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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7화 - 붙잡힌 북풍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0 10:35:16
조회 294 추천 21 댓글 12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7화 - 붙잡힌 북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으로 언니와 엘사 사이를 바라보는 안나. 당장에라도 그들 모두를 잡아죽일 기세의 멜리사와, 어떻게든 모든 책임을 혼자 끌어안으려는 엘사의 대치 상황. 이걸 어쩌면 좋지……?


“…… 생각보다 재미없는 녀석이구나. 너 하나 희생한다고 이 모든 게 수습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 때, 무슨 이유에선지 다시 특유의 썩소가 돌아오며 묻는 멜리사.


저는 미천한 해적이라 복잡한 건 모릅니다; 다만 제가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하하핫! 설마 해적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아니면 사실은 광대였던 것이냐?”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고개까지 젖혀가며 웃는 멜리사와, 그런 그녀를 어리둥절한 채로 바라보는 안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여왕님, 제발……”


한나 역시도 간절한 표정으로 제 언니 곁에 선 채 젊은 여왕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그 눈빛을 바라본 멜리사의 웃음이 아주 잠깐 부드러워졌다고 느낀 게?


크큭, 좋아; 본래라면 네놈들의 죄는 전원 교수형으로도 못 끝낼 중죄이나…… 공주를 무사히 반환한 점을 인정해 그 목은 붙여두는 걸로 하마. 허나 현 시간부로 너희들 전원은 아렌델의, 그리고 나의 포로이니, 이번엔 쥐새끼처럼 숨어들 생각하지 말고 전원 나와 함께 성으로 가줘야겠다.”


“…… 감사합니다, 여왕님.”


조용히, 하지만 진심을 가득 담아 멜리사 앞에 고개를 숙이는 엘사. 그 옆에 서있던 안나의 고개가 절로 갸웃해진다. 우리 언니가 원래 이렇게 유도리 있는 군주였었나……?


병사들을 지휘해 나선 매티어스와 마시멜로가 배에 남아있던 엘사의 부하들을 끌어내는 동안, 멜리사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 .


서서히 이쪽으로 뻗어오는 언니의 손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 안나였다; 자신의 경솔함으로 온 왕국이 혼란에 빠질 뻔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언니라면…… 지금의 여왕이라면, 그 죗값을 목숨으로 물어도 이상하지 않다.


눈 뜨고 날 봐라, 안나.”


“…… .”


서릿발 같은 여왕의 명령에 움찔한 안나가 어쩔 수 없이 눈을 뜨는 순간


따악 - !


아팟?!”


전혀 예상치 못한 타격에 새빨개진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는 안나. 이 언니 손가락 힘 뭐야?! 마치 철퇴로 머리를 후려맞은 느낌이야……


오늘로 한바탕 크게 당해봤으니까 너도 생각이 있으면 알겠지…… 다음 번에 잠행할 일이 있으면 보고를 해라. 아니면 하다못해 라푼젤이라도 데려가던가.”


“…… 죄송합니다.”


벌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는 안나에게 피식 웃어보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는 멜리사. 어떻게 보면 죽는 것 이상의 굴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어릴 적 이후로 처음 언니가 자신에게 보여준 웃음이었으니까.

 

***

 

어째서 이런 일이……”


성 안으로 연행되는 내내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던 엘사가 처음으로 앓는 소리를 낸 건, 한나와 함께 사용인들이 쓰는 방 안에 감금? 된 이후에서야였다. 한나 입장에서는 언니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당연히 가슴아팠지만 동시에 오로지 자신 앞에서만 엘사가 가면을 벗고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약간의 쓸데없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 물론 그런 것보다도 지금 한나의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건 죄책감이었지만.


미안해, 언니.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온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중얼거리는 한나. 내가 미쳤었지; 중요한 일을 보는 도중에 길에서 만난 사람과 그렇게까지 어울려버리다니. 물론 그녀가 이 나라의 공주라는 걸 누가 상상했겠냐마는…..


아니야, 한나; 역시 내가 잘못 생각했어. 처음부터 여길 들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어……”


후회스럽게 고개를 젓는 엘사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나. 이전부터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으려고 하는 게 이 언니의 나쁜 버릇이다. 어떻게 안 되려나……


그나저나…… 왜 우리 둘만 따로 갇힌 거지?”


우선 화제를 돌려보기로 하는 한나. 실제로 감옥에 갇힌 나머지 선원들과 달리, 엘사와 한나는 이렇게 따로 독방을 내어주었다물론 감금된 신세인건 마찬가지지만. 여자라서 봐줬다기엔 카산드라를 비롯한 여자 선원들도 있고, 선장이라서 예우해줬다기엔 한나까지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 아무래도 이 나라의 여왕께선 우리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이야.”


조용히 말하는 엘사. 듣고보니 그렇긴 하다; 일반적으로 해적을 잡았다면 곧바로 형식상의 재판 후에 목을 매달거나, 냉큼 위즐튼이나 남부 제도로 송환해버리고 현상금을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잡아들이던 멜리사의 말은 어느 쪽도 암시하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뭘……”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얼굴을 찌푸리는 한나였지만, 그 순간


똑 똑 똑


저기…… 들어가도 될까요?”


조심스러운 질문과 함께 방문이 끼익 하고 열리더니, 오늘 내내 한나와 어울리던 바로 그 얼굴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공주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황급히 일어나 예를 갖추는 엘사였지만, 그런 건 됐다는 듯이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오는 안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 미안해요.”


잠깐의 어색한 침묵을 깬 안나의 말에 아연해 서로를 돌아보는 엘사와 한나 자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람?


어째서 당신이 사과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묻는 한나를 돌아보는 안나의 눈에 담긴 건…… 이전부터 지겹게 봐 왔던 병자에 대한 값싼 동정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마음이었다.


이미 조금 겪어봤겠지만…… 나 되게 칠칠맞은 사람이니까요. 내 어리광에 당신들을 말려들게 한 것 같아서……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기가 막히다 못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린 한나. , 아까는 특유의 친화력에 가려서 못 봤었구나…… 이 사람, 근본적으로 언니와 같은 부류다. 주변의 모든 책임을 다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사람.


공주님은 사람이 좋으시군요…… 공주님을 납치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엘사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착각하지 마요, 그건 엄청나게 불쾌한 경험이었지만, 오해에서 비롯된 거란 거 정도는 안다구요.”


얼굴이 빨개지면서 중얼거리는 안나였지만, 그 뒤에도 자꾸 엘사 쪽을 힐끗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할 말이 없는데 무언가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공주님, 혹시 하실 말씀이라도……?”


, 그게…….”


보다 못한 한나의 질문에 당황한 눈치로 얼굴이 빨개지는 안나였지만


, 공주님! 여기 계셨네요!”


기막힌 타이밍에, 시녀로 보이는 긴 금발머리의 여자가 헐레벌떡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안나와 달리 이쪽을 다소 경계하는 눈치지만…… 뭐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긴 하지.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 라푼젤?”


의아한 말투로 묻는 안나였지만, 라푼젤의 다음 말을 듣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 여왕님께서 찾으세요. 같이 식사를 청하셨는데요?”


자매가 같이 밥 먹는 게 뭐 그리 특별한 일인가 싶었지만, 안나의 표정을 보니 그게 모두에게 상식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까 보았던 젊은 여왕의 냉혹한 미소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아까 스쳤던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도대체 이 궁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 작가의 변 - 

 

망했다..... 어제 머리가 너무 아파서 원고 하나도 못썼어.... 안 그래도 요새 현퀘 때매 많이 못썼는데, 이러다 따라잡히겠는데.....?


여러번 암시됐지만, 멜리사와 안나 자매는 어린 시절부터 거의 남처럼 지냈어; 마치 원작의 엘산나처럼. 이 세계관에선 마법이 없으니까 멜리사가 사고친 것도 아닐테고, 안나는 그 이유를 전혀 모르지. 그래서 원작과 비슷하게 친화력은 만땅이지만 조금 자존감이 낮은 성격으로 성장한거고. 그래도 성품이 이렇게 올곧다는 게 우리 공주님 매력이지만 ㅎㅎ


이전작 숲의 천사도 그랬지만, 멜리사의 진의가 픽의 전개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지? 그 때는 뒤에서 암약하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엔 아예 자기가 여왕이니까.... 일단 엘사와 그 부하들을 안 죽이고 잡아 가두기만 했지만, 도대체 뭘 위해서일까? 그건 다음화에..... 일단 예고를 보자.



- 8화 예고: 세상에 없는 힘 - 



크크, 험한 꼴을 당했으면서 제발로 다시 찾아가다니…… 그 녀석이 꽤나 맘에 들었던 모양이구나. 아니면 혹시 그런 게 취향이라던가?”


...


여왕님…… 그 해적들을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


만약 아까 추격대를 보냈을 때 저들이 투항하지 않고 응사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멜리사가 원하는 것의 정체가 다음화에 밝혀지겠구만. 자세한건 스포니까 감추고, 내일을 기대하시길.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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