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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13화 - 소국의 군주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9 17:59:13
조회 255 추천 22 댓글 12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13화 - 소국의 군주



발포하라!”


콰앙


매티어스의 위엄 넘치는 호령과 함께, 연무장에 줄줄이 선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 뒤를 이어 천지를 뒤흔들 듯한 충격음이 하늘을 메우고, 모처럼의 군사훈련을 구경나온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굳이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구경을 온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바로 이어서 총포대, 사격 개시!”


타탕


뒤이은 마시멜로의 우렁찬 외침에, 이미 대기하고 있던 총병들이 일제히 무릎 앉아 자세로 장총을 격발했다. 이미 화포에 의해 유린당한 저 멀리 서있는 과녁들이 단체로 벌집이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총검대 돌격! 적들을 격멸하라!”


와아아


매티어스의 함성에 따라 총검을 치켜든 병사들이 일제히 돌격하는 걸로 모의전투가 종료된다 그리고 뒤쪽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멜리사가 있었고.


수고했다; 오늘 훈련은 이것으로 종료하겠다. 매티어스, 고생한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릴테니 잘 분배하도록.”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우레같은 군사들의 환호성을 뒤로 하며 고개를 돌린 멜리사의 앞에 도대체 왜 자기가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한나가 서있었다.


,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거라. 관심있게 보고 있던 거 다 안다.”


실제로, 훈련 내내 멜리사의 한쪽 눈은 옆에 있던 한나를 계속 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얼떨떨한 얼굴이었지만, 갈수록 병사들의 움직임과 화포 및 총기들에 눈이 가는 걸 놓치지 않은 젊은 여왕이었다.


“…… 제 의견이라도 듣고 싶으신 건가요?”


의견이건 감상이건 상관없다. 백성이 하고싶은 말을 다 못한다는 건 군주로서 문제가 있다는 거겠지?”


왠지 자기는 아렌델의 백성이 아니라고 말하고픈 듯한 한나의 얼굴이었다; 이곳에서 살게 된지 거의 2주가량 되었지만, 아직 그녀를 볼 때마다 은발의 소녀에게서는 경계하는 기색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유야 뻔하다; 자신을 가까이하는 멜리사의 목적을 지레짐작하고 있는 거겠지. 멜리사 입장에선 조금 서운했지만, ,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니까.


“……. 병사들의 움직임은 질서정연하네요…… 위즐튼이나 남부 제도에선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에요. 그치만……”


말을 흐리는 한나를 보며 히죽 웃는 멜리사. 역시 그 쪽을 주의깊게 볼 줄 알았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안다. 무기체계는 조잡하지?”


“……………..”


대답을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긍정이다. 물론 아렌델이 타국에 비해 딱히 무기개발에 뒤쳐졌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이 녀석이 속한 해적단의 화약 수준이 너무 사기적이라 성에 차지 않을 뿐이다.


“…… 나와 잠시 걷자꾸나. 피오르드 위에서 맞는 아렌델의 바닷바람은 정신을 맑게 해주지.”


잠시 화제를 돌리고는 그대로 주변을 물린 채 한나와 둘이서 한적한 들판 위를 걷기 시작하는 멜리사; 역시 평소의 뚱한 표정이면서도 졸졸 따라오는 한나의 모습이 왠지 애교 없는 새끼고양이 같다. 이건 이거대로 좋은데……


“…………….”


하지만 저 경계의 눈빛은 슬슬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이거 참, 군주로서 솔직하지 못한 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조금은 이쪽의 입장도 전해주는 게 좋을까?


너를 네 의지에 반하게 억류하고 있는 시점에서 날 신뢰해달라고 하는 건 무리겠지만….. 네 언니에게 말했듯이, 나는 단지 내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네가 가진 힘을 원할 뿐이다.”


“……. 그 힘이 필요할 정도로 아렌델이 위협을 받고 있나요?”


조용히 묻는 한나였지만, 그 말엔 분명 뼈가 있었다; 힘을 원한다는 건 그 힘이 없으면 이기지 못하는 적이 있다는 소리니까. 역시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총명한 아이다.


여왕인 내가 자기 나라의 위태로움을 스스로 밝히라는 것이냐? 너도 보기보다 당돌하구나.”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 당황한다 당황해. 생각보다 얘도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후후, 괘념치 말거라. 하지만 위협이라……. 그래, 아렌델은 분명 위협을 받고 있지. 너희가 그토록 무너뜨리지 못해 안달이 난 바로 그들로부터 말이지.”


“……………….!”


거기까지만 얘기해도 바로 알아듣고 반응하는 한나. 똘똘하구만.


내가 굳이 너희 동료들을 척살하지 않고 이런 복잡한 짓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여러가지 있지만……. 당장 우리가 같은 적을 두고 있다는 게 크지.”


“…….. 아렌델은 무역으로 입지를 다져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걸로 알았는데요.”


조심스레 말하는 한나에게 쓴웃음을 짓는 멜리사. 역시 피상적인 것만 알고 있구나. 제 언니는 그 때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파악한 것도 같았지만…….


그 말대로다. 하지만 힘이 없는 상태에서 유지되는 평화는 외줄타기처럼 위태롭기 그지없지…… 지금 소위 제국들이 아렌델을 건드리지 않는 건 이익에 의한 합의 덕분이지만, 힘 있는 자는 합의 따위 언제든지 깨트릴 수 있는 거니까.”


“………………….”


어떻게 들으면 푸념에 가까운 말이지만, 그래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나. 지금 말하는 거에 얼마나 이해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물밑에서 놈들은 점점 아렌델에 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해오고 있어. 조만간 무력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들을 하나둘씩 해오겠지…… 그 끝에 기다리는 건 그들 아래의 식민지들과 같은 말로일테고 말이야. 나는……. 그런 나약한 나라의 군주가 되고 싶지는 않아.”


말하면서도 너무 많이 속마음을 털어냈나 아차 싶은 멜리사였지만, 듣고 있는 한나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 저희는 그 식민지들의 실상을 많이 봐왔죠. 그렇게 되기는 누구라도 싫겠죠……”


안 그래도 파리한 안색의 저 얼굴이 어 어두워지는 건 보기 좋지 않았지만, 조금은 두 사람 사이에 공감대가 생겼다는 점은 솔직히 조금 기뻤다.


, 그런 얘기다. 시시한 소리로 괜히 네 기운만 뺐구나. 벌써 해가 중천이니, 성으로 돌아가자꾸나.”


? …… 하아, ……”


갑작스레 끝나버린 둘만의 시간에 살짝 의아한 듯한 한나였지만, 이내 약한 체력에 발목이 잡혀 금방 수긍해버린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천천히, 천천히…… 이 아이의 마음을 열어보도록 하자.


흐음, 안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자신과 달리 솔직하고 붙임성있는 아이니까 선원들과는 이미 다 친해졌겠지만…… 선장인 엘사와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

 

아렌델에서 출항한지 2주째…… 묘한 긴장감이 배 위의 모두를 휩쓸고 있었다.


곧 도착한다…… 이거 오랜만에 댕겨보는데.”


안나가 승선하고 거의 처음으로 갑판 위에 모습을 드러낸 대포 앞에서, 자세를 낮춘 크리스토프가 심지를 밝힐 준비를 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안나의 눈 앞에는…… 그런 대포들이 난간을 가득 매울 정도로 줄줄이 늘어서있었고.


“…… 곧 전투가 시작됩니다. 혹시 모르니 공주님께선 제 방에 들어가계십시오.”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뒤에서 엘사가 권했지만, 조용히 고개를 젓는 안나였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혼자 도망칠 순 없죠. 그리고 저도 당신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싶어요.”


“…… 그리 원하신다면.”


여전히 우려가 사라지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거듭 권하지 않고 다시 저 멀리 밤하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들의 목표를 주시하는 엘사였다; 말로는 안해도 그녀 역시 이번 전투에서 위험해질 거란 생각은 크게 안 하는 거겠지.


오늘, 엘사 드레이크의 먹잇감은…… 위즐튼의 수많은 식민지들 중 하나인 데인스였다.



- 작가의 변 - 

 

엘산나만 서로 교감하고 있던 건 아니거든. 이번화에선 한나에게 살짝 진심을 드러낸 멜리사였는데, 과연 얼마나 보여준 거였을까? 이 둘의 관계는 나아갈 수 있는 걸까? 가끔은 엘산나보다도 이 커플이 다루는 맛이 있단 말이지 ㅋㅋㅋㅋ


살짝 아렌델의 사정이 나왔지? 정리하자면, 아렌델은 무역 중개국의 입지를 다져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일단은 외교빨로 살아남고 있지만, 위즐튼과 남부 제도에서 계속 견제를 날린다는 사실. 그걸 알고 보면 멜리사가 얘들만 털어대는 엘사를 좋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지? 아무튼, 그런 약소국의 군주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멜리사였고, 그런 그녀에게 우연히 엘사네가 굴러들어온거지. 이제 그 우연을 그녀가 어떻게 이용하려는 건지는.... 글쎄. 사실 그 부분은 엘산나 본인들에게 많이 달려있지?


각설하고, 다음화는 오랜만에 전투씬이네 ㅋㅋㅋ 내가 더럽게 못쓰는 전투씬 ㅋㅋㅋ 기대는 하지 말아도 예고는 봐달라구!



- 14화 예고: 대폭격 - 



위즐튼에게 침공당할 때 굉장히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국민들 상당수가 몰살당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위즐튼의 군함을 만드는 노역일에 강제 동원되었다고…….”


...


분개하시는 게 정상입니다. 저들은 같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어요…… 이제 우리로부터 그 응보를 받게 되겠지만요.”


...


처먹어라, 이 새끼들아……!”


...


선장, 두 척이 출격했어! 이쪽으로 돌진해온다!”



써놓고 보니까 ㅊㅊㅁ 갤이네. 연중한 픽이 저렇게 많다니.......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ㅎㅎ. 앞으로도 꾸준히 쓰겠다고요.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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