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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20-2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3 12: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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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20-2


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좀 큰 부탁이었나? 뭐 내가 처음으로 같이 나가서 시간을 보내자고 물어본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겪었던 '폭발' 이후에는 처음이었다. 내가 없는 일로 하자고 하려 할 때, 엘사가 헛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크흠. 미안해. 나도 똑같은 거 물어볼 거여서 놀랐을 뿐이야."


“어, 진짜로?”


“응.”


“그러니까, 너도 어디 같이 가고 싶다는 걸로 이해하면 되지?”



“어, 어 너도 원하면 그러자. 그래 뭐라도 하자.”


으...흠. 뭔가 이상한데. 물어볼까? 하 썅, 그냥 하자. “너 괜찮아? 너 지금 좀, 뭐랄까, 어색한데?”


그녀가 웃었다. “내가 원래 좀 어색하잖아, 안나. 너도 알다시피.”


“그래, 근데 평소보다 더 어색한데. 내가 무슨 상처 주는 말이라도 한 거야?”


“아니! 아니 아니, 넌 상관없어--- 넌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그냥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말을 네가 해서 놀란 거야. 내가 놀라면 이래.”


내가 눈을 굴렸다. “그으으으짓말. 빨리 말해, 엘사. 뭔가 문제가 있는 거잖아. 뭔데?”


“문제없어!” 엘사가 손을 대차게 내둘렀다. 엘사의 그러는 모습은 보니 엘사에게 문제가 있음을 더욱더 확신하게 되었다. 그때 무언가가 떠올랐다.


내가 코웃음을 쳤다. “설마 다시는 내가 너랑 놀러 나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나, 난… 네가...” 엘사가 눈을 감더니 한숨을 쉬었다. “우리 사이가 좀 그랬잖아. 그래서 네가 물어볼 줄 몰랐지.”


“원래 우리 사이는 원래 좀 그랬어.”


엘사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맞는 말이지. 난 네가 나에게서 좀 공간을 원하는 줄 알았다. 그게 다야. 무슨 일이었든 간에, 네가 굉장히 큰 상처를 받은 것 같아서. 그리고 나는 네 곁에 있어주고 싶어, 근데 내가 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네가 또 상처받을까 봐 무서웠어. 네 기분 상한 거는 나 때문이기도 하잖아, 맞지?”


지금 엘사는 내가 술에 취했을 때 자신에게 화를 내고 며칠 뒤에 그녀 앞에서 울었던 일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까지 몇 초가 걸렸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한 10프로는 그럴지 몰라. 근데 엘사, 내가 만약에 진심으로 너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으면, 너를 더욱더 피해 다녔을 거야.”


“음, 고마워?”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비꼬는 투로 대답했다. “내 말은, 나는 너한테 안 좋은 감정 없다는 거야. 적어도 이제는.”


“근데 있었잖아.”


“맞아, 근데 더이상은 아니야. 그거에 중점을 주자고. 좆같은 과거는 집어치우고.” 그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좆같았던 몇 주 전의 일을 엘사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몇 없었다. 하.


“그럼 뭐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원래 너도 물어보려고 했었다며, 맞지?”


“내가… 원래 모든 걸 계획해 놓기는 했는데.”


“뭐? 그럼 원래 일장연설을 할 거였어?”


“아니. 뭐 살짝?”


지금 이 대화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양반다리를 하고 엘사와 마주 보고 앉았다. 엘사가 내게 돌려서 물어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엘사의 시야에 나만 들어오게 하면서, 너무 가까이 가서 뒤로 물러서지는 않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빨리 말해, 엘사 스타크.”


엘사가 입을 열기 전에 다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살짝 헉하는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아직도 이게 먹히네.”


내가 윙크를 하고 살짝 웃어 보였다.


“내가 예전에 말했던 여자랑 관련된 좀 중요한 날이 곧 오거든.”


“그 이름 모르는 썅년?” 내가 끄덕였다. “어, 기억하지.”


“아… 음? 하여튼 내가 내 안에서 좀 덜어내야 할 짐이 있거든.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가족한테도 말한 적 없어. 상담선생님이 이걸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그래야 내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있다고. 좀 가까이 있는 누군가.”


“잠깐… 나 말하는 거야?”


엘사가 풀이 죽은 듯이 나를 보고 자신의 손을 봤다. 솔직히 나는 충격을 받았지만, 말로는 하지 않았다. 아직은. 그녀가 말을 마칠 때까지는 하지 않았다.


“나도 내가 지금 가장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내 전여친이라는 게 좀 한심하다는 거 알아. 근데 그런 걸 어쩌겠어. 그게 너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면, 미안해.”


아마 그래야 했다. 이런 괴상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더욱더 그래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몰랐다. 따스한 감정이었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다. 불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녀나 나나.


씨발, 다시 이런 고민에 빠지는 건가? 나는 이런 건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말도 너랑 관련돼 있기도 하고. 뭐 우리랑 관련이 있다 해야 하나, 그리고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나는 아직도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뭐 아직 엘사가 할 말이 남은 것 같으니 괜찮은 것 같다.


엘사다 두 손을 모았다. “그러니까, 내 계획은--- 물론 네가 동의하면 말이야--- 선라이즈 피크로 등산을 가는 거야. 등산하면 머리를 비우기 쉽더라고.” 나도 그랬다. “내가 너한테 말할 거 다 말하고, 이제 드디어...” 엘사가 한숨을 내쉬고 나를 돌아봤다. “다 잊는 거지.”


“음, 뭘 다 잊는데?”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있던 짐. 너무 무거워서 그냥 잊어버려야 할 것 같아. 뭔 말 하는지 알지?”


알지.


나는 엘사가 느끼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엘사가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내 계획이야. 너, 너도 나랑 하고 싶은 게 있는 줄 몰라서. 있으면, 그냥 내 계획은 잠시 미뤄도 돼.”


“안 돼!” 내가 좀 시끄럽게 끼어들었다. “그냥 내 말은… 하, 씨. 내가 뭐라고 하려 했지?”


엘사가 으쓱했다. 


“음, 난… 네가 하고 싶은 걸 나 걱정하느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넌 계획이 있었잖아, 나는 없었고. 그리고 등산 엄청 재밌겠는데? 아직 그렇게 얼어 죽을 만큼 추워지지도 않았고, 또 이번에 새로 산 레깅스 입을 수도 있고.”


그리고 아마 지금이 내가 엘사에게 뭔가를 말해주어야 할 때다. 아마 내가 그녀에게 오로라에 관해서 말해 주어야 할 때다. 이제 두 달이나 지났고, 그 엘사가 말한 무거운 마음의 짐이 이해가 되었다. 왜 내가 엘사만 보면 죄책감이 들고 무서웠는지 설명이 될 수도 있었다.


엘사는 웃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고마워, 안나. 네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내게는 큰 힘이 돼.“


“그런 말 하지 마.” 아, 그 두려움이 느껴졌다. 나는 여기를 빠져나가야 했지만, 엘사에게 자신을 피하는 것 같이 보이면 안 됐다. 물론 나는 그 감정을 피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 그럼 이제 미안한데, 샤워할 시간이야. 이 지저분한 옷 갈아입어야지.”


“그래.” 엘사가 웃었다. “그게 좋겠다.”


내 안면근육은 최대한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좀 진정이 되겠지, 적어도 이 양파튀김 냄새는 없어질 것이다. 나는 양파가 싫다. 나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게 싫다.


그리고 나는 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싫다.



읽어줘서 고맙고 지적은 환영이야. 더 찌통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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