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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4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0 13: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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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4


198일차 - 보고싶었어.


똑 똑똑 똑 똑


헐 미친… 엘사가 돌아왔다.


엘사가 돌아왔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나왔다. 아마 문으로 달려가면 너무 즐거운 티가 날 것이기 때문에 그러지 말아야 했지만, 썅, 나는 달리고 있었다. 내 침대에서 문까지 그 짧은 거리를 달렸고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좀 진정을 한 뒤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엘사가 있었다.


“엘사...” 나는 기쁜 티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엘사 옆에는 캐리어가 있었고 그녀는 헐렁한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인상 쓴 얼굴을 보고 아마 잠을 못 자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어…” 그녀가 거의 속삭이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어디---” 아니 어디 갔었는지 물어보면 안 되지. 심문하는 것 같잖아. “어떻게 지냈어?”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아니, 나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방문을 넌지시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있고 싶다는 듯이… 내 방문을 왜 먼저 두드렸지? “좀 나아졌어. 너도 이런 기분 잘 알 거야.”


“응. 잘, 잘 알지.” 나는 짧게 웃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피식 새는 소리가 나 대화를 끊었다. 엘사가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한 내 기쁨이 다 사라져버린 것처럼 말이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사과라도 해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하나? 우리 둘을 위해서 떠날 것이냐고 물어야 하나? 애초에 내가 말을 해야 하나?


아니, 뭐 아니지. 왜냐하면 엘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도 내 눈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안나, 떠나서 미안해. 철없는 행동이었어.”


“철없어? 아니, 내가 뜬금없이 고백한 게 철없는 거지. 나와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떠난 거잖아. 나도 이해해.” 그녀의 캐리어를 바라봤다. “그게… 그게 네가 떠난 이유지? 맞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그저 바로 대답하기에 너무 피곤하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왜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유가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았다. 방에 불은 꺼져 있었고 바깥은 어두컴컴했다. (지금 몇 시지?) 그래서 나는 엘사의 절망적인 표정을 잘 볼 수 없었다. 아니면 죄책감은 느끼는 건가? 근데 뭐 때문에?


안나야, 넌 이걸 이미 본 적 있잖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캐리어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고, 목소리에서 슬픔이 묻어 나왔다. 그녀는 지금부터 너에게 할 짓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야. 너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라고.


“맞아. 그게 내가 떠난 이유야.” 그 말로 인해 내 안에서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남은 짐 가져가려고 다시 돌아왔어.”


그 말과 동시에 내 희망이 사라졌다. 내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헤엄쳐 나오기에 물이 너무 탁했다. 잔해가 너무 커서 그것들을 피하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떠날 것이다. 다 좋은 이유로. 씨발. 반듯하게 구는 것이 싫다.


이미 다 끝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나는 맞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반년이나 남았잖아? 24주. 반도 안 남았네. 할 수 있다니까!” 내 말에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가 알바 할 때 짓는 미소보다 훨씬 가식적이었다.


엘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나. 안 돼. 이젠 안 돼.”


“할 수 있다니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아니 이미 이렇게 오래 같이 살았는데.”


그리고 엘사가 드디어 내 눈을 바라봤다. 바닥을 보다 말고 내 눈을 째려봤다. 그 아름다운 파란 눈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여섯 달에 담긴 슬픔이 느껴졌다. 적어도 나한테는 이유 있는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사랑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녀가 입을 열자 그것은 확실시되었다.


“안나,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나는 잠시 호흡을 할 수 없었다. “뭐?” 분명히 똑똑히 들었지만 나는 물었다.


“네가 말했잖아, 내가 떠나기 전에,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근데 나는 아니라고. 그리고 아마 그걸 잊고 살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내가 나가야 돼. 짐 싸들고 오늘 밤에 나가려고. 그리고 올라프한테 기권한다고 말할 거고.”


“엘사...”


“넌 오늘 밤에 나갈 필요 없어. 다시 자도 되고.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미안. 그래도 이번이 아마 마지막으로 네가 내 얼굴 볼 기회니까.”


“안 돼. 제발,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돼. 그, 그건… 괜찮아. 근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아니, 이래야 돼.” 엘사가 반박했다.


“그냥 잊고 살 수 있다니까!”


“뭘 잊고 살아! 네가 내게 사랑에 빠진 거?!” 안 돼, 엘사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엘사는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무서웠다. 나를 무력하고 나약하게 만들었다. 울고 싶게끔 만들었다. “그나저나 얼마나 오랫동안 숨기고 살아온 거야? 몇 주? 아니 몇 달인가? 애초에 처음부터 나를 사랑한 거야?”


그건 쉬운 질문이었다. 그녀는 내가 실제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했다. 나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훌쩍임에 묻혔다. 내가 만약에 너를 처음부터 사모하고 있었다면? 내가 너한테 차였을 때부터 계속 지속된 것일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 간에 너에 대한 이 감정은 분노 밑에 가려져 있었을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그런 것이라면 나는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이 대회에서 실패한 것이고, 엘사는 떠나야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그러길 원하지 않았다.


“제발 있어줘, 엘사. 우리가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니까? 날 믿어줘.”


그녀가 코웃음 치며 팔짱을 꼈다. “나에 대한 감정을 헤쳐나간다는 거야? 그건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


“당연히 할 수 있지.” 내가 거짓말을 했다. “내게 시간만 주면 돼. 네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엘사. 네가 소중하다고. 그리고 네가 여기 남았으면 좋겠어.” 어디서 이런 생각이 떠오른 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녀의 손을 잡으면 이 상황이 완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엘사는 떨리는 내 손을 보고, 바로 물러섰다. 한 손으로 캐리어를 잡고 한 손은 몸에 붙였다. 그리고 엘사는 천국의 문 앞에 있는 천사 같이 내 죄목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소리 지르고, 이사 온 첫 주부터 욕이나 퍼붓고, 내가 너랑 있고 싶을 때는 나를 버리고,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여자하고 섹스했잖아. 도대체 어디를 보면 네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걸 알 수 있지? 그리고 네가 한 짓을 다 생각해봐, 내가 너를 좋아하겠어?”


또 다시 나는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맞다. 씨발, 그녀가 너무나도 맞다.


그리고 지금 최악인 점은 그녀가 아무런 감정 없이 이런 말을 내게 던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슬퍼 보이지도 않았고 나처럼 눈물의 흔적조차 없었다. 내 눈물이 조금,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엘사 제발. 제발 떠나지 마.”


엘사는 고개를 으쓱했다. 내 눈물에 동요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


그녀는 돌아서 문을 향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엘사를 놔버리면 다시는 영영 그녀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작은 희망을 앉고 도박을 했다. 그녀에게로 달려가 어디 가지 못하게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제발 엘사… 가지 마.” 내가 빌었다. “제발 가지마.”


“안나야...”


“나도 내가 잘못한 거 많은 거 알아. 그리고 넌 나한테 과분한 사람이고. 나는 다른 건 필요 없어, 그냥 네가 떠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잘 싫어할 만큼 싫어해도 돼. 나한테 그 어떤 말도 해도 되고. 내 잘못을 벌하기 위해서 어떤 거라도 해도 좋아. 그냥 날 두고 떠나지 마. 제발, 엘사! 제발...”


나는 그녀의 등에서 거침없이 흐느꼈다. 그녀의 허리에 상처 입히지 않게끔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 그녀가 빠져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했다. 제발 이번만은 아니기를. 제발 이번만은 아니기를. 그리고 나는 그녀가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내 노력이 조금이나마 효과를 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때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녀는 침착하게 내 손목을 잡고 자신의 허리에서 내 팔을 떼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던 나를 굳어버리게 하기 위해서는 침묵이면 충분했다.


“엘사, 기다려---”


문이 쾅 닫혔다.


======


나는 쿵 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에는 아무도 없었고 방은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그리고 내 셔츠는 땀에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나는 혼자였다… 그건 다 꿈이었던 것이다. 아니, 악몽이었다. 엘사는 아직 여기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좋은 이유로 떠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직도 병신 같은 깁스를 하고 있고 방금 악몽을 꿨을 때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나는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잠시 진정했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시나리오에 내 몸이 전율했다. 깁스에는 내가 손가락으로 푹 팬 자국이 있었고 내 눈은 그저 막 깨서 피곤한 것이 아닌… 하, 지금 몇 시지?


그리고 도대체 씨발 뭐가 떨어진 거야?


침대 가 쪽으로 굴러갔더니 내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마 이것이었나 보다. 나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은 후 시간을 보았다. (물론 나는 병신이었기 때문에 깁스를 한 팔로 먼저 집으려 했었다)


1:17 AM


헐, 거의 열두 시간 동안 뻗어 있었다. 아마 그 진통제가 효과를 발휘했나 보다. 이미 진통제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엘사가 자신이 원해서 약을 먹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이건 정말이지 최악이다.


젠장… 엘사…


그 악몽은 굉장히 큰 후유증을 불러일으켰는지만 그로 인해 엘사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갔다. 일요일 전에는 오겠지? 그래야 했고, 그래야만 했다. 그녀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녀의 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새벽 1시긴 했지만 침대 뒤척이는 소리나 기침 소리는 들릴 것이다. 어떤 소리라도.


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일어난 후 셔츠를 벗어서 빨래통에 던져 넣었다. 다시 잠을 청하기에는 잠은 이미 다 깨버렸지만 샤워를 해야 했다. 고맙게도 이 깁스는 방수가 됐다. 현대의학기술의 발전이란…


따뜻한 물로 길고 긴 샤워를 마친 후에 뭘…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씨발, 일기를 쓸 수도 있고, 야간 드라이브를 나가서 타코를 먹고 올 수도 있고, 다시 뻗을 때까지 TV를 볼 수도 있다. 내가 뭐를 하든지 간에 이 악몽을 떨쳐낼 수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악몽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침대에 앉아 내가 다음에 뭘 할지 잠시 고민했고, 그때 내 몸이 그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몰려오는 슬픔을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몸을 만 채로 크게 또 고통스럽게 흐느꼈다.


읽어줘서 고마워. 원래 저기 끊기는 데 까지만 올리려고 했는데 그럼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ㅋㅋㅋㅋㅋ. 왠지 너네가 나 잡으러 올 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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