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단편] 운전교육 -15-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3.19 21:36:45
조회 523 추천 14 댓글 4


 빨간 네온사인, 어두운 밤길아래 엘사가 서있다. 남들과는 달리 몸에 달라붙는 교복을 입고 우렁찬 배기음을 내뱉는 자동차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녀의 주위에는 비슷비슷하게 튜닝되어 있는 차들이 원을 그리며 둘러싸고있고, 다들 차 안에 앉아있거나, 혹은 창문 틈, 후드 위에 엉덩이를 걸친체 맥주병을 들이키고 있거나, 들려오는 힙합노래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헤드라이트의 밝게 빛나는 광채가 눈이부신지 엘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주위에 남자들이 득실대고, 그녀에게 무언가를 중얼거리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은체 멍하니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어때, 여기 물 좋지?”


 쿵쿵 거리는 베이스 소리에 그는 소리치듯이 그녀 귀에 꽥꽥대고 있다.


 “별로.”


 다 타버린 담배를 비벼끄고는 그녀가 뒤를 돌아 자신에 차에 탑승한다. 붙잡을 새도 없이 들어가버린 그녀의 모습에 집적거리던 그는 입맛을 다시며 운전석의 창문에 팔을 괸체 그녀를 바라본다.


 “더 놀다가지 그래,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이딴 쓰레기같은 모임 별로 더 있고싶지도 않아”


 그가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아마도 –씨발. 같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괜찮다는 듯 무덤덤하게 창문을 올린다. 자신의 팔을 걸친체 이야기하던 그는 갑자기 올라오는 창문에 급히 빼버리더니 한시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손바닥으로 그녀의 차 루프를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에도 그녀는 조용히 차안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반대손으로는 기어를 잡아 내렸다. 친구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그나마 친구인것만 같은 그에게서 재미있는 모임이 있다고 해서 처음 온것이였지만. 그녀의 취향은 아니였다.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쓰레기같은 차를 끌고와서 시끄러운 튜닝이나 하며, 마약을 한다. 귀를 때리는 베이스 소리는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고 흐느적거리는 그들의 움직임은 구역질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스타일은 아니다. 그녀는 산을 오르내리거나, 트랙을 질주하거나. 하는 속도를 즐기며 순수하게 자동차의 운전을 즐거워하는 것이였다. 차 위에 올리타서 엉덩이를 흔들고, 술을 들이부으며 춤추면서 허세를 과시하는건 딱 질색이였다.


 “좆같은 새끼들”

 악셀을 밟아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의 헤드라이트와는 다르게 너무도 밝아 눈을 관통하는 그들의 불빛이 앞을 흐릿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차 옆에 서있는 사람들로금 마치 하얀 숲을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십대의 차들을 지나치면서, 그것들의 사이 길 끝에 도달할즈음 누군가가 차 앞을 갑자기 덮쳐왔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엘사는 빛들을 가리며 갑자기 튀어나온 그 물체에 깜짝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미 그것은 후드에 치여 저 멀리 날아간 후였다.


 창밖의 노랫소리가 멈추었다. 정적이 일고, 빛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삐져나오더니, 그녀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검은 물체들이 흐느적 흐느적 다가오는 것이 공포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엘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 흑인에게 다가갔다. 하얀 런닝속옷에 청바지를 입은 그는 한손에 깨진 맥주명의 주둥아리를 보물이라도 된 듯이 꽉 잡고 있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곧 그 피들은 바닥을 적셔 또르르, 어딘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헤드라이트에도 빨간 무언가가 찍혀있고, 후드와 유리창 역시 찌그러지거나 깨져 그 상황의 심각성을 엘사에게 깨우쳐주고있었다.


 수군대거나 짧은 외침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사람들이 모여 그녀를 째려보는 그 눈빛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들을 바라보고, 어둠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어쩔줄을 몰랐다. 원을 그려 그녀를 바라보던 군중들이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왔다. 한걸음, 한걸음씩 망설임 없이 그녀의 차와, 흑인. 그녀를 애워싸고는 공간을 좁혀 들었다. 숨이 턱, 막히는걸 느끼며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이미 눈앞에 여러개의 얼굴없는 시선들이 앞을 가려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을뿐이였다.


 눈을 감았다 떳다. 자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차 안에 있다. 운전석에서 앞을 바라보며 운전을 하고 있다. 산 아래서 부드럽게 코너를 돌며 내려오는 코스. 창밖에는 멀리서 도시의 야경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한손은 창틀에 걸치고 손가락으로는 연신 입술을 만지작 거린다. 차안은 잔잔한 재즈음악이 흐르고있고, 시계를 보니 오후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길 끝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고, 왼쪽으로 꺾이는 표지판이 보이고. 차 핸들을 틀었다. 반대쪽에서 화물을 실은 트럭이 보이고, 코너를 돌기 힘들었는지 중앙선이 넘어있다. 엘사의 차 속도는 너무도 빠르다. 어떤 상황인지 인지할 시간도 없이 자신을 덮쳐온다. 차는 굉음을 내며 뒤로 날아가고, 핸들에 머리를 박은 그녀는 깨진 유리창의 조각조각들에 피부가 찢어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본 눈앞에서는. 가드레일을 뚫고 떨어지는 자신이 보인다. 차는 수직으로 땅을 향해 곤두박칠 치고있으며, 곧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헉”


 눈을 떴을때는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아침의 햇살이 눈앞을 가렸다. 자신도 모르게 꽉 잡고있는 이불을 발견하고는 놀라 손을 급히 뗀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꿈이였나.. 라며 중얼거리고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니 오전 아홉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 자신의 기억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리고는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옆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있는 안나가 보였다. 곧 볼이 빨갛게 상기되며 어제 밤의 일들을 떠올린다. 떠올리고 싶지않지만 이미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에 박혀있다. 엘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봤다. 다행이도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흔적은 없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조심스레 움직여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여기서 안나가 깨버리면 그것만큼 상황이 안좋을 수는 없다.


 거실로 터덜터덜 걸어와 자신의 외투 속 담배를 찾는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손에 잡히는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한 대 입에 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시무룩해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베란다가 눈에 띈다. 문을 닫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면은 그렇게 냄세가 배기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확실히 남의 집이니 만큼 자신이 마음대로 정할수는없다. 담배의 끝을 톡톡두드리며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엘사는 안나의 집 잎의 마당과 정원을 떠올리고는 아, 하며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쳤다.


 연예인의 집은 확실히 달랐다. 어젯밤 내린 빗물을 머금은 나무들, 연못이 자리잡은 정원은 담배를 피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곳이였다.


 “집 앞에 이런것도 있네..”

 엘사는 멍하니 연못안의 물고기들을 바라보다 아침공기의 한기를 느끼고는 아차, 하며 입에 물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날씨는 너무도 맑았다. 언제그랬냐는 듯 먹구름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않았다. 땅은 축축히 젖어있었건만, 하늘에서는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는 것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한 두모금을 빨아들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널찍하고 멋드러진 한옥같은 집이였다. 이런곳이 연예인의 숙소로 쓰이고 있다는 것 역시 굉장히 놀라웠다. 담장은 기자들의 카메라를 피하기위함인것인지 집 지붕의 높이에 맞먹게 솟아있었다. 앞마당에는 풀들이 빼곡해게 자리잡고있었고, 집과 어우러져 정갈함이 묻어났다.


 집 안으로 들어온 엘사는 외투를 벗지도 않은체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지금 조용히 가는게 좋을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척..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얼굴에 철면피를 깔지 않는이상 하하호호 바라볼수없을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엘사는 나중에 연락해야겠다는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거실 이리저리 던져진 자신의 옷가지들을 하나, 둘씩 챙겨입었다. 집을 나서기 전 바라본 핸드폰의 시간은 아홉시 삼십분을 알려주고있었다. 아직 안나는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있었고, 집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는 문을 열어 나왔다. 그녀가 나간 뒤에도 정적은 계속되었다.
.
.
.
 ‘찰칵,..찰칵’


 누군가가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앵글 안에는 부스스한 머릿결로 문 밖을 나서는 엘사의 모습이 보인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빵 부스러기와 과자봉지들이 널려있는 차의 뒷자석에서 검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다. 빨대를 꽂은 우유를 쫍쫍 빨아마시며 그는 입꼬리를 올린체 연신 셔터를 눌러대었다. 이 정도 사진이라면 자신의 세달 수입에 맞먹는 값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밀린 월세와 피지못한 담뱃값을 챙길수도 있고, 더 좋다면야 승진을 바라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의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엘사는 추운지 지퍼를 올리고는 주머니에 손을 꼿아넣었다.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는 걸어서 오분거리다. 길가에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가 살랑였다.


-------------------------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1] ㅇㅇ(223.38) 11:41 12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11:39 8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11:26 7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2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6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2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5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1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4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6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3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5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2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8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6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7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7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1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6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2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0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1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6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3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2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6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6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2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1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7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7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3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5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9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8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