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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6-2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2 01:45:45
조회 884 추천 41 댓글 9

[6-1 링크]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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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도나휴 씨의 불안한 시선이 자신을 눈치채지 않도록 피하면서 그녀를 뒤쫓았다. 그녀는 금발을 빈 보관실에서 발견했다. 입구의 전자잠금장치가 이미 해제되어 있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마찬가지로 진동감지 센서들도 완전히 파괴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너 지금 무슨 짓이야?” 경이가 담긴 그 크고 푸른 눈으로 카라졸라의 케이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퀸에게 안나는 물었다.

“몰라서 물어? 다이아는 내가 챙겨갈게.”

“어딜 도망가,” 안나는 말하며 주머니 안의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초록색 레이저빔이 디지털화된 덩굴과도 같이 벽에서 뿜어져 나와 여왕의 발걸음을 붙잡아둔다.


“한 발짝만 움직이면 모션 센서가 작동할거고, 보안요원들이 들이닥칠거야.” 안나는 비꼬듯 미소를 지었다.


퀸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포니테일의 끝을 레이저쪽으로 가져다 댄다. 빔에 머리카락이 그을리자 조금 흠칫한다.


“오, 그리고 내가 얘기를 했었나? 그것들은 레이저야. 그대로 움직이면 널 지난 주 먹다 남은 사시미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이것도 내가 특별히 추천해서 준비했지.”


퀸은 천천히 물결과도 같이 어깨를 들어 움직였고, 목을 축에 따라 돌렸다. 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설마 그녀가 이걸……



여자는 두 팔을 들어 날렵하게 몸을 앞으로 내밀며, 안나가 체조실 밖에서 본 것 중에서 가장 통제되고 절제된 발걸음을 옮겼다. 퀸은 레이저 광선의 무차별적인 거미줄을 유연성과 균형감각, 그리고 적절한 힘으로 휘저으며 나아갔다. 동작 하나하나 행사하는 그녀의 복근이 얼마나 탄탄할 지, 몸의 무게중심을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옮기는데 얼마나 코어근육이 단련되어 있을지 안나는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금발은 이제 다리를 180도로 들어올리더니 몸을 비틀며 레이저를 피했다.


안나는 그 광경에 숨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여자는 카라졸라로 다가가면서 안나를 보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너무나…유연했다.



안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매니큐어를 바른 반달 무늬가 손바닥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녀는 위가 내려앉는 느낌을 받으며, 퀸이 험악하게 생긴 평행 빔의 미로 사이로 비집고 통과하는 것을 보면서 왜 숨결이 이토록 아프도록 얕아졌는지 분석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여자는 코에서 무릎까지 타이트한 검은 바지를 입은 채로 몸을 구부리더니 공중제비돌기를 돌며 우아하고도 완벽하게 발끝으로 착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안나는 저 여자는 분명 요정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애물인 진열장 앞에서 퀸은 셔츠 밑에 넣은 주머니에서 작은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자른다.


그녀는 석션 컵을 유리케이스에 붙이고는, 다이아몬드의 끝으로 유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둥글게 자른 유리뚜껑을 열고 퀸은 케이스 안에 든 카라졸라를 꺼내더니 경악하고 있는 안나를 쳐다본다.


안나는 이전에도 충격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꼼지락거린 적은 처음이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안나는 그녀의 심장박동이 천둥치며 표정이 적대감에서 한없는 경외감으로 변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다. 진짜 감정을 티 내지 않게 숨기고, 그 어떤 감정이든 연기할 수 있게 훈련을 거친 그녀다. 근데 이건? 그런 일은 여태껏 없었다.


그 여자는 손가락 끝으로 목걸이를 빙빙 돌려 안나를 생각에서 끌어냈다. 아직 업무 중이다. 안나는 저 목걸이가 필요했고,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안나는 빈정거리듯 느리게 박수를 치는 걸로 시작했다.


“뭐야?” 금발이 물었다.


“인상적이야. 또 숨겨둔 건 없어?”


“AAA 배터리 4개, 구리선이랑 5천정도의 클리어컷 다이아—“


“그냥 하는 말이었어.” 안나는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고는 레이저를 껐다. “네가 아무리 인상적이던 정신이 나갔던 간에, 넌 그 다이아 들고 못 나가.”


“난 정신 나가지 않았어,”


“너 방금 너를 하마터면 반토막을 냈을지도 모르는 레이저 광선 사이를 누비고 다녔잖아.”


“컨트롤을 얼마나 잘하는가에 달린 문제야.”


안나는 영국식 발음을 흉내 내며, 그녀가 좋아하는 명작의 대사를 꺼낸다. “난 네 팔을 잘랐어! 아니, 넌 그러지 못했어! 고작 생채기가 났을 뿐이야!”


“넌 저런 말을 하면서도 내가 정신 나갔다고 하는거니?”


“진짜? 너 블랙나이트 몰라? 몬티 파이썬?”

(*역주: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1975년 영국 코메디영화, Black knight가 결투 후에 사지를 잃어버리는 씬이 매우 유명함.)


퀸은 한 손으로는 다이아몬드를 들고, -안나가 ‘기본 모드’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머리를 한쪽으로 갸우뚱한 채로 안나를 응시했다. 안나는 한숨을 쉬며 양 손으로 옆구리를 쳤다.


“난 네가 이대로 다이아몬드를 들고 가지 않게 할거야.”


“뭐어, 나한테서 가져가지 못할 걸.”


“내기할래?”


“진짜로 내기를 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또 다시 날 놀리는거야? 너도 알겠지만 난 도박따윈 하지 않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내가 매우 유리하긴 하지. 내 손 안에 다이아몬드가 있으니까.”


안나는 여자의 알라바스터 뺨이 더 창백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확실히 더 하얗게 질리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 하지만 내겐 리모컨이 있지. 보안요원!”


밀리 초 차이로, 건장한 남성 3명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저길봐요, 그녀가 카라졸라를 가로챘어요!”


퀸은 도망가려 했지만 방의 출구는 한 곳뿐이었다. 남자들은 그녀의 손목에 플라스틱 지퍼끈을 둘러매며 다이아몬드를 뺏어낸다.


“여기 있습니다. 미스 제닌.” 경비원 중 한명이 말하며 안나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냈다. “도나휴씨는 발표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그녀는 저희가 처리하죠.”


“도나휴 씨께는 아직 알리지 말아요. 그가 더 불안해할 테니까요. 경찰에 신고해 줄 수 있을까요?”


“Yes ma'am.”


“여러분 수고많으셨어요!” 안나는 목걸이에 존재하지 않는 흠집이라도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걸쇠를 빼버린 것 같네요. 그녀를 수색해주세요.”


부엉이처럼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안나는 무지비하게도 눈썹을 꿈틀댔다. 안나는 남자들을 방 한가운데로 밀어냈고, 퀸은 그들 사이에 묶여있는 채였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리모컨의 다른 버튼을 눌러 보안장치를 끊으면서 동시에 레이저를 다시 작동시켰다.


“제닌!”


“미안해 얘들아. 아침이 되면 좀 뻐근할거야.” 안나는 말하며 주머니에 다이아를 집어 넣는다. “그리고 넌…”


퀸은 그동안 자기를 묶은 끈을 레이저로 끊어내고는 확실하게 탈출하기 위해 그 범죄적으로 유연한 몸을 이용해 어떻게 빠져나갈지 계산 중이었다.


“내가 일이 재미있을 수 있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 상황에 따라 다를수도 있지만…” 안나는 레이저의 지근거리까지 걸어와 도전적이고 으스대는 시선을 퀸에게 던졌다. “오늘 일이 재미없었다곤 말할 순 없을 거 같아. 우리 언제 또 하자.” 안나는 조롱하며 골목 쪽으로 황급히 떠나갔다.


퀸의 진심어린 미소가 커져가는 모습을 안나는 미처 보지 못하고 떠났다. 레이저에 갇힌 보안요원들은 위험한 레이저 사이로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금발 여자를 그저 쳐다보는 수 밖에 없었다. 레이저는 계속 켜져 있었고 2시간 후에 증원이 도착하고나서야 보안요원들은 구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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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무사히 올라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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