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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ough Choices 에필로그

ㅇㅇ(167.71) 2020.03.30 00:48:04
조회 534 추천 30 댓글 7





Chapter 29: 에필로그


안나는 근 4주 동안 비상사태에 돌입해 있었다.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라도 잠재적 위험이 돼버린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들다. 제대로 생각도 되질 않는다. 그저 작은 차트에 쓰인 데로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안나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미리 모두에게 말하질 않았더라면 상황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분들이 계속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으니까, 알고 싶다면서 말이다. 사촌들한테선 계속 전화 오지 아버지는 갑자기 거의 미친 듯이 그녀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안나는 선물들까지 받고 있었다. 선물까진 아직 너무 이른데. 어쩌면 그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란 책은 읽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

그랬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안나는 전화기를 들어서 오늘만 6번째 엘사의 번호를 눌렀다. 아직 점심시간밖에 안됐건만. “엘사, 어디예요?”

“사무실이야. 내 책상에 있어. 왜? 무슨 일 있어?”

안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뇨. 어어, 그게 아직 그 아기에 대한 건 모르는 거죠?”

엘사가 잠깐 조용하더니, 한숨을 돌린다. “나 방금 화장실 들어왔어 안나. 정확히 2주째잖아 오늘로. 이렇게 하루 종일 계속 전화할 셈이야?” 스트레스 섞인 목소리다. 그녀도 아마 안나만큼 불안할 것이다. 엘사의 말이 잠시 멈췄지만, 그건 안나가 대답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됐어. 알고 싶지 않아. 일이나 해, 자기.”

엘사가 끊어버리자 안나는 그게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 어떠냐라든지 스트레스는 받고 있지 않은지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닌지 물어보지도 못했지 않은가. 그리고 아무리 엘사가 스스로에게 편안한 상태에다 학생들이 그닥 맘에 들지 않더라도 교육자로서 꽤 요령이 생겼다고 해도, 안나는 엘사가 점심시간에 가끔 울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부담스럽다. 전부 부담스러워 안나는 이걸 감당하기 힘들다.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고 싶어도 그녀의 아버지가 안나를 발견하고 손주에 대해 물어보려고 할 게 뻔히 보였다. 그 손주가 사실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물론 그 가족의 유대라는 것을 안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무슨 일에도 이렇게까지 흥분한 적이 없었기에, 말하자면… 이상했다.

그건 아버지에게 안나가 미친 소리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말대꾸가 안나의 목구멍 깊숙이 내장 속부터 들끓었기 때문이었으나, 그녀는 이제 숙녀였고 소녀일 때 하던 행동이나 말을 이젠 할 수가 없었기에 그저 삼켜내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건 정말 그녀가 스스로를 조절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냥 자신의 아기가 괜찮기를 바랐다. 그냥 아기가 거기 있기만 했으면 했다. 그 실험 결과가 긍정적이기만을 바랬다. 무슨 나쁜 일도 아닌데.

웃긴 게 안나는 사실 기겁하면서 진동이 적은 자동차를 알아본다던가 조심스럽고, 정중한 섹스를 하고, 정해진 식단에 따르면서 절대, 절대로 밤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될 사람은 엘사가 될 줄 알았다. 근데 아기가 안나 쪽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녀는 지금 인터넷 기사를 미친 듯이 읽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다. 이걸로 안나의 삶의 끝이구나 싶다.

그녀는 24살의 나이에 심장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미처… 차를 빌려보기도 전에, 어쩌면… 글쎄, 그녀가 부모 건강 보험 같은 걸 들기엔 공식적으로 너무 늦었단 소릴 듣기도 전에.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긴 한 건지. 그녀는 오늘 하루 벼랑 끝에 몰려서 업무랑 관련된 생산적인 생각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기는 심지어 그녀의 생각도 아니었다. 엘사의 생각이었다.

안나는 아이가 있는 가족을 시작하길 반대한 건 아니다, 다만 그녀는… 아직 자신이 준비가 됐는지 잘 알 수가 없을 뿐이었다. 엘사가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논쟁은 점차 빠르게 고조되어서는 결국 둘이 해봤던 가장…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어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엘사는 안나가 아기를 기르는데 자기가 적합하지 않을 거라며 우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뭐고 간에 할 수 없다면서. 그리고 엘사는 거기서 정말 불쾌함을 느꼈고 안나에게 매섭게 말하고 막무가내로 전화를 걸게 만들었다.

그리고 안나는 가끔 언제 물러나야 할지 모를 때가 있었기에, 얼마 안 가서 그녀는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있죠, 난 공황발작이 일어나거나 결국 병원까지 가야 될 필요는 없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엘사는 말싸움에는 쥐약이어서, 그에 대한 대답에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만다, “아니, 네가 바로 날 계속 공황발작 오게 만들고 병원까지 가게 만든 장본인이야.”

그 말에, 안나가 한 발 다가섰지만, 엘사도 한 발 물러서 버려서 안나는 부드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미안해요, 엘스. 하지만, 이게 어쩌다 나온 얘긴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그냥 지금 내 코앞에 들이미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좋아. 내가 관둘게, 됐지?”

하지만 됐을 리가 있나. 엘사가 침대에서 등을 돌리고 자는 데 됐을 리가. 엘사가 정말 필요할 때만 안나에게 문자 하기 시작한 지 벌써 2주째인데 됐을 리가. 거기에 심지어 엘사가 가족 식사 시간에 안나 옆에 앉지도 않는데 됐을 리가 있나.

그래서, 마침내, 안나는 그제야 아기 문제에 뛰어들어서 그 과정에 따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거 땜에 세상 모든 가장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 데 묶여서 불안과 함께 다가오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이제 그녀의 아내와 미래가 온갖 종류의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게 됐는데 이 걱정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엘사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것이다. “엘스… 이번엔 끊지 말아요.”

“알았어, 안 그럴게. 하지만, 15분 뒤에 근무 시간이야. 그러니까, 그때까진 가야 돼.”

“그걸로 괜찮아요. 난 그냥…” 그녀는 잠시 멈추고 마침내 그동안 속에서 고민하던 것을 털어놓을 준비를 마친다. “난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원하고요. 그리고 계속 그 얘길 하고 싶어요, 하지만 계속 이런저런 잘못될 수도 있다는 글들을 읽고 있으니 이런 건 정말 원치 않는데 싶고, 마치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자꾸 늘어놓으면 막 불행이 찾아오고 그럴 거 같아요… 그냥 모든 게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나도 무서워, 안나.”

그 말은 최소한 지금 안나가 미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아서 안나를 진정시켰다. “그러면, 우린 뭘 해야 하죠?”

엘사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그게 귀여워서 안나까지 바보처럼 웃게 만든다. “삶을 그냥 포기해버리면 안 돼, 안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모든 일은 우리 손을 벗어나서 일어날 거고, 우린 그냥 괜찮기만 바라면 되는 거야, 알았지?”

이게 안나가 사랑하는 엘사의 부분이었다. 둘의 관계 속에서 좋아하고 있는 것. 예전에는 안나가 그 백금발 머리가 장모님과 달라도 괜찮다고 해줬다면, 또 지금은 엘사가 아기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잠재적 아이였긴 하지만. 말하자면 둘은 동등한 위치의 관계였으며 블로그들이나 예전 선생님들, 사회가 예상했던 이상한 선생님-제자 간의 힘의 불균형 같은 관계가 아니었다. 왜냐면 6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관계는 행복하고 건강하고 둘만의 것이었으니까.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당신이 맞아요. 우린 그냥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 돼요. 오늘 수업은 어땠어요?”

그녀가 주제를 바꿔 말하기 시작하자 엘사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편안해진다. “꽤 괜찮았어, 사실. 학생들이 이런 거 정말 좋아하나 봐. 머리 위로 조그만 전구들이 뜨는 게 보여서 재밌네. 절대 질리지가 않을 거 같아.”

“고등학교가 당신 체질에 안 맞았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안나가 웃음을 터트린다.

“그래, 거긴 확실히 좀 전구가 부족하긴 했지. 아니면 그냥 내가 좋은 선생님이 아녔다거나.”

안나가 어깨를 으쓱하고, 데스크 의자에 등을 기댄다. “당신은 내가 만난 최고의 선생님이었어요.”

엘사가 웃으며 숨을 들이켠다. “그거 오히려 내 말을 더 뒷받침하는 거 같은데. 나 이제 업무 준비해야 해, 안나. 괜찮겠어?”

“네, 엘스. 그래요… 어어, 알게 되면 말해줘야 해요, 알았죠? 결과가 확정되면요?”

“응.”

“그리고 만약… 만약에… 그게, 알죠. 그러면, 전화라든지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요. 그냥 집에 가서 이야기해요, 알았죠?”

엘사가 몇 초간 침묵한다. 안나는 그녀가 그런 쪽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대답한다, “응.”

안나는 전화를 끊고 15분 동안 전화기 옆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엘사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마치 멘탈을 붕괴시킬 것만 같아서, 안나는 결국 사무실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자신의 비서에게 혹시 엘사로부터 전화가 오면, 메시지를 받아서 돌아오자마자 전해달라고 말해두면서.

예상대로,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가 사무실에서 나오는 걸 보자마자 따라 나와서 말을 걸려고 했다. 약간 어색한 상황이다. “안녕 아빠. 그냥 묻지 마세요, 네? 오늘은 안돼요.”

“안 그럴 거다,” 그가 응수한다. “그냥 고객 미팅 준비됐냐고 물어보려 했다. 15분 뒤야.”

젠장. 안나는 아기랑 이런 저런 거에 미쳐서 그걸 전부 잊고 있었다. 원했던 만큼 준비가 안된 상태긴 했지만, 어쨌든 충분히 대비는 되어있긴 했다. “네, 준비 완료예요.”

다행히도 미팅은 그저 확인을 위한 것이라 그 고객은 자신의 돈이 무사히 잘 있는지만 알려주길 원했고 안나는 한 시간 반 정도 차트와 그래프와 플랜 따위의 것들을 검토해주며 그를 안심시켜줬다, 그리고 그걸 끝내고 나서는 또 두 시간을 이사회랑 씨름하며 보내느라 안나는 정말 자신의 전화나 비서에게 가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는데 지금쯤 엘사가 전화를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전화 기다리겠다고 해놓고 그러지 않은 나쁜 아내가 돼버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침내, 온갖 사람이 다 지껄이느라 세상 길어진 미팅을 끝내고, 안나는 겨우 자신의 사무실로 올 수 있었다. 단지 어떤 전화도 못 받았을 뿐. 그리고 메시지마저도.

하지만, 이건 정상이다. 그래야 한다. 어쩌면 그 실험은 아직 너무 이른 거였을지 모른다. 엘사가 연락이 오면 전화해주겠다고 했으니, 그게 아니라면.

와.

안나가 이젠 오히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다른 일이 생기길 바라게 되는 건 얼마 후에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결과를 안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리라. 엘사가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하나의 사실만을 뜻했고, 안나는 그걸 생각하기 싫었다.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냥 그런 것이다. 안나는 이번 일로 정말 흥분했었다. 그녀는 잘 되기만을 바랬다. 어쩌면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될까 안될까 해야 하는 이 롤러코스터에 그녀는 타지 말았어야 했던 거 같다. 이런 사례의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를 읽어봤다. 그 눈물과 그에 따라오는 모든 것들도 알아봤다. 그건 안나가 준비된 게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엘사가 준비된 게 아니었다. 엘사는 정말 간절히 원했으니까.

안나는 이후 근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고 엘사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 염려되었다, 아마 그다지 좋지 않을 테니까. 아이를 가진 쪽이 그녀 쪽이었기에 안나보다 더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

그게 그녀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안나는 엘사에게 초점을 맞춰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될지 고민해야 했다. 일이 잘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엘사는 그 고통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리란 걸 알았다. 하지만, 최소한 그 아픔을 줄여주고 싶었다. 긍정적인 쪽이 되어서. 그녀는 언제나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언제나 엘사에게 잘 될 거라고 얘기해줬으니까. 그녀는 그걸 잘했고, 오늘 밤, 그 어느 순간보다 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게 지금 엘사가 필요한 것일 테니. 그녀는 기댈 든든한 어깨가 필요할 것이다.

일을 드디어 마치고 안나는 지금 아무것도 말하지 못할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하지 않도록 빠르게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서 엘사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스트리 가게로 향했다. 엘사가 좋아하는 작은 레몬 케이크는, 거의 가게 마감 직전이라 못 살 뻔했지만, 가게 주인이 안나를 알아보고 들여보내 줘서 그날 남은 모든 재고를 다 사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와인도 사갈지 고민했지만, 그건 너무 짧은 생각이었다. 마치 술을 마셔도 된다는 것과 같지 않은가. 임신하지 않았으니까.

안나는 가게를 나서며 숨을 크게 들이켜고 가방 가득 담긴 레몬 케이크를 들고서 차에 돌아갔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상황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이 밤이 끝나기를 바란다.

오늘이 끝나기를 바랐다. 엘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데 한순간도 자신과 함께 있지 않으면 엘사가 슬프고 외로워함을 안다는 것이 괴로웠다. 그래서, 안나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고 무사히 집에 돌아가기로 한다. 단지, 그놈의 교통체증. 그리고 여전히 연락이 없는 엘사까지. 이쯤이면 안나는 귀가가 이미 늦어진 상황이다. 엘사가 전화를 했어야 한다, 확인 차라도.

그런데, 하지 않는다니.

안나는 그냥 자신이 전화기를 들고 엘사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한다. 하지만 이미 아내에게 집 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해버렸으니. 그녀는 조금 참기로 한다. 교통상황이 풀린 뒤 집에 가면 울면서 엘사를 품에 안아줄 것이고 함께 레몬 케이크를 먹을 것이며 그걸로 다 괜찮아지길 바랬다, 그게 안나가 가진 전부였으니까.

차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안나는 안 그랬으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집에 가서 이 일을 마주할 준비가 아직 안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10여분 뒤면 집이었다. 고작 십분 말이다.

그 공포스러운 느낌이 안나의 내면을 감싸고 앉아 있었다. 모든 나쁜 느낌이 한 데 묶여있는데 마치 아직은 그녀를 덮치기 전이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니까, 안나가 억지로 묶어둔 것처럼. 엘사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 된다. 아내의 모든 것이 괜찮아지기 전엔 안 된다. 그걸 확인한 후… 그때야 말로 안나가 미뤄둔 감정들이 들이칠 것이다. 그리고 엘사를 달래주고 나면,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나름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녀는 왜 이게 이렇게나 큰 일이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뭐 달라질 것도 없는 일이다. 그냥 무언가 되려고 했던 것뿐이지. 그녀와 엘사는 또 기회가 있는 걸 알고 있는—

안나는 집에 도착한다.

그녀는 밖에 나가기 전에 차 시트 안에 잠시 앉아있는다. 현관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열쇠를 돌리기까지 시간을 들인다. 그리고 문을 열자, 엘사가 거실에서 편지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는 안나가 생각한 만큼 슬퍼보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 좋은 징조일지 모른다.

엘사가 고개를 든다. “왔어, 안나. 나 5분 전에 와 있었어.” 그녀는 편지를 내려놓고 안나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미안해.”

안나가 현관문을 닫고 재킷을 벗어던졌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엘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 엘사가 말하며, 가라앉은 얼굴이 된다. 그녀가 안나에게 더 가까이 가서 그녀의 팔에 손을 올린다. “내 말은, 그냥 그렇단 거야. 그러려던 게—”

“엘스, 괜찮아요,” 안나가 토해낸다. 그녀는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엘사가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 것에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안나를 무너져 내릴 거 같게 만들었다. “당신 좋아하는 케이크 좀 사 왔어요.”

엘사가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깊이 숨을 들이켠다. “안나… 나—” 잠시 멈추더니 그대로 숨을 뱉어낸다. “다가올 큰 프로젝트 땜에 업무 시간 내내 갑자기 물 밀 듯이 얘기해야 했어서 종일 핸드폰을 켜놨더니 배터리가 죽어버렸고 너한테 전화를 할 수가 없던 채로 근무 시간이 끝나버린 것 때문에 정말, 정말, 정말 미안해,” 하고 그녀가, 단 숨에 내뱉어버렸다.

안나는 그녀가 무슨 소릴 하는지 알아듣긴 했으나, 확인이 필요했다. “무슨 말이에요?”

“내 말은 우리 아기 생겼다는 거야,” 그렇게 외치는 엘사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나갔다.

안나는 가방을 놓고 눈물을 떨어뜨린다. 이게 기쁨인지 무엇인지 안나는 알 수 없었지만… 글쎄, 이 순간 그런 걸 누가 신경 쓸까 지금 무려 아기가 생겼다는데. 그녀는 엘사를 팔로 감싸고 머리칼에 머리를 파묻었다. “정말 무서웠고, 걱정됐어요. 당신이 괜찮기만 바랬다고요.”

“알아,” 엘사가 속삭이며, 안나의 등을 손으로 감아 안는다. “그렇게 만들어서 미안해.”

“괜찮아요. 사과하지 마요. 그냥 기쁜 걸요. 상관없어요. 세상에. 난 절대… 아니 그 얘긴 하지 말죠, 그냥 지금 내가 가방 가득 레몬 케이크를 사 왔고 당신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만 생각해요.”

엘사가 살짝 웃음을 터트리더니 몸을 빼서 안나의 입술에 키스를 떨어뜨리고, 고개를 바로 떼지 않은 채 잠시 머물렀다. “다른 누구와 가족을 시작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가.”

“음, 진짜 그렇긴 해요,” 안나가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앞선 몇 시간 동안 걱정하느라 쌓인 긴장을 한결 풀리도록 해주었다. “어색할 거 같아요.”

“그래,” 엘사가 말하며, 좀 더 웃음 지었고, 둘은 곧 아이처럼 함께 킥킥댄 후 어느새 바닥에 앉아서 레몬 케이크를 먹으며 아이의 이름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안나는 여자 아이라면 소피아로 하는 걸 아주 마음에 들어했고 엘사도 그랬다, 아니면 엘사 생각에 안나 주니어와 비슷하다고 에나벨도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만약 아이가 남자아이라면 안나의 아버지 이름을 따르기로 동의했지만 공식적으로 임신 사실을 안 지 몇 시간밖에 안된 엘사가 아기가 여자아이일 거라고 확신을 했기에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다, 안나가 어디선가 읽은 기사에서 엄마가 항상 50퍼센트 확률로 성별을 맞춘다고 했다 하자 엘사가 틀릴 확률도 50프로 아니냐며 꼬집어서 둘은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둘은 주변에 자랑을 하기 시작했고 그다음 9달 동안은 아기 이외의 주제로는 대화를 하지 않았으며 아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거나 부모 수업을 듣고 아이 안전을 위해 집을 수리하고 첫 부모로서 살만한 온갖 잡다한 미친 것들을 샀다. 그건 마치 영원한 해피 엔딩의 한 장면이 될 것만 같았다.

적어도 안나가 분만실에서 아기의 머리가 나오는 걸 목격 후 그게 그녀의 삶을 영원히 바꿔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 X —

The (Official) End






맨 마지막 문장은 나도 아리송 했는데, ‘baby crowning’ 구글링 해보고 단박에 이해했어..;
마냥 해피하진 않겠구나 싶어질 만큼 충격적인 경험일 거 같더라..
텊초 번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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