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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29 (수정)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9 20: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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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하게 생겼네. 


  기묘한 모양으로 깎인 해저협곡을 지날 무렵이었다. 모녀의 앞에서 발랄하게 다니던 정령들이 갑자기 제 자리에 멈춰 서고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무슨 일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아온 새 정령이 협곡의 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정령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엘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 안녕?" 엘사는 새로운 정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새로 나타난 해마 정령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령은 방긋 웃으며 나팔 같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정령은 그녀의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며 신이 난 듯 이리저리 요동치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두 정령에게 합세했다. 두 정령도 새로운 친구를 환영해주었다. 


  세 정령은 합심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울음소리를 내었다. 낮고 굵은, 그리고 높고 얇은 울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어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정령들의 울음소리는 협곡을 타고 심해 멀리 퍼져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령들은 다시 심해 깊은 곳을 향해 출발했다. 은은하게 빛나면서 어둠 속을 밝히는 정령들이 길을 안내해주고, 엘사도 어머니의 손을 꽉 잡은 채 정령들의 뒤를 따라갔다. 


  정령들은 서로의 꼬리를 쫓는 둥 장난을 치면서도 울음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돌고래 정령이 조랑말 정령의 꼬리를 물고, 해마 정령도 덩달아 같이 물었다. 조랑말 정령은 소스라치며 작은 비명을 질렀다. 어린아이들처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자 엘사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저절로 드리워졌다.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졌다. 안나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던 시절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안나가 보고 싶어...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직전에 꾼 꿈이 이상하게도 불안했다. 분명 그저 꿈이었을 뿐인데, 그녀의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데...


  뀨륵! 어느새 근처로 다가온 돌고래 정령이 그녀를 잡아당기듯 손을 툭 건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 정령들이 그녀와 이두나의 앞에 한데 모여 있었다. 정령들의 장난도, 울음도 어느새 그쳐 조용했다. 곧이어 바닷속에 흐르는 소리마저 잠시 그 모습을 감추고, 고요함이 그 빈자리를 대신 채웠다. 


  짧지 않은 정적을 깬 것은 다시 시작된 정령들의 울음소리였다. 심해 까마득하게 깊은 곳에서 울릴 듯한 낮고 우렁찬 해마 정령의 울음소리 위로, 합세할 적기를 찾는 듯하던 돌고래 정령이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한 선율을 얹었다. 


  엘사는 정령들의 노랫소리에 심취된 듯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돌고래 정령이 흥얼거리며 만들어낸 선율의 흐름이 한 가닥의 빛이 되어 멀리 뻗어나갔다. 해마 정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뱃고동 같은 울음소리를 낼 때마다 정령의 주위에는 작은 원이 생겼다. 정령의 소리를 담은 원은 점차 커지고, 그녀의 옆을 스치고 지나 선율의 흐름을 따라 심해 멀리 퍼졌다. 


  정령들의 노래를 듣는 사이, 어느새 자신은 뱃고동을 울리며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 배 위에 앉아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렸다. 달빛을 벗 삼으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자신과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잔잔한 항해 위로 선율이 얹어졌다. 갈매기가 끼룩 울며 바닷속을 헤엄치고, 거대한 고래가 하늘을 날며 허공에 물을 뿜어냈다. 화음이 깊어질수록 눈을 감은 엘사의 세상은 더욱 풍성해졌다. 


  한편, 이두나는 엘사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범선과 바다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는 불안함을 넘어선 공포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바닷속에서 조랑말 정령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수면에서 폴짝 뛰어 배 위에 올라탄 조랑말 정령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령이 천천히 한 걸음 내딛으며 다가올 때마다 엘사의 주변에 들려오던 바다의 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날아가던 고래도, 헤엄치던 갈매기도 움직임이 둔해졌다. 신비로운 세상의 시간이 느려지고, 세상은 색을 잃었다. 


  또각, 또각. 공허한 정적 사이로 정령의 발굽 소리가 울렸다. 조랑말 정령은 천천히 걸어서 그녀의 앞에 섰다. 숨을 한번 깊이 들이쉬고 그녀를 응시하는 정령의 모습엔 방금까지 보여주던 다른 정령들과 신나게 놀던 장난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탄생과 소멸을 초월한 존재이시여,

  생명의 굴레에서 벗어난 존재이시여.


  정령의 담담한 노래가 허공에서 메아리치듯 반복해서 들려왔다. 


  탄생과 소멸을 초월한 존재이시여,

  생명의 굴레에서 벗어난 존재이시여!


  돌고래 정령이 노래를 불렀다. 허공에서 각가지 정령이 노래를 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엘사의 주변을 빙 둘러서 선 정령들은 각가지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시험자와 안내자여, 정령들의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기대하는 자들의 노래가 들리십니까?

 

  조랑말 정령은 천천히 그녀의 주위를 걸었다. 모든 것이 천천히 흘렀다. 그녀의 머리칼을 흩트리던 돌풍도 잔잔한 산들바람이 되어 그녀의 뺨을 간질였다. 


  마침내 이 곳에 오셨군요.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짧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오랜 기다림 치고는 이야기를 길게 할 수가 없어서 슬프군요. 보시다시피 저흰 물 밖에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느리게 흐르던 시간이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갔다. 돌풍이 갑자기 확 몰아치자 엘사는 중심을 잃고 몸을 비틀거리더니 간신히 균형을 잡고 버텼다. 


  네 겹의 벽으로 이루어진 방이 있습니다. 방 안에는 방이, 그 방 안에는 다른 방이, 그리고 그 방 안에는 또 다른 방이 있습니다. 뭘 그렇게 지키는 거냐고요? 글쎄요… 


  아, 그리고 모든 벽에는 문이 있습니다. 굳게 닫혀 있어서, 아무리 외쳐도 열리지 않는 하얀색 문이 말입니다. 


  시험자는 모든 문을 열고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와야 합니다. 대체 그게 뭐냐고요? 저도 뭐라고 말을 할 순 없습니다만… 


  먹구름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환하게 빛나던 태양을 감추었다. 새파랗게 빛나던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아, 물론 문을 여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잔잔하게 흐르던 바다는 어느새 하늘에선 천둥이 번쩍이고, 바다에선 거센 파도가 몰아쳤다. 엘사는 몽환을 꾸는 것처럼 급변하는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지막지한 시련이 시험자를 덮치겠지요.


  높게 치솟은 파도가 그녀가 타고 있던 범선을 집어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시련을 넘어 물의 원천에 닿을 수 있으십니까?


  이두나는 파도를 보고 기겁하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토록 바라던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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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퀘 4분전 픽 마무리!!!! 대체 왜 오늘까지 안올리면 3대가 설줌이라고 했을까...


항상 글 봐주는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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