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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REMAKE/ 운전교육 -21-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30 00: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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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꼭 들어주길 바라요.



조용한 자동차 안, 엘사는 운전대를 잡고 앞만을 응시하고 있다. 능숙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엑셀레이터를 밟을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거리의 표지판들을 훑을 뿐 조수석에 탄 안나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옆 자리에 앉아 그런 엘사의 모습을 관망하는 안나 역시도 입을 열지 않고 지금 엘사의 모습을 기억하려는 듯이 조용히 바라볼 뿐이였다.


안나는 엘사에게 안겨 한동안을 흐느끼다 그녀의 하얗고 가녀린 손길이 등을 토닥이는 것에 울음을 멈추었다. 훌쩍이기는 했지만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듯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엘사의 눈빛에 주저했던 자신의 기억들을 하나, 둘 앞에 토해내었다. 비록 완성되지 못한 앞 뒤가 잘린 단어들을 꺽꺽 내뱉었지만 그럼에도 엘사는 조곤조곤 안나의 눈을 마주치며 스스로 퍼즐을 맞추어 갔다.


엘사 에델바이스를 만났던 그때부터, 사랑했던 이야기. 그리고 떠나가 버린 뒤의 모든 일들. 다시 울먹이다가도 따듯한 엘사 아렌델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내며 띄엄띄엄 끊어진 기억들을 한데 모아 던져내었다.



“나쁜사람이네.”



모든 이야기를 끝마친 뒤, 들었던 이야기들을 재구성 하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엘사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말에도 어떠한 토를 달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은 엘사 에델바이스가 아닌, 엘사 아렌델 이였기 때문 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안나의 눈에 비친 엘사 아렌델의 모습엔 어떠한 악의나, 심술궂은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입으로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누군가를 미워한다거나, 증오하게 된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선선히 미소 지으며 입 꼬리를 올리던 그녀는 안나에게 데려다 줄 곳이 있다며 자리를 바꾸고는 어디론가 운전해 나아갈 뿐 이였다.



안나는 엘사가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을 미워하고, 잘못된 사랑이라며 질타를 퍼붓고 떠나갈 줄만 알았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듣고, 안나가 엘사 아렌델 에게 끌린 것은 단순히 엘사 에델바이스를 닮았기도 했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 같다, 라는 변명과도 비슷한 말을 들었음에도 어떠한 실망감이나 배신감을 느낀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엘사 에델바이스의 사진을 보고 싶다며 흥미로운 관심을 보였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반응과는 다르게 별로 개의치 않아 보이는 엘사 아렌델의 대답들에 안나는 순식간에 허탈해진 마음으로 지금까지의 일들을 다시 되새겨보는 중이였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그래서 안나는 조금이라도 눈 속에 엘사의 모습을 담기위해 멍하니 그녀의 운전하는 것을 관망하는 걸지도 몰랐다. 하루아침에 그녀의 고백 아닌 고백을 받고는 지금껏 자신을 옥죄어 왔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응어리진 고민들을 토해내고 말았다. 물론 아직도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였지만.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고, 그녀들이 도시를 등지며 어디론가 떠나갈수록 세상의 하늘은 점점 맑아졌다. 봄비의 흔적이 사라지고, 하늘의 밝은 푸른빛이 그녀들의 머리 위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초록의 물결이 거세어지고, 들판과 작은 동산들을 지나자 금빛평야의 거대한 논밭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산중턱에 올려 진 시원해 보이는 송전탑들이 멀리 이어지고 솜사탕 구름들이 몽실몽실 떠다녔다.



검은색 자동차는 달리고 달려 시골길로 들어섰다. 기분 좋게 구부러지고 다듬어진 길들을 돌아 어느 조그마한 벚나무가 서있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던 엘사는 자동차가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고나서 자신이 생각했던 곳으로 도착한 듯. 그제서야 휘파람을 불며 싱긋 미소지었다. 멍하니 엘사를 응시하던 안나는 달라진 날씨와 마을 앞 벚나무 등. 처음 보는 자연친화적인 시골의 모습에 입을 헤, 벌리고는 눈 안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고 문의 잠금을 푼 엘사가 운전석을 나서자, 안나 역시도 안전벨트를 풀고는 그녀를 따라 차 밖으로 조심스레 내렸다.


“와..향기좋다..”



시골의 공기는 안나가 매일 맡던 매캐한 도시의 그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풀잎들의 향기와 따듯한 햇살, 햇빛에 가려와 작게 반짝이는 풀벌레들과 나뭇잎. 그들은 마치 안나에게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너무도 다른 풍경들에 감탄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살피는 안나를 바라보던 엘사는 만개한 벚나무를 지나쳐 입구로 들어섰다. 하늘과 산,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엘사의 뒷모습에 안나 역시도 도도도 뒤따라 걸어갔다.



길가에는 활짝 피어오른 꽃들이 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어디선가는 벌써 여름의 열기를 기다리는 듯 듬뿍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봄의 향기에 가려져 저만치 멀리 떨어져있었다.



작은 개울가와 그 위에 만들어진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을 듯한 다리를 건너 몇 분을 걸어가자 길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곳은 갈림길을 몇 번 지나치고 마을의 입구와는 조금 방향을 틀어 점점 마을에서 벗어 나아지 만이 도착할 수 있는 고요하고 정적인, 사람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곳 이였다.



앞서 가던 엘사가 걸음을 멈추고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었다. 봄꽃들의 풀잎 향을 만끽하고 조그마한 숨소리로 내뱉었다. 짧은 걸음으로 뒤 따라 온 안나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 이마를 소매로 훔친 뒤 그녀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다듬어지지 못한 가지들의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엘사의 등을 보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는 듯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그시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 엘사 아렌델.


엘사가 뒤를 돌아 안나를 바라보더니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이리와, 보여줄게 있어.”


“네..?”


“내 친구의 집에 놀러온걸 환영해.”



엘사의 손이 안나의 손을 잡았다. 덥썩 스스럼없이 잡힌 자신의 손. 안나는 볼이 빨개질 틈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엘사에게 이끌러 높이 솟은 풀밭의 어딘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신의 키 보다도 높은 갈대숲을 지나, 그저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엘사의 뒷모습을 보자니 어릴 때 보았던 판타지 소설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시간이 멈추고, 세상이 천천히 흘러갈 것만 같은 환상속의 공간에서 안나의 손을 움켜쥔 엘사의 손은 너무도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어쩔 줄 몰라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찰랑거리는 엘사의 백금발만 눈으로 쫒았고, 잠시 망설이더니 슬며시 엘사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맞잡았다. 깍지를 낀 손가락 사이들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부끄러워 하면서도, 엘사는 신경쓰지 않는 것인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깍지 낀 안나의 손가락을 꼬옥 잡아 주었다.


“거의 다 왔어.”



얼마나 걸었을까. 점점 자신을 감싸오던 갈대밭의 숲이 옅어지고 조금씩 황금빛 숲 너머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걸음이 멈춰버린 곳. 그곳은 탁 트여있는 광장과도 같았다.



입구라고 생각 될 만한 그녀들이 걸어왔던 길은 굉장히 좁았지만, 그곳을 빠져나오니 넓은 들판과 그 들판을 둥글게 감싼 수십그루의 벚나무들. 만개한 꽃잎들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날려 자신들만의 춤을 추며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와...”



엘사는 뿌듯한 표정으로 떨어지는 꽃잎들과 벚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언뜻 보아도 수십 그루, 아니. 수백그루의 벚나무들이 각각의 자리를 잡고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서있었다. 봄날의 폭설처럼. 바람을 따라 수 만개의 꽃잎들이 휘날렸다. 엘사의 머리위에도, 안나의 눈앞에도.



안나는 놀란 듯 입을 떡 하니 벌리고 멍하니 서서 눈동자를 굴리기에 바빴다. 하늘은 뻥 뚫려 시원한 바람과 햇살이 충분히 그녀들을 감싸오고 있었다. 자연의 생물체들이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쉬는 시간이 되면 모두 모여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웃고 떠드는 공간. 이질적 이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환상 같은 공간 이였다. 나뭇잎들이 서로를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어디선가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섞여 광활한 자연속의 주인공이 된 듯 했다.



들판의 한 가운데. 그곳에는 작은 봉우리와 초라한 비석 하나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잠시, 엘사는 발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다가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안나도 엘사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엘사는 그 봉우리 앞에 섰다. 아무 말 없이 봉우리 위의 초록빛깔 잔디를 바라보고, 작은 비석의 귀퉁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행동에 숙연해진 안나는 두 손을 맞잡고 아무 말 없이 엘사의 뒷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비석에 쓰여 진 이름, 플린 라이더.



“친한 친구였나요..?”



안나의 질문에도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눈을 감던 엘사는 다시 일어서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잠깐은..좋아했던 사람..”



엘사의 중얼거림에 안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뒤를 돌아 안나를 바라보는 엘사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촉촉이 젖은 눈동자였으니까.

안나와 눈이 마주치자 엘사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랑은 아니야. 걱정 하지 마”



그리곤 뒤를 돌아 비석 앞에 앉아 그것을 등받이처럼 편하게 기대어 눈을 감았다. 탁탁, 자신의 옆 자리를 두드리는 엘사의 모습에 안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색이 되어 엘사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엘사는 깨끗한 치아를 보일정도로 환하게 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친구 어깨에 기대는 게 별거 있을까.”



안나는 입술을 앙 다물고 그녀를 따라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눈앞에 보인 것들에 마치 꿈만 같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눈에 보이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일어서 있을때는 볼 수 없었던 미묘하게 연결된 나무들과 풀잎들의 조화가 완성되고,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수놓아 진 하늘과 빛.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뿜으면서도 지평선 끝을 오묘하게 감싼 모습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보일 정도였다.



“소감이 어때, 기대 이상이야?”

“아름다워요..”


“허락 받아놓기를 잘했네, 나는 고민이 있을 때 마다. 힘들 때 마다 이곳에 와. 마치 위로받는 느낌이 들거든. 너도 그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어.”



뻐끔 뻐끔 피던 담배를 비벼 끄고는 더럽히지 않게 손으로 삭삭 털어 재를 날린 뒤 꽁초를 담뱃갑에 다시 집어넣은 엘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 차 안에서 들었던 떨리던 그 목소리로.



“너 내가 레이싱 선수였다는 건, 알고 있지?”


“네?”


“내 뒷조사 했을 꺼 아냐, 난 예전에 레이싱 선수였어. 나름 잘 나갔다고도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해둘게. 지금 우리 뒤에 편히 잠든 이 남자. 플린 라이더라는 이 남자는 내가 좋아하던 선배였어.”



선배, 엘사가 내뱉은 그 단어에 안나의 마음 속 한 구석이 찌릿하며 저려왔다.



“너무도 빨랐고, 너무도 위대했던 선수. 정말로 그런 사람은 처음 봤어, 세상 모든 걸 추월 할 것만 같은 환상 속에 존재하던 사람 이였으니까...뭐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너무도 빨랐기에, 하늘역시도 이 남자를 대려가 버렸지, 너무도 빠르게.”


“근데 그거 알아? 그 하늘의 부름은 내가 시킨 거야.”


“내 잘못으로.”


“...내가 그를 죽인 거나 다름없어.”



엘사의 입은 천천히 우물거리더니 이내 멈추고 말았다. 말없이 그녀를 지켜보던 안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엘사의 눈은 어느 때 보다도 많은 것을 담고 있었고, 그 안에는 분노와 기쁨, 그리고 죄책감과 끝없이 깊은 슬픔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죽기 전 그랬다더라. 나는 괜찮냐고”


“자기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나는 살아있냐고 물어봤다더라.”


“모든 것은 내가 저지른 일이였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죽음마저도 잊고 나를 용서했어.”



안나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엘사를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먼 발치 만을 바라보는 엘사의 모습.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엘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따듯한 포옹으로 그녀를 안아주었다. 안나의 감촉과 온기가 느껴지자 엘사는 그녀의 어깨에 살며시 얼굴을 파묻고는 조용히 숨을 들이 쉬었다. 곧, 얼굴을 들어 더 없이 맑은 눈동자로 똑똑히 안나의 모든 것을 담아내던 엘사는 선선히 미소 짓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엘사 에델바이스 라는 그 여자. 살아있을지 죽었을지 나는 몰라. 하지만, 이것만큼은 안나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포기 하지 마. 하지만, 고통 받지도 마. 너는 고통받을 존재가 아니야.”


“난 인생이란게 무엇인지 몰라. 하지만 사랑이라는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건 알아.”


“더 이상 그 여자 때문에 고통 받지마, 그녀에 대한 걱정은 그녀가 너의 눈앞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조용히 속삭이던 엘사의 말이 잠시 멈추고, 엘사의 손이 안나의 볼을 스쳤다.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는 안나의 두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따듯한 눈물을 닦아주던 엘사의 손길이 멈추고. 싱긋 웃은 엘사는 또 다시 예쁜 입술을 움직였다.



“내가 엘사 에델바이스와 닮았다고? 그래서 내가 좋다고? 그러면, 그렇게 해. 나를 엘사 에델바이스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를 사랑해도 좋아. 너가 원한다면 그렇게 날 사랑해도 좋아.”


“...엘사...”


“하지만 알아둬. 우린 아직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걸. 그러니 서로의 상처가 모두 아물게 된다면. 그때 제대로 고백할게. 알았지?”


“..네..알았어요..”


“맹세해줘. 너의 상처가 모두 아물 때 까지 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겠다고. 너의 모든 이야기들이 끝맺음 되었을 때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겠다고.”



엘사의 말은 차가우면서도 안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엘사 에델바이스와의 모든 인연의 과정 속에 자신을 담아도 된다는 허락. 하지만 엘사 에델바이스와의 모든 인연을 끝맺고 나서야 사랑하겠다는 약속. 고맙고도, 미안했다. 언제나 엘사 아렌델은 자신의 곁에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 그러니 천천히, 안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달라는 배려. 기약없는 맹세를 하는 엘사의 행동에 안나는 더 없이 슬펐다. 그리고 기뻤다. 안나의 마음속에는 조금씩 엘사 아렌델 이라는 공간이 커져가고 있었다.


“맹세할게요. 엘사 에델바이스와의 모든 인연이 끝나기 전까지, 엘사, 당신과 사랑하지 않을께요. 그러니 부디, 기다려주세요. 부탁이에요.”


“물론, 언제나 여기 있을게.”



엘사의 손이 살며시 안나의 손을 맞잡았다.



“너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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