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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나의 가짜 여자친구 3 (My Fake Girl Friend)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3 13: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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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 - 슈나이더 씨를 만나다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에 안나의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진정하자.’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되뇌었다.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어. 그냥 언니하고 가짜 데이트인데. 부담 갖지 말라고.’


그건 절대 진실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막중한 부담이 실려있었다.. ‘둘이 자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크리스토프가 있다면? 아, 제발, ‘걔’가 있으면---’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고, 그녀는 자꾸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리마인더가 울린 것이었다. 그럼 이제 정확히 5시 반이라는 뜻이었다. 이제는 진짜로 엘사를 기다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누가 알아보면, 그냥 자매가 저녁 먹으러 나온 줄 알겠지. 크리스토프하고 마주치면, 제대로 설명하면 되고. 그리고 ‘걔’가 있으면, 아마 엘사가 산 채로 묻어버릴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그녀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땋은 머리를 올림머리로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머리가 계속 삐져나오는 것을 보고 그냥 포기했다.


“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어야지, 언니.” 안나가 레스토랑에 들어가며 스스로 중얼거렸다.


비토스 피자 앤 파스타는 항상 부산스러웠지만, 붐비지는 않았다. 둘의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시고 엘사가 요리하기 싫을 때면, 이곳에 자주 안나를 데리고 왔다. 그러니까 안나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리에 팔짱으로 끼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안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나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다 이것이 얼마나 바보같이 보이는지를 깨닫고는 바로 팔을 내렸다.


엘사는 우아한 기품을 뽐내고 있었다. 연한 초록색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안나에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하이힐을 신고 있었을 것이다. 안나는 자신이 입고 있던 빨간 티셔츠와 핫팬츠, 누레진 흰 스니커즈 쳐다봤다. 부끄러워져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엘사는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묻어두고, 최대한 침착하게 자리로 걸어갔다.


“안녕.” 엘사가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어울린다.”


“고마워, 언니도 잘 어울려.” 안나가 자리에 앉았다. “내 옷차림 좀 그렇지? 나 방금---”


엘사가 손가락을 올렸다. “첫 번째 실수. 네 단점을 부각시키지 마. 상대가 눈치채지 못했으면, 오히려 더 이상해 보여. 눈치챘어도 아마 예의껏 그냥 넘어갈 거야.”


안나가 눈을 깜빡였다. “뭐?”


엘사가 손가락을 내리고 웃었다. “이거 원래 너한테 과외해주는 거였잖아. 그러니까 너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중에, 내가 연애에 대한 기본적인 팁을 주면 어떨까 해서.”


“아, 알겠어.” 레즈든 아니든 연애 팁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고마워, 언니.”


엘사가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미소를 슬쩍 지었다. “두 번째 실수. 연애 상대에게 언니라고 하면 안 되지. 그럼 좀 이상해질 거 같은데.”


안나가 웃음을 내뿜었다. “알겠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아가씨.”


“그래, 그게 낫네요.” 엘사가 말했다.


웨이트리스가 도착했다. “비토스 피자 앤 파스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메리고요, 오늘 서버를 맡게 됐습니다*. 마실 거 먼저 주문받을까요?.”


* 미국 식당에서는 예의상 손님이 주문할 때 무조건 정해진 종업원을 통해 주문해야 한다. 그리고 손님이 종업원을 부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종업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함. 하지만 팁 문화가 있어서, 종업원들도 열심히 해야 팁을 많이 받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손님 테이블에 자주 들른다.


엘사가 안나를 쳐다봤다. “저희 그냥 바로 주문할게요.” 안나가 말했고, 엘사가 끄덕였다. 둘은 메뉴를 볼 필요도 없었다.


“치킨 카르보나라에 콩 빼고 주시고요, 화이트 진판델 와인에 물도 한 잔 주세요.” 엘사가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종업원이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손님은 어떤 거로 하시겠습니까?”


“전 미트볼 스파게티로 할게요.” 안나가 말했다. “그리고 스프라이트도 주세요.”


“알겠습니다.” 메리가 메뉴판을 가져갔다. “그럼 잠시 기다려주세요.”


“나 이거 엄청 기대했어.” 안나가 종업원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여기 스파게티 안 먹은 지 몇 달 됐거든.”


엘사가 눈썹을 올렸다. “혼자서 안 왔어?”


“아니.” 안나가 고개를 떨궜다. “그럼 재미없잖아.”


엘사는 또다시 속으로 자책했다. “아.”


잠시동안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 엘사가 침묵을 깼다.


“그러니까, 음, 안나 씨… 이름 이렇게 발음하는 거야? 아-나?*” 그녀가 가짜 애인 목소리를 냈다.


* 미국에서 Anna 라는 이름은 원래 발음이 아-나, 애-나 두 가지가 존재한다. 이 대화는 Anna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항상 거치는 관문이다. 이 픽에서는 편의상 안나라고 칭한다.


이것이 안나를 웃게 만들었다. “네, 맞아요. 그거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사람 꽤 드문데. 잘했어요.” 안나가 비꼬아 말했다.


“오, 맞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안나 씨. 당신에 대해 소개를 좀 해주세요.” 손가락을 들고 뭔가를 원하는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뭐, 제… 제 이름은 안나 아렌델이고.” 안나는 처음에는 더듬었지만, 곧바로 페이스를 찾았다. “나이는 열여덟이고 플레선트 밸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2학년 때부터 육상부였고. 평생을 이 지역에서 살았어요.”


그녀가 말을 멈추고 엘사가 잠시 안나를 기다렸다. “그게… 다에요?”


“아, 뭔 소리에요?” 안나는 뭔가 잘못한 것 같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러니까, 뭐, 가족은 어때요? 동생이나 오빠, 언니 있어요?”


안나가 웃었다. “그런 건 이미 알잖아.”


“내가 안다고?” 엘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다. “우리 방금 만났는데?”


“아 맞다. 그렇지.” 안나가 말했다. “지금은 부모님 둘다 집에 안 계세요. 해외로 파견셨거든요. 근데 다음 달이면 다시 오실 거에요. 언니가 하나 있는데, 이름은 엘사에요. 켄터키 주립대*에 다녀요. 한 삼십 분 거리에 사는데, 가끔 집에 들러요.”


* Kentuky State University.


엘사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니는 어떠세요?”


“아, 아주 최고죠.” 안나가 말했다. “엄청 재밌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줄 알고,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항상 도와주고...”


엘사가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살짝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 안나가 주제를 바꿨다. “그럼 당신에 대해 좀 알려주면 안 돼요?”


“당연히 되죠.” 엘사가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 “제 이름은 엘사 슈나이더에요.“


“슈나이더?” 안나가 혼란스러운 듯 끼어들었다.


엘사가 눈썹을 올렸다. “네, 왜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나가 말했다.


‘가짜 여자친구, 가짜 이름. 뭐 말은 되네.’


“뭐, 어, 독일계에요?” 안나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엘사가 으쓱했다. “아마도요.”


안나가 코웃음 쳤다.


엘사는 나오는 웃음을 참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나 이거 5분 전에 생각해낸 거란 말이야. 알겠어?”


“아니야, 괜찮아. 알아들었어.”


엘사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따뜻하고 진실된 미소---


“아, 제가 말을 잘랐네요, 슈나이더 씨. 뭐라고 하셨죠?”


“아, 예, 예.” 엘사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전 스물 하나고요. 켄터키 주립대 3학년이에요. 전공은 건축공학과고.”


“진짜요?” 안나가 물었다. 엘사가 지금가지 전공에 관한 것은 말해준 적이 없었다.


“넵.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건 몰랐는데.”


“뭐, 그렇게 빨리 정하는 게 아니니까요.” 엘사가 설명했다. “저도 2학기 때 정한 거에요. 더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있고.”


“신기하네요.” 안나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그래도 일생일대의 결정인데. 후회할 결정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그때 메리가 두 개의 접시와 세 개의 잔이 있는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오 빠르네.” 안나가 놀라 했다.


“여기 원래 항상 빠르잖아.” 엘사가 말했다.


“아, 맞다. 까먹었어.” 안나가 말했다.


‘하, 이렇게 오래됐나?’


종업원은 둘의 감사인사를 받고 멀어져갔다. 안나는 스파게티를 포크로 빙빙 둘른 다음에 한 입 먹었다. 기억하던 맛과 같았다.


“그럼, 엘사 씨---”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엘사가 손가락을 다시 들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먹고 있었고, 안나도 그 뜻을 재빨리 깨달았다. 그녀는 입에 있는 것을 꼭꼭 씹어 삼긴 뒤 말을 재개했다.


“그럼, 엘사 씨, 대학은 어때요?”


엘사가 삼켰다. “아, 좋아요. 캠퍼스도 좋고, 도시도 예쁘고. 주말에는 할 것도 많고. 영화관, 술집, 볼링장---”


안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볼링 칠 줄 알아요?”


“네.” 엘사가 말했다. “캠퍼스 동쪽에 볼링장이 하나 있어서, 몇 번 가봤어요. 꽤 재밌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에스메랄다를 만난 곳이기도 하죠.”


“아 그래요? 저번에 말해준 것 같은데. 그분은 어떠세요?”


엘사가 뭔가가 불편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다시 헛기침하고 자신을 다잡았다. “좋은 사람이에요.” 그녀는 이 말만 하고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 이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 어색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안나가 입을 열었다. “저도 예전에 볼링 좀 쳤었는데.”


“그래요? 근데 왜 지금은?” 엘사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 범퍼를 내렸거든요.” 안나가 말했다.


엘사가 코웃음을 쳤다. 그 와중에 물이 기도로 들어간 것 같았다. 엘사는 기침을 하며 동시에 깔깔 웃었다.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동시에 굉장히 우스워 보였다. 안나가 도와주려고 일어섰지만, 엘사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녀가 자신의 등을 몇 번 때리더니, 기침이 멎었다.


엘사가 숨을 깊에 들이마시고, 안나를 바라봤다. 둘 다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엘사는 좀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안나는 두려워 보였다. 그때 엘사가 웃었고, 안나 역시 웃었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긴 시간을 진심으로 웃었다. 엘사가 기침하는 것을 지켜보던 다른 손님들도 다시 자신의 테이블 시선을 옮겼다.


“그러니까, 어, 음.” 엘사가 웃음이 멎은 후 말했다. “볼링.”


“넵, 볼링.” 안나는 아직 웃음기가 가신 것 같지 않았다.


엘사가 헛기침을 했다. “제가 배운 건, 팔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에요. 뭘 푸는 것 같이...”


엘사가 시범을 보이자 안나가 끄덕였다. 이렇게 바로 다시 본 대화 주제로 돌아가는 엘사의 능력에 안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안나는 대화에 딱히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엘사가 볼링의 팁을 설명하는 동안 가만히 앉아 음식을 먹었다. 딱히 그녀의 흥미를 이끌지는 못했지만, 온갖 손짓, 몸짓을 동반한 열정적인 설명에 안나 자신도 호응을 해주었다.


마침내 엘사의 설명이 끝났다. “이건 이쯤이 적당할 것 같네요. 안나 씨는 요즘에 뭐하면서 지내세요?”


“뭐, 별거 없는데.” 안나가 말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죠. 이제 야구 경기가 곧 있으니까, 그거 기대 중이에요.”


“아, 맞다. 야구!” 엘사가 말했다.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시즌은 어때요?”


“음. 뭐 은근히 있긴 있네요. 클렘슨 대학교가 노트르담 대학교를 상대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죠. 젓 6회까지 동점이었는데, 세스가 희생 플라이를 쳤고...”


이제 안나가 시즌 초반의 몇 경기에 대해 말하는 동안 엘사가 밥을 먹을 차례였다. 어릴 때 둘의 아버지가 야구를 소개해줬다. 그는 둘이 야구를 보느라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것을 자주 허락해줬지만, 안나는 가끔 끝까지 맨정신을 유지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해외로 파견 가셨을 때도, 둘은 야구를 즐겨 보았다. 나중에는 집안 전통 같은 것이 되었다. 엘사가 대학을 간 뒤에 안나가 그리워하던 것 중 하나였다.


엘사는 말을 잘하는 만큼 잘 듣기도 했다. 화자의 눈을 계속 마주 보았고, 관계없는 질문으로 맥을 끊지도 않았다. 안나가 박빙인 경기를 말해주고 있을 때는, 엘사의 눈이 커졌고 경기 결과에 따라 미소를 짓기도,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녀가 너무나도 주의 깊게 들어서, 안나의 기분도 좋아졌다.


“그럼 슈나이더 씨.” 안나가 경기요약을 마친 뒤 말했다. “저녁때 뭘 하시길래 야구를 못 챙겨봤어요?”


엘사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뭐, 물어봐 줘서 고맙네요...”


=======


“그리고 그다음에.” 안나가 말을 이었다. “다시 도로로 가더니 스탑 사인을 그냥 뽑아버렸어!”


엘사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헐.”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경찰이 왔지. 그래서 우리 버스 기사가 지나가도 된다고 생각했나 봐. 지나가면서 그 차 창문 안으로 보니까, 안에 무슨 맥주 캔이 한 서른 개 있더라!”


“우와. 우리 때도 술 취한 운전사들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안나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러면서 의도치 않게 햇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손을 들어 햇빛을 막았다.


안나가 시계를 확인했다. “헐. 벌써 8시야?”


“8시?” 엘사가 되뇌었다. 그녀도 자신의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아, 나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원래 오늘 공부하려고 했거든.”


“아, 이제 기말고사지?” 안나가 조심스레 웃었다. “미안.”


엘사가 즐거운 듯이 웃었다. “뭐가 미안해? 너무 좋은 상대가 되어줘서 내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거?” 엘사가 메리에게 눈을 마주쳐 손에 쓰는 제스처를 했다. 메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로 갔다.


안나는 가만히 포크로 접시를 두드리고 있었다. 접시는 이미 빈 지 꽤 됐다. “어. 엄청 재밌었어. 이런 거 또 하면 좋겠다.”


엘사가 눈을 깜빡였다. “뭐?”


안나도 자신이 뭘 말했는지 깨닫고 바로 말을 바꿨다. “아니 데이트는 아니고. 그냥 저녁. 아니 저녁 먹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노는 거. 이렇게.”


엘사가 턱을 쓰다듬었다. “내일은 어때?” 그녀가 말했다. “나는 내일 저녁에 수업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이쪽으로 와서 야구나 보러 가던가, 아니면 영화 보러 가던가...”


“그거 괜찮다!” 안나가 외쳤다. 그녀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근데… 데이트 한 번밖에 안 했는데, 바로 하룻밤 보내는 거에요? 좀 대담하신대요, 슈나이더 씨?”


엘사가 웃었다. “다 경험에서 나오는 거죠.”


메리가 영수증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테이블 가운데에 놓았다. 안나가 손을 뻗었지만, 엘사가 자신의 손으로 안나의 손을 잡았다. “아렌델 씨, 그러시면 안 되죠.”


“뭐, 뭐요?”


“제가 불러냈으니까, 제가 사야죠.”


“아, 알았어요.” 안나가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손은 아직 엘사의 손안에 있었다. 자력이 붙들고 있는 것 같았다.


엘사가 몇 초간 기다렸다. “그러니까 손 치우라고, 안나야.”


안나가 머리를 흔들었다. “맞다, 그래야지.” 그녀는 손을 뺐고, 엘사가 영수증을 가져갔다.


엘사가 영수증을 작성하는 와중에 안나는 그녀의 손을 유심히 지켜봤다.


‘방금 좀 이상했어. 언니가 내 손을 잡은 적은 많았는데. 왜 이번에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안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뭐 따지고 보면 방금이 오늘 저녁에 둘의 첫 번째 스킨십이였으니, 신비롭게 느껴진 것이 당연했다.


계산을 마치고 둘은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인도에서 둘은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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