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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번역] A Crown amongst Peasants Ch.3

모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13 23:02:51
조회 554 추천 19 댓글 4

원작자 : Jas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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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는 욱신거리는 두통에 잠에서 깨어나지만, 엘사가 눈을 뜬 건 문 뒤에서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이다.
"여왕 폐하!"


엘사는 베개에서 고개를 든다. 지난밤 엘사가 캐시미어 베갯잇을 적신 부분은 아직도 축축하다.


"...뭐야?" 엘사가 웅얼거리며 이마를 문지른다. 늘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났었기에, 커튼 뒤에서 새어 나오는 햇빛에 눈꺼풀이 도로 감긴다.​


벌써 아침이야? 엘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시간을 확인하라고 시킨다.​


"이런 건 처음인데." 7시가 지난 채로 째깍거리는 시계를 커진 눈으로 쳐다보며 엘사는 중얼거린다.


"여왕 폐하!" 노크가 계속된다. "여왕님께선 오늘-"


"네, 알아요! 회의 말이죠! 잠깐 기다려요." 엘사가 문에다 소리치며 잠옷 위에 얼음 드레스를 만든다. "그, 아침은 이리로 가져와요. 커피 두 잔도 같이요."


간밤의 기억이 머리를 치고 지나가자 엘사는 헝클어진 머리를 부여잡는다.


"잠깐, 잠깐만! 겔다를 보내줘요, 그, 그리고, 미용사도!"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식사는 몇 분 만에 도착하고, 엘사는 머리를 하는 동안 햄 크루아상을 먹고 쓴 블랙커피를 마시는 걸 번갈아 한다. 두통은 사라졌지만 가슴이 옥죄는 느낌은 떨쳐내지 못한다. 엘사의 시선은 문에 고정되어 있고, 곁에서 수행하는 집사는 엘사가 무심코 커피를 얼릴 때마다 내뱉던 한숨을 참는다.


겔다가 달려 들어와 머리를 조아리자 가슴의 통증이 ​사라진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


"겔다!" 엘사가 휘청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겔다의 어깨를 움켜쥔다. "혹시 안나를 봤나요?"


"공주님 말입니까?"


"그래요! 오늘 아침에 본 적이 있나요?" 엘사는 그렇게 묻고는, 겔다의 옷깃을 따라 서리가 피자 손을 풀쩍 떼어낸다.


"선생과 함께 도서관으로 가는 걸 봤습니다." 겔다는 목에 앉은 서리를 문지르며 말한다. "오늘 아침에 문학 수업이 있거든요."


"안나가 이렇게 일찍 일어났다고요?"


"네. 공주님께선 부엌에서 준비가 되기도 전에 옷을 입고 식당에 앉아 아침 식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감히 상기 시켜 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여왕 폐하께서는 내무부 장관과 회의가-"


"젠장! 누가 이 회의를 이렇게 아침 일찍 마련해 둔 거야?" 엘사는 얼굴을 찌푸리며 벨벳 장갑을 더듬더듬 낀다.


시종들은 서로를 쳐다보다 도로 머리를 조아린다.


발걸음마다 눈을 피워내며 왕실 회의장으로 저벅저벅 걸어간 엘사는 자신을 맞이하며 일어나는 장관들에게 손짓하는 걸 깜빡한다. 엘사는 자리에 앉아 서류를 보고 한참이나 고심하더니, 나이 든 정치인들이 두 줄로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음, 다들 앉아도 된다." 엘사는 중얼거리고는, 자신을 위해 가지런히 나열된 서류 뭉치에 다시 시선을 돌린다.


시종들은 장관들에게 겨울 외투를 가져다주고, 그들은 아렌델의 정책 변화가 갖는 이점에 관해 토론하기 시작한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햇살 아래에서, 엘사는 오늘 논의되는 안건의 핵심에 최대한 집중하려 하지만 엘사에게 보이는 건 안나의 방에 걸린 자신의 빛나는 초상화뿐이고, 머릿속은 그 그림이 갖는 모든 의미로 혼란하다.


우뚝 솟은 마호가니 시계가 12시를 가리킨 순간 엘사는 노트 여백에 그린 눈송이의 개수를 까먹는다. 장관들의 머리는 진눈깨비로 새하얗게 물들어 있다. 엘사의 기분은 빤히 보여서 다행이다. 자기들끼리의 사사로운 말다툼을 여왕이 또 들을 마음은 없어 보이니, 정치인들은 힘겨루기는 다른 날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회의록에 서명하는 동안, 저 멀리서 들리는 교회 성가대의 노래가 간밤에 찾아간 곳의 기억을 건드린다.


"반메도의 시장, 위생시설 부서 관리관, 수자원 부서 관리관과는 다시 회의 약속을 잡겠다." 엘사가 선언한다.


장관들은 비비던 손을 멈추고는 서로를 쳐다본다. 공기 중의 냉기는 사라지고, 그들의 눈은 커진다. 서기는 여왕의 요구를 받아적는다.


​"그리고 해군과 육군 사령관, 세금과 재무 부서 부장도 부르거라." 엘사는 이어 말하고는 서류에 옥새를 쿵 찍으며 강조한다.


그들은 여왕에게서 시선을 돌려 서로를 쳐다본다. 손짓 한 번으로 엘사는 이들을 내보내고는 장관들이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얼음 구두를 신은 발길을 돌려 문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복도에 서 있던 카이는 엘사가 발을 구르며 제게로 오는 걸 보고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는 팔짱을 낀다. 차가운 돌풍이 얼굴에 불어닥치자 고개도 돌린다.


"여왕 폐-"


"카이, 제-제발 지금 어디 있는지 말해 줘요." 엘사는 말을 더듬으며 장갑낀 손을 쥐었다 편다 한다.


카이는 고개를 든다. 서릿바람이 눈에 들어와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죄송하지만 여왕 폐하, 누구를 찾고 계십니까?"


"안나 말이에요!" 엘사가 소리치자 고드름이 발 주변에서 삐죽삐죽 솟아난다. 카이는 뒤로 주춤거리며 고개를 조아린다.


"공주님께서는 도서관에서 점심을 들고 계십니다. 왕실 교사와 눈사람 올라프도 함께 있습니다."


엘사는 카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발길을 옮긴다. 구두 아래로 고드름이 바작거린다.


엘사는 발목 주변의 드레스를 걷어 올리고 복도를 내달린다. 이처럼 빨리 달려본 적이 없었지만, 지난밤에 벌어진 모든 일에 대해 안나를 마주하고 싶은 절박함만큼은 따라가지 못한다. 아렌델 궁중 도서관의 거대한 문 두 짝이 불쑥 나타나자 엘사는 뒤늦게 미끄러지며 멈춘다. 문고리를 지나치며 멈춘 엘사는 숨을 고른다. 진정해, 이 아가씨야. 내면이 꾸짖는다. 망할 왕실 광대 같잖아.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을 치워둘 수가 없어서, 도서관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얼음을 막을 뭔가가 필요해서 엘사는 문에다 귀를 대고 숨을 참는다.


문 뒤에서 안나의 웃음소리가 선율을 이루며 울리고, 올라프도 그 소리에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면의 언니라는 존재는 엘사에게 지금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얼음 돌풍으로 문을 열어젖히고 어젯밤에 마을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털어놓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목구멍으로 여러 가지 질문이 올라오자 엘사는 미간을 찌푸린다.


한밤중에 성을 떠난 건 무슨 생각이야? 왜 창녀들이랑 있었던 거니? 누가 창녀들을 소개해 줬지? 크리스토프는 어디 놔두고? 침실에 내 그림은 왜 있는 건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중 가장 궁금한 질문. 언니로서 내가 실망스럽니?


손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움이 엘사의 생각을 끊어놓는다. 엘사는 손가락 아래에서 단단히 얼어붙은 문손잡이에 놀란다. 안나와의 직면이 논쟁으로 이어질 거란 걸 엘사는 안다. 둘이서 했던 마지막 말싸움과 엘사가 심장에 쏜 얼음으로 인해 안나가 바닥에 붙박인 채 의식을 잃은 참혹한 장면이 떠오르자 공포가 엘사의 심장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온다.


"안 돼." 엘사의 생각에 발밑의 얼음이 녹아내린다.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할 순 없어."


엘사가 문에서 한 걸음 물러난다. 순록 우유와 젖소 우유의 차이에 대해 신나게 토론하는 안나의 목소리가 엘사의 심장을 움켜쥔다. 숨겨, 숨겨, 느끼지 마. 뒤돌아선 엘사는 얼음 조각이 눈 입자로 녹으며 사라져가는 얼음 자국을 응시한다. 이성은 엘사에게 도망쳐서 여왕다운 얼굴 속에 숨은 채 오늘 검토하기로 한 새 복합 화물 창고 설계도에 파묻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엘사는 평생을 문제로부터 도망쳐 숨어지냈다. 그게 엘사에게 가져다준 건 뭐지?


고통과 비참함. 그중에서도 최악인 점은, 엘사에게 오지 않았다는 것.


엘사는 시종들이 한 발짝 물러서며 절하는 것은 무시하며 ​어깨를 움츠린 채 왕궁 2층으로 사라진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것도 싫고, 이리저리 꺾이며 흉물스럽게 생긴 얼음길이 왕궁 사람들에게 제 기분 상태를 들불처럼 퍼뜨리고 다니는 것도 싫다.


도서관 2층에는 부모님께서 왕위에 계실 때 받은 외교 편지가 묶인 채 모여 있다. 어릴 때, 방 안에서의 얼어붙은 고독은 참기가 너무 힘들다고 여겨질 때마다 이곳에 틀어박히곤 했다. 엘사는 활자에 담긴 왕실 분위기에 파묻혀 지냈고, 왕위에 오른 후부터 먼지가 쌓였지만 아직도 각 편지의 위치를 외우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안나가 수업을 받는 중앙 독서실이 발코니에서 보인다는 걸 알기에 발코니를 찾는다.


엘사는 눈을 감고 숙련된 솜씨로 모든 감정의 흔적을 마비시킨다. 문을 슬쩍 열고 온기가 자신을 맞이하자 엘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안 어네. 놋쇠 손잡이에 조심스럽게 얹은 제 손가락을 쳐다보며 깨닫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조그만 성역에 발끝으로 숨어들어 가는 자유를 자신에게 허락한다.


안나의 웃음소리가 도서관의 둥근 천장에 울려 퍼지고, 엘사는 손과 무릎으로 가장자리까지 기어간다. 벨벳 커튼에 몸을 숨기고는 안나가 카펫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올라프와 놀고 있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난밤 자신이 끌고 온 흐트러진 공주는 온데간데없이, 올라프의 얼굴에 다른 채소들을 꽂아보며 명랑하게 읏는 10대 소녀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안나의 얼굴은 환한 채광창 아래서 반짝거리고, 자신이 숨어있는 어둠 속에서도 안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과 함께 춤을 추는 주근깨가 보인다.


올라프와 함께 추는 춤에 안나의 붉은 갈래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자니 엘사의 피부에 온기가 스며든다. 장갑 속의 습기에 엘사는 깜짝 놀란다. 이런 느낌을 받아본 게 언제인지도 까먹었다. 엘사는 이게 여동생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기 때문인지 궁금해한다. 엘사는 안나를 사랑한다. 엘사는 자신이 진심이라는 걸 알지만, 그게 안나인 것에 그저 감사해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아름다운 아가씨는 자신에게서 받아야 했을 애정을 오랫동안 한 톨도 받지 못했다.


엘사는 한숨 쉬며, 평생 처음으로, 여동생이 자신을 예전처럼 생각하고 있을지 ​의구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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