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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6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01 09: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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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6

204일차 - 또 너냐


카페 같은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에스프레소 기계가 내는 소음, 소박한 아름다움, 엄청 높은 테이블에 의자 대신에 스툴, 전 세계에서 열두 명밖에 모를 것 같은 밴드의 음악. 아…


정말 싫다.


근데 어쩌겠어, 내가 분위기를 좀 바꾸고 싶었는데. 그리고 나는 엘사와 두 사람이 커피숍에서 만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봤기 때문에 머릿속에 이미 이상한 생각이 박혔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왜 우린 로맨스 장르를 본 거지?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후드티 중에 가장 헐렁한 후드티를 입고, 가장 썅년 같은 표정에 카페에서 파는 가장 쓴 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제발 나 좀 건들지 마' 라는 신호를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듣기를 바랐다.


나는 생각을 해야 했다. 그 편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점장에게 손목에 금 갔다는 소식을 전했고 회복되는데 한 몇 주 정도는 걸릴 거라 말했다. 그가 나보고 일을 빼줄 수 없다고 하자 (왼손잡이가 왼손을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알바를 관두었다. 그 뜻은 내가 이제 이력서를 갱신해야 하고, 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러려니 넘어간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나는 실업에 관련된 것은 훤히 꿰차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알바 자리를 찾기 싫었고, 뼈 빠지게 일해야 하는 일자리도 싫었다. 이번에는 좀 오래 할 수 있고 나 자신이 싫어지지 않는 그런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다. 씨, 이제 좀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고 싶었다.


이건 딱히 중대발표가 아니라고, 알겠어? 전부터 이미 고민하고 있던 거야. 특히 집을 나가서 살게 되면서. 그런데 그 마음이 이렇게 확고하지는 않았다.


그 편지를 받은 후로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엘사와의 관계가 아니고--- 아니 뭐 그것도 맞을 수 있는데--- 나 자신과의 관계가 바뀌었다. 내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 이제 미리 내일을 내다보고 내 결정에 대해 미리 고민했다. 아마 그건 엘사의 편지에 적혀져 있는 내용에 따라 우리의 관계가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지 간에.


우리 사이가 변한다면 우리의 주거 환경도 변할 것이고 경제적 상황도 변할 것이다. 그럼 내 미래가 딱 나오지.


그러니까 나는 이 편지를 읽고 난 뒤에 무엇을 할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나는 엘사의 편지를 읽을 것이다. 그… 그냥 언제인지 모르는 것뿐이지. 나도 무섭다고. 알겠어? 만약에 안 좋으면 어떡할 건데? 안 좋은 것 그 이상이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었던 거 아니야? 갑자기 이성애자라고 고백하면 어떡하지?


… 걱정거리가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긴 하지만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난 그 걱정거리들이 싫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을 해보면 그 편지에는 내가 원하는 대답이 담겨있을 수 있잖아? 내 미래에 엘사가 빠지지 않으면?


씨발, 존나 좋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편지를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씨발 왜 이걸 여기 카페로 들고 온 거지? 편지는 그저 나를 위협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걸 오늘 읽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이미 정했다. 하지만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 그냥 네 이력서 쓰는 거에나 집중하자, 안나 라이하르트.


학력? 그 칸은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아마 인명구조요원 강습은 대학교육으로 쳐주지 않을 것이다.


경력? 그건 아마 한 페이지를 꽉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들어보니 회사들은 이력서가 한 페이지 이상이면 싫어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믿거나 말거나 인사 담당 직원들의 기억력은 가히 금붕어와 맞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최근에 일한 세 곳을 적었다. 그러면서 알았는데 나는 한 일을 5개월 이상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원래 그렇다. 수영장에 발가락만 찔끔찔끔 담그다가 그냥 나오는 것.


능력*? 나는 항상 이 항목이 싫었다. 내가 쓸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아예 없는 것 같다. 하나도.


*Skills. 한국에서의 자격증 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항목 역시 내가 처음으로 이력서를 쓴 17살 이후로 건드리지 않았다. 컴퓨터를 할 줄 알고, 멀티태스킹도 할 수 있고, 대화능력도… 봐줄 만 하고, 큰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일을 잘할 수 있다.


그것 말고는 내게 딱히 환상적인 것은 없었다.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아마 썅년 짓 하는 걸로 나를 어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무슨 능력이 있는 지 엘사에게 물어봐야겠다.


나는 바리스타 머리 위에 있는 시계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15분. 다시금 엘사를 떠올리는 데까지 15분 밖에 안 걸렸다. 그래도 그녀가 집을 나가 있을 땐 그녀 생각밖에 나지 않았으니 0초에서 15분이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면 밀이다. 나는 지금까지 계속 엘사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뭐 내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뭐 물론 원하긴 하지만. 그 편지, 깁스한 팔 위에 얹진 그녀의 손, 포옹, 자기도 나를 보고 싶다고 한 것을 떠올리면 그녀의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내가 어디를 보든 엘사가 거기 있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엘사는 아마 이 무명 인디밴드를 알 것이다. 엄마 옆에서 핫초코를 마시고 있는 여자아이? 그 애는 예전에 엘사의 어머니가 보여주신 엘사의 어린 시절 사진이 떠오른다. 잉그리드라는 귀여운 금발 바리스타? 이제 그녀는 내 머릿속에서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포니테일 엘사다. 방금 들어온 문신 많은 금발 여자? 내가 장담하는데 그녀는---


씨발, 오로라다.


나는 재빠르게 노트북 뒤로 머리를 숙였다. 거의 뇌진탕이 올 뻔했다. 내가 후드를 쓰고 있었던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왜 나는 그냥 흔하디흔한 갈색 머리카락이 아닐까?


그냥… 자는 척 해. 잠깐, 바리스타 하나가 나를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쫓아내면 어떡하지? 아… 썅, 이력서 쓰고 있는 척을 할 수도 없고.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최대한 무표정으로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오토바이를 찾을 수 없었고 주차장이 꽉 차지 않은 것으로 봐선 누군가가 태워다 줬나? 근데 차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왜 여기 있는 거지?


나는 여기 왜 있는 거지?


내가 최대한 투명인간처럼 행동하는 동안 그녀와 카페 직원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왜냐고? 뭐, 달리 듣고 있을 게 있나. 그녀는 굉장히 복잡한 프라푸치노 주문을 했고 알바생은 전혀 문제없이 주문을 처리했다. 나는 그녀가 쓴 블랙 커피를 좋아할 줄 알았다. 뭐 이런 걸 보면 내가 그녀에 대해 참 많이 몰랐다. 다시금 깨달았다…


"$7.54 입니다." 직원이 말했고, 나는 소리 내 웃을 뻔했다. 무슨 밀크셰이크가 7달러나 해, 헐.


나는 이제 오로라가 나갈 때까지 불편한 자세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 반라인 상태로 어떤 여자애 옷장에 숨어서 그녀의 엄마가 성적에 대해 설교하는 것을 듣는 것 같았다.


아, 그때를 생각하진 말자, 안나. 일단 숨는 거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엿듣는 것도. 그리고 이력서를 고치는 것. 도대체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그리고 씨발 이 편지를 쳐다보지 않는 것도.


나도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모든 게 간단했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물론, 나는 일단 이곳에서 나가서 호텔방으로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걸 엘사한테 말해? 음, 아마 그녀의 전여친에 대해 그만 말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이미 그중 하나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데.


"오로라님?" 바리스타가 그녀를 불렀다.


"네, 저에요." 오로라가 토 나올 것 같은 가식적인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썅,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자 나는 노트북 위로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가 진짜로 갔는지 확인했다.


상황 종료.


나는 모든 내 물품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도중에 깁스한 팔로 의자를 세게 내리쳤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내 컵에는 커피가 반 정도 남아있었지만 나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전여친으로부터 숨는 것에 왔던 아드레날린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왔다.


======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에 키를 댔다. 바깥세상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엘사는 부엌에 있었다.


"왔어?" 그녀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전에 말했다. "괜찮아? 좀... 불안해 보이는데?"


아 그러게. 진짜 왜 그럴까? 잠깐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낼 수는 없지. 내가 무턱대고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이 편지 때문에 고민할 일도 없었겠지. 이 모든 불안요소의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었다. 나는 좀 과장되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씨발 카페 존나 싫어."


엘사가 처진 웃음으로 답했다. "너 여기에 도서관 있는 거 알지?"


… 씨발. 까먹고 있었네. 그런데 내가 기억했었어도 엘사와 너무 가까이 있는 곳이어서 아마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도서관에 갔어야 했다.


씨발 오로라.


"맞다. 그게 더 나았겠다." 내가 수긍했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마 핫초코가 담겨있는 머그잔을 한 모금 마셨다. "뭔 일 있었어?"


"아니." 거짓말을 했다. "그냥… 이력서 쓰는 게 좀 짜증 나서. 걔네가 커피에 뭔가를 탄 게 분명해."


엘사가 웃었다. "솔직히 커피가 별로 그립지는 않아."


"좋은 거야. 커피는 인생을 망쳐."


나는 잠깐 가방을 던져 놓기 위해 내 방에 들어갔다. 나는 잠깐 동안 오늘 내게 날아올 그 편지에 대한 질문을 피하고자 문을 닫고 낮잠을 잘지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우리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긴 하지만 엘사를 피하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일주일간 집을 나갔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었고 난… 다시는 그녀를 잃기 싫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그녀 곁에 있는 게 좋다.


나는 방을 나서면서 짜증을 냈다. 아마 엘사는 내가 카페를 싫어해서 그런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녀 옆에 앉아서 아까 오로라 앞에서 숨었던 것처럼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뭔가 등 뒤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엘사가 내 등을 토닥거리려고 했던 건가? 만약에 그런 것이라면 자신을 멈추는데 얼마나 심적으로 아팠을까?


"네가 원하면 네 이력서 한 번 읽어봐 줄게. 나도 써본 지는 오래됐는데 그래도 말이 되는지 확인해줄 수는 있지."


나는 엎드린 자세에서 깁스하지 않은 팔에 머리를 괴고 답했다. "엄청 도움될 거 같아. 고마워."


그녀가 웃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진실된 미소 같았다. "좋아. 어차피 퇴고하는 작업도 좀 쉬고 싶었으니까. 편집자가 자꾸 한 부분 가지고 나한테 지랄해. 자꾸 막 검토사항 보낸다니까."


내가 코웃음 쳤다. "헐 지금… 엘사 스타크가 욕을 한 거야?"


그녀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나도 욕한 적 있는데."


"어 한 5년 전이지." 내가 과장을 보탰다. "너도 진짜 엄청 스트레스 받았나 보네."


"좀 그럴 수도 있고." 엘사가 입술을 내밀고 말했다.


"동지가 된 걸 환영해." 이 대화에서 좀 편해져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 크고 무거운 게 팔에 달리지 않았다면 그녀의 손목에 손을 올려놓은 것을 알면서도 나는 깁스한 팔을 그녀의 팔에 얹었다. 우리는 둘 다 얼었다. 나는 맹세컨데 그녀의 숨이 턱 막히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면 내가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이 거나.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엘사였다. 그녀는 깁스한 팔 위에 손을 얹더니 대화 주제를 바꿨다. "손목은 좀 어때?"


나는 그녀를 따랐다. 우리 둘 다 얘기하기 꺼리는 주제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감사했다. "좀 나아졌어. 갑자기 막 아플 때도 있는데 그때가 진짜 좆같애. 근데 그럴 때 말고는 좀 짜증 나는 거 정도. 이거 빨리 떼어버리고 싶어."


"아… 내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거 있어?"


"네 손목 나한테 줄래?" 내가 농담을 했다.


"음… 안타깝게도 나도 둘 다 필요하거든."


"아, 못 됐다."


"나도 알아."


엘사가 그렇게 말하니 죄책감으로 가득 찬 물풍선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진 않은데."


"나도 알아." 엘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오히려 내가 병신 같았다.


"내가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


"안나, 괜찮아. 농담이라는 거 알아."


"아. 아니야. 나는 그저 네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아니야, 넌 그러지 않았어. 우리 예전에 사귀었잖아, 기억해? 네가 농담을 하는 지 진지한 지는 알아."


"맞지… 맞아."


맞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왜 같은 날에 이렇게 불편한 상황을 두 번씩이나 맞닥뜨리는 거야. 그리고 둘 다 애초에 왜 그런 상황이 일어난 거지?


지금이 자리를 뜨기 가장 좋은 타이밍일 수도 있다. 엘사에게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말하거나 손목이 아파서 잠시 쉰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젠장, 그녀의 얼굴이 슬퍼 보였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다. 난 그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자리를 뜰까? 아님 다시 바로잡아보려고 한 번 더 시도해볼까?


엘사가 우리 둘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가만히 깁스한 부분 중 매끈한 곳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면서 그것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너도 알다시피..."


아 씨발. 그 편지에 대해 물어보려나 보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어야 하는데. 뭐라도 했었어야 하는데.


"... 내가 한 제안은 아직 유효하니까. 나랑 같이 갈 수 있어. 추수감사절 때."


아.


그 편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훨씬 더 나았다.


엘사의 말에 나는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왜 나를 계속 초대하는 거지? 그 편지에 좋은 뜻이 담긴 건가? 그 편지에 안 좋은 소식이 담겨있는데 나를 이렇게 계속 초대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아니면 엘사가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 정중히 최대한 선심을 써서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잠깐, 그건 말이 안 되잖아, 안나야.


하여튼 나는 아직 이 초대에 응할 수 없다. 이 편지를 읽지 않고서는 말이지. 그리고 내가 언제 읽을 준비가 될지 모르니 그녀에게 일말의 헛된 희망도 주고 싶지 않았다. 다시 그녀를 저버릴 수는 없다.


내가 한숨을 쉬었다. "엘사…"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괜찮아. 우리가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큰 부탁을 하는 거지. 다시 이렇게 물어보는 건 치사한 거지."


"그게 아니야, 그냥… 난…" 나는 가고 싶어, 엘사. 정말로 너와 같이 가고 싶고 함께 있고 싶어. 근데 일단 이 편지를 읽어야 해. 네 감정을 일단 알아야 한단 말이야. "내가..."


엘사가 한숨을 쉬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건 진실된 미소가 아니었다. "정신과 상담받으러 가야 해서. 이따가 돌아와서 저녁 뭐 먹을지 정할래?"


이미 너무 늦었다. 그 순간이 지났다. 내가 어떻게서든 내 대답을 설명하려 해도 나는 그녀에게 상처만 줄 것이다. 이 편지를 읽어야 했다. "그래." 달리 할 말이 없었기에 대답했다. 엘사는 내 깁스한 팔을 쓰다듬더니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젠장, 안나. 빨리 이걸 바로잡으라고.




읽어줘서 고맙고 지적은 환영이야. 요새 겨울왕국에 대한 애정이 떨어졌는지 번역이 예전 같지 않네ㅠㅠ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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