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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안나와 아르테미스 엘사 6~7화앱에서 작성

엘산나픽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1 00: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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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안나와 아르테미스 엘사 5화






6화







그 일이 있었던 후 엘사는 도망치듯이 안나의 신전을 나왔어. 그리고 신전에 틀어박혔지. 엘사는 그 날 일에 대해서 안나가 이야기하려고 할까 두려웠어. 갑자기 신전에 틀어박혀서 사냥도 나가지 않는 엘사에 신도들이 걱정했지만 (높은 이유로 함께 목욕에 동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엘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나는 석 달간 엘사를 찾아오지 않았어. 그 대신, 레토가 엘사를 찾아와 이야기했지.


안나가 임신을 했다고 말이야.


걔는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또 누구라니, 레토가 약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 안 그래도 하얀 엘사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어. 엘사는 떨리는 음성으로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물었어.


“몇 개월이래요?”
“석 달쯤 된 거 같다는구나.”


엘사의 손이 떨렸어. 아니지, 아닐 거야. 엘사는 그 날 아침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백발의 흐릿한 인상의 남자를 떠올렸지. 그 남자아이겠지. 엘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레토에게 안나에게 가보겠다고 말하고 석 달 만에 자신의 신전을 나섰어. 전령의 신 헤르메스보다 빠른 걸음으로 엘사가 안나의 신전에 갔을 때, 안나는 달콤한 게 당긴다며 포도를 먹고 있었어. 느닷없이 창백한 얼굴로 들이닥친 엘사에 안나의 눈이 커다래졌지.


“엘사? 무슨 일이야?”
“임신…했다며. 상대가 누구야?”


나는 아니지? 엘사는 간절한 속마음을 삼켰어. 안나는 갑작스럽고 생뚱맞은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어.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키며 안나가 엘사의 불편해 보이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어.


“갑자기 안 묻던 걸 묻네. 나야 모르지, 기억 안 나. 마지막으로 한 게 아마 우리가 복수하러 갔던 날…”


안나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어. 엘사의 몸이 움찔하고,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등의 상처가 욱씬 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엘사는 숨죽이고 안나의 다음 말에 집중했어. 안나가 임신하든 말든 관심을 가지지 않던 엘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니 이유가 어찌 되었던 안나는 기분이 좋아서 그런 엘사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어.


“그때 아침에 엘사도 봤던 그 남자니까 아마 걔가 아닐까?”
“뭐?”


엘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어. 마지막으로 한 게 그때라고? 엘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안나는 넙죽 고개를 끄덕였지. 엘사의 머리에 음유시인들이 자신의 자매 태양신 아폴론에 대해서 부르던 노래가 떠올랐어.


사랑스럽고 태양과 같은 생기를 지닌 태양신 아폴론, 그녀의 싱그러운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찬란한 이성의 신께서는 사랑을 열정을 몰라, 그녀를 향한 열렬한 정인의 사랑만을 취하고 영영 당신을 잊어버릴 테니.

하룻밤의 달콤함 끝에, 영원토록 꺼지지 않는 뜨거운 갈망으로 마음이 잿더미가 되어가는 당신을 뒤로한 채로.


이걸로 확실해졌어. 그동안 안나가 엘사를 찾아오지 않은 건, 배려가 아니라 그저 기억하지 못한 것이었어. 엘사의 얼굴이 참을 수 없는 비참함과 수치심으로 일그러졌어. 수많은 그녀의 잠자리 상대가 그러했듯이 엘사 역시 하룻밤의 불놀이에 지나지 않았어. 그리고 그녀의 침대에 올랐던 많은 존재가 그러했던 것처럼 엘사는 잊혀졌지.


엘사는 몸을 돌려 그대로 신전을 나왔어. 안나가 놀라서 엘사를 불렀지만, 엘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 그녀에게 분노하고 비난을 퍼붓고 싶었지만 엘사는 그럴 수 없었어. 그러면 비참한 눈물을 보이고 말 것만 같았거든. 더는 안나에게 그 어떤 감정도 쏟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신전에 도착한 엘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어. “나를 미워하지 마…” 치 엘사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원하던 안나의 목소리에 취해서 열기에 욕망으로 칠해버렸던 수많은 것들이 다시 생생해졌어. 죄책감, 배덕감, 자기혐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는 어린 날의 그녀 자신 엘사.


엘사는 몸을 웅크리고 괴로운 울음을 삼켰어. 그와 동시에 안나의 그 한마디에 새어 나온 자신의 마음 조각들을 다시 제 안에 삼켰지. 사랑, 기대, 희망, 그날 밤 쏟아져 나왔다가 안나의 손에 바닥으로 내팽개쳐져 깨져버린 날카로운 얼음 파편 같은 그것들을 다시 제 안으로 누르고 삼켰어. 그것들에 베이고 난도질당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어. 하지만 이 또한 가라앉을 거야. 아니 적어도 예전에 그러한 것처럼, 엘사는 차디찬 가면 아래 상처를 숨길 수 있을 거야.

더이상 다가가지 말자. 더이상 상처받을 일을 애초에 하지 말자.

지금 당장 심정으로는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더이상 못 견딜 것 같았어.









+









하지만 결심과 다르게, 엘사는 안나의 곁을 맴돌았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안나의 옆에서 부풀어 오르는 배를 응시하고 있었지. 엘사는 그럴 때마다 가슴을 꾹꾹 누르면서 스스로에게 되 내였어. 이건, 안나에대한 미련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이야. 저 애가 정말 누구 아이일지, 그러면 엘사의 머릿속에서 엘사의 이성이 속삭였지. 그래서 정말 네 애면 어쩔 건데? 엘사는 답을 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애매한 상태로 안나가 임신을 한 지 10개월이 되었어. 산파의 신이 필요하지도 않았어. 엘사 역시 출산의 신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이를 받아든 순간, 엘사는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어.


“…”


새하얀 백금발, 푸른 눈동자와 녹색의 눈이 섞인 오드아이, 새하얀 피부를 지닌 아이는…


“엘사랑 꼭 닮았다. 그치?”


아냐, 그럴 리 없어, 아냐.

마음속으로 부정하며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엘사에게 아기가 손을 뻗었어. 자그맣고 부드러운 새하얀 손이 엘사의 뺨을 만졌어. 그 따듯한 온기에, 너덜너덜해진 엘사의 가슴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심장이 간지러웠어. 엘사는 결국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면서 아기의 이마에 입을 맞췄어.


너의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그리고 잊지마렴, 설령 어두운 밤에 길을 잃는 다하더라도 언제나 내가 너와 함께할 테니.

만약 네 앞날을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언제나 널 향하고 있는 내 품에 안기렴.

내 권속의 짐승들이 그 어리석은 자를 찢어발기고, 기쁘게 취하는 잔인한 모습을 네가 볼 수 없도록, 내 품에 너를 끌어안아 너의 귀를 막고 너의 눈을 가려줄 테니.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안심할 수 있도록 네 이마에 입 맞춰줄 테니.



엘사는 한참을 그렇게 아기를 안고 있었어. 안나 역시 방해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엘사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어. 뒤늦게 신전에 온 레토가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아이를 받아갈 때까지.







+








안나는 품에 안긴 아기를 능숙하게 재우면서 미소 지었어.

대부분 안나의 자식들은 안나를 닮았어. 안나처럼 아름답게 반짝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붉은 기도는 머리카락에 녹색의 눈동자를 가졌지. 그리고 얼굴에 주근깨까지.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안나의 자식임을 알 수 있게 생겼었어. 안나는 언제나 자신의 자식들을 사랑했지만,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딘가 아쉬움을 느꼈지. 그런데 이번 아이는 달랐어. 감히 안나가 아쉬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어.


“이 아이는 네 아이라기보다는 엘사의 아이 같구나.”


레토가 신기하다는 목소리로 말했어. 안나는 레토가 아이의 아름다운 백금발을 만지는 것을 보면서, 방금전까지 함께 있던 엘사를 떠올렸지. 전에 말했듯, 엘사는 안나의 자식에게 흥미를 보인 적이 없어. 간혹 아스클레오피스와 같은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안나의 자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아이 자체에 흥미가 생긴 거였지. 오히려 엘사는 그들에게 차갑고 냉정했지. 그들이 어쩌다 엘사를 만나 아는 척이라도 하는 날에는 찬바람이 쌩하니 불었어. 만약 엘사가 처녀신이 아니고, 엘사에게 자식이 생긴다면 안나는 제 자식보다 더 아껴줄 것 같았는데 말이지. 그런데 그런 엘사가 어째서인지 이 아이에게는 관심을 보였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엘사를 그렇게 자주 그리고 오래 본건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어. 엘사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을 뿐이었지만, 그 존재를 느끼는 것만으로 안나는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고 기분이 좋았지. 그리고 그 탓일까, 엘사와 똑 닮은 아이가 태어난 거야. 한쪽 눈이 녹색이라는 것을 빼면 오히려 안나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지. 하지만 분명하게, 안나의 흔적이 있었고 안나의 반쪽이었어.

그리고 엘사는 이 아이를 안아 들자마자 홀린 듯이 안나의 반쪽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아름다운 눈물을 흘리며 아이의 이마에 축복을 내리듯이 입을 맞췄지. 혹은 어떠한 맹세를 하는 것만 같았어. 그 모습을 안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어. 아름답고 성스러운 그 장면을.


“아빠가 백발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가?”


생각에 빠져있던 안나는 눈을 깜빡였어. 그러고 보니 그 남자, 백발이었던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하얬던 머리카락을 떠올렸어. 응, 그랬지. 안나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아빠를 닮아서 백금발인가보네. 우연히 엘사도 백금발이니, 닮아 보이는 거고.”


레토가 고개를 끄덕끄덕 혼자서 납득했어. 하지만 안나는 왜인지 그 말을 납득할 수 없었지. 그 남자는… 이렇게 아름다운 백금발이 아니었어. 밤하늘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달처럼 매력적인 빛이 아니었다고. 기껏해야 인간들의 발에 더럽혀진 지저분한 눈 같은 색이었단 말이야. 안나는 입을 삐죽였지. 안나는 그 남자의 피 때문에 이 아이가 엘사를 닮게 보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그 남자를 침실에 들인 것이 오직 백발과 여자처럼 작은 체구가 엘사를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기는 했잖아?


“언니나 나나 똑같은 피인데 뭐. 그래서 엘사를 닮은 거지.”


안나가 단호하게 말하며 아기를 끌어안았어. 그만 만지작거려, 내 딸 깬다. 안나의 말에 레토가 황당하다는 듯이 혀를 찼어. “아이고, 아무리 자식이 이뻐도 그렇지 이제는 할머니한테까지 보호하네.”라며 장난스럽게 우는소리를 하는 레토를 무시하며 안나는 품에 안은 작은 몸의 등을 쓸어내렸어. 그러다가 문득 잠든 아이의 이마에 꾹 입을 맞췄어. 마치 엘사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안나의 몸속에 따스한 향기가 번지는 것 같아. 안나는 행복하게 미소 지었어.







+







“그래서, 저 애가 네 애 같다고?”


혼자서 고민만 계속하던 엘사가 결국 사정을 털어놓은 건, 같은 처녀신이자 입이 무거운 아테나였어. 아테나는 황금빛 요람에 누워 안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잡으려고 하고 있는 아기를 응시했어. 안나는 자신의 머리카락은 장난감이 아니라며, 곤란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들며 아기와 놀아주고 있었지.


“…처녀신과 여신 사이에 아이라니 이거 참. 그나마 본인이 직접 임신한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할까.”


아테나가 신랄한 말투로 말했어. 엘사는 움찔하며 그런 아테나를 흘긋 노려보았지.


“빈정대는 소리를 들으려고 이야기한 게 아니에요. 캐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그래, 미안.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 말이 조금 거칠게 나왔어.”


아테나, 아니 카산드라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어. 그러더니 제 눈앞에 흔들리는 안나의 머리카락을 잡겠다며 손을 휘적휘적 거리고 있는 아기랑 수심이 깊어 보이면서도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안나와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엘사를 번갈아 바라보았지.


“확실히 안나보다는 너랑 닮았기는 하지만, ‘그 남자’도 백금발이라며.”
“백금발…이라기보다는 백발이었어요. 저 아이랑 달라요.”
“눈동자 색깔은?”
“기억 안 나요. 하지만 푸른 눈은 아니었어요. 녹색의 눈도 당연히 아니었고요.”
“그러지 말고 뭐라도 기억나는 거 없어? 저 아이와 조금이라도 닮은 점.”
“없어요.”


흐리멍덩한 기억에도 남지 않는 남자가 설령 저 아이의 아버지라고 할지라도, 저 아름다운 아이에게 그 남자의 모습이 하나라도 있을 리가 없지. 엘사는 이제와서는 흰머리카락, 비쩍 마른 몸밖에 떠오르지 않는 남자를 상대로 속으로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어. 엘사의 차갑고 적의 어린 표정에서 엘사의 머릿속을 짐작하고도 남은 카산드라는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말했어.


“너…꼭 쟤가 네 자식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


엘사가 움찔 어깨를 떨었어. 은색의 활을 쥔 엘사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엘사의 푸른 눈이 아이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안나를 향했어. 그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엘사가 말했어.


“더는, 나는 안나에게 내 마음을 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저 애는”
“여전히 무르구나, 엘사.”


저 아이에게 마음을 내어주면 저 아이의 녹색의 눈동자를 담을 때마다, 저 아이에게서 어쩔 수 없는 안나의 흔적을 느낄 때마다 너는 또다시 조금씩 조금씩 안나에게도 마음을 내어주게 되겠지. 카산드라는 그렇게 조각조각 내어준 엘사의 마음이 다시 깨어진다면 엘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되었어. 이미 힘겹게 일어난 것을 보았으니까. 이미 깨질 대로 깨진 마음이니까. 언제까지 이 여린 아이가 버틸 수 있을까? 그 눈물로 가득한 샘물에서 언제쯤 이 아이는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긴 할까? 엘사의 얼굴이 오늘따라 어려 보였어. 그때 달빛 아래서 보았던 때처럼. 카산드라는 가슴을 꾹 누르면서, 한숨을 쉬었지.


“내가 그 남자를 찾아보도록 할게. 일단, 그 남자를 만나보면 답이 나오겠지.”
“고마워요. 캐스.”
“그런데 아이 이름은 뭐라고 지었다니?”


엘사의 푸른 눈이 당황한 듯이 흔들렸어. 그리고 드물게 고개를 푹 숙이고 개미만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나… 응? 뭐라고? 그, 그게…


““엘산나!!””


라구요… 엘사가 말끝을 흐렸어. 그리고 때마침 엘산나의 이름을 동시에 커다란 목소리로 외친 건 안나였어. 안나의 붉은 머리를 잡은 엘산나가 해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안나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있어서였어. 어, 엄마 머리를 그렇게 잡아당기면 못써! 안나가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어. 여린 엘산나가 다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나를 보다가 엘사가 붉어진 얼굴로 도, 도와주러 가볼게요, 라고 말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어.

카산드라가 아이의 이름에 대해 뭐라고 말을 얹기 전에 도망치는 것 같았어. 당연하게도 카산드라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태클을 걸고 싶었지. 아쉽게 엘사는 그녀가 붙잡기 전에 벌써 저 멀리 가버렸지만 말이야. 엘산나라니… 엘사가 이름을 지었을 리가 없고 안나가 지었을 테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이름을 짓는 걸 말리지 않았다는 게 황당했어.

머리카락을 놓기 싫다며 칭얼거리는 엘산나와 그런 엘산나에게 애원하고 있는 안나, 그리고 그 사이로 끼어들어 자연스럽게 엘산나를 안고 관심을 돌리는 엘사. 그런 셋을 보고 있자니 카산드라는 머리가 어지럽고 입맛이 썼어.


그리고 비틀비틀 자리를 떴지.


한편, 안나는 죽어도 안 놓겠다는 듯이 안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붙잡고 어깃장을 부리던 엘산나가 엘사가 오자마자 세상 해맑게 웃으면서 안나의 머리카락을 놓아주자 얼이 빠져있었어. 그리고는 입을 뿌- 부풀리며 엘사의 품에 안겨있는 엘산나에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너어 엘산나, 엄마한테만 못되게 하고, 이모 앞에서는 내숭 떨고 이러기야?”
“아이한테 내숭이 뭐니? 네가 가지고 놀라면서 앞에서 흔들어놓고서.”


엘산나를 살짝 하늘로 들어 올리며 엘사가 미소 지었어. 엘산나는 작은 손으로 엘사의 얼굴을 잡으며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지. 부드러운 손이 엘사의 얼굴을 만지작거렸어. 안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너무해, 라고 칭얼거리면서도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어.


어린 시절, ‘그 사건’이 있었을 때부터 엘사는 안나에게 차가워졌고 안나는 그런 엘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별의 별짓을 다 했어. 그러다가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서로에게 날이선 말을 내뱉고 있었지. 그래도 그런 관심이라도 좋았어. 날이 선 말 속에 들어있는 실낱같은 관심. 내가 존재한다는 걸, 너와 같은 하늘에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안나는 만족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리온의 일이 있고 나서 엘사와의 관계는 끝없이 어긋나 있었어. 그때보다도 더, 그들은 더는 맞물리지 않았고 끝없이 그 간극을 벌렸어. 엘사는 안나를 완전히 끊어내려 하고 있었어. 안나가 필사적으로 쥐고 있는 실낱같은 관계마저도. 하지만 할 수 없었지. 이번에도 그 선을 넘어버리고 만 건, 그래서 모든 걸 망쳐버리고 만 건 안나 자신이었으니까. 엘사의 얼음 같은 마음에 작은 균열이라도 파고들 수 있기를 애원하며 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너는 그렇게 나서는 게 문제다. 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렇게 네 멋대로 행동하니까 모든 걸 그르치는 거야! 생각을 해라, 아폴론!


가끔씩 악을 지르는 헬리오스의 소리가 들렸어. 생각을 해라. 본능을 따르지 마라. 네 눈앞에 그어진 선을, 넘지 말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라. 그는 끝없이 악을 질렀어. 포도주에 취해서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눈에 붉게 실핏줄이 선 채로 안나에게 고함쳤지. 그리고 그의 말대로… 안나는 생각 없이 행동했고, 이제는 그 선앞에서 기다려야만 했지. 이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아도. 사무치게 차가운 외로움이 안나의 몸을 휘감아도. 그 선 앞에서 가만히 기다려야 했어. 엘사가 안나를 돌아볼 때까지, 그 선을 넘어올 때까지.


그런데 엘산나가 생기고 나서, 엘사가 기적처럼 안나에게 다가왔어. 그리고 엘산나를 돌볼 때면 엘사와 안나는 다시 가족이 된 거 같았지. 위태로웠던 그들의 관계가 엘산나로 다시 강하게 연결되었어. 레토의 일이면 어느때든 하나가 되었던 것처럼. 안나는 엘사가 엘산나를 안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모두 머릿속에 담았어.


“이렇게 얌전한 엘산나인데, 엄마가 약 올려놓고서 엘산나한테 다 뒤집어씌우지? 그렇지?”
“꺄하!”


엘산나가 이번에는 엘사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방긋방긋 웃었어. 안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 엘산나가 영원히 이대로였으면. 엘산나도 이대로 어린 아이인 채로 내 품 안에서 날아가지 않고, 엘사도 영원토록 내 곁에서 이렇게 있어 줬으면. 이대로 쭉 이렇게 행복했으면. 정말 그걸로 괜찮아? 그럴 수 있도록 다시는 선을 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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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엘산나 태어났으니까 드디어 달달해지나요?! (달달이랑 거리가 먼 사람) (달달이 뭐죠? 찌통의 다른 이름이 달달인가요? 미각이 어딘가 맛이 간사람) 근데 정말로 달달한건 어떻게 쓰는 거지? 그래도 이번화 달달했지 않아?



아이의 이름 엘산나… 저 이름은 안나의 몫입니다 제 몫 아니에요? (모르는 척)
엘산나는 엄마와 엄마(비밀이지만)의 품에서 행복하게 자랄 예….정?인가?



위의 그림은 어제 금손쥬미가 그린 그림 개념에 올라간거… 금손쥬미한테 허락받고 표지처럼 써봤어 허락해줘서 고마워 금손쥬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알다알…

가벼운…

태양달 근친레즈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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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구름에 가려 달빛조차 흐릿한 어두운 밤.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가리고, 얼굴마저 푹 늘어진 모자 아래로 감추고 있는 남자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어. 소매 사이로 삐죽 나온 그의 투박한 손에는 돌로 깎아 만든 반지가 있었어.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라트모스 동굴로 향했지. 그리고 그가 라트모스 동굴에 들어서기 전에 그 동굴의 주인인 셀레네가 그의 발걸음을 막아섰어. 경계 어린 그녀의 얼굴이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창백해졌어.



“너는…”

“오랜만이오. 그동안 잘 지내셨소?”



버석버석하게 갈라지는 그의 목소리에 셀레네는 움찔하며 그의 시선에서 동굴의 입구를 몸으로 가렸어. 그런 셀레네의 반응에 알만하다는 듯이 그는 클클 웃었지. 가엽고도 가엽도다, 한때 어둠 속에서 고고히 빛나던 존재가 이제는 빛이 바래버렸구나. 과연 누가 이 여인을 그 아름답던 셀레네라고 알아볼 수 있겠는가? 남자가 마치 혼자서 연극이라도 하듯이 양팔을 벌리고 말했어. 셀레네의 얼굴이 불쾌함에 일그러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지.



“미치광이처럼 혼잣말을 하러 온거라면 다른 곳에 가서 하도록 해."

“무엇이 그리 두렵소? 당신의 그 비참한 사랑을 잃을까 봐?”

“감히…! 네가 이러고 다니는 것을 제우스에게 낱낱이 고해볼까? 다시 코카서스의 산에서 독수리에게 네 살덩이를 쪼아 먹히고 싶은 건가?”



망토의 모자 아래서 말려 올라가 있던 그의 입술이 일그러졌어. 그리고 그의 광기 어린 눈동자가 제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응시했지. 온몸을 태우는 것 같은 태양 빛 아래, 갈증, 허기에 허덕이며 제 살을 파먹고 또 파먹는 독수리들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 나날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직접 그가 코카서스의 돌을 깎아 만든 반지였어. 남자, 프로메테우스는 돌 반지를 손으로 만지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어.



“세상이 변하려 하고 있소. 이미 그 씨앗은 세상에 뿌리내렸지. 하지만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어. 내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겠지. 아르테미스에게 가서 전하시오. 이번 월식에 숨겨진 예언을 들으러 오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이대로도 좋은 데.”

“숨을 쉬고, 온기가 있고, 심장이 뛸 뿐 사랑을 할 수 없는 인형을 끌어안고 공허한 사랑을 속삭이는 게? 그 독과 같은 사랑이?”



잔인하고 날카로운 말들이 셀레네를 파고들었어.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프로메테우스를 저주스럽게 노려보았지



“그래서, 너를 돕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당신이 스스로 걸어 들어간 감옥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나아지겠지. 적어도 과거에 당신이 뒤로했던 것들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 가실 수 있겠지. 그럴 기회를 가진 자는 많지 않소. 셀레네.”



셀레네의 눈이 흔들렸어. 그녀의 눈이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지.



“선택하시오, 잊혀진 여신이시여. 어차피 운명의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너는…”



돌아서는 프로메테우스의 등 뒤로 셀레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지?”



프로메테우스는 잠시 발을 멈추고 날카로운 웃음을 터트렸어. 그리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미소 지었지.



“당연한 것을 묻는군. 그대가 그랬고 내 형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지.”



프로메테우스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며 사라지고 나서 한참을 셀레네는 동굴에 들어가지 않았어. 내가 뒤로했던 것들. 언제나 자신감 넘쳤던 헬리오스의 떨궈진 고개, 여린 몸에 상처투성이였던 붉은 머리의 소녀, 그리고 백금발의 사파이어같이 푸른 눈동자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저주스럽고 또 저주스러운
그 푸른 눈동자









+











“으아아아아아아앙!”



엘사는 아폴론 신전에 들어서자마자 엘산나의 자지러지는 울음 소리를 들었어. 엘사는 허겁지겁 엘산나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안나의 방으로 들어갔지. 아이, 착하지 엘산나. 착하지. 자기가 되려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울쌍이 되어서 안나는 퀭한 눈으로 엘산나를 끌어안은 채 엘산나의 울음을 달래려고 애를 쓰고 있었어. 엘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안나의 녹색의 눈과 눈을 마주쳤지. 엘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안나는 엘사에게 쪼르르 달려왔어.



“엘사!”

“애를 계속 울게 두면 어떡해?”

“내가 울게 내버려 두고 싶어서 그랬겠어? 아무리 달래도 안 멈추잖아!”



밥도 먹였고, 기저귀도 갈았고, 심지어 팔이 떨어져라 끌어안고 둥가둥가 해줬다고! 그것도 밤새! 안나는 억울했어. 울지도 않고 얌전히 온종일 잘 놀았고, 잠들 때만 해도 평화롭기 그지 없었는데… 새벽에 잠에서 깨더니 그때부터 지옥의 시작이었어.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잠들어있던 안나는 천둥과 같은 엘산나의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래서 잠에서 깼지. 처음에는 안아서 조금 달래주면 되겠거니 했어. 하지만 그건 안나의 오산이었지. 엘산나는 그때 시작한 울음을 계속 멈추지 않았어. 안나가 어떤 짓을 해도 엘산나는 불만이라는 듯이 손을 휘적이며 빼애애액 울어댔지. 이렇게 무서운 기세로 울어대는 엘산나는 안나도 처음이었어. 이 정도로 지치지도 않고 울어대는 것도.

마찬가지로 눈물을 쭉 뽑아낼 것 같은 안나에게서 엘사는 엘산나를 받아들었어. 엘산나, 그만 우렴. 이모 왔는데, 이모한테 이쁜 얼굴 보여줘야지. 안나를 향했던 못마땅한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지고 엘산나에게 엘사가 미소 지었어. 그리고 안나에게는 황당하게도, 엘사의 얼굴을 본 엘산나의 울음이 서서히 멎더니, 아예 눈물을 멈추고서는 베시시 웃는 게 아니겠어? 안나는 황당함과 배신감에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쳤지.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엘산나가 그 때문에 놀라 다시 울기 시작하면 싸늘한 엘사의 눈총을 받아야 했을게 분명했기에 안나는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어. 엘사는 그런 안나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엘산나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쓸어주며 말했어.



“얼굴이 엉망됐네. 많이 울어서, 눈가도 빨개졌고. 아프지는 않니?”

“꺄하!!”



안나는 알콩달콩한 두 사람을 보면서 안나는 거칠게 자신의 팔을 주물렀어. 울기만 한 엘산나가 뭐가 아픈데요? 저기요. 엘산나 달래느라 제 팔이 떨어져 나갈뻔했거든요? 아픈 사람 여기 있어요! 안나의 소리 없는 항의에 엘사가 안나를 흘긋 보더니 엘산나의 귀를 막고 말했어.



“너는 신이 되가지고 뭐 그 정도로 엄살이니?”

“와 너무해, 엘사가 밤새 우는 애 들고서 둥기둥기해봐 얼마나 힘든데!”

“운동 부족이야. 침대에서 그 짓 할 시간에 밖에 나가서 운동이나 해.”



톡 쏘아붙이는 말에 안나가 움찔했어. 안나의 귀 끝이 벌게지고 녹색의 눈이 흔들렸어. 엘사가 안나의 문란한 생활을 지적하며 비꼬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어. 최근에는 그마저도 하지 않을 만큼, 그들의 사이의 단단한 벽이 세워져 버렸지만. 그렇기에 저 날카로운 말이 반갑기도 했어. 홀로 아폴론 신전에서 태양 마차에 기대면서 내내 한 생각이 ‘나를 비난하는 말이라도 엘사가 내게 해줬으면 좋겠어’였으니까. 그런데 엘산나를 안아 들고 다정한 말을 속삭이는 것을 듣고 있었어서 일까. 무방비 상태에서 찔러 들어온 말이 견딜 수 없이 아팠어. 안나는 결국 녹색의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어. 그리고 엘사를 방에서 밀어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나는 피곤하니까, 오늘은 언니 집에서 재워줘.”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쾅 닫아버렸지. 엘사는 눈앞에서 닫혀버린 문에 눈을 당황스럽게 깜빡였어. 자신의 비꼼에 안나가 저렇게 반응하는 건 처음이었어. 안나가 무신경한 소리를 하고, 엘사가 날카롭게 비꼬고, 안나도 마찬가지로 빈정대면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게 평범한 거였으니까. 저렇게… 상처 입은 얼굴로 눈물 흘리는 건,



뱌아!



엘사의 뺨을 엘산나가 손으로 만졌어. 그리고 백금발의 머리카락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순진무구한 엘산나를 보면서, 엘사는 조용하게 속삭였어.



“안나, 네 엄마가 서운한가 보다.”

“웅?”

“서운…이라.”



엘사가 오자마자 눈물을 멈춘 엘산나에게 일까, 아니면…엘사는 생각을 멈추고 후, 하고 한숨을 쉬었어. 그리고 엘산나를 꼭 끌어안으며 몸을 돌렸지.



한편, 안나는 한동안 미뤄둔 포도주 통을 꺼내 들었어. 나무통의 뚜껑을 따자 퍼지는 달큰하고 어지러운 포도주의 향기에 안나는 어지러운 머리가 정리되는 것을 느꼈어. 붉은 포도주에 눈물이 뚝뚝 떨어져 파문을 그렸어. 포도주에 비친 안나의 얼굴이 파장에따라 일그러졌어. 감정이 넘쳐흘러. 끈적한 감정을 포도주에 흘려보내 삼켜.



침대에서 그 짓 할 시간에 밖에서 운동이나 해.



아무렇지도 않아. 안나의 턱을 타고 포도주가 뚝뚝 내려갔어. 하지만 가끔, 서늘한 네 말이 가슴을 찔러. 내가, 내가 왜 그러는 데. 그렇게 보지 마, 그렇게 말하지 마. 이렇게라도 버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가끔은 가여워해 주면 안돼?



아무리 내가 싫어도, 아무리 내가…혐오스러워도.



-정신 차려.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똑바로 봐.
-네가 아래에 깔아뭉갠 것이 누구인지를
-똑바로 봐. 아폴론.



하아, 하아. 순식간에 비어버린 술통의 바닥을 내려보며 안나는 숨을 헐떡였어. 흩어진 백금발, 경멸 어린 푸른 눈동자- 엘사. 기억하지 마. 잊어. 잊어버려. 안나는 통을 치우고 다시 다른 포도주 통을 허겁지겁 열어 다시 입에 부어버렸어.











+











뭔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엘산나는 언니 집에 갔는데…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으아아아앙!”

“아, 안나!”

“으헉?!”



문이 큰 소리를 내면서 열리고, 엘사의 목소리에 안나는 머리를 산발을 한채로 일어났어. 아윽- 머리야. 숙취로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가늘어진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자 처음 보는 당황 어린 얼굴로 엘사가 엘산나를 끌어안은 채로 들어왔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지. 엘산나는 우렁차게 울고 있었어. 안나는 당황한 채로 둘을 번갈아 바라봤어.



“뭐, 뭐야?”

“엘산나가 잠에서 깨더니 울음을 안멈… 넌 왜 또 홀딱 벗고 있어?”

“아니, 이건 내 술버릇…”



엘사가 시선을 돌렸어. 안나는 훤히 들어난 몸을 내려보고, 허둥지둥 새하얀 이불을 몸에 두르고 일어서다가 이불을 밟고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 안나는 창피해서 얼굴을 붉힌 채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들었어. 엘사가 그런 안나를 바라보다가 풋, 웃었어. 그리고 아픔으로 눈물이 맺힌 안나의 녹색 눈과 마주치고 다시 한 번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지.



“엘사…방금 웃었지?”

“아니, 안 웃었는데. 그것보다 엘산나가… 안,우네?”



엘사는 맑은 눈으로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산나를 보고 말끝을 흐렸어.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지러지게 울었는데? 어제 엘사의 신전에 가서 엘산나는 신도들과도 잘 어울리고 잠들 때까지도 괜찮았어. 오히려 신기한 듯이 눈을 반짝이고 맑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지. 그리고 밤이 되어서 엘사는 잠든 엘산나를 바라보다 요람에 몸을 기댄 채로 잠이 들었어.

그런데 아침이 되어서 갑자기 엘산나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는 거야. 어르고, 달래고, 애원하고, 신도들이 어제 엘산나가 좋아했던 묘기를 선보여도 엘산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어. 결국 엘산나를 달래던 엘사가 덩달아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지. 엘사가 우는 것을 본 신도들도 왜인지 울기 시작했어. 울음바다로 변해버린 엘사의 신전에서, 엘사는 결국 아무런 해결책도 찾을 수가 없겠다 싶어서 아폴론 신전으로 달려온 거야.

그런데 그 모든 소란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엘산나는 말똥말똥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아직 히끅거리기는 했지만. 그리고 엘산나가 넘어진 채로 일어서지 않고 있는 안나를 향해 손을 휘저었지. 엘사는 안나에게 다가가 몸을 숙였어. 그러자 엘산나가 안나의 뺨으로 손을 뻗어서 조몰락거렸지.



“엘산나,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었어?”



안나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물었어. 엘산나는 꺄르르 웃으면서 안나의 뺨을 만지작 거릴 뿐이었지. 아픈 것도 잊고 헤헤거렸어.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며 한숨을 쉬고, 주머니에서 하얀 천을 꺼내 안나의 코를 닦아주었어.



“코피 흘리면서 바보같이 웃지 마.”

“언니야 말로 눈물범벅이면서 어른스러운척하지 마.”



엘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 그리고 둘은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트렸어. 바보 같아, 우리 둘 다. 둘은 한참을 쿡쿡거리며 웃었어. 그런 두 사람의 뺨을 만지며 해맑게 웃었지.















------------------














엘산나의 열일. 둘이 떨어지지 말라고! (빼애애애애애애액!)

중간에 찌통구간이 있었던 듯하지만 오늘도 사이좋은 가족 (모르는 척)

댓글에서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라고 너무 슬퍼하는 쥬미들이 많은 것 같아서… 내가 다 슬퍼서..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찌통이기만한 팬픽은 아닐거라는 거야..ㅠㅠㅠㅠㅠ

달달한 팬픽이 쓰고싶어서 들고온 팬픽이 이 팬픽이거든. (뭐? ㅡㅡ 싶겠지만 진짜야...) 물론 내가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설정 풀어놓다보니 찌통구간이-있고 그게 분량이 꽤 있지만… 그래도 힘내서 달달을 추구하고 있어! 아니 그리고 진짜로 달달하지 않아? 저번화랑 이번화? (미각 상실)


독자 쥬미 : (이악뭄) ㅡㅡ…

ㅈㅅㅈㅅㅈㅅ 분발할게여....


읽어준 쥬미들, 추천해준 쥬미들, 댓글 달아준 쥬미들, 모두 고마워ㅠㅠㅠㅠㅠ!!!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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