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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2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1 12:40:38
조회 1025 추천 61 댓글 13

1화







“야 괜찮아? 얘 완전 넋이 나갔네.”



“다크써클 좀 봐...”



친구들의 말대로, 수다쟁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안나는 아까부터 퀭한 몰골로 아무 말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쫍쫍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안나, 선배랑 무슨 일 있었어? 선배가 막 너 괴롭혔어?!”



“몰라아...”



잠귀가 밝다는 엘사의 말이 신경 쓰여 지난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 탓에 안나의 정신은 멀쩡할 리가 없었다.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안나를 보며 그녀의 친구들은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는 것 외에는 달리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캐스, 그, 담배 피우면 진짜로 스트레스가 풀려? 그럼 나 한 대만 줘봐. 응?”



“뭐? 얘가 미쳤나. 아서라 아서~ 담배는 시작도 하지 마. 절대 못 끊는다 너?”



“지는 피우면서!”



“그러니까 흡연자로서 하는 진심 어린 조언 아니냐~ 그리고 이거 돛대야.”



“됐다 됐어. 그냥 아까워서 주기 싫다고 하지 왜? 더럽고 치사해서 안 피운다!”



안나는 콧김을 뿜어내며 다시금 현재 제 처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꿈꿔왔던 기숙사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기숙사 살면 룸메이트랑 오붓하게 야식으로 치킨도 시켜 먹고, 같이 맥주도 마시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아!”



“아오 깜짝이야. 뭐야 또?”



“나 오늘 치킨 시켜 먹을 거야.”



“그것참 tmi다.”



“선배랑!!!”



안나의 당돌한 선전포고에 테이블 맞은편 라푼젤과 카산드라의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음... 그래... 맛있게 잘 먹고... 우린 내일 소화제 준비하면 되는 거지?”



“죽는다 진짜. 두고 봐. 내일이면 너네보다 선배랑 더 친해져 있을 테니까!”




*




그렇게 호기롭게 말했던 안나였건만, 실상은 다리까지 달달 떨어가며 초조하게 엘사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진 지 오래였고, 시침은 벌써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늦네... 약속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번호 교환도 하지 않아 연락을 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 설사 번호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연락할 용기가 있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룸메이트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여태까지 굶고 있던 안나의 뱃속에서는 뭐라도 좀 넣어달라며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타이밍 좋게도 비밀번호를 누르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사가 등장했다. 침대 위에 편한 자세로 퍼질러져 있던 안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어정쩡한 자세로 그녀를 맞이했다. 흡사 못 볼 거라도 몰래 보다가 걸린 사람처럼.



“야동이라도 보고 있었던 거야? 뭘 그렇게 놀라니?”



와우. 지금 저걸 농담이라고 하는 건가? 그것도 지금 우리 사이에?! 아재스러운 엘사의 농담에 당황함도 잠시, 안나는 재빨리 본론을 꺼내놓는다.



“하하...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약속이라도 있...”



“교수님 면담. 도통 놓아주질 않더라고. 혹시 내가 자는데 깨웠니?”



“아뇨, 아뇨! 그럼 혹시 저녁은...?”



“아직. 넌?”



“저도 아직요! 선배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어요.”



헤헤... 안나는 본인이 내뱉고도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는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



“왜 쓸데없는 짓을.”



이게 아닌데. 예상을 한참 벗어난 엘사의 태도는 또 한 번 안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 불편하셨으면 죄송해요. 전 그냥...”



“됐고. 뭐 먹고 싶은데?”



“네?”



“나 때문에 굶으면서까지 기다렸다니까 내가 사야지, 저녁.”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엘사의 태도에 안나는 이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안나의 사전에 포기란 배추를 셀 때만 사용하는 단어였다.



“치킨... 먹고 싶어요.”



“그래, 네가 먹고 싶은 거 알아서 시켜.”



참으로 자비로운 엘사의 말에, 또 금방 신이 나서 배달 어플을 켜는 안나였다. 참 단순하다.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저, 선배...”



“?”



“맥주도 시켜도 돼요...?”



“...마음대로 해.”




*




“우와-”



안나는 갓 배달된 따끈따끈한 치킨 박스를 열며 탄성을 뱉어냈다. 선배, 잘 먹을게요! 들뜬 목소리로 깨발랄하게 건넨 감사 인사를, 엘사는 그저 고개를 한 번 살짝 까딱이며 받아내는 게 전부였다. 치익, 맥주캔을 따는 청량한 소리에 그간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 같다. 선배, 우리 짠 해요 짠! 안나가 두 손으로 공손히 맥주캔을 들이밀자, 엘사는 제 맥주캔을 가져다 가볍게 툭, 치며 장단을 맞춰준다.



“다리는 너 다 먹어.”



“헉 정말요?!?!?!?”



“응, 난 가슴살 좋아해.”



“선배...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안나의 넉살 좋은 농담에 늘 힘이 들어가 있던 엘사의 얼굴 근육이 풀린다. 그렇게 맥주를 한두 모금 마셨을까? 엘사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지기 시작했다.



“어... 선배? 괜찮아요?”



“응? 뭐가?”



“얼굴이... 엄청 빨간데.”



완전 불타는 토마토 같아요. 안나는 터져 나오려는 말을 애써 집어삼켰다.



“나 원래 한 잔만 마셔도 빨개져.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혀가 꼬이는지 발음을 뭉개며 말해오는 엘사였다.



“술은 정신력으로 먹는 거지! 체질이랑은 별개야! 내에가 지금은 나이 들어서 그렇지. 내가 네 나이 때는 말이야~!”



그렇다. 엘사는 소위 말하는 알쓰(알코올 쓰레기)였다. 안나는 겨우 맥주 몇 모금에 취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자신보다 3살 많은 엘사를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응? 그러니까... 너도 젊다고 막 부어라 마셔라 하면 안 돼. 그러다 간 썩는다아? 애껴 써!”



그렇게 신나서 일장 연설을 하던 엘사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더니 몇십 분째 나오질 않았다. 하아... 이제 습관이 되어버린 듯, 안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선배? 선배?? 괜찮아요?”



조금 더 거칠게 문을 두드리자 끼익, 하고 문이 손쉽게도 열려버린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수면을 취하고 있는 엘사가 보였다. 안나는 이제 그냥 울어버리고 싶었다.



“선배, 엘사 선배! 여기서 자면 안 돼요. 좀 일어나 보세요...”



아무리 거칠게 흔들어도 도통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읏차, 안나는 결국 낑낑대며 엘사를 일으킨 뒤, 부축해 침대까지 옮겼다. 그 난리 통에도 엘사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꿈나라를 깊게 여행하고 있었다.



‘내가 이 인간이랑 다시는 술 먹나 봐라.’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엘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안나는 굳게 다짐했다.




*




다음 날 아침, 안나는 오전 수업이 없었던 탓에 모처럼 늦잠을 잤다(어제 그 난리를 피운 탓에 피곤한 까닭도 있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니, 책상 위에 놓여있는 숙취해소제가 눈에 들어왔다. 웬 숙취해소제?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며 그리로 가까이 다가가니, 그 옆에는 작은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어제는 미안했어.]



내용은 딱딱하기 그지없었지만, 앙증맞은 꼬마 눈사람이 프린팅되어있는 귀여운 포스트잇을 보는 안나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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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쓰면 쓸수록 엘사한테 죄짓는 기분.... 그래도 넘 잼땋ㅎㅎㅎㅎ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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