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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전교육-16-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3.22 22:55:37
조회 424 추천 13 댓글 4


 조금씩 차 안에 맴도는 엔진음. 엘사는 지금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제 피에르의 문자를 받고, 모두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아우디의 사진을 보며 오늘 아침, 급하게 밟아 애마를 찾기위해 공장을 들렸다 오는 참이였다. 피에르의 조언으로 대물 보험도 들어놓았고, 때마침 운전교육 날짜도 다시 정해져서는 매니저에게 연락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안나와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었다. 그 입술박치기가 있은뒤로, 삼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자신도 그렇고 안나 역시 자신에게. 단 한마디의 문자도 남기지 않았다. 엘사 그녀가 먼저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잊어가고 있는 기억을 되살려 버리는 꼴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그렇다고 다 잊었다는건 또 아니였다. 매일 밤마다. 이상하게도 그날의 기억들은 엘사의 머릿속에 박혀 빠져나올 생각을 않았다. 거기다 그 기억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몸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뜨거워지는걸 느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디선가 느꼈던 감정이였다. 하지만 생각은 거기에서 멈춰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카독’


 엘사는 볼을 긁적거리며 천천히 메시지를 읽었다.


 ‘강사님 안나 출발했어요. 컨디션이 좀 않좋은 것 같은데.. 잘 부탁드립니다!!’
 “이사람은 내가 얘 베이비시터인줄 아나..”


 그럼에도 그녀의 심장은 조금씩 두근거렸다. 어떤 모습일지, 만나서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곧, 엘사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순수한 백지상태가 되어, 불안하게 손가락만을 까딱거리고, 긴장을 풀어보고자 애꿇은 악셀을 밟아봐도. 덜덜 떨리는 팔과 심장은 다시 되돌아올 분위기가 아니였다. 엘사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강 하천 옆에 만들어진 길이여서 그런지, 저 멀리까지 뻗어있는 물결이 보였다. 맑은 하늘에 햇빛이 반사된 물결들은 한곳에서 반짝이며 수면위를 일렁였다.


 “하 씨발..그냥 하지말까 얼굴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되냐고..아..”
 
 차안에서 홀로 중얼거렸다. 입술을 깨물고, 핸들을 팡팡, 쳐보기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건만. 결론은 역시나 아른거리는 안나의 몸과, 키스. 그리고 첫 대사였다.


 “진짜 그냥 이대로 째서 잠수나타버릴까..어짜피 이제 잃을 것도 없잖아?”
 “아오..진짜 가? 갈까?”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쫄보였냐..엘사야..정신차려..정신!”


 그렇게 십분정도가 흘렀다.
 “후..씨이바아아알!!”


 “똑똑”
 “하이씨 깜짝이야!”


 자리를 박차고 엉덩이가 들릴만큼,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엘사는 몸을 떨며 놀랬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보았다. 상체를 숙인, 빵모자를 푹 눌러쓴 트레이닝 져지 차림의 안나가 보였다. 안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엘사를 이상하게 빤히 쳐다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문틀을 바라보며, 엘사는 앗, 하고 놀라며 잠겨있던 문을 풀었다. 곧, 덜컥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안나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탑승해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그 와중에도 엘사는 안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얗게 변해버린 머릿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체. 멍하니 입을 벌리고는 무덤덤하게 앞만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를 보았다.


 안나는 계속해서 전방만을 주시했다. 어째 엘사와의 첫만남을 따라하는 듯 했다. 엘사는 그런 안나의 모습에 계속 머릿속에서 첫 대사를 고르고 있을 뿐이였다.


 “안가요?”
 “으,응?”
 “오늘 운전교육 하는날이잖아요. 알려줘야죠”
 “그,그렇지..”
 
 “...후..”

 안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빵모자를 벗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올렸다. 그리곤 한숨을 깊게 쉬며 자신의 머릿결을 정리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던 엘사는 곧 고개가 돌아간 안나와 눈이 마주치자 머뭇거리며 살펴시 눈을 피했다. 휘파람을 불어볼까도 했지만 너무나 강렬히 느껴지는 안나의 눈빛에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릴뿐이였다.


 “엘사”
 “으,응..”
 “그래서.. 좋았어요?”
 “뭐!?”


 피식, 안나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곧 박장대소를 하며 자신의 무릎을 팡팡, 쳤다.


 “푸하핫!! 놀란것좀봐아아”
 “뭐,뭐야..?”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아요?, 연락할꺼 꾹 참고. 진짜 힘들었는데. 그래서 어땠어요, 그날 밤 키스?”
 “...몰,몰라..”


 너무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고인 안나가 손으로 그것을 닦아내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엘사를 보았다. 왠지 모르게 방금보다 더 강렬해진듯한 눈빛에 몸까지 움추린 엘사는 연신 땀만 흘릴뿐, 어떤 말도 섣불리 꺼낼수 없었다.


 “그래요, 맞아요 저 레즈비언 이에요. 언제부턴가 엘사 좋아했고, 이젠 사랑하는거 같은데요. 아, 너무 빠르나?”
 “..뭐라는거야..”
 
 엘사가 창밖을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자신의 생각보다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엘사는 어쩔줄을 몰랐다. 이렇게 당돌한 얘였던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위해 안나 모르게 머리를 굴려대고있었다.


 “미안해요, 너무 놀래켜서”
 “아니 뭐..존중은 해줄게..근데 말야..”
 “사랑하면 안되요? 네? 제발요, 제에발~”
 “아니,그, 그게 아니라”
 “솔직히 그날 먼저 갈줄은 몰랐거든요. 진짜 너무한거 아니에요? 엘사가 남자라고 생각해봐요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홀로 떠ㄴ.. ”
 “아 쫌!. 얘가 입이 왜이렇게 험해?”


 그날이 기억이 되살아났다. 본능적인 부끄러움에 빨갛게 무르익은 엘사가 빽, 하며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에 깜짝 놀라 말은 멈추던 안나는 빤히 엘사를 보았다. 그러다가도 점점더 빨개지는 엘사의 볼을 보고는 또다시 반달눈이 되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헤헷, 그러면요~”
 “...?”


 분위기가 또 한번 바뀌었다. 갑자기 팔을 다소곳이 모은 안나가 헤죽거리며 그녀의 몸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엘사는 그 와중에 직감적으로 위험함을 느끼고는 기어를 넣어 빨리 이 자리를 떠버릴까 생각했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다가오며 뜨거운 볼에 숨소리를 내뱉은 안나의 모습에 팔,다리가 얼어붙었다. 안나는 어느새 눈을 야릇하게 뜨더니 조금씩 흔들리는 눈동자로 엘사의 눈과 입술을 번갈아 바라보고,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해서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한번..더할까요..?”


 부와앙, 중립기어를 넣어놓았던 엔진의 rpm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안나가 엘사의 두 어깨를 잡고는, 순식간에 엘사의 볼에 자신의 입을 맞추고는 다시 몸을 돌려 시트로 돌아갔다. 엘사는 아무말 없이 앞만을 바라보고, 안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내리쬐는 햇살을 만끽했다.


 ‘카톡’
 “어? 뭐지”


 안나의 주머니에서 알람이 울렸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곧, 올라갔던 입꼬리가 슬며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손톱을 깨물며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만을 응시했다.


 “엘사”
 “..왜”

 핸드폰 화면만을 노려보며 묻는 안나와, 멍하니 앞만을 바라보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엘사였다. 순간 공기중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 느낌에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린 엘사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안나와 그녀가 잡고있는 핸드폰의 액정을 번갈아 바라봤다. 액정은 화면이 작아 어떤 문자인지 보지는못했지만, 안나의 그 모습에 충분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알수있었다.


 “지금 다시 숙소로 가야할것같아요. 엘사도 같이 오라는데요?”
 “뭐?”
 “빨리요, 빨리 가야되요”


 ‘카톡’

 또다시 알람이 울렸다. 이번에는 엘사의 핸드폰이였다. 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았다. 매니저가 보낸 메시지였다. 안나좀 빨리 대려와달라는 내용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확인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한장, 그것을 보며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사진은 인터넷 기사를 캡쳐한것이였다.


 ‘여성 아이돌안나, 자숙기간 없이 파렴치만 사생활을 즐기는중?’


 그리고는 그 밑에 캡쳐된 또다른 기사. 엘사는 믿을수 없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그 사진속에는 자신이 며칠전, 안나의 숙소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던, 안나와 엘사가 같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사진. 그리고는 다음낧 홀로 집 밖을 나와 차를 향해 걷던 모습이였다.


 ‘성생활의 끝은 어디인가? 알고보니 레즈비언?’

 “이런..미친새끼들..”


 엘사가 작게 웅얼거렸다. 안나와 눈이 마주치고. 둘 다 믿을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서로의 눈동자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시간이 멈춘 듯, 한 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고 그저 그렇게 몇분간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볼뿐이였다.


 ‘카톡’


 또다시 울리는 알람에 정신을 차렸는지, 엘사는 고개를 숙여 매니저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일이에요? 빨리와서 설명해요!'

 “..씨발 좆됬다..”


 두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핸들에 콩, 하고 머리를 박았다. 엘사는 연신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핸들위에서 머리를 가로저으며 사실이 아니라고 믿었지만, 어찌되었든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였다. 기자들이 알았던, 몰랐던. 입을 맞춘건 사실이였다.


 “엘사. 우선, 우선출발해요”
 “..그래..후..”


 차는 빠르게 갓길을 빠져나왔다. 주행도로에 올라서자마자 웅장한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도로를 질주해 앞으로 나아갔다.


-------------------------------

우선 이번편은 리얼 씹 초고라서 오타 많을수도 있어 ㅠ 급하게 쓴거라 수정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알려주고 싶은게

오늘부터 쓴 또다른 단편? 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오늘부터 쓰기시작한 단편있는데

그건 주말즘에 올릴께 많이 봐줘~


그럼 굳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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