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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뾰족귀 닌겐 8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02.99) 2016.03.01 21:46:52
조회 474 추천 22 댓글 6

"쟤가 할 말 있나봐."

엘프는 신기한 원석 구경을 하는 안나를 툭 치며 턱짓으로 엘사를 가리켰어. 엘사가 할 말이 있는건 안나가 아닌 흰머리 엘프겠지. 엘사는 조금씩 안나의 옆으로 다가왔어.

"안나."
"응. 무슨 일 있어?"
"나..얘랑 얘기할게 있어. 안나가 있으면.. 못할 것 같아서.."
"오, 둘이 하루새에 친해진거야?"
"그런거 아니야!"

무슨 얘기를 하나며 물어봐도 말을 안 해주니 벌써 싸우고 친해진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네. 별수없이 안나는 양다리를 걸치려고 엘사의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안놔를 손아귀에 넣어 가두고 지도를 보며 가장 가까운 알맞은 캠핑장을 찾고있는 성녀에게 가겠지.

안나가 빠져나가고 엘프는 전직마왕과 혼자서 마주하게 됐어. 천진난만하게 원석을 자랑하던 엘프는 목에서 목걸이를 빼더니 엘사의 코앞까지 팔을 뻗겠지. 통찰도 안 되고, 엘사는 이 흰머리 엘프를 조심해야 할거야.

"이게 뭔지 알아?"
"마법을 쓰게 도와주는 돌멩이."
"틀렸어. 직접 만져봐."

라며 엘프는 엘사에게 목걸이를 내줬어. 엘사는 그것을 만져보는데, 안나가 만져본 것과는 달리 왠지 말랑말랑한 느낌이 나. 꼭 얇은 비닐막에 물이 가득담겨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어.

"그건 얼음 계열의 거대한 마력이 응축되고 봉인된 주머니야. 너한텐 잘도 말랑거리는 구나."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보여."
"통찰력에 면역돼있거든. 난 너의 조력자야, 여왕. 허나 그 힘이 원하지 않으면 반대가 될 수도 있겠네."
"여왕? 그런 사람은 싫어."
"그럼 평범한 인간이 좋아?"

엘프는 말랑거리는 원석 비슷한 응축된 마력을 만지는 엘사의 손을 꽉 잡을거야. 그 잡은 손을 억지로 돌려서 장갑을 빼내려는데 엘사는 엘프의 손을 빼려고 팔을 당겼어.

"하지마!"
"넌 이게 갖고 싶지 않아? 지금보다 몇배는 더 강력해질텐데?"
"난 이런거 필요없어. 날 괴롭히기만 해."
"왜 인간들이 널 괴롭히게 보고만 있어?"
"...이거 떼."

경고에도 장갑을 벗기려 하는 엘프의 손을 만진 엘사는 장갑 밖으로 마력이 새어나오게 하겠지. 마법 용품점에서 산 장갑도 여왕이 직접적으로 내보내는 마력은 못 막는지 엘프의 하얀손이 푸르게 물들어가.

"놓지 않으면 널 얼릴거야."
"난 이런거 좋아해. 피부조직이 얼음결정체가 돼가는 느낌. 꼭 얼음과 하나가 되는 것 같거든. 그나저나 넌 특이하네. 이게 탐나지 않다니."

흰머리 엘프의 일족은 대대적으로 얼음의 힘을 물려받은 자들에게 찾아갔겠지. 마력의 위대함을 깨달은 그들은 힘을 내어주겠다는 통찰력에 면역돼있는 조력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죽여서 응축된 마력을 얻거나 했었어.

흰머리 엘프는 그런 선조들의 죽은 기억을 간직해왔어. 제 숙명을 받아들이고 힘을 바쳐온건데 그렇게 죽다니, 억울하고 분하기도 했겠지. 엘사는 그들과 같지 않아 보여. 오히려 마법을 쓰기 꺼려하는 것 같아. 기껏해봤자 웃는 얼굴을 한 작은 눈사람 만들기라니. 역대 마왕들이 경고 따위도 했었었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겠지.

"너의 힘은 섬세하면서도 흉폭해. 왜 이런 매력적인 힘을 안 좋아해?"
"난 이게 싫어. 이 말랑한건 더."
"이게 없으면 마법은 네 감정에 녹아서 사라지고 말거야."

사라져? 공격을 멈춘 엘사는 장갑 낀 제 손을 내려다볼거야. 이 마법이 사라진다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 태어날 적 부터 줄곧 함께 해온 힘인데 사라진다니. 믿기 힘들었어.

"난 그 마법의 소멸을 원치않아."
                                  
엘프는 일단 원석을 가져가서 제 목에 걸었어. 엘사와 뜻이 반대니 엘프는 조력자가 아닌 적이 될거야. 엘사는 엘프를 피해 슬금 뒷걸음질 치겠지. 작은 눈사람도 창조주를 따라 폴짝 뒤로 뛰어.
                                                          
"언젠가 이걸 취하게 할테니까. 기대해."

엘사는 이상한 흰머리 엘프를 피해서 안나에게로 도망쳤어. 엘프는 지금 할 일을 전부 끝냈다는 것처럼 방긋 웃으며 안나와 성녀에게 팔을 흔들며 집에 간다고 인사하더니 폴짝. 숲으로 사라져 버렸어.

나뭇가지 위로 올라온 엘프는 전직 마왕에게서 멀어져 빛을 잃은 딱딱한 응축 덩어리를 만지작거릴거야. 마법이 흔들리고 있다는건 여왕 본인도 타인에게 흔들리고 있다는 소리. 저 눈엣가시들을 어떻게 해치운담. 엘프는 얼어버린 제 손을 혀를 내어 할짝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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