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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4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4 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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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좁은 방안에 기침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으으... 방 한구석에 이불을 돌돌 말고 끙끙 신음소리를 내며 웅크리고 있는 안나가 보인다. 원체 건강한 신체를 타고난지라 일 년에 감기 한 번 걸릴까 말까 한데, 오랜만에 찾아온 감기에 안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머리는 지끈지끈, 온몸이 쿡쿡 쑤시고.. 코가 막혀 귀도 윙윙 거리는데다 목까지 아파온다. 프랑스 감기가 지독하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엄청나네... 집에 상비약도 없는지라 밖에 약 사러 나갈 기운도 없는 안나는 꼼짝 없이 방구석에서 감기 바이러스와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오늘이 며칠인지도 안나는 알지 못했다.




심지어 밖의 날씨는 오늘도 흐림.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안나는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더욱 웅크리고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이 계속 윙윙 거렸지만 안나는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볼 기력조차 없었다. 그렇게 더운 숨을 뱉으며 정신이 몽롱해질 때 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또똑똑-




어, 저건 내 노크 소리인데. 누구지? 라푼젤? 메가라? 아니면 혹시.. 엘사? 안나는 무거운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 렌즈도 확인하지 않고 누군지 묻지도 않은 채 문을 열자, 눈앞에 엘사가 서 있었다.




“언니...? 여긴 어쩐 일로..”




안나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자 엘사가 재빨리 안나를 부축했다.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문을 막 열어주냐며 잔소리를 하려던 엘사는 생각보다 심각한 안나의 상태를 보고는 잔소리를 삼키며 안나를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




“며칠 전부터 아무리 연락해도 안 받고, 걱정돼서 와봤더니...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혼자 이렇게 끙끙 앓고 있으면 어떡해? 바보야?”




잔소리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주변 사람 생각하는 것처럼 네 몸도 좀 챙기란 말이야. 엘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모습마저도 자신을 걱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과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푸스스 웃을 뿐이었다.




“약은 좀 먹었어? 밥은?”




엘사의 질문에 안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엘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밖에서 약이랑 먹을 것 좀 사오겠다며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안나는 엘사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 열이 내려가는 듯 했다.




엘사가 다시 안나의 방으로 돌아 왔을 때, 안나는 쌔액쌔액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엘사는 약봉지와 장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안나를 위해 스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안나는 방에 진동하는 맛있는 냄새에 눈을 떴다. 부엌에서 무언가 요리하고 있는 엘사의 뒷모습이 보였다. 언니..? 안나가 나지막이 엘사를 부르자 엘사가 뒤를 돌아 안나를 보며 깼어? 아무것도 못 먹었다 길래 간단하게 스프 좀 끓여 봤어. 이거 먹고 약 먹자. 하며 상냥하게 말했다. 안나는 엘사가 저렇게 따뜻하게 굴 때 마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음껏 어리광 부리고 엘사의 품 안에 안기고 싶었다.




엘사가 스프를 담은 그릇을 들고 안나가 누워 있는 침대까지 배달을 왔다. 안나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보드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는 엘사가 떠 먹여주는 스프를 아기 새 마냥 얌전히 받아먹었다. 맛있어? 엘사가 묻자 안나는 미소 지으며 힘주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맛있어요. 타지에서 아프면 그렇게 서럽다던데 진짜네. 그래도 언니가 이렇게 옆에 있어주니까 너무 좋다.”




고마워요. 안나가 작게 속삭였다. 안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인지 빠르게 스프를 비워냈다. 그 뒤로도 엘사는 안나의 이마 위에 물수건을 수시로 갈아주며 안나를 간호했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언니, 덕분에 이제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아요. 이제 그만 돌아가요... 밤늦게 가면 위험한데. 밖에 슬슬 비도 오는 것 같고.”




안나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엘사는 고개를 저으며 오늘 자고 갈 건데? 라고 능글맞게 말했다. 훅 치고 들어온 엘사의 발언에 안나는 당황했다. 여기... 좁아서 자고 갈 데도 없어요. 괜찮으니까 가요. 안나가 재차 만류했지만 엘사는 완강했다. 실랑이 할 체력도 없었던 안나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근데 침대가 싱글베드라서... 둘이 눕기는 무리인데.”




“괜찮아. 난 바닥에서 자면 돼.”




기꺼이 바닥에서 자겠다는 엘사의 말에 안나는 기겁을 했다. 어떻게 언니만 바닥에서 재워요. 그럼 나도 바닥에서 같이 잘래요. 안나가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렸다. 나야말로 환자를 어떻게 바닥에서 재우냐며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였다. 곧 죽어도 언니랑 같이 자겠다는 안나의 똥고집에 결국 엘사도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결국 두 사람은 사이좋게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웠다. 두 사람은 바보 같이 미련한 저희의 모습에 서로를 보고 괜히 배시시 웃었다. 언니, 고마워요... 안나가 낮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뱉어내자 엘사는 뭘 이런 걸로. 하며 말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12월 31일이잖아. 이런 날 혼자 보내면 안 되지.”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매던 안나가 오늘이 며칠인지 따위를 알 리가 만무했다.




“Happy new year."




"Bonne année.(=Happy new year)"




두 사람이 각각 새해 인사를 건넸다. 안나는 아까 먹은 약기운 때문인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





밤새 굵어진 빗줄기에 안나는 눈을 떴다. 거센 빗줄기가 머리맡의 창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제 쪽으로 몸을 뉘운 채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엘사의 얼굴이 보였다. 저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긴 속눈썹과 오똑한 코. 비단결 같은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덮고 있는 어깨로 자연스레 시선이 내려갔다. 헐렁한 티셔츠 덕분에 드러난 쇄골과 야윈 어깨는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너무 말라서 안쓰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다시 시선을 올려 눈을 맞춰보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굳게 닫혀있는 그녀의 눈꺼풀이었다. 시끄러운 빗소리에 잠을 방해받을 법도 하지만, 고단했던 하루를 설명해주는 듯 미동도 없다. 눈을 뜨고 있는 자신 역시 피로에 의해 쉽게 잠을 다시 청할 수 있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좀 더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건너편의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올라가고, 푸른 바다를 닮은 눈과 눈이 마주쳤다. 자기도 모르게 엘사를 관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켰다는 생각에 안나의 에메랄드 빛 눈이 흔들렸다. 지금이라도 빨리 눈을 감아야 하나? 어두우니까, 아직 잠결일테니 내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다는 걸 눈치 못 채지 않았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건너편의 눈동자가 자신을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였다. 가시지 않은 강한 약기운 탓인지 술을 마신 듯 정신이 몽롱했다. 적갈색의 머리카락이 백금발 위를 덮어 버렸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망했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덮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자신도 모르게 엘사를 덮쳐버렸다는 사실에 안나가 자책하고 있을 때 쯤, 엘사의 혀가 안나의 윗입술을 핥아 왔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안나였다. 안나의 입이 절로 벌어졌고, 이내 곧 엘사의 혀가 안나의 입 안을 탐했다.




허억, 헉, 감기 기운 탓에 호흡이 딸리는 안나가 가쁘게 숨을 내쉬며 키스를 이어나갔다. 엘사는 그런 안나의 호흡에 맞춰 부드럽고 천천히 혀를 감아올렸다. 안나의 손이 저절로 엘사의 허리를 향했다. 하지만 이내 자제력을 되찾은 듯 안나의 손은 그저 허공에 머무르며 손을 쥐락펴락 할 뿐이었다. 이를 눈치 챈 엘사가 안나의 손을 붙들어 자신의 허리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안나의 허리를 끌어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감기 기운 때문일까, 달아오른 분위기 때문일까 안나는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점점 거칠어지는 키스에 숨이 딸린 안나가 키스를 끊고 엘사의 눈을 바라봤다. 안나는 예의 그 눈빛보다 더 뜨겁게 빛나는 엘사의 벽안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푸른 바다에 그저 내 몸을 던지고 싶다.




“I'm not afraid to drown, come at me like the surge of wave."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안나는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시 구절을 읊조렸다. 엘사는 그런 안나의 말에 응답하듯, 다시금 안나의 입술을 덮쳐왔다. 뚝- 하고 안나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키스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서로의 몸을 감싸고 있던 손도 더욱 과감하게 움직이며 구석구석을 탐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키스가 끊어졌다. 안나는 얼굴을 발갛게 붉힌 엘사의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떼내며 말했다.




“사랑해요, 엘사.”




창밖에는 비가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


이번화는 1화의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화!!! 24화만에 드디어 떡밥 회수잼...퍄퍄


완결까지 씐나게 달려보ㅈㅏ!!!!!!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쥬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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