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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픽) 개연성이 필요하다면

Lexk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4 17:59:48
조회 416 추천 18 댓글 6






어떠한 상황에 개연성이 필요하다면, 가장 강한 개연성은 역시 분위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외모다. 지금 안나는 눈앞의 상황을 보며 생각했다.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 받고, 내일까지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는 밤에 10시간짜리 벽난로 영상이 틀어진 화면과 땀이 날 정도로 틀어놓은 온풍기. 그리고 서로의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미녀. 안나는 아버지 쪽 몇 번째 조상님과 똑 닮았다는 언니의 머리카락이 어두운 거실 아래에서 어딘가에서 들어온 빛을 반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빛은 달빛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만든 어떤 인공적인 빛이 저렇게 매혹적인 모습을 만들 수 있을까.

 

안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미녀가 자신의 친언니임을 잊은 채로 그 접촉을 허락했다. 처음으로 닿은 것은 코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코였다. 그리고 찐득한 립글로우가 발린 입술. 그래, 이 정도는 가족끼리 얼마든지 가능한 접촉이지. 그래. 괜찮아. 안나는 놀라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내 안나의 입 안으로 축축한 무언가가 들어오자 차분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안나는 손을 움찔거리며 손을 뻗어 언니를 밀어내야 할지, 아니면 이 움찔거리는 손을 뒤로 숨기며 언니를 계속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놀라 뜬 눈앞에는 언니의 얼굴이 가까웠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였고,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은 안나의 입 안에서만 느껴졌다. 장작이 불타고 있는 벽난로 영상에서 하며 장작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손을 움직여 언니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래. 밀친 수준은 아니었다. 맹세코 그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안나의 손이 닿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기다란 침의 줄이 둘 사이를 이어 늘어지다가, 끊어지며 소파에 자국을 남겼다. 안나는 턱에 침이 묻어 축축함을 느꼈다. 하지만 손등으로 그것을 훔치려 하지는 않았다. 안나는 가까웠던 언니의 눈동자가 멀어질수록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눈치챘다. 언니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누가 봐도 공황에 빠진 상태였다. 그래서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왜 자기가? 안나는 조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평소 친하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던 언니가 자신에게 키스를 한 것이지만, 그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니.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안나는 그저 그런 감정이라고 생각하며 언니를 바라보았다. 입 아래로 묻은 침방울이 눈에 띄었다. 분명 나도 같은 꼴이겠지.

 

 

취했어?”

 

안나는 왼손으로 자신의 턱을 닦으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 몸을 반쯤 돌려 소파에 바르게 앉았다. 안나의 시선은 화면을 향했다. 작게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팔을 기대며 오른손으로 입을 가렸다. 곁눈질로 언니를 바라보니 고개를 푹 숙인 상태다. 언뜻 보이는 귀가 끝까지 벌게졌다. 안나는 테이블 위를 바라보았다. 빈 머그컵과 반쯤 빈 초콜릿 상자. 머그컵 안쪽의 붉은 자국이 와인이 담겨있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안나는 작게 콧바람을 내쉬었다. 내쉰 숨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다.

 

이미 술을 마셨다고 해도, 겨우 위스키 봉봉에 취해?’

 

안나는 언니의 주량을 생각해봤지만, 자신이 그걸 알 리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는 항상 자신을 피했기 때문이다. 오늘 대화를 한 것도 며칠만이고, 그것마저도 언니, 초콜릿 먹을래?’그래.’뿐이었다. 지금도 언니의 대답이 없으니 온전한 대화라고 보기도 어려운 일이다. 안나는 이 침묵이 어색했다.

 

 

언니, 주사 참 심하네. 처음 봐. 하하.”

 

 

결국 안나는 취한 언니를 대신하여 변명했다. 그게 서로에게 좋았기 때문이다. 안나는 제발 언니가 알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다. 그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달아오른 귀에서 짐작했듯이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취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쯤은 안나도 알 수 있었다.

 

알고 있지만, 그래서 어쩌자고?’

 

안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길게 느껴졌지만 둘이 마주한 것은 짧은 순간이었다. 안나는 장작이 불타오르는 화면을 응시했지만, 머릿속에 입력되는 정보는 제 언니의 입술이었다. 몇 분 전에 자신의 입 안을 헤집던 것을 안에 숨긴 그 입술. 안나는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며 빨리 일을 벌인 당사자가 아무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멋쩍게 웃으며 취해서 한 실수였다고 말해주길 기다렸지만 제 언니의 굳게 다문 입술을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미치겠네. 진짜.’

 

안나의 속만 타들어 갔다. 곁눈질로 본 언니의 입술이 예뻐 보인다. 아니, 대체 왜 이런 생각만 드는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입맞춤을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키스는 처음이 맞지만. 단순한 입술 접촉이 아닌 키스라서 그런 건가? 그래.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 테다. 안나는 적막 속에서 합리적인 답을 만들어냈다. 그래야만 이 어색함을 없애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하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안 그래?”

 

 

안나는 과장되게 손짓하며 다시 언니를 바라보았다. 엘사와 눈이 마주쳤다.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안나는 억지로 웃음을 유지하려 애썼다. 오래 노력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안해. 안나.”

 

 

그녀가 함께 앉아있던 소파를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안나는 입꼬리를 완전히 굳혔다. 어차피 언니는 지금 자신의 표정을 보지 않을 것이다. 안나는 언니의 머리카락이 어둠 속으로 멀어지자 아쉬움을 느꼈다. 안나는 문득 왼손을 바라보았다.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코에 가져다 대고 킁킁거려보니 침 냄새가 난다.

 

꿈은 아니네.’

 

안나는 탁자 위의 초콜릿 상자를 정리하고 머그컵과 함께 챙겨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 개수대에 컵을 넣어두었다. 언뜻 시계를 보니 928분이다. 아직 열시도 되지 않았다니. 충분히 어두운 밖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의 눈이었지만 반가움보다는 원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장작이 타는 소리가 퍽 하고 울린다. 리모컨을 찾아 화면을 껐다. 그 옆에 놓여있던 난방기의 리모컨으로 바꿔 들고는 세차게 돌아가는 난방기를 껐다. 어차피 내일까지 이 거실에 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안나는 조용해진 거실에 서서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다가 흔들어보았다. 달각거리며 몇 개 남지 않은 초콜릿들이 존재를 알린다. 애초에 많이 들어있지도 않은 초콜릿이었지만, 애매하게 남아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안나는 언니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언니의 방을 지나야만 자신의 방이 나온다. 안나는 괜히 침을 삼키고 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복도는 낯설고 길게 느껴졌다. 괜히 걸음을 천천히 걷게 만드는 어둠이다. 발소리조차 나면 안 될 것 같은 적막이다. 안나는 문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 .”

 

 

바람처럼 귀를 스치고 간 소리에 안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언니의 방 앞이다. 안나의 목 안이 간지러웠다. 목구멍인가? 아니, 더 아래 깊은 곳이다. 소리는 귀신의 짓이 아니라는 듯 다시 들렸다. 안나는 조심스레 문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더욱 확실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 또한 그 안에서 들렸다.

 

안나는 자신도 취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나가 마신 것은, 40도가 넘는 독한 위스키일지라도 초콜릿 속에 든 매우 적은 양이다. 안나는 자신이 멀쩡함을 생각했고, 그 안에서 들린 것은 환청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안나는 초콜릿 상자를 쥔 채로 다른 손을 뻗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자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마저 사라졌다. 하지만 안나는 용건을 이야기했다.

 

 

언니, 초콜릿 먹을래?”

 

 

잠깐의 적막 뒤, 문이 열렸다. 찬 복도로 따뜻한 공기가 새어 나오며, 땀 냄새가 느껴졌다. 안나는 문을 열어준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았다.

 

 

그래.”

 

 

안나는 푸른 눈동자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꼈다. 하지만 언니는 그대로였다. 안나는 자기가 언니에게 매달려 입맞춤을 하는 중임을 깨달았다. 들고 있던 초콜릿이 바닥에 떨어져 탁, 하는 소리를 낸다. 언니의 손이 안나의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든다. 안나의 시야는 온통 백금발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뿐이다. 방 안은 엘사의 냄새로 가득하다.

 

, 그냥 취해버릴걸.’

 

안나는 엘사의 옷 속을 파고들며 생각했다.












엘탄절 도박 걸린 2개 중 1개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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