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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전교육 -11-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3.11 19:41:01
조회 517 추천 15 댓글 5


 조용한 카페 안, 사람은 한명도 없이 한적하다. 단 두명, 엘사와 안나만이 각각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가뜩이나 카페의 배경음악도 조용한데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의 사람들을 보거나 가끔 눈을 마주치다가도 힐끔, 고개를 숙인다. 그런 답답함이 너무도 싫었던지 엘사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안나를 또렷하게 처다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말이 하고싶은거야?”
 “...”

 “아니.. 만나자고 했으면 뭔가 목적이 있었을꺼 아니야. 눈은 또 왜 그렇게 부어있어?. 뭘 먹고 잔거야, 지나가던 사람들도 못 알아보겠다.”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 말 놓으라니까”



 다행이 길가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치고 젊은이들은 없었다. 도시에 이런 중후한 느낌의 거리가 있다는것도 놀랍지만, 매번 이런 교외의 한적한 곳을 알고있는 안나도 꽤 대단해 보였다. 엘사는 자신의 청자켓을 만지작거리거나 가끔 커피를 홀짝거리고, 안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테이블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의 말을 건네줄것만 같았는데. 그녀는 세상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물론 지금 안나의 상황도 모를 것이다.



 엘사는 메시지를 보고는 안나의 숙소앞으로 차를 가져왔고, 안나는 문을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황급히 차에 탑승했다. 반가움에 환하게 웃으며 엘사를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엘사는 불안한 분위기에 미간을 찌푸리고는 첫 만남과는 다르게 과하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안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처다보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 안나가 네비게이션에 카페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은 하였으나 차 안은 도착할때까지 적막감에 휩싸였다. 안나는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알고 먼저 말해주기를 기대하며 착각했고, 엘사는 처음보는 안나의 모습에 묘한 기분과 어색함이 감돌아 조용히 핸들만 만지작거리며 운전에만 집중했다. 카페에 도착해서 주문을 할때까지도 두 사람은,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고있었다.



 “...저 요즘 힘들어요”
 “그래 보여, 떡 하니 얼굴에 나와있네. ’졸. 라. 피. 곤. 함‘ 이라고”
 “장난하는거 아니에요”
 “알았어, 그러니까 말좀 놓으라고.”



 안나가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엘사 역시 고개를 젓더니 다리를 꼬고는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무의식중에 눈에 들어오는 실시간 검색어 1위, 안나였다. 엘사는 의아하며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검색어의 주인과 액정을 몇 번 번갈아보더니 그것을 클릭했다.



 ’...? 뭐지?‘


 인터넷은 꽤나 시끌벅적한 상태였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안나의 이름이 포함된 기사들이 화면을 장식했다. 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기사들의 제목에 집중했다.



 ’안나의 스캔들, 파렴치한 사생활 드디어 폭로되나?‘
 ’유명 아이돌 K그룹 멤버 한스 “그녀가 그럴줄은 몰랐었다.”. 인터뷰중 눈물보여...‘



 “..헐”


 그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는 소리를 내버렸다. 그 짧은 외침에 고개를 든 안나는 핸드폰과 자신을 번갈아 보는 그녀의 눈동자, 그 모습. 그리고 벌어진 입과 흔들리는 동공에 이상함을 느끼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에있는 핸드폰을 빠르게 낚아챘다. 엘사는 흠칫 몸을 떨고는 멍하니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그대로 멍하니 서서 가빠오는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갑,갑자기 왜, 왜그래”
 “몰라요!”



 비명과도 같은 안나의 외침. 그것들은 좁은 카페를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컵을 씻던 늙은 바리스타는 잠시 멈춰서서 그녀들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곤 엘사와 눈이 마주치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엘사는 다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도 창밖으로 지나치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를 듣고야 정신을 차린 듯 눈썹을 움직였다. 엔진소리가 점점 멀어져 들리지 않을때가 돼서야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뻗었다.



 “우선, 진정하고 내 핸드폰 줘. 부셔지겠다”
 “..앗, 미안해요”



 꾸욱, 핏줄이 돋을만큼 꽉 쥐고있던 핸드폰을 보고서야 안나는 흠칫 놀라며 엘사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멋쩍은 듯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다시 앉았다. 엘사는 자신의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소중한 듯이 주머니에 집어 넣었고,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허공을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려 의식을 집중했다. 자신이 연예계에 몸을 담고있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어려서부터 그런쪽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아이돌이, 시간이 남아돌지는 않을테고. 그렇다고 연애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표정이 구겨져 있는 것이 좋은일은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자 엘사는 입을 열기전에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떤말을 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설명좀 해줘.”
 “..이해가 안가요?”
 
 안나가 눈을 부릅뜨고는 엘사를 쏘아보았다. 그 눈빛에도 엘사는 개의치않고 무덤덤하게 눈을 마주쳤다.



 “그럼. 모르니까 물어보지. 알면 이렇게 있겠어?”
 “후.. 알았어요. 원래 이런쪽에 관심이 없을줄은 알았는데.. 뭐, 패션만 봐도 짐작하긴 했지만..”


 “뭐?, 내 패션이 어때서. 이쁘기만 한데”


 이제는 엘사 그녀가 발끈했다. 자신의 청자켓과 청바지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젓는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의아해하며 자신의 모습을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연신 –이쁜데.. 라며 조용히 웅얼거렸다. 또다시 정적, 안나가 그녀의 청자켓안의 검은 긴팔을 멍하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자동차를 비유하자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뭐라더라? 보험사기?..그런거에요. 루머에 휩쓸린거죠”
 “아 그런거야? 근데 생각보다 멀쩡해 보인다? 괜찮은거야?”
 “안 괜찮거든요, 어제 얼마나 울었는데요. 이 눈, 퉁퉁부은것좀 봐요”

 “흠..”



 엘사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가뜩이나 눈물도 많아보이는데 어제 얼마나 울었으면 눈 두덩이가 저렇게 부었을까. 안쓰러움과 궁금함이 그녀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피어났다. 그러다 문득, 왜 자신을 만나자고 했는지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 만나는거. 너네 매니저한테 말 한거야?. 그런일을 겪고 있는데 이렇게 사람들 보이는곳에 편하게 앉아서 커피마셔도 되는건가?”

 “하나도 안편해요”



 안나는 입을 샐쭉하니 빼고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엘사를 쳐다보고는, 커피를 들어 한입 홀짝였다. 그 와중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엘사는 피식, 웃고말았다.



 “사실 매니저한테는 말 안했어요. 우리 만난건 비밀이에요 알았죠?”
 “..그럼..?”
 “엘사 보고싶어서 그랬어요. 엄청 기분 안좋고 슬펐는데 이상하게 엘사랑 같이있을때가 떠올라서.. 오랜만이기도 하고.. 그냥 그랬어요”



 안나는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사는. -좋은건가..나쁜건가.., 라며 조용히 중얼거리며 볼을 긁적였다. 그러다가도 무언가 떠오른 듯이 씨익, 환한 웃음을 짓고는 안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안나는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분이 안좋을땐 말이지. 또 드라이브 만 한게 없거든”
 “네?”
 “따라와, 가자. 이런 답답한 곳보다는 나을 거야”



 말을 마치며 엘사는 바리스타가 들었을까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다행이 그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다. 엘사는 다시 안나를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머니 속의 차키를 꺼내보이더니 안나에게 잠깐 흔드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녀의 뜻밖의 행동에 잠시 멍하니 앉아있던 안나는 그녀가 움직이자.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일어나 외투를 챙기고, 컵을 정리해 카운터에 반납했다. 그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마치고 뒤를 돌아보자, 이미 엘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씨..같이가지..., 아랫입술을 깨물며 출구로 나가려고 몸을 움직이던 찰나. 도로의 저편에서 만날 때 탑승했던 빨간 스포츠 쿠페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더니, 출입문 너머 갓길에 멈춰섰다. 문을 나선 안나가 멍하니 서있자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가더니 선글라스를 쓴 엘사가 운전석에 보였다.



 “뭐해? 사람들 눈에 뜨이면 안되는거 아냐? 빨리타!”


 그 말에 안나는 환하게 웃더니 깡총 깡총 뛰어와서는 문을 열고 차에 탔다. 딱딱한 시트에 옷 매무새를 바로하고 안전밸트를 매자 엘사가 씩 웃으며 창문을 올렸다. 그리고는 조수석에 손을 뻗어 글로브 박스를 열어 선글라스를 꺼냈다.


 “오늘은 안가져온거 같은데, 한번 써봐”


 안나가 케이스를 열고 선글라스를 쓰더니 고개를 돌려 엘사를 바라봤다. 작고 조그마한 얼굴에 큼직한 검은렌즈가 얹어지니 너무도 귀여웠다.


 “어울리네. 예쁘다.”


 엘사가 미소짓자 안나도 미소지었다.



 그녀들의 볼은 어느새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엘사는 그저 날이 추워서 그런 것이다, 라며 생긱했다.


 그녀가 클러치를 밟고는 힘차게 기어를 넣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지도 않고 출발하려는 그녀의 모습에 안나는 어딜가냐고 묻자 엘사는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콧등에 올려쓰고는 밝게 웃었다. 렌즈 너머로 그녀의 눈웃음이 보일만큼.


 “있어. 그런게... 길을 잃어도 갈 수 있는 유일한 곳. 내가 힘들었을 때 마다 간 곳인데 경치도 좋아서. 누굴 대리고가는건 처음이야. 영광이라고 생각해”
 “아..”
 
 “...잘 추월해보라고”



 엘사의 중얼거림은 가르릉 귀를 간지럽히는 엔진소리에 묻혀 안나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갓길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주행도로를 달리는 차는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새 봄은 눈앞에 펼쳐져. 그녀들의 주위를 풀잎들의 향기로 가득채웠다.



 푸르른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햇빛을 받아 연신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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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벚꽃향 디퓨져 샀는데 넘넘 좋다

봄에는 역시 꽃향기지 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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