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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10 (상)

늦게인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20 22:43:17
조회 4062 추천 83 댓글 11

코 꿰인 썰 9


10.

  

 

. 안나. 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이 하냐. 아침에도 얼빠져 보이더니만.”

아이 참. 선배도. 놀랐잖아요!”

 

사실 오늘도 엘사 생각. 자꾸만 생각이 나니까. 게다가 오늘은 유독 손님이 없어. 브레이킹 타임. 무슈 와이번, 디 오리엔트의 중식 셰프 드 파티, 회사로 치면 엘사처럼 팀장급인 남자가 안나를 보며 웃어.붉은 머리, 어쩐지 노란빛이 도는 것 같은 메기 수염, 체구 작지만 튼튼해. 장난기 어린 눈동자를 가졌고 실제로도 장난끼가 넘치는 편이지. 늘상 이렇게 안나에게 장난을 쳐오는 사람이야. 일할때는 누구보다도 진중한 사람이지만.

 

. 맞다. 너 할 말 있다며. 사장님도 곧 내려오실거고 슬슬 털어놓지 그래? 수요일날 재료 체크 제대로 안 한 거 너지? 자수해서 광명 찾자.”

아 진짜. 선배. 나 아니라니까요.”

. 주목. 사장님 내려오셨다.”

 

샹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크리스토프를 향해. 안나와 눈이 마주친 크리스토프가 조금은 쓰게 웃어보이다가 고개짓을 하지.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얼굴색이 좋지만은 않다는 건 느끼지 못하고 그저 발그레 한 표정으로 오리엔트의 식구들을 돌아봐.

 

저 곧 결혼할 거 같아요.”

 

무슈의 손에서 떨어지는 나이프를 시작으로 모두가 입을 쩍하고 벌리며 놀란 반응을 보여줘. 어제 보았던 루헤인 가의 단체 ‘Wait, What?!’과 다를 바 없어. 슬쩍 웃음이 나려는 걸 애써 참아내고 안나가 말을 잇지.

 

나이차가 나서... 비밀로 연애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 놓치기 싫어서, 곧 청혼하려구요. 다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우와. 축하해. 안나!”

 

샴페인을 터뜨리겠다느니 뭐니 얘기를 하는데 무슈가 실제로 샴페인을 가져와 터뜨려. 안나의 옷에 잔뜩 튀지. 이 정도의 반응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안나이기에 놀라지도 않아. 갑작스러워 보이겠지만 사실 두 사람 다 며칠 동안 상의한 내용이야. 안나가 알기론 임신하고 석달쯤 되어야 배가 불러온다는데 생각보다 엘사는 배가 빨리 불러오는 거 같아서 멜리사와의 협의 하에 원래 정한 날보다도 더 빨리 결혼하기로 했어.

 

여전히 아렌델 가 사람들한테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안나는 어제 루헤인 가에 들어가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지. 물론 돈이 없고 그런 건 아니지만 엘사에게 알파 측 가족들에게도 축복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 단체 웨잇 왓과 질문들을 받아내고 돌아와 이번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얘기한 거야. 신난 무슈가 또 하나의 샴페인을 안나에게로 쏟아내는 걸 받아주면서 엘사는 엘사대로 잘 얘기하길 바랄 뿐이야.

 

-. 아렌델-. 속도 위반 아니야?”

에이. 쟤가 그럴 애냐?”

그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안나 아렌델은 다르지.”

 

아주 조금 양심이 찔리지만 알려지면 공은 알파의 것이지만 과는 오메가의 몫이 되는 이 세상에서 진실을 밝힐 수 없어. 오리엔트 사람들에겐 그저 여기까지. 다정한 사람들이라 더 이야기 안 해도 더 이상의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많은 불 중에서 가장 급한 불은 끈 기분이야.

 

옷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로 라커룸에 올라왔는데 벨소리가 울려. 일할 때는 집중하는 걸 좋아해서 핸드폰 자체를 꺼놓고 라커에 넣어놓는데 이젠 걱정이 되는 사람들이 생겨서 근무중엔 멜리사와 엘사의 번호만 벨소리가 들리도록 해놨어.

 

멜리사가 전화할 때는 멜리사가 직접 지정한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엘사가 전화할때는 태교에 좋다는 피아노곡이 흘러나와. 지정한 날 이후로 처음 듣는 벨소리에 단번에 엘사라는 걸 알아채. 엘사가 저한테 전화할 일이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긴건가. 안나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지. 다행이 엘사의 목소리는 흐트러짐 없어. 아주 조금 당황한 눈치이긴 하지만.

 

우리 팀... 오늘 회식하자는데 아렌델 씨 일하는 곳으로 가도 괜찮아요?

 

연애해서 결혼했다고 하는거니까 서로의 팀원들한테 얼굴을 비치고 인사를 해야할 거 같다고 했던 걸 떠올리지만 오늘처럼 빨리...?

 

너무 빠르죠...? 적당히...

아니요. 여기로 와요. 준비할게요.”

괜찮겠어요? 무리면... 다음에...

대신... 조금만 천천히 와줄래요...?”

 

큰일 났다. 아직 생각해 둔 시나리오 같은 건 없었는데. 산 너머 산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안나. 미안. 너 옷 많이 젖었냐?”

허엉... 선배애...”

 

무슈의 옷을 보다 안나가 좋은 생각을 떠올려. 어쩐지 등 뒤로 소름이 돋는 무슈야.

 

 

 

전화기 너머 흘러나오는 당황한 목소리에 엘사는 티낼 수 없지만 당혹스러움이 가득 차. 이렇게 불쑥 찾아가도 정말 괜찮을까. 사실 저녁 회식이야 회사 근처 아무데나 가도 괜찮아. 하지만 스스로 안나가 해준 저녁이 먹고 싶어서 가고 싶은 거였어. 희한하게도 안나와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입덧이 덜해졌거든. 다른 음식을 먹으면 아직 속이 울렁거리거나 거부감이 드는데 안나가 해준 음식은 그런 게 거의 없어.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안나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알고 인정하는 엘사야. 매일 이런 저런 재료 들고 와서 반응을 살피고 메모하고

 

사실 저야 냄새 맡고 거부감 들면 화장실로 달려가면 된다지만  물론 이것도 여러 번 하면 매우 버거워  계속 그거를 신경써가며 요리해야하는 사람보다는 편한 입장이라

 

그리고 신경을 써야하는 일들을 안나가 도맡아하다보니 엘사는 안나가 들어온 이후로 정말 불편할 일이 없었어.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게 부탁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아서 마냥 미안해져. 그래도 미안하지만... 일단 오라고 했으니까...

 

팀장님! 배고파요!”

예약하신건가요!”

고급 레스토랑 같던데!”

와아... 왓슨! 왓슨!”

 

저희들끼리 떠들다가 갑자기 제 이름을 연호하는 팀원들을 바라보고 딱 한 가지만 생각해. 과연 내가 당신을 위해 시간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가깝지만 자전거로는 십 오분 거리. 택시로는 십 분 거리. 걷는다면 약 이십오분. 다리가 아파도 걸으면서 시간을 많이 벌어주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자린고비인 제인 대리가 제가 낼 테니 택시를 타자며 팀원들을 이끌어. 이 골목이 택시가 잘 잡히는 곳이 아닌데 택시를 한 번 잡으려면 십분정도 걸어가야 잘 잡혀. 근데 이게 무슨 일인지 택시가 잘 잡혀... 엘사는 문득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한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

 

십 오분 정도밖에 시간 못 벌었는데 괜찮으려나... 엘사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레스토랑의 문을 열어.

 

멋있다. 엘사의 머리를 가장 먼저 강타한 생각이야.

몇 번 봤을 때랑은 묘하게 다른 하얀 요리사 복장의 안나가 직접 마중을 나와 그들을 에스코트해. 온기가 가득 어린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지만 딱히 아는 척 티를 내지 않아. 엘사도 일단은 크게 아는 척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미련이 남아서 주방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봐.

 

창이 쳐진 오픈 키친으로 안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보여. 이렇게 안나가 요리하는 걸 보는 건 저도 처음이야. 음식 냄새 때문에 입덧할 수도 있다고 안나는 제 앞에서 요리를 하지 않았거든. 늘 생글생글 웃는 분위기였는데 주방에선 눈매가 한껏 진지해. 저런 눈을 본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 처음 만난 날 침대여서였지. 둘 다 술에 취해있었지만 기억나. 헐벗은 채로 하반신을 잔뜩 애무하던 때 저런... 표정이었던 거 같아...

오 이런... 갑자기 리플레이 되는 그 날의 장면에 엘사는 저도 모르게 숟가락을 떨어뜨려.

 

과장님. 직원한테 숟가락 갖다달라고 할까요?”

괜찮아요. 마저 들어요.”

 

가져다주겠단 남사원을 자리에 앉히고 다시 주방을 봐. 수프는 거의 다 먹었으니까 숟가락 쓸 일 별로 없을 거야.

안나, 어디 갔지? 눈으로 샅샅이 주방을 살피지만 어느 새 사라진 안나야. 몸도 살짝 틀어가며 안나를 찾지. 그러다 제 옆에 나타난 사람에 살짝 놀라. 안나야. 어떻게 알았는 지 제 앞에 다시 숟가락을 놓아주며 웃어.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고 잘 어울려. 아까 전 생각때문인지 이젠 섹시해 보이기까지해.

 

맛있게 먹어요.”

 

저만 들리도록 순간적으로 지나간 조용한 목소리와 함께 미소를 머금은 사람이 제 자리로 돌아가. 눈빛은 더 진중해져 있고 이젠 칼까지 들고 요리해. 엘사는 대화에 끼지도 않고 안나만 바라봐. 사실 대화가 안 들렸어. 아까 전 그 남사원이 이 말을 던지기 전까지.

 

이야... 간이 딱인데요?”

팀장님 입맛 까다로우시다던데 그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겠네요.”

난 별로인데. 매워.”

말레피센트 씨. 이게 매워요?”

 

말레피센트와 오로라가 별로라고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그 누구도 집중하지 않아. 그 둘의 의견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계속 연달아 코스요리가 나오고 그 때마다 안나가 직접 나와서 이게 어떤 요리인지 설명해주고 플레이팅한 접시를 하나씩 손수 올려줘. 서비스라며 와인도 따주지. 막내라면서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은 건가? 싶어.

 

팀장님. 이렇게 맛있는 식당은 어떻게 찾으신거예요?

오늘 정말 식사 잘 했어요.”

잘 먹었습니다!”

 

요리는 안나가하고 계산도 사실은 법인카드로 하는 건데 어쩐지 제가 칭찬 받은 거 같아. 웃는 팀원들에게 맞춰 엘사도 살짝 미소를 보여. 지금 이 팀의 분위기는 최고조야. 저를 제외한 팀원들은 모두 다 서너 잔씩은 걸친 상태거든. 엘사에게도 다들 몇 번 권했지만 간이 안 좋다고 하니까 더 권하지 않아서 엘사 몫까지 나눠마신 상태라 술을 잘 못하는 이들은 취할 정도였지. 하나, , ... 퇴근을 했다지만 제가 이 팀의 책임자이니 돌려보내는 것까진 제 몫이라고 생각하며 엘사가 인원을 체크해. 근데 누가 없는 것 같아... 제인!

 

제인 대리, 어디갔어요?”

아직 안 나오신 거 같은데요...”


- 왜 자꾸만 짤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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