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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0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5 07:45:59
조회 265 추천 2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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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0


189일차 - 아픈 날


콜록


아, 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


콜록


안나, 너 왜 그러는 거니.


콜록 콜록.


으, 이제 나오네. 가래 끓는 소리에… 으. 무슨 폐가 튀어나올 것만 같잖아.


똑 똑똑 똑 똑.


아, 이건 기침 소리가 아니구나. 이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노크 소리일 거야. 그리고 이제 나는 지금 가장 주위에 있기 싫지만 동시에 지금 가장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을 마주할 것이다.


엘사가 문을 열었다. 나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바로 다시 포기하고 도로 누었다. “안나? 자고 있어?”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나는 거실의 불빛 때문에 투덜거리며 눈을 비볐다. 아, 그리고 햇빛도 있고. 엘사가 침대 옆 협탁에 뭔가를 두고--- 스프 냄새가 났다--- 침대맡에 앉았다. “올라프가 안부 전해 달래. 그리고 계속 아프면 땀 좀 빼게 졸로키아*를 먹어보라는데?”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였었다.


내가 당황해서 헛기침했다. “꺼지라 그래.”


엘사가 웃었다. “그래서 내가 너 매운 음식 싫어한다고 했지. 그래서 몸은 좀 어때?”


“전보단---” 콜록. “나아.”


“흐음. 내가 스프 좀 가져왔으니까.” 아하, 내가 맞았군. 킁킁. “뜨거울 때 먹어. 먹고 나아야지.”


“치킨 누들*?”


*Chicken Noodle. 미국인의 소울 푸드. 보통 캔에 판다. 우리나라의 컵라면 정도의 위치다.


“응.”


“치킨 추가해서?”


“당연하지.”


“어---케이. 일어날게.” 내가 얌전히 말했다.


“먹여줄까?”


헐, 당연히 안 되지. 내가 지금 가장 원치 않는 것은 그녀가 귀여운 짓을 해 나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엘사는 항상 자각하지 못한 채 귀엽게 굴며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아직 팔은 쓸 수 있어.”


나는 얼굴을 덮고 있던 팔을 치우고, 어색하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이렇게 어두운 방에서도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릇은 바로 내 옆에 있었고, 숟가락과 냅킨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물 한 병과 이부프로펜*이 있었다.


*진통제, 해열제의 종류.


그녀가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 게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았다. 나는 이런 내가 싫었다.


그리고 엘사도.


젠장.


나는 관절염이 있는 늙은이처럼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떠서 한 입 먹었다. 물론 매우 맛있었다. 왜냐하면, 엘사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녀가 그냥 캔을 따서 끓였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엘사여서 그렇다. 엘사여서 그렇다.


엘사는 내가 먹는 동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그러면, 나는 소름이 끼쳤다. 상대가 엘사여도 여전히 그랬는데, 아마 엘사는 내가 먹다 체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맛있어?” 그녀가 물었다.


내가 훌쩍거렸다. “항상 맛있지.”


“그냥 혹시나 해서. 안 익은 국수 먹다가 체하면 안 되잖아.” 왜 엘사는 나를 이렇게 잘 알까? “그리고 이제 이부프로펜도 거의 다 떨어져서, 이따 약국 가서 사와야 해. 포카리스웨트도 좀 사오고. 더 필요한 거 있어?”


응, 이 대회가 빨리 끝나서 내가 널 다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일이 그 순서로 진행 됐으면 좋겠다.


나는 한 숟가락을 더 떠서 먹고--- 헐, 벌써 반이나 먹었네--- 질문에 대답했다. “휴지?”


엘사가 웃으면서 내 무릎을 문질렀다. “알겠어.”


솔직히, 내가 엘사와 다시 사랑에 빠진 것을 인정하자마자 바로 이렇게 아파서 몸져누운 것은 좀 다행이었다. 엘사랑 마주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건 좀 아니잖아. 이 감정이 사라지기를 빌며 그녀와 엮이지 않는 것은 좀 한심하지? 내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잖아?


뭐, 그러지는 않지.


약간은.


솔직히 좀 멍청했다.


나는 엘사와 그 데이트 아닌 데이트에 갔다 온 후에 진짜로 아팠다. 아마 바람 부는 날에 젖은 곳에 앉아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연기를 더럽게 못 했기 때문에, 이렇게 아픈척하는 것으로는 엘사를 절대로 속이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녀가 모르고 있는 것은 내가 어제부로 좀 괜찮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감정을 어떻게 할지 몰랐기 때문에 시간을 벌기 위해 계속 아픈 척을 하고 있었다.


거의 완벽하게 기침소리를 구현해냈고, 이불 속에는 열을 내기 위해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꺼냈고, 피곤과 화는 원래 내게 존재했던 것이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나를 보면, 거의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엘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름다운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에 대해 생각할 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또… 엘사가 나를 챙겨주는 게 좋기도 하고. 나는 좋다고, 알겠어? 니들은 꺼져.


너희들은 그냥 네 이마를 만지고, 훌쩍일 때면 열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금발여신이 니들 곁에 없는 것에 질투하고 있는 거잖아.


뭐 나도 이게 좀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로 이 짓거리는 끝내려고 했다. 내일이 되면 나는 기적같이 몸이 낫는 거고, 그때가 되면 내가 어떻게 할지 방안을 찾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스프를 만들어줬고, 아스피린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 젠장.


엘사가 정신과 상담과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나는 남은 스프를 다 먹었다. 나는 엘사가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 대회가 시작할 즈음과 극심한 대조를 이루었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네가 자랑스러워.” 나는 의도치 않게 굉장히 건강한 사람처럼 들렸다.


“어, 어 뭐? 네가? 왜?” 엘사가 말했다.


콜록 콜록


“아 그래서?”


내가 눈을 굴렸다. 근데 나는 눈을 거의 감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상관있지는 않았다. “네가 그냥 너무… 진정 돼 있는 상태잖아. 그리고 행복하고. 네가 행복한 게 좋아.” 침착하라고 친구.


알겠어. 근데 엘사는 그 말에 굉장한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나, 나도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나도 알아. 그래서 더 자랑스---” 내가 기침을 했다. 이번엔 진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한 재채기는 모두 진짜로 나온 것이다. 재채기는 기침같이 흉내 내기가 어려웠다. “어휴, 자랑스럽다고. 네가 미소 짓고 그런 게 좋아.”


뭔가 엘사의 태도가 바뀌었다. 내가 혹시 기분을 나쁘게 한 건지, 아니면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 건지, 아니면 그녀를 당황하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뭔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미소가 살짝 옅어졌다. 내가 계속 엘사를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어두운 방에서 눈치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 무릎을 그만 문질렀다. 물론 내 하반신은 그걸 싫어했지만, 내 뇌는 안도했다.


나는 그녀에게 뭔가 문제냐고 묻고 싶었지만, 엘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 무릅을 마지막으로 쓰다듬었다. “좀 있다가 빈 그릇 가지러 다시 올게. 좀 더 쉬어. 알겠지?”


“아, 알겠어.” 거의 죽어가는(?)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그녀는 방에서 나갔다. 내 기분을 들어오기 전보다 훨씬 망쳐놓았다. 내가 한 말 때문인가? 내가 하지 않은 말 때문인가? 내가 꾀병 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건가?


나는 스프를 마저 다 마시고, 침묵 속에서 혼란에 빠졌다. 내 몸 상태가 괜찮아지면(?) 그녀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그녀에게로부터 숨길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겠다. 남은 반년 동안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콜록.




작가의 말 - 걱정 마. 안나는 괜찮아. 그냥 감기걸린 거야. 다음 화에서는 멀쩡할 거야. 그렇게 못된 사람 아니라고.


... 와 진짜 그럼 진짜 충격적인 떡밥아닐까?




읽어줘서 고맙다. 지적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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