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지내려면 알아야 할 게 있을까?"

응? 다 먹은 도시락을 옆에 쌓아둔 안나는 엘사의 질문에 반응했어. 안나의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안나가 하지 말라는 건 다 안 할 생각이야. 그게 제게도, 안나에게도 좋을테니까. 음. 안나는 팔짱을 끼고 위쪽을 보며 고민했어. 엘사도 같은 사람인데 따로 알아야 하는게 있을까?

"마법쓰고 포션 먹기랑, 독심술 비밀로 하기?"
"알겠어. 또 다른 건?"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는 연습도 해야지. 혹시나 잠시 엘사와 떨어져 있을 때를 대비해서."

어떤 일에 대비를 해두는 게 좋겠지. 잠깐 안나가 간단한 심부름이나 외출을 한 사이에 누군가 엘사에게 말을 걸 수 있을테니까. 안나는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엘사에게 말해주었어. 모두에게 예의있게 대해야 한대.

"안나처럼 존댓말을 하는거야?"
"처음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야 해."
"하지만 안나는 날 처음봤을 때 존댓말 안 썼어."
"그랬...었나?"
"그랬어. 안나가 좋아하는 큰 검으로 날 때리려고 했어."

이건 금시초문인데. 얘기를 듣던 올라프가 고개를 바짝 들었어. 지금 이 용사가 엘사에게 함부로 말하고 검으로 해치려고 했대. 올라프는 용사님을 혼내주려고 스르륵 내려가서 안나에게 넘어가려고 하겠지. 엘사는 올라프의 몸을 잡았어.

"작은버섯은 내게 착하게 대해줬어. 안나는 나쁘게 말했어."
"미, 미안해. 그 때는 엘사가 나쁜 마왕인 줄 알고..."
"안나는 나쁘게 말했지만 날 해치지 않았어."

정확히는, 해치지 못했다였지. 작은 눈사람들에게 덮쳐져서 꼼짝도 못하게 됐으니까. 눈과 얼음을 조종할 줄 아는 마왕의 힘은 정말 강력했어. 마왕이 그때 나쁜 마음만 먹었어도 영원히 얼음동상으로 살아야 했을거야.


그랬던 마왕은 지금 용사님을 쥐락펴락하는 사랑스러운 엘사가 되었어. 또한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생할을 원하는 마왕에게 안성맞춤인 존재였고. 이미 다 지난일이니까. 안나는 마왕이라는 껍질 안에 있는 엘사를 깨닫고 나서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대해주고, 좋아해주었어.


그게 사랑으로 번지고 연애하기 까지는 험한 길이었지만, 몸에 뽀뽀해주는 사이로 발전했어. 거의 엘사가 졸라대서 시작한 게 대부분이지만. 긴장해서 벌벌 떨어도 어디에 뽀뽀 해달라면 해주는 용사님이 된거야. 역시 많이 해보면 익숙해진다니까? 현명한 전직마왕의 작전이 통한거야.


올라프는 웃는 엘사를 보고 용사님을 깨물 생각을 잠시 접었어. 엘사의 짝짓기 상대라서 참은거야. 작은버섯이 기절해있던 동안 뭘 본건지 엘사에게 나쁜?짓을 하려는 용사님을 혼내주려고 해도 마음을 바꿔버렸어.


도시락에 있던 그 많은 닭고기는 작은버섯의 뱃속으로 들어갔어. 덕분에 엘사는 두 손 사이즈로 커져버린 작은버섯을 얻을 수 있었지. 안나와 얘기하면서 꾹꾹 누르는 재미가 있었어.


비록 작은버섯은 밤마다 파트너에게 엘쨔의 가쯤품을 내주게 됐지만 저를 향한 엘쨔의 작은 손짓 하나하나를 소중히 기억하기로 했어. 이대로가면 버섯계의 팜므파탈이라는 별칭은 사라지는 게 아닐는지, 엘쨔를 향한 애정은 하늘을 찔렀어.


용사님은 날이 밝자마자 조언대로 항구가 있는 바닷가 마을을 간다고 얘기했어. 바로 마음에 드는 터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당장 내일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자고 하겠지.


- - -

일찍 쉴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