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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 아폴론 안나와 아르테미스 엘사 7

엘산나픽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0 02:41:18
조회 321 추천 17 댓글 6



※※타캐주의※※


모음글 https://gall.dcinside.com/snowpiercer2013/812533














7.











짙은 구름에 가려 달빛조차 흐릿한 밤. 온몸을 검은 망토로 가린 채, 얼굴마저 푹 늘어진 천 아래로 감춘 남자가 소리 없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소매 사이로 삐져나온 투박한 손에는 돌로 깎아 만든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처럼 그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라트모스의 동굴로 향했다. 그가 동굴 입구로 들어가기 전, 그 동굴의 주인 셀레네가 그의 발걸음을 막아섰다. 경계 어린 그녀의 얼굴이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창백해졌다.




"너는…"

"오랜만이오. 그동안 잘 지내셨소?"




버석하게 갈라지는 그의 목소리에 셀레네는 움찔하며 동굴의 입구를 몸으로 그의 시선으로부터 가렸다. 그런 셀레네의 반응에 알만하다는 듯이 그는 클클 웃는다. 가엽고도 가엽도다, 한때 어둠 속에서 오롯하게 빛나던 존재가 이제는 빛이 바래버렸구나. 과연 누가 이 여인이 그 고고하던 달의 신 셀레네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겠는가? 남자가 마치 연극 무대 위에서 독백을 토해내는 것처럼 양팔을 벌리고는 극적으로 말했다. 무례한 행동에 셀레네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지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미치광이처럼 혼잣말을 하러 온 거라면 다른 곳에 가서 하도록 해."

"무엇이 그리 두렵소? 당신의 그 비참한 사랑을 잃을까 봐?"

"감히…! 네가 어둠에 숨어서 이러고 다니는 것을 제우스에게 낱낱이 고해볼까? 다시 코카서스의 산에서 독수리에게 네 살덩이를 쪼아 먹히고 싶은 건가?"




망토의 모자 아래에서 말려 올라가 있던 그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그의 광기 어린 눈동자가 제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응시했다. 온몸을 태우는 것 같은 태양빛 아래, 갈증, 허기에 허덕이며 제 살을 파먹고 또 파먹는 독수리들의 날카로운 부리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던 나날들을, 절대로 잊지 않겠노라고 맹세하며 그는 자신이 묶여있던 돌을 깎아 반지로 만들었다. 남자, 프로메테우스는 밀려오는 끔찍한 기억에 돌 반지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세상이 변하려 하고 있소. 이미 그 씨앗은 세상에 뿌리내렸지. 하지만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어. 내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겠지. 아르테미스에게 가서 전하시오. 이번 월식에 숨겨진 예언을 들으러 오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지금 이 상태로 만족해."

"숨을 쉬고, 온기가 있고, 심장이 뛸 뿐. 사랑을 할 수 없는 인형을 끌어안고 공허한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그 독과 같은 사랑이?"




잔인하고 날카로운 말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와 셀레네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프로메테우스를 저주스럽게 노려본다. 하지만 부정의 말을 내뱉을 수 없는 것으로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셀레네는 인정하고 말았다.




"그래서, 너를 돕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당신이 스스로 걸어 들어간 감옥 속에서 영원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나아지겠지. 적어도 과거에 당신이 뒤로했던 것들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 가실 수 있지 않겠소? 그럴 기회를 지닌 자는 많지 않소. 셀레네."




셀레네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의 몽롱한 눈동자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선택하시오, 잊혀진 여신이시여. 어차피 운명의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너는…"




돌아서는 프로메테우스의 등 뒤로 셀레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지?"




프로메테우스가 셀레네의 물음에 잠시 발을 멈추고 날카로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미소 지었다.




"당연한 것을 묻는 구려. 그대가 그랬고, 내 형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가 아니겠소."




프로메테우스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고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셀레네는 동굴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면서, 과거를 묻은 채로 쾌락에 매몰되어가던 여신은 제 과거를 되새김질했다.



그녀가 뒤로했던 것들. 언제나 자신감 넘쳤던 헬리오스의 떨궈진 고개, 여린 몸에 상처투성이였던 붉은 머리의 소녀, 그리고 백금발에 사파이어같이 푸른 눈동자.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저주스럽고 또 저주스러운


그 푸른 눈동자











+










안나는 앞서 몇 번 언급했듯이 자식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레토와 태양과 달의 자매처럼 애틋하고 끈끈하지는 않아도 제 자식을 전부 기억하지도 못하는 제우스에 비하면 무한한 사랑을 퍼주는 자애로운 어머니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예민하고 얼음 같은 엘사가 천진난만한 아넬사의 손장난에 미간을 찌푸리지도 않은 채 자신의 얼굴을 내어주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안나는 어쩌면 자신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비웃은게 아니다?"




아넬사의 손에 눌리고 잡아당겨진 얼굴로 엘사가 안나를 향해 말했다. 붕어입술을 하고도 저렇게 또렷한 발음으로 추궁을 하다니 저것도 신의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웃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안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이를 악물고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당…당연히 아니지…!"




이제 아넬사는 엘사의 입술을 양쪽으로 잡아서 대각선으로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엄격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것이 오히려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불러왔다. 안나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무너져내렸다. 무릎을 꿇은 채 배를 움켜쥐고 안나는 바닥을 쾅쾅 두드려댔다.




"…."




박장대소하는 안나를 싸늘하게 응시하던 엘사가 아넬사를 데리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평소에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움직여 안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던 엘사답지 않은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방문이 쾅 닫혔다.


그제야 정신이 나간 웃음을 수습한 안나는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차가운 바람을 남긴 채로 가버린 엘사의 뒤를 따랐다.




"미…미안해! 엘사- 안 웃을게에! 안 웃을게!"




안나는 애교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꼬리가 달려있었다면 꼬리라도 흔들 기세였다. 졸졸 따라오는 안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아넬사를 안은 채로 엘사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건물에서 나와 엘사는 정원으로 들어섰다. 안나는 엘사에게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둘의 뒤를 한걸음 떨어져서 걸었다. 엘사도 안나의 동행을 거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빛줄기가 엘사의 백금발에 부서져 아름답게 흘러내렸다. 한참 엘사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놀던 아넬사는 정원 산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얌전히 안겨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안나의 뺨이 느슨해졌다. 몸에 번지는 따듯한 열기를 느끼며 안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평생이 오늘만 같았으면, 안나가 조용히 바라는 순간 엘사가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달콤한 생각에 빠져있던 안나가 미쳐 반응하지 못하고 엘사의 등에 몸을 부딪쳤다. 




"아, 미안-"




반사적으로 안나가 사과했다. 하지만 대답 대신 엘사는 안나의 품에 아넬사를 넘겼다. 얼떨결에 아넬사를 받아안은 안나가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엘사가 몇 걸음 떨어진 나무 쪽으로 화살을 쏘았다.




"으악!"




괴상한 비명 소리와 함께 엘사의 화살이 날아간 나무 위에서 헤르메스가 떨어졌다. 12 주신의 체면이 말이 아닌 모습으로 떨어져 땅바닥과 찐한 키스를 한 헤르메스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괜히 신은 아닌 건지 인간이었으면 코는 물론이오 두개골까지 금이 갔을 충격에도 그는 멀쩡했다.




"아르테미스! 위험하잖아요!"

"니가 왜 여기 있어?"

"그냥… 내가 못 올 곳 온 것도 아니고-"

"못 올 곳은 아니지만 몰래 숨어있을 곳도 아니지."




눈빛으로 제 두꺼운 낯짝을 꿰뚫어 버리는 듯한 기세에 헤르메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흘긋흘긋, 그나마 친해서 자신의 편이 되어줄 안나에게 눈을 굴려 시선을 보내보지만 안나는 난처한 얼굴로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안나는 그를 위해 엘사에게 밉보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눈앞에는 자신의 가죽을 금방이라도 벗겨버릴 듯한 맹수가 서있었고 유일한 조력자는 그의 위험에 모르쇠다. 그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기합과 함께…

넙죽 엎드렸다.




"자, 잘못했어요! 그냥 둘이 사이좋은 게 신기해서 저도 모르게...!!"




신기해? 내가 네 구경 거리니? 엘사가 싸늘하게 헤르메스를 내려보며 입술을 꿈틀했다. 무척이나 심기가 거슬린 모습에 헤르메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헤르메스가 쩔쩔매는 모습이 아넬사의 눈에는 신기하고 재밌었는지 맑고 밝은 웃음소리가 뒤에서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김이 새어버린 엘사가 분노를 삼키고 미간을 짚으며 작게 답했다.




"일단, 알았어."

"휴, 근데 저 아이가 새 조ㅋ… 아니 아폴론의 아이인가요?"




헤르메스가 흙을 털고 일어서며 물었다. 워낙 자식이 많은 아버지를 두었기에 혈연관계의 의미가 상당히 흐릿해진 올림푸스의 신들이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안나의 자식은 헤르메스의 조카가 맞았다. 헤르메스가 아넬사를 조카라고 칭한다고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었고 이복남매들에게 선을 긋는 엘사도 지금까지 별말이 없었던 부분이었다. (물론 간섭을 한 만큼 안나의 자식들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그렇기에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뒷머리가 쭈뼛하게 서는 한기에 헤르메스는 생존 본능으로 겨우 말을 바꾸었다.




"응. 아넬사라고 해."

"아넬사… 예쁜 이름이네요. 인사해도 될까요?"




헤르메스가 엘사의 눈치를 보며 슬슬 다가왔다. 안나 역시 엘사의 다소 예민한 반응이 신경 쓰였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

"고마워요. 안녕! 아넬사! 난 헤르메스라고 해. 전령의 신이지."




헤르메스가 능숙하게 아넬사의 손을 붙잡고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며 흔들었다. 제 손을 잡고 흔드는 처음 보는 신을 본 아넬사의 눈이 커다래졌다. 멀뚱멀뚱 제 눈앞에 들이밀어진 헤르메스의 얼굴을 보던 아넬사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칭얼거리며 안나의 품에 달라붙었다. 그러자마자 그게 신호탄이 된 듯이 못마땅한 얼굴로 헤르메스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던 엘사가 그의 목덜미를 잡아끌어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불편 하대잖아."

"그건 아르테미스가 노려보니… 아니, 아님다."




헤르메스가 말끝을 흐리며 엘사를 흘끗 보았다. 백금발에 새하얀 피부, 반쪽 푸른 눈동자, 어림에도 불구하고 새침하고 예민해 보이는 이목구비. 아넬사는 빨간 머리와 녹안을 지니고 있었던 안나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외모의 소유자였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영락없이 엘사와 판 박이었다. 처녀신 아르테미스가 남들 몰래 낳아온 딸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있을 수 없는 문장임에도 똑닮은 그 외모가 개연성이 되어버릴 만큼 말이다.




"근데 아빠는 누구예요?"

"아빠? 기억이 잘 안 나는데…어디 변방의 눈의 신이라던가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안나가 아넬사를 토닥이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답했다. 별로 유쾌한 화제는 아니었다. 엘사는 관심이 없는 듯이 한걸음 떨어져서 팔짱을 낀채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안나는 괜히 눈치가 보여 목소리를 낮추었다.




"변방의 눈의 신? 오- 더 이야기해봐요. 흥미롭네요."

"안나."




눈치가 없는것도 아니면서 철판을 끼고 물어대는 헤르메스의 질문에 안나가 곤혹스러워하는 사이 진저리가 났는지 싸늘한 목소리로 엘사가 안나를 불렀다. 아넬사가 태어나고 나서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날카로운 발음에 안나는 저절로 어깨를 움츠렸다.




"응?"

"더 이야기할 거면, 아넬사는 내가 데리고 들어가고 싶은데."

"아냐, 더 이야기 안 할…"

"에이- 아르테미스한테 맡기고 저랑 더 이야기해요. 아폴론."




친구라고는 아폴론뿐인데 저 버리는 거 아니죠? 헤르메스가 가식적으로 훌쩍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언제부터 너랑 내가 친구였냐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안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엘사의 차갑고 가라앉은 푸른 눈이 오히려 안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잠깐만 맡아줘. 금방 갈게."

"급할 거 없어. 천천히 와."




아넬사를 품 안에서 내어주며 소심하게 덧붙인 안나의 핑계마저 엘사는 단호하게 잘라내었다. 휙,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엘사의 뒷모습을 보며 안나는 괜히 눈치 없이 군 헤르메스의 정강이를 차버렸다.










+










아넬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으나 엘사는 그들이 있던 정원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엘사는 아넬사가 자신의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엘사 혼자만의 추측이었다. 표면적으로 엘사는 어디까지나 이모였고 아넬사를 엘사가 홀로 데리고 있을 기회는 적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불청객으로 인해 기분이 저하되었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단둘만의 시간이라고 해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넬사는 하루의 절반을 잠을 자면서 보냈고 깨어있는 시간도 특별히 울거나 하지 않는 얌전한 아기였다.


지금도 반쯤 잠에 취해서 아넬사는 엘사의 토닥임에 고개를 까딱 까딱이며 얌전하게 품에 안겨있었다. 엘사는 적당한 곳에 멈추어 나무 밑 그늘에 자리 잡았다. 미풍에 아넬사의 백금발이 살랑거렸다. 작은 눈썹이 움찔거리고 작은 미간이 지푸려졌다. 엘사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가는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며 미소 지었다.




"시간을 잡고 싶은 기분을 알아요?"

"글쎄. 타르타로스로 크로노스가 추방되었을 때부터 시간이란 우리에게 무의미한 단어가 아니니."




아테나가 나무 사이에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카산드라 다운 대답에 엘사가 김빠지는 소리로 조용히 웃었다. 부드러운 표정의 엘사를 빤히 내려보던 아테나가 손을 뻗어 아넬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끝에서 간질거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끼며 카산드라도 미소 지었다.




"신기할 만큼, 정말 널 많이 닮았네."

"신기할 일인가요?"




그건, 아테나가 움찔 손을 물려 품에서 접혀있는 종이를 꺼내들었다. 잠시 엘사의 품의 아넬사를 보며 머뭇거리는 듯했던 아테나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조금 구겨진 종이를 건네었다.




"어느 쪽인지, 네가 이걸 보고 판단하는 건 어떠니."

"―이건?"

"너한테 탈출구가 될 수도 있고 족쇄가 될 수도 있는 정보"




엘사는 그녀가 내민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억 속에 흐릿한 남자가 떠오른다. 까치집이 된 흰 머리카락에 볼품없을 만큼 빼빼 마른 몸을 옷으로 어설프게 가린 채로 엘사를 지나쳐갔었던. 그에 대해 알면, 누가 아넬사의 진짜 부모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알고 싶었던 거 아니야?"

"…"

"일단 받아두기라도 해."




대답 없이 가라앉은 푸른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엘사의 손에 카산드라는 억지로 종이를 쥐여주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알아본다고 내가 고생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카산드라는 '그럼 나한테 빚진 거네?'라고 얄밉게 호호호 웃던 금발의 여우같이 생긴 여신을 떠올리면 아직도 속에서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뭐라도 부수고 싶은 심정이었다. 분노와 파괴, 이는 그 여자의 애용 방석이자 '타도 아테나'를 머리에 두르고 다니는 듯한 자칭 '암흑의 황태자' 아레스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지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임에도 그랬다. 그 여신, 아프로디테만 보면 아테나는 이상하게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아레스가 전쟁광에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단세포인 건 그 여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물론 아테나에게는 그녀에게 분노할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했다. 아테나를 깔보는 듯한 그 시선, 혈통으로 어디에서 밀리지 않는 아테나에게 약점을 들먹이며 '혈통'으로 아테나를 굴복시키려 하고 그 행동에 그럴듯한 명분까지 서는 유일한 존재. 제 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싫어하는 아테나를 당연히 제 밑으로 생각하는 그 근거 없는 특유의 백치 같은 오만함.


…하지만 아테나는 분노할 이유가 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분노하는 그런 신이 아니었다.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분노하고 그것이 클수록 차갑고도 합당한 형벌을 상대에게 내리는 것이 카산드라였다.



그렇지만 아프로디테, 그 얄미운 여신을 마주하기만 하면 어느새 그녀는 통제를 잃기 일쑤였다. 설령 그 얄미운 얼굴에 야만적으로 주먹을 날린다고 하더라도(실제로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지만) 분노가 가시지 않을 정도로.



다시금 떠오르는 아프로디테의 얼굴에 분노를 꾹 누르면서 카산드라는 말을 이어갔다.




"그 남자에 대해 조사하고 다니다가, 그 남자에 관심이 많은 이가 너나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

"헤르메스, 그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어."




헤르메스. 이상하게 아폴론의 상대에 대해 조사하고 다니다 보니 아테나의 귀에 그의 이름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겠거니 했다. 전령의 신이자, 상업의 신, 도둑의 신인 헤르메스는 유달리 그런 정보들을 모으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에 특화되어 있기도 했다. 어쩌다 그의 취미생활에 겹치겠거니 하고 한두 번은 넘겼다. 하지만 한두 번을 넘자 아테나는 자신과 그의 표적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아테나보다 한발 먼저 그는 정보를 수집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었다.


지상과 지하, 그 모두를 넘나들면서 눈을 굴리고 귀를 쫑긋거리기 좋아하는 이 염탄꾼을 고지식한 아테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이런 식으로 그가 남몰래 들쑤시고 다니는 일들은 높은 확률로 제우스와 연관이 있었고… 끝이 좋게 마무리되는 적은 드물었다.


여러모로 꺼림칙한 일에 아테나는 급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했다. 딱히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은 아프로디테에게 손을 내민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제우스의 형제와 자식들로 이루어진 올림푸스의 12 주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제우스보다 윗세대인 존재. 그렇기 때문에 제우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고 그가 쉽게 압박을 가할 수 없는 존재가 아프로디테였다. 거기다 남자에 관해서는… 헤르메스만큼이나 정보가 많은 존재이기도 했다.




"경계하는 것이 좋아. 뭔가 안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

"…제우스, 아버지가 뭔가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어쩌면. 아니길 바라지만."




아테나가 찾은 정보를 담은 종이를 엘사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엘사는 그녀에게 쉽게 부탁했지만 이걸 아테나가 엘사에게 건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우스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일 수도 있고,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예감대로 제우스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맞는다면 몰래 정보를 얻어다 주는 아테나의 행위는 배반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제우스의 신뢰가 카산드라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엘사는 그녀가 오래도록 고민했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고마워요. 캐스 언니."




엘사는 자신의 손에 종이를 쥐여준 아테나의 손을 끌어당겨 손등에 존경과 고마움을 담아 입 맞추었다. 태양을 가린 서늘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엘사의 짐작대로 여기까지 카산드라가 오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앞이 캄캄하여 제가 쥔 칼이 무엇을 벨 것인지를 알 수 없으니, 어디를 향해야 할지 전쟁의 여신은 고뇌했다. 불확실한 전쟁은 아테나의 취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아테나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설령 이 선택이 영원한 추락을 의미하더라도.











+











"천천히… 오라고 했어."




아넬사가 태어나고 한동안 엘사와 함께 지내느라 신전의 한쪽 구석에서 잊혀졌던 포도주통 속의 액체가 오랜만에 공기를 만났다. 달큰하고 어지러운 포도주의 향기가 순식간에 공기 중에 퍼졌다. 그것을 들이키는 것만으로 가슴속에 번진 불길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안나는 통째로 들어 목 안에 붉을 액체를 밀어 넣었다. 




  '그래, 천천히 오라고 했는데… 내가 일찍 가서,'




안나의 턱을 타고 미쳐 깔끔하게 삼키지 못한 포도주가 붉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포도주를 한 통을 마신 안나가 다급한 손길로 다른 포도주통의 뚜껑을 열었다. 한 통, 두 통, 세 통… 끊임없이 포도주 통이 바닥을 보였다.




  '그래서, 봐서는 안될걸 본 거야'




넓게 드리운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밀회를 즐기는 것처럼 다정하게 있던 엘사와 아테나. 두 사람은 같은 서늘함을 띄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림처럼 잘 어울렸다. 햇빛을 피해 그늘에 숨었듯이, 그들의 평온에 안나는 불필요한 방해물일 뿐이었다. 이 어지러운 심정과 뜨거운 분노는 전부 오롯이 안나만의 것이다. 말을 듣지 않고 괜한 짓을 해서 부스럼을 만든 자신의 잘못이다. 안나는 애써 머릿속의 장면들을 지워버리려 노력했다. 




내 탓이다.


내 탓이야.


내 탓이야.




-정신 차려.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똑바로 봐.

-네가 아래에 깔아뭉갠 것이 누구인지를

-똑바로 봐. 아폴론.




하아, 하아- 떨리는 손이 술통을 움켜쥐었다. 흩어진 백금발, 실망과 경멸이 뒤섞인 푸른 눈동자… 그 잊을 수 없는 날의 엘사가 포도주의 붉은 표면 위로 떠올랐다. 읏- 안나는 이를 악물며 헐떡였다. 



기억하지 마. 잊어. 잊어버려. 



안나는 포도주를 꾸역꾸역 넘기며 되뇌었다.













+












금방 온다던 안나는 해가 지고 아넬사가 잠든 후에도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엘사도 잠든 아넬사의 옆을 지키며 슬슬 열리지 않는 문을 흘긋흘긋 확인하고 있었다. 아넬사가 생기면서 엘사는 아폴론 신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밤이 되면 엘사는 자신의 신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여러모로 밤 시간에 이 장소에 안나와 함께 있는 것이 껄끄러워서였다.



결국 엘사는 안나를 직접 데리러 가기 위해 일어섰다. 아넬사가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엘사가 신전 복도로 나왔다. 밤이면 등불을 키고 활기가 감도는 아르테미스의 공간과 달리 아폴론의 신전은 밤이 되자 적막하고 고요했다. 간간이 벽에 달린 수면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옅은 불만이 길게 이어지는 신전의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소리 없이 엘사가 복도를 걸었다. 아폴론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님프들이 빠져나간 신전은 적막했고 가라앉아 있었다. 긴 복도를 따라 걷던 엘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안나를 찾을 수 있었다.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익숙한 포도주의 향기 흘러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향기가 흘러나오는 문을 열자 술창고의 한가운데에 뻗어 있는 안나가 보였다. 그녀의 옆에는 빈 술통이 수십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관경에 엘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나, 일어나."




해가 뜨고 님프들이 일을 하기 위해 신전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저렇게 방치해둘 수 없으니 엘사는 안나를 깨우기 위해 가까이 갔다.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보아도 안나는 반응이 없었다.




"하..."




엘사는 어쩔 수 없이 잠들어 있는 안나를 안아 들었다. 안나를 품에 안아서 옮기는 것 자체는 엘사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엘사는 품에 파고드는 안나의 손에 흠칫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의식하고 움직였다기보다는 몸이 들리자 무의식중에 잡을 것을 찾은 것일 터였다. 엘사는 저절로 들어간 몸의 긴장을 풀며 발걸음을 옮겼다. 



안나를 침대에 내려놓고 엘사는 근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신도들이 옮기기 힘들어하는 커다란 곰을 한 손으로 들어 옮기는 엘사에게 안나의 몸무게는 깃털과 같이 가벼운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온몸에 힘이 빠지고 팔이 저릿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엘사는 곤히 잠든 안나와 아넬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꿈속을 헤매는 얼굴이 똑같았다. 엘사는 힘 빠진 미소를 지으며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완전히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원래라면 신전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뒤늦게 사냥을 나서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어차피 신전에 돌아가 봐야 할일은 욕탕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 일 터. 하루쯤은 이곳에서 머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밤하늘의 달은― 어디서든 아름다우니까.






















아넬사가 좀 더 얌전해지고 잠만보가 되었음ㅎㅎㅎㅎㅎ 아넬사와 엘산나보다는 엘산나에 더 집중하고 싶었어.


아이를 계기로 함께하기는 하지만 아직 여러모로 서로에게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




*Ps. 현재까지 나온 그리스 신들의 디즈니 버전.


아르테미스 = 엘사

아폴론 = 안나

아테나 = 카산드라 (tva 라푼젤) 

아프로디테 = 라푼젤

아레스 = 유진



*Ps. 프로메테우스 : 가이아 이후 가장 정확한 예언을 내리는 자. 인간들을 가엽게 여겨 불을 빼돌린 벌로 코카서스의 산에 묶여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먹히는 벌을 받았다. 헤라클레스를 도와주고 그의 중재 아래 제우스에게 '메티스의 자식은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예언을 대가로 지불하고 풀려났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고문한 제우스를 증오하고 있으며, 그 증오를 잊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묶여있던 돌을 깎아만든 돌 반지를 끼고 있다. 제우스를 증오한다. 



*Ps. 셀레네 : 엘사 이전의 달의 신이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남매 관계이고, 헬리오스와 달리 세대교체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여전히 달의 신이기도 하지만, 라트모스의 동굴에서 연인 엔디미온과 24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그 영향력과 힘이 크게 줄었다.


엘사는 셀레네가 자신의 자리를 쉽게 엘사에게 넘겨주고 그녀의 밑의 개념으로 들어온 것이, 제우스와 엔디미온을 두고 어떤 거래가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엔디미온은 제우스의 아들이고 백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미남이다.



*Ps. 헤르메스 : 상업과 도둑의 신으로, 제우스의 충실한 심부름꾼이다. 제우스의 명령이나 말을 신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천상부터 지하까지 못 가는 곳이 없어 신들 사이에서 정보통이다. 제우스의 말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만큼, 오른팔인 안나와는 가끔 단둘이 술을 마시기도 하는 등 제법 사이가 좋지만 같은 이유로 엘사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헤르메스의 경우, 엘사를 무서워할 뿐 딱히 안 좋은 감정은 없지만 엘사는 헤르메스를 매우 싫어한다.



*Ps. 아프로디테 : 우라노스(제우스의 할아버지)의 성기가 바다에 떨어져서 나온 거품에서 탄생했다는 설을 적용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의 근원이 다른 올림푸스 신들과는 달리 제우스의 영향력 너머에서 탄생했고, 엄밀히 말하면 제우스보다 한세대 위의 신이라는 점에서 제우스가 어려워하고 경계하는 신이다. 생각이 없는 척하지만, 자신의 태생적인 위치와 이점을 200% 이용하고 있는 신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이 계산된 건지 모두 우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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