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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12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223.38) 2020.01.11 18:29:59
조회 1327 추천 86 댓글 20






허니마린과 패비가 숲으로 떠난지 닷새가 지났다. 아렌델 성문이 다시 활짝 열렸고, 3개월 간 줄어든 인원이 증축되어 성안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안나의 독감은 완치 판정을 받았고, 엘사 마법도 다시 안정기를 찾았다.

그리고 하얀 정령옷을 입고 긴머리를 늘어트린 정령님은 그날 이후로 줄곧 아렌델에 머물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다시 이곳이 집이 되었다는 말이 맞겠지만.

허니마린이 엘사를 도와 숲에 대신 머물면서 교류를 돕기로 했기 때문이였다. 물론 하필이면 허니마린이라는게 엘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안~나!"



"윽?"



겔다와 서류를 살피던 안나가 뒤에서 덮쳐오는 온기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겨울밤에 내리는 눈의 냄새. 엘사였다. 높게 틀어올려 훤히 들어난 안나의 목덜미에 엘사의 백금발이 흐트러졌다.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살 내음을 맡는 것 같은 행동에 안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몸을 움츠렸다. 자, 잠깐, 잠깐!



"에... 엘사?!"



"다녀왔어, 작은 나의 여왕님."



겔다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 인사를 하고는 안나의 손에 들린 서류를 건내받고는 집무실을 나섰다. 안나는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자꾸 목덜미를 파고드는 엘사를 쳐다봤다. 인수인계를 위해 이틀간의 아토할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은 분명 내일일텐데. 하루만에 훌쩍 돌아와버렸다.



"엘사! 출장은?"



"끝났어. 크게 설명할 일이 없었거든."



고작 3개월 지냈던 나보다 허니마린 그 여자가 아는게 더 많을걸.

엘사는 안나의 왼팔 소매자락을 잡아당겨 어깨 위의 상처 위에 짧게 키스를 떨어트렸다. 아, 아니. 그 상처는 그만 좀. 안나가 당황해서 한쪽으로 끌어내려지는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또 테라스를 통해 들어온거야? 정문으로 들어오라니까. 아렌델 출입금지 명령은 이제 끝났어, 엘사."



"하지만 네가 놀라는 모습이 보고싶었는걸?"



그런 말을 하면서 화사하게 웃는 엘사를 본 안나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뻐끔거렸다. 예전에 엘사에게 틈만 나면 달라붙었던 자신을 보고 엘사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사랑스럽고 마음이 자꾸만 간질간질하다 못해 머릿속이 하얘졌다.
예쁘다. 하얗고, 반짝반짝하고, 신비롭고, 상냥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사람일거야. 가장 똑똑하고, 지혜롭고 가장 아름다운 나의 정령님.



"엘사..."



간질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안나가 뒤돌아 엘사의 품을 파고들었다. 심장이 자꾸 간지러워. 안나가 입술을 깨물며 부서지게 엘사를 끌어안았다. 순간 멈칫하던 엘사도 손을 들어 안나의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안나? 왜 그러니?"



"그냥."



모르겠어. 정말로. 마음이 너무 간지러워서 이러지 않고는 못 뵈기겠는걸. 그날 이후로 엘사가 불쑥불쑥 애정표현을 할때마다 안나는 이렇게 어쩔줄 몰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이렇게 엘사에게 온몸을 찰싹 붙이고 끌어안고 있으면 좀 괜찮아지고는 했다. 엄청엄청 엄~청나게 행복해서 그러는걸까, 나? 안나가 엘사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그냥 언니랑 하나가 되고싶나봐 나. 그럼 좋을텐데."



똑 달라붙어서 한 몸같이. 그럼 더이상 떨어지는 일도, 외로운 일도 없을텐데. 그렇게 되면 나도 엘사가 마법을 쓰는 기분을 알게될까? 나한테도 겨울밤에 내리는 포근한 눈 냄새가 날까? 궁금했다.



"아..."



엘사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안나의 의도는 분명 그런 뤼앙스가 아닐텐데. 심장이 철렁하면서 가슴 속에 스파크 같은게 일어났다. 사랑스러운 여왕님. 아무것도 몰라서 위험한 내 여왕님. 언젠가 너는...

쓰~읍. 엘사의 목덜미에서 원하는 만큼 눈을 냄새를 맡은 안나가 고개를 들었다. 반짝이는 청록색 눈동자와 마주친 엘사가 정신이 든 듯 흠칫했다. 안나는 아무것도 눈치 못챈 얼굴로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도 마침 엘사가 와서 다행이야. 조금 골치아픈 문제가 생겼거든."



"골치아픈 문제?"



안나는 엘사를 쇼파로 끌어다 앉히며 말했다.



"그게 올라프가 말이지..."



"올라프가 왜?"



골치 아픈 문제라고 해서 외교 문제인줄 알았는데. 올라프라니. 엘사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쫑알거리는 안나에게 집중했다.



"몇일 전에 아이를 낳은 포부스 부인을 만났는데, 갓난아이가 신기했나봐.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건지 물어보길래..."



"Oh, God..."



엘사가 웃음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올라프가 몇살이였지? 이제 3살이 조금 넘었던가. 어린 아이들의 단골 질문멘트구나.



"그래서 내가 눈을 뭉쳐서 만든거라고 대답했는데! 크리스토퍼는 트롤이 물어다 준다고 했고, 겔다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배가 끊긴 섬에 갇히면 생긴다고 말했다는거야!!"



오, 겔다. 안나는 새빨게진 얼굴로 울쌍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올라프가 나한테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거냐고 자꾸 물어본다고 언니!"



엘사는 결국 빵 터지며 웃어버렸다. 눈과 트롤과 배가 끊긴 섬이라니. 수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안될 수 밖에. 집무실 안에 숨넘어가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안나는 짐짓 심각하다는 얼굴로 엘사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웃을 일이 아니야, 엘사! 분명 언니한테도 물어볼거란 말이야!"



"그럼 나는 뭐라고 말해줄까 안나? 솔직하게 다 말해줄까?"



엘사는 아직도 웃음을 멈추지 못한채 말했다. 솔직하게 다? 뭘? 어디까지? 전부 다? 몇 년전 수업에서 배웠던 성교육 교재가 떠올랐다. 안나가 귀까지 새빨게져서 소리쳤다.



"엘사!! 동심파괴 금지야! 정령 맞아?!"



아니 잠깐. 너무 웃기잖아. 엘사는 그 후로도 한참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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