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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14화 - 대폭격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30 18:03:09
조회 246 추천 24 댓글 12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14화 - 대폭격



엘사의 수신호에 따라, 데인즈가 겨우 보이는 위치에서 멀찍이 정지하는 노스 윈드’. 한밤중이고, 지금은 바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면 충분히 들키지 않을 수 있다.


공주님께선 이곳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십니까?”


굳이 자기 곁에 붙은 안나에게 조용히 묻는 엘사. 솔직히 자기가 생각해도 이번 일이 위험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일국의 공주님인데 너무 스스로의 안위를 안 챙기시는 건 아닐까?


책에서 보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것뿐이지만…… 원래는 조선 기술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라고 들었어요. 위즐튼에게 침공당할 때 굉장히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국민들 상당수가 몰살당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위즐튼의 군함을 만드는 노역일에 강제 동원되었다고…….”


자신없어하는 말투였지만, 잘 알고 계신다. 역시 그 남다른 친화력과 호기심 덕분에 견문이 넓으신 거겠지. 다만……


맞습니다. 하지만 풍문으로 듣고 글로 본 것과 그 실상을 두 눈으로 보는 건 다르죠……”


그 말과 함께 들고 있던 망원경을 안나에게 넘겨주는 엘사.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망원경을 받아들고 저 멀리 보이는 데인즈의 항구를 바라보는 안나였지만 3초도 지나지 않아 얼굴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앨사나 다른 선원들이야 지겹도록 봤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역겹겠지.


이건 도대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안나로부터 망원경을 다시 받아드는 엘사.


위즐튼의 식민 지배 방식은 교활하기 그지없습니다; 순순히 투항한 자들에겐 관대하지만, 자신들에게 강하게 저항했던 곳일수록 가혹하게 다스리지요……. 문자 그대로 채찍을 가지고요. 나머지 지역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랄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예나 가축도 저렇게 다루지는……”


기가 막혀하는 안나. 그래도 저런 모습을 보고 분노하는 걸 보면 참 괜찮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개하시는 게 정상입니다. 저들은 같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어요…… 이제 우리로부터 그 응보를 받게 되겠지만요.”


“……………?”


급 냉정해진 엘사의 목소리에 잠시 흠칫하는 안나였지만, 아마 그녀도 느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진짜 전투다. 곧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공격하려면 지금이 최상의 시간이다.


좌현, 포격 준비; 목표는 총독부입니다.”


, 이제 그 정도는 말 안해도 안다구, 선장.”


조용한 선장의 명령에 이미 좌현에서 대기중이던 크리스토프와 알라딘이 씨익 웃으며 도화선에 불을 붙일 준비를 했다. 아직 적들이 눈치채지 못한 지금, 풍향이 바뀌기 직전인 지금이야말로 기회……!


포격 개시……!”


평범한 전장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는 파도 소리를 겨우 넘길 정도로 크지만 서릿발같은 냉혹함이 담긴 지시. 하지만 이곳은 평범한 전장이 아니고, 노련한 노스 윈드의 선원들에겐 그거면 충분하다……!


처먹어라, 이 새끼들아……!”


콰앙


사심을 잔뜩 담은 크리스토프의 포효와 함께, 좌현으로 몰아넣은 10문의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족쇄와 사슬에 묶인 데인즈의 노역꾼들이 즐비한 항구 너머, 대부분의 병사들이 모여있을 총독부 건물을 향해.


쿠아아앙


하늘이 찢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완전히 무방비상태로 포격을 뒤집어쓴 총독부는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망원경 따위 필요 없어도 이미 오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적들의 혼란이 엘사의 눈에 선했다. 위즐튼의 군사력이 약한 건 절대 아니지만, 그것도 지휘체계가 온전할 때의 이야기다; 지금처럼 졸개들을 싹 무시하고 대뜸 사령부부터 짓부숴버리면 제아무리 엄정한 군기라도 삽시간에 분쇄되기 마련이다.


배를 돌립니다! 좌현의 포를 모두 우현으로 이동!”


엘사의 호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선원들. 밑에서는 카산드라의 지시에 따라 격꾼들이 죽어라 노를 저어 배를 돌림과 동시에, 위에서는 크리스토프와 플린, 알라딘 등이 회전하는 배의 관성을 이용해 재빨리 포대를 굴려 반대쪽으로 포를 옮긴다.


이쯤이면 위즐튼 군도 노스 윈드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지만, 그럼 뭐하나; 어차피 이미 저들은 조직적으로 반격할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그 능력을 회복하기 이전, 신속히 180도 회전한 노스 윈드에서 2차 포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선장, 전함 몇 척이 출항하려고 하는데!”


어느새 망을 보던 알라딘의 외침에 엘사가 시선을 내리자, 과연 항구에서 위즐튼 군함 몇 척이 독자적으로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휘부가 궤멸된 상태에서 제법인데.

곧 바람이 바뀝니다. 그 전까진 포격을 계속하세요!”


콰앙


거기까지만 말해도, 포수들은 이미 알아서 포의 각도를 낮추고 있었다; 이미 쑥밭이 된 총독부에서 포구를 돌려, 출격을 준비하는 선박들을 영격하기 시작한다. 다만 역시 데인즈 노역꾼들을 최대한 피해 위즐튼의 군함들만 골라서 쏘려고 하다보니, 거리는 훨씬 가까움에도 이전보다 포격 속도는 다소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선장, 두 척이 출격했어! 이쪽으로 돌진해온다!”


플린이 외친 대로, 포격을 뒤집어쓰고 배들이 마구 침몰하는 그 와중에 어찌어찌 잘 피했는지 두 척의 전함이 물살을 가르며 출격에 성공했다. 저 덩치로 정면으로 맞붙으면 승산이 적겠지만…… 누가 그렇게 싸워준다고 했나.


바람이 바뀝니다! 돛을 펴고 후퇴 개시!”


오케이, 꽤나 놀랄 거다!”


호쾌하게 외친 알라딘의 신호와 함께 여태껏 접어뒀던 돛이 일제히 펴졌다 노스 윈드의 상징인 얼음의 성이 크게 그려진 돛이. 그제서야 상대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는지 잠시 멈칫하는 적선들이었지만, 노스 윈드가 공격을 멈추고 물러나는 걸 확인하고선 다시 득달같이 추격을 개시했다.


바보같은 것들 그대로 도망쳤다면 목숨만큼은 구했을 것을.


후문 개방! 추격자를 격침합니다!”


, 선장!”


엘사의 호령에 밑에서 울려퍼지는 카산드라의 목소리. 다음 순간, 도망치던 노드 윈드의 뒷부분이 스르륵 열리더니 숨겨진 대포 5문이 불쑥 튀어나와 또다시 불을 뿜었다.


콰과아아아앙


일반적으로 해상전은 도망치는 순간까지 싸우는 걸 상정하지 않는다; 특히나 해상에서 쓰는 대포는 명중률이 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뒤쪽에 대포를 박아놓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추격하던 위즐튼의 전선들은 불행히도 그 상식에서 조금도 생각이 벗어나지 못했고, 그 덕분에 갑작스러운 기습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영거리에서 용골이 박살나버렸다.


선장, 저기 봐; 데인즈 녀석들, 이 기회를 그래도 용케 잡았네?”


크리스토프의 말을 들은 엘사가 다시 항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과연 노역당하고 있던 데인즈의 시민들이 그들이 몰고 온 혼란을 놓치지 않고 들고 일어나고 있었다; 해방을 위해,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혼란에 빠진 위즐튼 군을 향해 몸을 던지는 모습들.


어쩔래, 선장?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이곳을 청소해버리고 저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지 않겠어?”


알라단의 제안에 잠시 생각에 빠지는 엘사. 보통은 현지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걸 다소 꺼린 그녀였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한나가 없고, 공주인 안나가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으음…… 역시 조금은 부담을 감수하도록 할까.


좋아요; 먼저 위즐튼의 군을 완전히 격멸한 다음에, 정박해서 현지인들과 접촉하도록 하겠습니다.”


, 좋아; 이번엔 제법 금방 육지를 밟아보겠네!”


알라딘을 포함한 대다수의 선원들은 그 결정에 기뻐보였지만…… 그보다도 엘사에게는, 지금껏 갑판 위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싸움을 모두 지켜본 안나의 감정이 궁금했다.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불바다가 된 적지를 바라보는 젊은 공주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청록색 눈동자에 어린 슬픔은, 이유를 알 수 없게 엘사 자신의 심장까지 괴롭히는 것이었다.



- 작가의 변 - 


엘사의 전술에 대해 첨언하자면, 역시 모티브로 삼은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전법에서 따왔지. 그 시절만해도 해상전은 주로 보병들이 적선에 갈고리를 던진다거나 해서 넘어가 육탄전을 벌이는게 주 전법이었어. 근데 드레이크는 우월한 사거리의 화포를 이용해 아예 그럴 틈을 내주지를 않았으니 질래야 질수가 없었지. 해전에서 화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선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이순신과도 공통점이 있달까?

엘사의 경우는 이걸 응용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의 측면뿐만 아니라 정면, 심지에 뒤에도 화포를 배치해서 전방위 공격에 대비할 수 있게 했지. 물론 무기빨이 있지만, 바다에서 대포 쏘는게 얼마나 정확할지를 생각하면 쏘는 사람의 기량도 중요하단 걸 알겠지? 더구나 당장 선장인 엘사부터가 일대의 기상 및 해류 등을 완전히 꿰고 있으니 지형지물의 이용조차 완벽할 수밖에..... 이거 써놓고 보니까 제갈공명인데?

각설하고, 훌륭하게 위즐튼의 식민지 하나를 박살낸 엘사지만...... 눈앞에서 전투의 참상을 처음 목격한 안나의 심정은 어떨까? 내일을 기대하시고, 일단은 예고를 봅시다.


- 15화 예고: 당신의 진짜 얼굴 - 



싸움이란 건 본래 가혹한 법입니다. 저희는 모두 거기에 무뎌져 버렸지만…… 공주님께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


이것 참, 영웅 노릇 하려고 이 짓 하는 건 아닌데……”


...


“……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요?”


...


에휴, 어디 좀 자세히 적혀있는 책 좀 없나…..”


...


하아…… 기가 막힌 꼬맹이로구나. 밥 먹는 것도 잊고 책을 읽다 지쳐 잠들다니.”



내일은 혐퀘가 없어서 오전 연재도 가능할듯? ㅋㅋㅋㅋ 간만에 1일 1연재 실천하고 있어서 기부니가 좋다!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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