매니까, 한 명쯤은 엘사를 닮을 수도 있을 텐데.




"보면 볼수록 엘사를 많이 닮았네."




레토가 신기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나는 제 눈에만 엘사를 닮아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 기뻐서 안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백발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가?"




삐죽 나온 백금발을 만지며 레토가 중얼거린다. 안나는 생각지도 못한 레토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 백발이었던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하얀 머리카락이 겨우 떠올랐다. 응, 그랬는데… 안나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보네. 엘사랑 머리색이 비슷하니까 닮아 보이는 거고."




레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서 납득을 했다. 하지만 안나는 레토의 그 발언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이름조차 기억이 안나는 그 남자는… 엘사처럼 아름다운 백금발이 아니었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달처럼 매혹적인 그런 색이. 기껏해야 인간들의 발에 더럽혀진 지저분한 눈 같은 색이었다. 안나는 입을 삐죽였다.




"언니나 나나 똑같은 피잖아요. 그래서 엘사를 닮은 거지."




안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나는 그 남자의 피 때문에 이 아이가 엘사를 닮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안나를 보며 레토는 구태여 말을 더 꺼내지 않기로 했다.




"닮아서 그런가, 엘사가 이 아이를 가깝게 여기는 것같아 다행이야."




그동안은 네 아이들에게 차가웠잖니.


레토가 지난 엘사의 행동을 떠올리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엘사는 안나의 자식들에게 호의를 보인 적이 없었다. 간혹 아스클레오피스와 같은 예외가 있었지만, 그건 혈연이라는 유대감보다는 그 아이 자체에 호감을 가진 것이었다. 오히려 엘사는 안나의 자식들이 엘사에게 인사를 할 때마다 찬바람이 쌩부는 얼굴로 눈을 흘기곤 했다. 레토가 그래도 핏줄인데 다정히 대해주라고 타박을 해도 그녀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를 바라보는 엘사의 표정은 봄바람처럼 따스하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를 안은 채로 눈동자에 아이의 얼굴을 새기듯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엘사의 모습을 안나는 떠올렸다. 너무도 그립고 간절하게 바라왔던 그 모습을.









+










"저 애가 네 애 같다고?"




아테나는 황금빛 요람에 누워 안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잡으려고 손을 휘젓고 있는 아기를 응시했다. 안나는 자신의 머리카락은 장난감이 아니라며 곤란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들며 이기와 놀아주었다. 아테나는 멀리서도 보이는 아이의 백금발과 고민에 빠진 엘사의 백금발을 번갈아 보다가,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처녀신과 여신 사이에 아이라니 이거 참. 그나마 본인이 직접 임신한 건 아니라니 다행이라고 할까."




무심코 뱉어진 아테나의 신랄한 말투에, 엘사가 움찔하며 흘긋 아테나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빈정대는 소리를 들으려고 이야기한 게 아니에요. 캐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그래. 미안.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나도 모르게 말이 거칠었네."




떨떠름한 목소리로 아테나는 말했다. 그리고는 찌푸려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피면서 조심스러운 어조로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확실히 안나보다는 너를 닮기는 했지만, '그 남자'도 백금발이었다며."

"백금발…이라기보다는 백발이었어요. 저 아이랑 달라요."

"눈동자 색깔은?"

"기억 안 나요. 하지만 푸른 눈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그러지 말고 뭐라도 기억나는 거 없어? 저 아이와 조금이라도 닮은 점."

"없어요."




기억에도 흐릿한 남자가 설령 저 아이의 아버지라고 할지라도, 저 아름다운 아이에게 그 남자의 모습이 하나라도 있을 리가 없지. 엘사는 이제 와서는 흰 머리카락, 비쩍 마른 몸밖에 떠오르지 않는 남자를 상대로 속으로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엘사의 차갑고 적의 어린 표정에서 그녀의 머릿속을 짐작하고도 남은 아테나는 몇 번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너… 꼭 쟤가 네 자식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




엘사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활을 쥐고 있는 엘사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흔들리는 푸른 눈이 아이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안나를 잠시 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엘사가 말했다.




"더는, 안나에게는 내 마음을 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 애는"

"여전히 무르구나 엘사."




저 아이에게 마음을 내어주면. 저 아이의 반쪽 녹색의 눈동자를 담을 때마다, 저 아이에게서 어쩔 수 없는 안나의 흔적을 느낄 때마다, 너는 또다시 조금씩 조금씩 안나에게도 마음을 내어주게 되겠지. 



아테나는 그렇게 조각조각 내어준 엘사의 마음이 다시 깨진다면 엘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미 한번 엉망이 되어 무너져내린 것을 보았으니까. 이미 깨질 대로 깨진 마음이니까. 언제까지 이 여린 아이가 버틸 수 있을까? 그 눈물로 가득한 샘물에서 언제쯤 이 아이는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아테나의 눈동자에 비치는 엘사의 얼굴이 오늘따라 어려 보이는 듯했다. 그때, 달빛 아래에서 보았을 때처럼. 아려오는 심장의 통증을 익숙하게 무시하며 아테나는 허리에 팔을 얹었다.




"내가 그 남자를 찾아볼게. 일단 그 남자를 만나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고마워요. 캐스."

"그런데, 아이 이름은 뭐야?"




그러고 보니, 이름을 듣지 못했네.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가벼운 말에 엘사가 침묵했다. 의아해서 응시하는 아테나의 시선을 피하며 엘사가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사 응? 뭐라고? 그게...




""아넬사!!""




라구요... 때마침 아넬사의 이름을 동시에 외친 안나와 목소리가 겹치고, 엘사는 말끝을 흐렸다. 안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잡아당기며 아넬사가 해맑게 웃었다. 어, 엄마 머리를 그렇게 잡아당기면 못써! 안나가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무려 태양신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해맑은 아넬사의 모습에 주변의 님프들이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붉어진 얼굴로 '도, 도와주러 가볼게요!'라고 외치고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아넬사, 아넬사… ANELSA...



AN(NA)ELSA...? 아테나는 엘사의 이상한 반응에 이름을 곱씹어 보다가 허둥지둥 가버리는 엘사의 뒤통수를 황망하게 바라보았다. 아넬사라니, 엘사가 저 이름을 지었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저 이름을 짓는 안나를 말리지도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머리카락을 놓기 싫다며 칭얼거리는 아넬사와 그런 아넬사에게 애원하는 안나, 그리고 그 사이로 끼어들어 자연스럽게 아넬사를 안고 관심을 다른 것으로 돌리는 엘사. 그런 셋을 보고 있자니 아테나는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비틀비틀, 아테나는 묘하게 창백해진 얼굴로 자리를 떴다.



한편, 죽어도 머리카락을 안 놓아주겠다는 듯이 어깃장을 부리던 아넬사가 엘사가 오자마자 순순히 머리카락을 놓아주고 얌전히 엘사의 품에 안기자 안나는 아픈 머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뺨을 부풀렸다. 그리고는 엘사의 품에 안겨있는 아넬사에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어, 아넬사. 엄마한테만 못되게 하고, 이모 앞에서는 내숭 떨고 이러기야?"

"아이한테 내숭이 뭐야? 네가 가지고 놀라면서 눈앞에서 흔들어 놓고."




아넬사를 살짝 하늘로 들어 올려주며 엘사가 미소 지었다. 아넬사는 작은 손으로 엘사의 얼굴을 잡으며 꺄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 엘사의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안나는 사이좋은 둘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해'라고 칭얼거렸다. 하지만 안나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어렸을 때 '그 사건'이 있었을 때부터 엘사는 안나에게 차가워졌다. 그리고 안나는 그런 엘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별의 별짓을 다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들은 서로에게 날이 선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 관심이라도 좋았다. 날 선 말속에 들어있는 실낱같은 관심. 내가 존재한다는걸, 너와 내가 같은 하늘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나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할 때까지는,




계기는 오리온이었다. 질투로 인해 깨어난 깊은 곳의 갈증이 계속해서 안나를 충동질했다. 그 실낱같은 관계보다 더 한 것을 원하고 바랬다. 어리석은 충동을 참지 못해서, 결국 그렇게 그 관계마저도 안나는 제 손으로 망쳐버린 것이다.




- 너는 그렇게 나서는 게 문제다. 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렇게 네 멋대로 행동하니까 모든 걸 그르치는 거야! 생각을 해라, 아폴론!




가끔씩 악을 지르는 헬리오스의 소리가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생각을 해라. 본능을 따르지 마라. 네 눈앞에 그어진 선을, 넘지 말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라. 그는 끝없이 악을 질렀다. 포도주에 취해서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눈에 붉게 실핏줄이 선 채로 안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안나는 생각 없이 행동해 선을 넘어버렸고 이제는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아도. 사무치게 차가운 외로움이 안나의 몸을 휘감아도. 안나는 그어진 선을 덧그리며 가만히 기다려야 했다. 엘사가 안나를 돌아볼 때까지, 그 선을 넘어올 때까지.



그런데 아넬사가 생기고 나서 엘사는 기적처럼 안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아넬사를 돌볼 때면, 둘은 다시 가족이 된 것만 같았다. 위태로웠던 그들의 관계가 아넬사로 다시 강하게 연결이 된 것이다. 레토의 일이면 언제든지 하나가 되었던 것처럼. 




"이렇게 얌전한 아넬사인데, 엄마가 약 올려놓고서 아넬사한테 다 뒤집어씌우네."

"꺄하!"




이번에는 아넬사가 엘사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방긋방긋 웃는다. 안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넬사가, 영원히 저 대로였으면. 이대로 어린아이인 채로 내 품 안에서 날아가지 않고 엘사와 함께 영원토록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이대로 쭉 이렇게 행복했으면.



정말 그걸로 된 거야?



…그럴 수 있도록, 다시는 선을 넘지 않을 거야.









---------------------









1~5화까지는 내용이 크게 안바뀌었지만,

6화는 내용이 좀 바뀌었어.



달달한 엘산나를 보고 싶은 나머지, 중간에 엘사의 감정을 놓아버린듯해서... 엘사의 감정을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어. 이게 내가 리메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고!



그리고 엘산나의 이름은 아넬사로... 좀더 이름같고... 상대적으로 엘산나의 커플명이라는 것이 덜 티나서(?)



완결까지 쓰고 가지고 온다고 했는데...


완결까지 쓴건 아니고... 1부(?)의 대강의 내용을 글자로 정리하는 건 마쳤어. 원래는 머릿속에서 설정이랑 대강의 스토리라인, 반전요소를 정해놓고 떠오르는대로 쓰는 편인데, 나름... 1부 마무리까지 플롯이라는 것을 적어보았음.



이제 길게 풀어쓰기만 하면돼!! 1부 마무리까지 플롯 짠 기념으로 쉬엄쉬엄 올릴게.



*Ps. 아넬사는 백금발에 푸른눈 + 녹색눈의 오드아이


*Ps. 에일레이튀이아 : 산파의 여신. 레토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을때 헤라의 명으로 산파의 여신 에일레이튀이아가 레토를 외면하여, 레토는 산달이 지나도록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지 못하였다. 결국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합작으로 무명의 산파 여신을 데리고와 엘사가 태어나지만, 그녀 역시 헤라의 눈치가 보여 엘사가 태어나는 것만을 돕고 도망친다. 그 후에 엘사가 스스로 출산의 여신이되어 안나를 탄생시키고, 이 일로 처녀신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아르테미스는 순산의 상징이자 여신이 된다. 에일레이튀이아는 헤라의 딸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엘사에게 밉보인 상태이다. 다만 안나는 자식들 일로 에일레이튀이아의 도움을 제법 많이받아 그녀에대한 앙심은 모두 뒤로한 후이다. 

*Ps. 헤라 : 이성의 신이자 여러모로 제우스의 왼팔인 안나는 헤라와도 적어도 겉으로는 관계가 괜찮은 편이다. 안나는 헤라의 위치를 존중하고 헤라는 안나의 유능함을 인정하고 있다. 제우스가 제일 아끼는 자식 중 하나인데다가 신으로서도 건재하니, 신들의 여왕으로서 안나를 대놓고 미워하거나 홀대할 수 없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안나가 신격을 박탈당하고 인간의 소지기 노릇을 했을때 내심 즐거워했다. (물론 신격을 박탈당한것도 아닌데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아레스덕분에 현타가 와서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폴론은 신격을 박탈당했다고 해봤자 잠시일 뿐인데... 내 자식이란 놈은 신격을 박탈당한것도 아닌데 왜저럴까?) 그래도 딱히 예전처럼 증오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헤라와 엘사는 상극. 여전히 미묘한 관계이다. 가정의 신인 헤라와 처녀신이자 야생성을 지닌 신인 엘사는 그 근본부터가 안맞으며, 한번 정한 것에 집요한 면이 있는 엘사는 헤라가 레토와 자신들을 괴롭게 했던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권위와 질서가 싫어서 자연으로 간 엘사이지만, 그렇다고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서 겉으로는 헤라에게 크게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지만 헤라의 곁에 가기만하면 엘사는 말이 더 적어지고 주위의 온도가 내려간다. 헤라 역시 엘사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명분이 크게 없기 때문에 그런 엘사를 방치하고 있다. 명분만 생긴다면 언젠가 엘사를 혼줄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접점이 없는 터라 명분이 없다.


의외로 헤라는 안나보다는 엘사를 대하기 편하게 여긴다. 엘사는 자신을 대놓고 싫어하지만 안나는 분명 자신이 싫을텐데 싫은 티를 내지 않아 의심스럽고 불안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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