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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안나 서머즈 Anna Summers, PA 05

번밀레(211.206) 2019.12.04 03:29:43
조회 957 추천 31 댓글 10

“안나!”


안나는 한스의 목소리에 돌아보더니 활짝 웃었다. 한스는 한 쪽에는 꽃다발을, 다른 쪽에는 서류가방을 쥐고서는 주차장을 건너 달려오고 있었다.


한스는 안나 앞에 멈춰 서서는 잠시 헐떡였다. “같이 집에 걸어갈래요?” 한스가 기침을 하며 숨을 고르더니 물었다.


“집에는 지하철 타고 가서요. 역까지만 같이 걸을까요?”


그 말에 한스는 미소 지었고 둘은 걷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당신 보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 위즐턴 사 일이….” 한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엘사 씨도 그 일 때문에 계속 회의하시고 전화도 계속 오더라고요.” 안나가 덧붙였다. 예전 보직에 있을 때는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온 적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앵그리 버드 할 시간조차 없었으니까. 안나는 궁금한 듯 한스 손에 들린 꽃다발을 보았다. 연보라색 장미 같아 보였다.


“어디 데이트라도 가시나 봐요?” 모퉁이를 돌아 번잡한 중심가에 들어설 때 안나가 물었다. 그러고는 바로 볼을 붉혔다. 데이트 한 번 한 사이치고는 좀 주제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스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자기 손에 들린 꽃다발의 존재를 떠올렸다.


“아!” 한스는 꽃다발을 건넸다. “선물이에요. 당신을 위한.”


“아, 우와.” 안나는 그걸 건네받고는 손가락으로 꽃을 툭툭 건드렸다. “보라색 장미는 처음 봤어요.”


“라벤더 장미예요.” 한스는 무언가 말 하려는 듯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아랫입술을 잘근 물었다. “그 꽃의 꽃말이 황홀이래요. 그리고 또….” 한스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안나가 알아들을 수 없게 무언가 웅얼거렸다.


“뭔데요?” 안나가 묻자 한스의 뺨이 빨개졌다.


“첫 눈에 반함이래요.” 한스는 이렇게 속삭이고는 안나와 눈을 맞추었다.


“아.” 작고 놀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번에는 안나가 빨개질 차례였다.


둘은 아무 말도 않고 걸었다. 안나는 아름다운 장미를 바라보았다. 역 입구에 다다를 때 쯤, 안나의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한스는 안나를 곁눈질로 보았고 안나는 그런 한스를 향해 미소 지었다.


“완벽해요, 한스 씨. 정말로 완벽해요.”


한스는 자리에 멈추더니 안나의 손을 붙잡고 자기를 향하게 돌렸다. “당신만큼 완벽하지는 않아요.”


와, 우와, 으음…. 안나의 뇌는 바로 곤죽이 되어 이성적 사고가 불가능했다. 안나는 한스를 바라보며 그저 눈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백마 탄 왕자님이 여기 계셨네.


한스의 낯빛은 이제 검붉은 색이었다. “너무 느끼했죠.”


“전 느끼한 거 좋아해요.” 안나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늘 그래왔듯이 안나는 로맨스에 있어서는 아주 명석했다. 한스는 안나에게 다가갔다.


한스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스는 순간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더니 주머니에서 소리의 근원을 꺼냈다. 한스는 아쉬운 듯 미소를 보내고는 전화를 받기 전에 투덜거렸다. “일 하라네요.” 


멍청한 핸드폰 같으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이 박살나버렸다. 안나는 시계를 보았다.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친구가 자기 짐을 가져다준다는 시간에 맞출 수가 없을 것이다.


안나는 손을 팔랑거려 한스의 시선을 끌고는, 지금 가봐야 한다고 손짓했다. 한스는 자기 핸드폰을 가리키며 눈을 굴리더니 안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나는 꽃다발을 꼭 쥐고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



애들이 노래를 불렀다. 사실, 올라프 혼자 불렀다. 마시멜로는 옆에서 시끄럽게 콧노래만 흥얼거렸다. 엘사는 귀를 보호하기 위해 잠시 이어폰을 뺐다.


“너네, 노래 멈추고 빨리 다음 판 시작해.” 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두 남자는 그 말을 무시하고는 결국 노래를 끝까지 다 불렀다. 늘 그랬듯.


“진심으로 말하는데, 계속 멍청한 노래 불러대면 너희 없이 혼자 할 거야.”


“하지만 이건 승리 기념 노래인데요!” 올라프가 항의했다. 올라프의 닉네임이 마시멜로의 닉네임과 딱 붙어 화면 위로 나타났다. “가요, 친구들.” 올라프가 소리치자 엘사는 헤드폰의 볼륨을 낮췄다. “가서 혼쭐 내주자고요!”


엘사가 분명 수 년 전, 올라프더러 무심결에 “너는 내 새 절친이야!”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엘사는 그저, 끔찍한 블루스크린을 물리쳐준 올라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말한 것이었다. 그 뒤로, 엘사는 그 때 일을 계속해서 돌이켜 보았다. 올라프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게 분명하다.


이러저러해서 올라프는 스스로 엘사의 절친이 되었다. 그리고는 둘 다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시멜로도 자연스레 합류했다. (본명은 마샬이지만 엘사는 마시멜로를 본명으로 불러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엘사는 수요일 밤을 위해 사는 듯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깃발 뺏기는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올라프와 마시멜로를 빼고는 팀원 전부가 최악이었다.


“대체 왜 자꾸 던지는 건데!” 엘사가 마이크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무섭게 또 다른 멍청이 하나가 불길로 몸을 던졌다. “제발 아무나 내 뒤 좀 봐달라니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지만 엘사의 팀은 아무 깃발도 가져오지 못했다.


“친구들, 그냥 우리가 가서 가져오는 수밖에 없겠어.”


“알겠습니다, 사장님.” 마시멜로우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야호!” 올라프는 마냥 신났다.


엘사는 친구들을 이끌어 북쪽에 있는 깃발로 향했다. 심장은 요동치고 손바닥은 흥건해졌다. 팀원끼리 합이 제법 잘 맞았다. 이 년 전부터 수요일 밤은 콜 오브 듀티 하는 날이었고, 엘사와 친구들은 게임을 꽤 잘했다.


“좋아. 내가 맡을게.” 엘사가 깃발을 획득하고는 말했다. 엘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적 하나가 보였다. 엘사는 놈을 쐈다. “너희는 서쪽 깃발로 가.”


친구들이 떠났다. 좋아. 이제 깃발을 들고 이 분만 버티면 끝이다. 더 어려운 것도 해봤지.


적들은 당연하게도 엘사 홀로 남겨질 때를 노렸다. 적 네 명이 동시에 튀어나와 엘사를 둘러쌌다. 엘사는 하나를 죽였지만 다음 적은 아직 살아있었다.


엘사는 몸을 일으키고는 화면에 코를 박았다. “죽어, 멍청아!” 엘사는 총알을 더 쏘아댔다.


녀석이 죽자 엘사는 다음 적을 찾아-


따르르르르르르릉


엘사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고 그 통에 컨트롤러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엘사가 실수로 뻗은 발에 맞은 컨트롤러는 소파 아래로 쏙 들어갔다.


따르르르르르르르릉


화면 속 엘사의 캐릭터는 거칠게 휙 움직이더니 죽어버렸다. 엘사는 맵 남쪽에서 부활했다.


엘사는 헤드폰을 벗어던지고는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뭔데?!” 엘사가 고함을 질렀다.


“아….” 반대편 목소리는 놀란 듯 훌쩍였다. “저- 그러니까… 죄송해요.”


뚝.


대체 뭔데? 엘사는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안나 서머즈로부터 착신.


엘사는 공황에 빠져 헤드폰을 움켜쥐었다.


“…괜찮아요? 구급차 부를까요?”


“올라프….” 엘사가 너덜너덜한 목소리로 말하자 올라프는 허둥지둥 내뱉던 말을 멈추었다. “안나한테 또 소리 질렀어.”


“뭐라구요? 나는 안나가 좋은데! 왜요?”


엘사는 잠시 고민했다. “나도 모르겠어.”


“또 그랬어요?” 마시멜로가 물었다. 화면 속 엘사의 캐릭터는 두 번 연속 죽고 있었다.


“그게- 자꾸 이런 일이 벌어져. 안나 잘못도 아닌데.” 엘사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하루의 절반을 정상처럼 보내놓고 이제 와서 이렇다니.


“아주 심각한데요.” 올라프가 말했다. 올라프가 다른 사람이 없는 채팅창을 새로 열었다. 좋네. 게임에서라도 유지할 이미지가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서커스단으로 도망쳐서 다시는 말 걸지 않을까봐.”


“음…. 아뇨. 그건 안 통할 거예요.” 올라프가 대답했다. “사과하는 건 어때요?” 다른 사람이 한 말이라면 가르치는 것처럼 들렸겠지만, 올라프라면 다르다. 순수하게 자길 걱정하는 마음이니까. 올라프만의 매력이었다.


“어떻게?” 엘사가 소파에 더 파묻히려 애쓰며 물었다. 안나에게 다가가서 “미안해.”라고 하는 광경이 떠오르지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사과마저 망칠 것이다. 더듬거리며 말 하다가 어디 구멍에 콱 떨어져 죽어버리던지 아니면 이유도 없이 소리나 질러대겠지.


잠시 뒤, 올라프가 기쁜 듯 함성을 터뜨렸다. “꽃을 사주는 거예요!”


“꽃이라고?” 엘사가 되물었다.


“안나는 꽃을 좋아할 거예요.” 올라프가 열정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엘사는 손뼉 치는 올라프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온갖 예쁜 꽃을 다 줘요. 너무 기뻐서 소리 지른 건 기억도 안 날 거예요.”


“내가 꽃을 사야 할 것 같아?”


“그럼요.”


얼마나 어색할지에 대해서는 설명 하지 않기로 했다. 올라프는 어색이란 말 자체를 모를 테니.


“사장들은 자기 비서한테 꽃을 사주죠.” 마시멜로가 느릿느릿 말했다. “선물이자 고맙다는 보답으로요. 사과로도 잘 먹힐 걸요.”


“오해하지는… 않을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당연하지만, 엘사만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겠지.


“아무 것도 아니야.”



-



엘사는 꽃집이 별세계처럼 보였다. 주위에 온통 꽃병, 꽃병, 꽃병뿐이었다. 카운터에는 꽃다발도 있었고 전부 사랑스러워보였다.


엘사는 꽃을 사본 적이 없었다. 살 이유가 없었으니. 엘사는 일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엘사가 무엇을 골라도 안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것이다. 그렇다고 만든 지 오래 된 꽃다발을 사는 건 너무 되먹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힘을 줘서 엄청 크거나 비싼 꽃다발을 살 수도 없었다.


어쩌다 올라프 말에 설득당한 거지?


엘사는 점원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꽃집 안을 돌며 꽃을 구경했다. 여러 꽃잎을 만져보았지만 맘에 드는 꽃은 없었다.


장미 앞에 서기 전까지는. 꽃집 주인이 장미에 미쳤는지 선반 하나에 형형색색의 장미가 가득했다. 빨간 색, 피처럼 검붉은 색, 흰 색, 핑크 색, 여러 가지 섞인 색, 라벤더 색, 오렌지 색까지. 마치 무지개 같았다. 맨 윗 줄 제일 끝에, “안나”라고 딱지가 붙은 것만 같은 장미가 있었다. 핑크, 노랑, 오렌지가 섞인 장미였다. 밝고 행복한 색이었다. 엘사가 커피를 건네받을 때 안나가 보여준 미소를 꽃으로 바꾼다면, 바로 이 장미였으리라.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중년의 통통한 플로리스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열두 송이 주세요.” 엘사는 아름다운 장미를 가리키며 망설이지도 않고 말했다.


플로리스트가 미소 지었다. “코랄 색이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목소리였지만 엘사는 그게 무엇인지는 알아채지 못했다.


“네.” 엘사가 조급하게 말했다. “잘 꾸며 놓으셨네요. 저는 꽃을 사본 적이 없어서요.”


플로리스트의 미소가 더욱 커졌다. “당연하죠. 지금 드릴까요, 아니면 배달해드릴까요?”


엘사는 잠시 고민했다. 이걸 직접 건네면서 대화하지 않아도 될 수도… 아니다. 얼굴 보고 직접 말해야 한다. “내일 찾으러 와도 될까요? 아홉 시 쯤에요.”


“당연하죠.”



-



엘사가 늦는다. 안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시계만 연신 쳐다봤다.


안나는 오늘도 엘사에게 줄 카페 모카와 머핀을 샀다. (매일 도넛을 사는 게 좋은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눠 먹는 거라면.) 이게 맞는 행동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어제 엘사가 커피를 받아들 때만 해도 아주 행복했다. 화해하자고 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 뒤로 엘사가… 친근하게 대해주지는 않았어도, 질문을 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해서 자기와 거리를 두지는 않았다.


그리고… 전화를 했지. 안나는 퇴근한 후에야 전화를 받았고, 엘사가 위즐턴 사와 중요한 통화를 해야 할 시간을 다시 조정해야만 했다. 안나 혼자 조정할 수도 있었지만, 엘사에게 먼저 확인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엘사는- 안나는 무슨 일이었는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엘사가 방해받은 일이 무엇인지 상상해보려 했지만, 하나 확실한 건 엘사가 방해받은 일 때문에 굉장히 화가 났다는 사실이었다. 안나는 엘사가 출근할 때에 맞춰 아래층에 내려가야 하는 척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겁쟁이 같은 행동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문이 열렸다. 안나는 엘사가 사무실로 들어와 자기를 쳐다보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엘사는 꽃다발을 마치 칼처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안나는 엘사가 자기 책상으로 곧장 다가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엘사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엘사는 책상 반대편에 서서는 안나를 향해 꽃다발을 들이밀었다. 얼굴은 불타고 있었다.


“어제 전화로 소리지른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싶어요. 아침 일이랑 화요일 일도요. 그리고 무례하게 굴었던 일이랑 반사회적으로 굴었던 일도 미안해요.” 엘사의 사과는 매우 부자연스러워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는 하나 싶었다. 엘사는 안나의 머리 위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나는 꽃다발을 받았다. 노을빛 장미들이 사랑스러운 빨간 천에 쌓여 오렌지색 리본으로 묶여있었다. 


안나는 엘사를 바라보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안나 머릿속에는 엘사가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자기를 무시하는 시나리오만 있었으니.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 장미와 어색하고 정중한 사과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안나가 말했다. “어… 전화 드린 건 죄송해요.”


엘사의 얼굴 위로 고통스런 표정이 잠깐 지나갔다. “사과하지 말아요. 제 잘못이었으니까. 당신은 그저… 어제 좀 안 좋은 순간에 전화한 것뿐이에요. 제가 최근에… 좀 못 됐었죠.” 엘사는 잡을 게 없는 나머지 자기 배 위로 팔을 교차했다. 안나가 보기에, 엘사는 자기 반응을 살피며 걱정하고 있었다.


“사과 받을게요.” 안나는 엘사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다들 컨디션 안 좋을 때가 있잖아요.”


엘사의 입이 조금씩 씰룩거렸다. 미소에 가까웠다.


“오늘도 카페 모카를 사왔어요. 머핀도요.”


엘사는 골판지로 된 트레이를 내려다 보았다.


“이게 맘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올라프 말로는 엘사 씨가 아침에는 배고프고 힘들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해봤어요. 저도 아침이 싫거든요. 얘네 없으면 못 살아요.” 안나는 다시 횡설수설했다. 엘사는 하염없이 카페 모카만 쳐다봤다. “원하시면 다른 걸로 사올게요. 말씀만 하세요. 아침부터 설탕덩어리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괜찮아요.” 엘사는 나지막이 말하고는 커피를 집었다. “어제 전까지는 이런 거 먹은 적도 없었거든요. 정말 좋았어요.”


안나는 활짝 웃었다. 엘사는 머핀을 집었다. 그 순간, 엘사와 안나는 눈을 마주쳤다.


“고마워요.” 엘사는 자기 사무실로 향했다.


안나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색이 참 밝고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라벤더 장미는 차갑고 신비해보였는데, 이 장미들은 선명하고 기뻐보였다. 안나가 시선을 올리자 엘사가 자기 사무실 문을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무슨 색이에요?” 안나가 물었다. 엘사는 당황하여 안나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엘사는 기억을 떠올리려 입술을 깨물었다.


“코랄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안나가 말했다.


엘사는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안나를 향해 다시 한 번 덜덜 떨며 불안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안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안나는 한스가 꽃을 주기 전, 꽃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몰랐다. 안나는 구글에 ‘색깔별 장미 꽃말’을 검색하고는 가장 위에 있는 웹사이트를 눌렀다.


코랄: 열망.


안나는 단어를 읽었다. 그러다 뒤로가기를 누르고는 다음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 다음 사이트도.


열망.


안나는 그 내용을 계속 바라보다 사이트를 닫고는 자기와 최대한 먼 곳에 핸드폰을 놓았다.


엘사가 꽃말을 알고 줬을 리가 없다.


알고 준 건가?





-

아니 머임 내 현생 어디감? 뭐야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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