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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17화 - 악마라 불린 남자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4 11:19:34
조회 260 추천 19 댓글 12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17화 - 악마라 불린 남자



모름지기 한 시대를 풍미한 해적에게는, 적이나 민중들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이런저런 이명이 붙게 마련이다. 물론 거대한 제국 위즐튼과 남부 제도를 제멋대로 유린하는 엘사 드레이크 또한 그런 해적 중 하나로, 안나가 아는 그녀의 이명만 해도 용의 딸, 북풍의 항해자, 불의 마녀, 얼음 여왕 등등……


그런데 단 한 명,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아니, 그 누구라도 딱히 원하지 않을 단 하나의 이명을 가진 해적이 있다 바로 악마라 불리우는 자, ‘검은 수염에드워드 티치.


엘사의 경우 대담하게 강력한 제국 식민지를 상대로 집요하게 게릴라전을 펼쳐서 악명을 드높인 거지, 사실 민간 피해는 거의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티치의 경우는 그야말로 극악무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도륙하고 빼앗고 파괴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명성을 높였다. 그야말로 그와 그의 기함, ‘앤 여왕의 복수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모든 것이 초토화된다고 전해질 정도로 악랄한, 엘사와 함께 같은 해적조차 두려워한다는 유이한 존재.


이런, 저 작자만큼은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서일까? 여지껏 안나가 본 것 중에 가장 큰 두려움의 표정이 늘 차분하던 엘사의 얼굴에 급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멜리사에게 한나를 빼앗겼을 때 이후로 저렇게 낭패스러운 표정은 처음이다.


선장, 저 배와 정면 교전은 무립니다! 지금이라도 배를 돌리는 편이……”


다급히 달려온 카산드라가 진언했지만, 무겁게 고개를 젓는 엘사였다.


이미 늦었습니다. 우리가 바람을 등지고 있어서, 괜히 뱃머리를 돌렸다가 측면이 노출당하면 오히려 피해가 커져요…… 검은 수염도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즐겨쓰는, 기상을 이용한 전법을 똑같이 구사했어요.”


하지만 이대로는……”


시시각각 접근하는 앤 여왕의 복수를 노려보며 정면의 대포를 장전하면서도 중얼거리는 크리스토프에게 고개를 끄덕인 엘사가, 이내 안나와 선원들에게 선언했다:


공주님께서는 위험하니 안으로 피신해주십시오. 전원, 일단 대포를 모조리 정면으로 끌어모읍니다! 사거리의 우위는 잃었어도, 모든 화력으로 맞붙으면 저쪽도 그냥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 겁니다!”


, 선장!”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엘사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선원들의 모습에, 라푼젤과 함께 황급히 선실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눈을 떼지를 못하는 안나였다; 저런 모습은, 리더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없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공주님, 어서 더 안쪽으로……”


다급하게 손짓하는 라푼젤이었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떼지지 않는 안나였다; 어쨌든 몇 주 동안 동고동락한 선원들을 두고 혼자 피신하는 게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황하면서도 다가오는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엘사의 뒷모습이……


그 와중에 어느새 이쪽으로 바짝 다가온 앤 여왕의 복수…… 이제 그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선원들의 모습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저쪽 역시 단단히 준비하고 왔는지, 선상에 무려 30여문의 대포가 모조리 정면으로 향해있다…….! 미친, 노스 윈드보다 훨씬 많잖아! 물론 사거리에선 이쪽이 우위겠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이선 아무 의미 없는 이점이다.


선장…….”


저 앞에서 크리스토프가 다시 불안한 눈치로 엘사를 바라봤다.


일단 상황을 보죠…… 저쪽도 다짜고짜 공격하지 않는 걸 봐서는, 뭔가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말하면서도 썩 자신있는 말투는 아니지만, 안나에게는 보였다 그래도 선원들에게 최대한 불안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애써 당당한 척하는 모습을. 그 모습이 너무나 괴로워서 무심코 선실에서 뛰쳐나갈 뻔한 그녀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라푼젤이 말리는 통에 간신히 참았다.


으하하하하하---------!!!! 드디어 만났다고, 엘사 드레이크-------------!!!!!!!!!”


그 순간, 배 아래의 파도 소리조차 묻어버릴 정도로 우렁찬 외침에 화들짝 놀란 안나. 저 앞을 보니 다가오는 적선의 뱃머리에, 가히 오큰에 필적할 만한 거구의 사내가 펄럭이는 해적 코트를 입은 채로 서있었다.


에드워드 티치의 첫인상은…… 왜 이 사람이 악마라고 불리는지 한눈에 알 법한 인상이었다. 그의 이명처럼 아무렇게나 기른 덥수룩한 검은 수염의 곳곳은 마치 도화선처럼 꼬여 있었고, 얼룩진 피가 닦이지도 않은 코트 안쪽엔 무려 6개의 피스톨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그의 두 눈에서 불타오르는 그 무언가가, 안나의 심장을 깊숙한 곳에서 전율하게 했다; 저건 웃으며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검은 수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위압적인 사내를 노려보는 엘사의 눈에선 좀 전에 보이던 불안감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한 배를 책임지는 선장으로서, 상대방 선장을 똑바로 마주 볼 뿐.


으하하, 역시 들은 대로의 인상이군! 겉모습만 봐서는 해적인지 귀족인지 알 수가 없어!”


“…… 당신도 풍문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모습이군요. 용건이 뭡니까?”


싸늘한 엘사의 대답에 오히려 더 크게 썩소를 짓는 검은 수염.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만! 악마라고 불리는 내가, 사람인 너를 찾아온 이유라면, 둘 중의 하나밖에 없지 않나!”


껄걸 웃으며 말한 티치의 대답에 엘사의 표정이 한층 더 썩어들어갔다.


그렇죠. 당신과 같은 부류는 오로지 두 개의 길만을 택하죠…… 약탈, 혹은 살육. 오늘은 그 둘 중 어느 걸 행하러 온 거죠?”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엘사였지만, 용케 다 들었는지 검은 수염의 웃음이 한껏 더 흉악해졌다.


글쎄….. 평소같으면 선택지를 줬겠지만, 그러기엔 넌 너무나 매력적인 표적이면서 동시에 적수야. 그 동안 얼마나 널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용케도 피해다녔군!”


집요하군요…… 무슨 수로 제 꼬리를 잡은 거죠?”


질렸다는 표정으로 묻는 엘사였지만, 어째 대화를 계속할수록 저 검은 수염의 이유 모를 웃음이 신경쓰이는 안나였다. 그냥 미친놈인 건가, 아니면 뭐가 있는 건가…….?


그흐흐…… , 생각보다 굉장히 치밀한 사람이더구만. 위즐튼과 남부 제도에 정보원들을 심어놨더라?”


“………………….!!!”


엘사의 얼굴에 그늘이 짐과 동시에 안나의 표정에도 경악이 달렸다. 그런 거였어?! 어쩐지 가끔식 비둘기가 그녀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더라니……


그놈들을 찾아서 불게 만들려고 했는데, 너보다도 쥐새끼같이 잘 숨어드는 녀석들이더군! 그런데 남부 제도에 웬 얼간이 둘이 어떻게 그쪽에서 정보를 얻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걸 들었거든. 이쪽에서 냉큼 잡아채버렸지. 어이, 그놈들을 데려와라!”


선장의 명령에,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험상궃게 생긴 부하 둘이 각각 얼굴에 천을 뒤집어씌운 포로 둘을 묶어서 끌고 왔다; 어지간히도 험하게 굴렸는지, 온몸에 구타 자국이 가득해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저 자들은……!”


얼굴도 보지 않고 그들을 알아봤는지 엘사의 얼굴에 다시 충격이 일었다. 근데 잠깐, 저거 남부 제도의 귀족들의 복색인데……?


오오, 역시 아는 모양이구만. 하긴, 좀 사고를 치고 다닌 쓰레기들이어야 말이지 우리같은 해적도 아닌, 일국의 왕자라는 놈들이 말이야!”


귀기어린 웃음과 함께 그들의 머리를 덮고 있던 천조각이 벗겨지고 그 밑에서 나타난 건, 안나도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로니와 루디 왕자……!”


말문이 막힌 안나를 대신해 중얼거리는 라푼젤. 남부 제도의 11, 12왕자…… 무려 13형제로 이루어진 남부 제도의 왕자들 중에서도 쓰레기같은 행실과 인성으로 악명이 높은 쌍둥이들. 루디의 경우는 얼마 전까지 토르투가의 총독이었다가 엘사에게 공격당해 쫓겨나기도 했다고 들었다. 저 자들이 왜 저기 있는 거지……!?


크크크…… 멍청한 놈들이지, 안 그래? 제까짓 놈들이 엘사 드레이크의 뒤를 쥐새끼처럼 캐고 다니면 마치 뭔가 나올 것처럼 말이야! 자기들을 떠받드는 이들을 멸시하기나 할 줄 알지, 우리처럼 지옥의 끝자락에 걸쳐 사는 인간들 앞에서 아무 것도 못하는 주제에!”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입도 제대로 못 열 정도로 만신창이의 두 형제를 마구 걷어차는 티치. 아무리 막장스러운 놈들이어도, 저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는 걸 보는 안나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그건 엘사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 자들을 제게 보여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엘사의 질문에 히죽 웃으며 대답하는 검은 수염:


어쩌긴? 곧 죽고 죽일 상대에 대한 내 성의라고; 어차피 이 놈들은 네 적이잖아? 이제 나한텐 쓸모 없는 새끼들이니, 네가 원한다면 네 손으로 쳐죽이게 넘겨줄 의사가 있다만?”


“……………”


그의 말이 암시하는 걸 느낀 안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의 생사를 엘사한테 맡기겠다는 거잖아.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게다가 그의 말마따나 곧 싸울 거라면서?


, 어쩔 테냐, 엘사 드레이크여. 너의 손아귀에 떨어진 적의 목숨…… 너는 어떤 식으로 내 앞에서 빼앗아보일테냐?”



- 작가의 변 - 

 

이해하지 못한 쥬미들을 위해 정리하자면, 우선 로니와 루디는 소설판에서 언급된 한스의 손윗형들이자 쌍둥이야. 인성이 그야말로 개차반이라서 통스를 맨날 쳐갈궈서 흑화시킨 원흉이라고 할 수 있지. 암튼, 엘사가 남부 제도와 위즐튼에 심어놓은 첩자들을 얘들이 잡겠다고 깝쳤던 모양이야. 그래서 뒷조사를 하던 와중에 어찌어찌 엘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손에 넣었는데, 그 상태로 티치한테 붙잡히는 바람에 그 단서가 검은 수염에게 넘어간 거지. 뱃길이 훤한 엘사를 기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이고.


잠시 현실 고증에 대해 얘기하자면, 확실히 실제 역사에서 악행을 많이 저지른 검은 수염이지만, 의외로 그 중 상당수는 이미지메이킹이 강했다고 해. 실제로는 해적 치고는 의외로 신사적(?)이어서 저항하지 않으면 물건만 뺏고 살려보내줬다나? 그치만 엘사와 캐릭터성의 대조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저렇게 싸이코같이 설정했답니다 ㅋㅋㅋ


또한 설정상 앤 여왕의 복수 호의 전투력도 언급할까? 물론 화포의 성능은 노스 윈드보다는 구리지만, 대신 숫자가 훨씬 많은데다가 모조리 정면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정면 승부에 특히 강하다는 설정이야. 게다가 크기도 노스 원드보다 크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근접전으로 들어가도 당연히 불리. 과연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자, 다음화에선 티치가 왜 굳이 사로잡은 왕자들을 엘사에게 넘길까 물어보는지, 뭘 할 생각인지를 들어볼거야...... 거기에 대한 엘사의 대답도. 역시 내일 오전에 올릴 예정이니까, 일단은 예고로 만족하자 ㅋㅋㅋ



- 18화 예고: 죽이는 이유 - 



왜 그러나, 드레이크? 이놈들이 불쌍해지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어떤 식으로 고문하고 죽일 지 고민되나?


...


그럴 리가요……. 나는 성자도 영웅도 아닙니다. 그저 당신과 같은 해적일 뿐입니다.”


...


저 미친…………….!?!??!”


...


선장…… 이거, 이겨도 엄청 망가지겠는데……”



티치와 엘사, 과연 두 해적이 죽이는 이유는 뭘까? 내일을 기대하시길....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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