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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2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3 06: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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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2


196일차 - 갈 곳 없이 혼자인 나


빌헬름의 머리가 내 손 안에서 찌그러졌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약간 흉터처럼 보였다. 나는 얘를 지금까지 내가 알바하는 식당의 사물함 밖으로 가지고 나온 적이 없었다. 내가 이 친구를 비틈과 동시에 점장의 호통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 살짝 어색했다. 이번에는, 점장은 아니었고, 그냥 동급으로 짜증 나는 사람이었다.


“그게 뭐예요?”


나는 짜증이 나 있는 투로 올라프에게 말했다. “수달이에요.” 


“아,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올라프는 신기해하며 대답했다.


“새 거니깐 그렇죠.” 내가 거짓말을 했다.


“음… 귀엽네요. 좋네요!”


“고마워요...” 내가 네 허락을 구해야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올라프에게 이렇게 굴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 일’이 있고서 며칠 만에 처음으로 마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렇게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도 질색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주위에 있고 싶은 사람은 이제 나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나 보다. 멍청한 안나. 병신같아.


기다리는 건 어쩌고? 거리를 두는 건 어떻게 됐는데? 아니, 넌 그냥 그녀에게 모두 말해야 했어.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하…


“이번이 몇 번째 주입니까?”


“스물여덟 번째요.” 올라프가 바로 말했다.


24주를 더 못 기다린 거야? 아, 뭐 따지고 보면 그것도 엄청 긴 시간이니까 딱히 참을성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이건 네 탓이야. 네 탓이라고. 네가 여기 처음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런 감정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어.


… 엘사가 보고 싶다.


“안나씨, 뭔가 이번 주는 주간점검을 딱히 하고 싶지 않으신가 보네요?”


내가 코웃음 쳤다. “진짜요? 뭘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지금 제 질문에 대답을 하나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디 딴 데 가 있고 싶은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뭐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요.”


“제가 뭔 말이라도 했습니까?”


“아니요.” 내가 이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단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나 보다.


“혹시 엘사 씨 일이랑 관련된 겁니까?”


“아니요.” 너무 빨리 대답했잖아. 그리고 목소리가 날카롭기도 하고. 올라프가 여기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면, 너보다 더한 병신인 거야.


“음...” 그가 중얼거렸다. “엘사 씨는 오늘 저한테 주간점검을 못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요. 저도 안나 씨에게 이유를 아느냐고 묻지도 않을 거에요. 주간점검을 두 주 연속으로 빠지시면 자동으로 탈락된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네요.”


“그 말 꼭 전해 줄게요.” 최대한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다음 주에 여기 있기를 바랄게요. 저번에 하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 대한 대화를 이어서 하고 싶은데.”


저도요…


“뭐라고요, 안나?”


아, 당연히 이걸 소리내어 말했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틀어서 그를 마주했다. “아니에요. 그럼 끝난 건가요?”


그냥 끝났다고 말해, 올라프. 내가 다시 방에 들어가서 울거나 티비 보거나 할 수 있게 그냥 끝났다고 말하라고. 다음주에 쫓겨나서 엘사를 영영 보지 못할 텐데, 그때까지라도 여기 있게 해줘. 제발, 올라프.


제발.


아마도 그에게 내 애원이 닿았나 보다. 아니면 최대한 짜증나 있는 표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굉장히 가련한 표정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번 주에 적어도 하나는 맞게 흘러갔어.


나는 내 방으로 걸어간 뒤 문고리를 잡았다.


“안나?” 올라프가 물었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리가 없지.


이번에는--- 한숨을 쉴 때--- 굳이 내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뭔데요?”


“그… 엘사 씨하고 괜찮은 건가요?”


나는 빌헬름과 문고리를 목 졸라 죽일 듯이 두 손을 꽉 쥐었다. 당연히 엘사하고의 관계가 괜찮지 않지. 나는 엘사가 사라졌다는 것을 올라프가 말해줘서 알았다. 물론 그녀의 방이 소름 끼치게 조용했을 때부터 약간 낌새를 눈치채긴 했다. 뭐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언제 나갔는지 누가 알겠는가? 아니면 언제 돌아올지도.


돌아온다면.


나는 지금 그녀를 향한 그리움과 나에 대한 증오심 가운데 어떤 감정에 더 이끌리는지 알지 못했다. 두 감정 모두 좆 같았고, 아마 다시 이렇게 일을 망쳐버린 뒤에는 그녀가 보고 싶지 않아야 정상이겠지만, 나는 그 하나면 충분했다.


그녀를 보고 싶다. 그녀와 같이 있고 싶고, 그녀를 원한다.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고--- 알겠어, 그런 의미만 있는 건 아니야.


나는 이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내 감정을 그녀의 감정보다 우선시했다. 썅, 나는 그녀가 나에게 대해 어떠한 감정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지금 호텔에 있지도 않은 것으로 봐선, 나와 같은 감정은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왜 그래야 하지?


그녀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안에, 나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썅년. 그녀에게 하던 대로 계속 썅년 짓을 하고, 그녀에게 말하던 대로 썅년 같이 말했다. 아마 그녀가 나를 사랑한 적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올라프가 이 일을 알 필요는 없다. 나는 다시 시궁창 생활로 돌아가기 전까지 초대한 여기서 길게 살고 싶었다.


“전하고 같아요.” 내가 말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진실 여기 아니기를 바랐다.



엄청 짧은데 좀 많이 늦어서 미안.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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