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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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x chocoalts chauds, pour vous."
쇼콜라 쇼(핫초코)가 각각 안나와 엘사 앞에 내려졌다. 개선문에서 내려 온 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근처 노천카페에 착석했다.
“우와..진짜 맛있어요 이거!”
안나가 쇼콜라 쇼를 한 입 마시고는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엘사는 방긋 웃으며 맞받아쳐줬다.
“그쵸? 조금 밍밍한 감이 없지 않지만, 매력 있죠.”
“너무 달지 않아서 더 좋은데요? 그나저나 파리지앵들은 에스프레소만 마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또 있어요? 파리지앵에 대한 선입견?”
엘사가 귀엽다는 듯이 물었다.
“음...파리지앵들은 개인주의자들 이라는거? 그리고 영어를 싫어하고.. 차갑고 불친절하고...”
주절대던 안나가 순간 본인 입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단어들에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아, 언니가 그래 보인다는 건 아니예요!”
“괜찮아요. 저도 여기 산지 얼마 안되는걸요.”
엘사는 유학 4년차 대학원생이었다. 안나와 같은 나이에 유학을 왔고, 처음엔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왔다가,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여기서 학사졸업까지 해버리고, 지금 석사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에이 4년이면 완전 파리지앵이죠! 아까 주문할 때 보니까 프랑스어도 완전 유창하게 잘하시던데요..”
“이 정도는 몇 년 살면 기본이예요. 안나씨도 곧 저보다 더 잘하게 될거예요.”
뻔한 위로의 말이었지만, 왠지 엘사가 하는 말은 빈 말 같지 않았다. 안나의 얼굴이 괜히 붉어졌다.
“말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그래야 저도 언니라고 부르기 편하잖아요~”
“제가 원래 말을 잘 못놔서요. 나중에 더 친해지면 놓을게요.”
마치 베일듯하게 선을 그었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게, 부드럽고 정중하게 대답하는 엘사였다. 그 덕에 안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 섭섭하긴 했다. 그래도 뭐! 오늘 처음 본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내가 너무 나간 것일 수도 있어.
“그럼 언니 편한대로 해요! 저는 계속 엘사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헤헤”
“그럼요.”
안나는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엘사에게 늘어놓았다. 물론 그 변태 같은 자식 이야기도! 엘사는 앞으로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런 일을 더 많이 겪을거라며,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충고해줬다. 물론 따뜻한 위로도 함께. 그 뒤로도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도 대화가 정말 잘 통하는 느낌이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건가? 어쨌든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안나는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저는 이쪽으로 메트로(지하철) 타고 가면 되는데. 언니는요?”
“저는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돼요. 조심해서 들어가요.”
“아.. 잠깐.. 잠깐만요! 혹시 번호..!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뭐야 이 안나 바보 멍청아! 남자 번호 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수줍어해? 그냥 친한 언니 동생으로 지내자는 의미잖아! 방금 진짜 바보 같았어. 엘사도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엘사의 손이 안나를 향해 뻗어왔다. 놀란 안나는 흠칫 하며 엘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핸드폰 줘봐요.”
엘사는 귀엽다는 듯이 안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넋이 나간 안나는 잠시 벙쪄있다가, 누구보다 빠르게 핸드폰을 건네 줬다. 핸드폰을 건네 받은 엘사는 꾹꾹 번호를 누른 뒤, 다시 안나에게 건네 줬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요.”
****************
“응 크리스토프. 나 이제 씻고 누웠어. 너-무 피곤하다. 정말 긴 하루였어...”
수화기 너머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는 친구들과 농구 중 이여서 전화를 못받았다며,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아냐 괜찮아. 별 일 없었어. 정말로. 나도 너무 보고 싶다. 사랑해.”
안나는 짧은 통화를 마치고 풀썩 침대에 누워버렸다. 오늘 있었던 일을 크리스토프에게 다 얘기 하기엔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괜한 걱정을 끼치기도 싫었다. 무엇보다도 얘기 해봤자, 지금 내 옆에 있어줄 수도 없으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마자, 안나는 또 다시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 이제는 정말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구나. 이제 당장 살 집도 알아봐야 하는데... 나는 프랑스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잖아. 나 진짜 무모하네.
누워서 핸드폰을 뒤적거리던 안나는 문득 아까 받은 엘사의 연락처가 떠올랐다. 당장 내일도 아무 계획이 없었던 터라, 조금 민폐스럽겠지만 엘사를 불러내 유학생활 팁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대신 멋진 식사를 대접하면 되겠지! 좋아 완벽해.
[엘사 언니, 저 안나예요! :)]
전송 버튼을 누른 뒤, 무거운 안나의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그리고 이내 툭, 하고 핸드폰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코고는 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
[잘 들어갔어요?]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을 뜬 안나는 눈을 감은 채 침대를 더듬어 핸드폰을 찾다가 바닥으로 손을 뻗어 폰을 집어 들었다. 아, 어제 문자 보내 놓고 바로 잠들었구나... 점심 식사 하자기엔 이미 늦은 것 같고, 같이 저녁 먹자고 해야겠다.
[문자 보내 놓고 바로 잠들었나봐요T.T 혹시 오늘 저녁 시간 괜찮아요?]
.....답장이 늦네. 바쁜가보다. 안나는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빠르게 환복하고는 카메라와 지갑,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만 덜렁 챙겨서 문을 나섰다.
안나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셔터를 눌러댔다. 마주하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져서, 셔터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마저 배경과 어우러져서, 하나의 작품 같았다. 파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한 사진들을 넘겨보며 안나는 만족감에 씨익 웃었다. 그 때,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미안해요. 오늘은 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은데, 주말은 어때요?]
문자를 보는 순간 들떴던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흠... 주말이라.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이틀은 더 기다려야겠네. 뭐, 그동안 파리 지리 좀 익히고 집도 보러다니면 시간은 금방 가겠지!
[좋아요! 그럼 토요일 저녁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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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온갖 골목을 쏘다니느라 며칠 새에 살이 몇키로는 빠진 것 같고, 되도 않는 프랑스어 실력으로 집을 보러 다니느라 진이 다 빠졌다. 심지어 어제는 집시들이랑 시비도 붙었다고! 무슨 종이를 들고 싸인을 해달라길래 관심을 보였더니, 어딘가 숨어있던 집시 일행들이 와서 내 양쪽 팔을 붙잡고 놔주질 않고... 실랑이 끝에 프랑스인 아저씨가 와서 도와줬었지.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앞으로는 시선도 주지 말아야지 정말...
엘사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들떠서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동안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며칠만에 제대로된 대화를 할 생각에 안나는 들뜨기만 했다. 물론 머물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도 사람들은 넘쳐났지만, 그들은 여행자였기 때문에 이런 안나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안나의 이야기를 모험담 듣듯이 흥미롭게 들어만 줄 뿐이였다.
안나는 엘사와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내부를 스윽 훑어봤다. 그렇게 막 고급스럽지도, 투박하지도 않은 아늑한 느낌을 주는 엔틱한 인테리어에 왠지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엘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적당히 좋은 자리에 골라 앉아 프랑스어로 가득한 메뉴판을 건네 받은 안나는 글자를 슥 훑어봤다. 음… 파스타, 샐러드…무슨 요리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들어간 재료를 알 수가 없네. 엘사가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시켜야겠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약속시간보다 10분이 지나있었다. 조금 늦네? 문자해볼까…하고 생각하는 동시에 엘사가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엘사 언니! 여기요!”
“아, 늦어서 미안해요. 이쪽 골목만 오면 길을 헤메서…”
“아녜요! 저도 방금 도착했는걸요.”
길을 헤멨다고? 엘사는 은근히 길치인가 보구나. 나도 한 번에 찾아왔는데…
“그나저나 와우, 언니, 오늘 완전 예뻐요! 주말인데 완전 차려 입으셨네요?”
길게 늘어뜨린 백금발, 본인과 너무나 어울리는 코발트 블루색 정장 세트에 까만 스틸리토 힐, 그리고 때 타지 않은 새하얀 클러치를 들고 나타난 엘사를 보고 안나는 순간 반할뻔했다. 저 만나러 온다고 이렇게 꾸미고 온거예요? 라고 능글맞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 이정도 농담할 사이는 아니지. 하며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집어넣는 안나였다.
“고마워요. 오늘 미팅이 있었어서…”
엘사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고 했다. 완전 멋있잖아…
“통역이라고는 해도 별거 없어요. 안나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열심히 공부하면.”
“저는 그런 쪽이랑은 거리가 멀어서요…헤헤”
“배고프죠? 일단 음식부터 시켜요 우리. 여기는 오리 스테이크가 맛있어요.”
“오리 스테이크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 너무 좋아요!”
유창한 프랑스어로 엘사가 주문을 마치고, 간단하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스몰 토크를 나누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늘도 역시 하루종일 쏘다니드라 허기진 안나는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한조각 썰어내 와인을 절여 만든 소스에 푹 찍은 후, 입에 쏙 넣었다.
“으음…!! 뭐지 이거? 진짜 맛있어요..!!”
“그쵸?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예요.”
“와, 빈 말이 아니라 정말. 너무 맛있는데요? 이런 맛집은 어떻게 알아내신거예요?!”
“원래 아무나 안데려 오는 곳인데, 안나한테는 꼭 이거 먹여주고 싶었어요.”
“정말요? 사실은.. 여기 온 뒤로 이렇게 제대로 된 식사는 처음이예요. 너무 감사해요.”
말하면서 왠지 스스로가 서글퍼지는 안나였지만, 이내 스테이크의 어메이징한 맛에 빠져 금새 기분이 좋아지는 안나였다.
“그런데 사진 찍는걸 굉장히 좋아하나봐요? 저번에 만났을 때도 카메라 들고있었던 것 같은데.”
안나 옆자리에 놓여진 카메라를 보며 엘사가 말했다.
“아! 사실은 제가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거든요. 카메라는 저랑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오, 그렇구나. 멋지네요. 안나랑 잘 어울려요. 저는 기계치라서 카메라 잘 다룰 줄 모르거든요.”
안나는 풉, 하고 웃음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아냈다. 길치에 기계치라고? 저렇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엘사를 점점 알아갈수록 인간미와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엘사 언니는 여기서 무슨 공부하는거예요? 아 잠시만요, 제가 맞춰볼게요. 음… 경영학? 아니면 정치학? 철학?은 아닐 것 같고… 왠지 되-게 프로페셔널한 전공일 것 같아요!”
“다 틀렸어요.”
엘사는 스무고개라도 하듯 흥분해서 이야기하는 안나가 귀엽다는 듯이 픽 웃었다.
“건축학을 배우고 있어요.”
“와우 건축학!! 너무 멋있어요 언니랑 너무 잘어울려요! 저는 숫자같은 것만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잠깐, 그럼 그림도 잘 그리시겠다! 진짜 진짜 멋져요. 저도 그림을 잘 그리면 좋을텐데. 요 며칠간 파리 공원에서 시간 떼우면서 느낀건데요, 사진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뭔가가 있더라구요. 음 왜냐면 사진은 셔터 한 번 툭 누르면 찍히는데, 그걸로 부족할 때가 있거든요. 한 공간에 길게 머물면서 그 풍경을 내 손으로 직접 그려낼 수 있다면, 정말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완전 똥손이라…앗, 제가 너무 말이 많았죠? 가끔 흥분하면 이렇게 주절댄다니까요. 죄송해요.”
“아니예요. 나중에 같이 그림그리러 공원 가야겠네요?”
“오, 정말요? 제 말은, 바쁘지 않으세요? 저야 남는게 시간이지만… 괜히 시간 뺏는거 아닌가 해서요.”
“전혀요. 저도 안나랑 같이 시간 보내는거 즐거워요. 대화도 잘 통하는 것 같고.”
“그쵸? 저만 그렇게 느낀거 아니죠?”
그 뒤로도 둘은 정말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 사진, 그림, 건축, 영화 등등…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 등을 이야기 했다. 안나는 엘사가 자신의 소울메이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즐거운 대화가 끊임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현실.
“휴, 그나저나 집을 구해야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맞아요. 오죽하면 파리에서 집만 잘 구해도 유학생활 절반은 성공한거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요. 저는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대책 없이 온건지.. 이제 게스트 하우스도 며칠 뒤면 나가야 하거든요.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어요.”
“그래요? 흠…”
엘사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무언가 떠오른듯 미소 지었다.
“그럼 잠깐 우리집에서 지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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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생각난 김에, 현퀘 바빠지기 전에 미리미리 슥슥 써야할 것 같아서 또 들고 왔어ㅋㅋ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많은데 글빨이 딸려서 전개가 느린 느낌이닼ㅋㅋ 아마 꽤 길어질 것 같은데, 끝까지 쓸 수 있게 쥬미들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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