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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3화 - 급한 발걸음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4 09:33:47
조회 1012 추천 27 댓글 13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3화 - 급한 발걸음



오오, 역시 간만에 보는 시장은 다르네~”


평소 이상으로 바글바글한 시내를 홀로 걸으며 중얼거리는 안나의 입가엔 찢어질 듯한 미소가 사라질 줄을 몰랐다. 후드를 뒤집어쓴 덕분에 지나가는 시민들은 자기 얼굴을 알아볼 일이 없다; 애초에 궁 밖에 자주 나가지를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언니인 여왕은 가끔 자기를 괴롭히는 건지 과보호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 그런 생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이 복작거림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 역시 자신은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안나의 시야 한 구석에, 갑자기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쓴 것과 비슷한 로브와 후드를 쓴 채로, 왠지 거동이 불편한 듯이 살짝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혹시 몸이 안 좋은 건가……? 게다가 방금 나온 가게가 뭔지 슬쩍 보니까…… 뭐야, 숯 가게? 여자애가 갈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선지 괜히 신경이 쓰인 안나가 소녀의 뒤로 따라붙으려고 한 순간, 갑자기 옆에 기둥을 잡으면서 괴로운 듯이 수 차례 기침을 뱉는 소녀. 역시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인다.


저기, 괜찮니……?”


걱정스러운 마음에 얼른 다가가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안나.


……!”


갑작스런 접촉에 놀란 소녀가 이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는 순간


어라……?”


“…….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여자들의 입에서 비슷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둘의 얼굴은 마치 쌍둥이처럼 쏙 빼닮았으니까.


, 마냥 똑같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일단 후드 밑으로 보인 소녀의 머리카락은 안나의 붉은색과 전혀 다른 흰머리에 가까운 은색이었고, 그 눈 또한 안나의 청록색과 대조적인 푸른빛이 살짝 도는 회색이었다. 둘의 인상도, 늘 웃는 상인 안나와는 달리 소녀의 얼굴에는 병약미에 뿌리를 둔 그늘이 져 있었다. , 기분 이상해……


, 저기…… 미안해. 몸이 좀 불편해보이길래……”


“…… 괜찮습니다.”


괜히 뻘쭘해져 사과하는 안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소녀. , 존대라니, 자기보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 노안인가……?


신기하다…… 이름이 뭐니?”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의 안나가 묻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 한나입니다.”


이름까지 비슷하네…… 나는 안나야. 근데 너 왜 아까부터 나한테 존댓말해?”


살짝 소름이 돋은 안나가 굳이 묻자, 뭐 그런 질문이 다 있냐는 듯이 한쪽 눈썹을 올리는 한나.


“…… 딱 봐도 어디 귀족집 자제분이 서민인 척하고 놀러나온 티가 나는데요. 근데 다 티 나요.”


크흡, 바로 들킨 거냐……! 순간 아까 마신 우유를 뿜을 뻔한 안나였지만…… 그래도 아예 이 나라의 공주인 것까지는 안 걸려서 다행이다. 여기서 들켜버리면 굉장히 곤란해져……


그 와중에 한나를 슬쩍 보니, 어쨰선지 여기를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자기랑 똑 닮은 사람의 등장에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눈치였다.


저기, 초면에 실례지만……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혹시 바쁜 일 있니?”


대뜸 물어오는 안나에게 살짝 당황한 눈치의 한나.


? , 볼일은 다 보긴 했는데…… 저녁 전에는 돌아가야……”


뭐야, 아직 점심도 안됐는데 시간 많잖아. 해보고 싶은 게 생겨서 그런데 잠깐만 어울려주라. 돈은 내가 낼 테니까!”


갑자기 들이대는 게 좀 부담스러웠겠지만, 안나에게 있어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사람들과 어울리러 나온 잠행이었는데, 여기서 자기를 쏙 빼닮은 사람을 만났잖아? 이건 분명 운명의 부름이다!


아니, 저기, 잠깐만……?!”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한나가 외쳤을 때는(그나마도 큰 소리도 아니었지만), 이미 안나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근처에 있는 미용실로 끌고 들어간 뒤였다.

 

***

 

궁전은 국토의 심장부에 있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아렌델 왕성은 피오르드에서 이어지는 땅 끝에 위치해 있다 한마디로 피오르드를 통해 적이 해상에서 쳐들어올 경우 왕궁이 곧 해안요새로 돌변함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자신감이자, 다르게 보면 제일 최전선에서 백성들을 지키겠다는 군주의 의지가 보이는 배치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 발코니에 서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을 바라보는, 아렌델의 멜리사 여왕의 의지 그 자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 확실히 매티어스의 말대로, 상선치고는 굉장히 잘 싸우게 생겼군.”


바닷바람에 살랑거리는 불꽃모양 흑발을 쓸어올리는 젊은 여왕의 암청색 눈이 향한 곳은 방금 검문소로부터 보고받은 코로나 상선이 정박한 항구였다. 진짜 저 정도면 군함급인데? 저 안에 대포를 몇 문 숨겨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어쩔까요, 여왕님? 혹시 상선으로 위장한 해적이라면……”


뒤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르렁거리며 큰 그림자가 멜리사의 머리 위에 드리웠다; 나타난 사내의 덩치가 얼마나 큰지, 발코니의 문이 너무 좁아서 슬쩍 옆으로 돌아나와야 할 정도였다.


됐다, 근위대장; 해적이건 아니건, 이 벌건 대낮에 당당하게 들어왔다는 건 허튼 수작을 부릴 의도는 없다는 거겠지. 다만 놈들이 시민들 틈에 섞여들어가 헛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시내의 치안을 강화하도록 하면 충분할 것이다.”


존명!”


머쓱함도 잠시, 지엄한 어명에 솥뚜껑만한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치며 외치는 근위대장 마시멜로. 그 모습을 피식 웃으며 지켜보던 멜리사가 문득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근위대장……. 자네는 잠시 수하들과 함께 장터 쪽을 순찰해줬으면 하는데.”


, 여왕님; 거수자 수색입니까?”


오랜만에 직접 순찰에 나서는 게 구미가 당겼는지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마시멜로를 바라보는 멜리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달렸다.


거수자라…… 좀 다르긴 하구나. 정확히는…… 제 걱정하는 언니의 마음도 몰라주고 몰래 성을 빠져나간 불초한 동생의 신변을 부탁하기 위해서다만?”


“………..!!”


아렌델의 겨울은 춥기로 소문났지만, 그 어떤 겨울도 그 순간처럼 큰 소름을 마시멜로의 등줄기에 일으키지는 못했다.

 

***

 

한나는 괜찮을까요……”


선장실 안에서 한숨만 푹푹 쉬는 엘사를 딱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크리스토프. 정작 본인은 얼굴이 알려졌을까봐 나가서 확인도 못하고 저러고 있으니, 평소에는 도도하고 냉철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장이 묘하게 찐따미가 풍긴다.


괜찮을거라니까! 아렌델은 치안 좋기로 유명하잖아? 괜히 이상한 놈한테 해코지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선장을 애써 위로하는 크리스토프였지만……


근데 해적이면 치안이 좋은 게 안 좋은 거 아냐!”


눈치 챙겨, 새끼야!”


실실 웃으며 옆에서 끼어드는 플린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하여간 뭐 훔칠 때 말고는 도움이 안돼요…….


어어, 잠깐만……?”


그 때, 갑판에서 망원경으로 시내를 관찰하던 알라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뭐야, 저 불안한 말투는?


무슨 일이죠, 알라딘…..?”


엘사의 질문에 이쪽으로 망원경을 들고 이쪽으로 후다닥 달려오는 알라딘. 어째 표정도 심상치 않은데…..?


선장, …… 왕성에서 근위대가 출동했어. 분대 정도의 규모인 걸 봐서 누군갈 잡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얼굴이 새하얘진 크리스토프가 번개같이 움직여 망원경을 뺏어들고 왕성 입구 쪽을 바라봤다. 정말 병사들 한 무리가 나와서 장터 쪽으로 향하고 있다. 게다가 맨 앞에서 걷고 있는 남자의 덩치는…… 미친, 저게 뭐야?! 오큰보다도 2배는 커보이잖아?!


크리스토프……”


말없이 내민 엘사의 손에 망원경을 넘기는 크리스토프. 무서울 정도로 표정이 없는, 하지만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엘사가 떨리는 손으로 렌즈에 눈을 가져다대고는


선장, 명령을!”


크리스토프, 플린, 알라딘…… 밖에 나가있는 선원들을 모두 불러모으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 작가의 변 - 


어이쿠, 난리 났다, 그지? 간단히 정리하자면, 멜리사는 몰래 잠행 나간 안나를 잡아오라고 마시멜로를 보냈는데, 그걸 본 엘사는 자기들을 잡으러 오는 걸로 착각하고 크5를 보냈다는 얘기..... 그리고 그 시각 때마침 안나는 한나와 놀고 있다는 거! 대혼란이 예상되죠?

쓰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진짜 숲의 천사와 많이 비슷하다 ㅋㅋㅋ 마시멜로가 근위대장인 것도 비슷하고, 멜리사의 묘한 포지션도 그렇고, 도적단 동료 위치에 크5랑 유진(=플린)이 있는 것도 그렇고. 그래도 나름 차이점을 많이 주려고 노력했다구! 당장 엘산나의 포지션이 반대고, 네자매의 관계도 숲의 천사에선 궬엘/안백이었는데 여기선 궬안/엘백으로 바뀌었고.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이 픽에서 궬사의 포지션이 어떨지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이지 않을까? 선역과 악역을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기도 하고 말이야. 지금까지는 계속 선역으로 써먹긴 했지만, 구상중인 픽 중에선 악역으로 나오는 것도 분명 있거든 ㅋㅋㅋ 이번엔 어떨지?

아무튼 상황이 혼돈의 카오스로 흘러가는 가운데, 안나와 한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마 내일 올릴 수는 있을 거야...ㅎㅎ.... 일단 예고를 봅시다.


- 4화 예고: 엇갈림 -



“….. 기분 이상해…… 대체 무슨 원리로…….”


...


, 대장님! 저기 계십니다!”


...


미안해, 진짜 시간이 없어! 지금 장내에 짭새들이 쫙 풀렸어! 지금 출항할 거야!”


...


이만하면 되지 않았습니까, 공주님. 여러 사람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 이만 저희와 함께 가시죠.”



요새 누가 자꾸 나한테만 비추박는데, 그르지 마로라..... 맘에 안들면 안보면 되지 왜 그르냐..... 암튼 비추하는 분들은 빼고 다들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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