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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18화 - 죽이는 이유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5 10:20:25
조회 240 추천 19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18화 - 죽이는 이유



“…………….”


로니와 루디…… 엘사의 입장에서 가증스러운 존재인 건 분명하다. 그 둘이 부리고 다닌 패악질이야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그들을 포함한 남부 제도의 식민 지배에 의한 만행으로 고통받은 이들의 수는 이 바다를 메우고도 남는다. 만약 그들을 직접 전장에서 만나 죽일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크게 망설이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건……


왜 그러나, 드레이크? 이놈들이 불쌍해지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어떤 식으로 고문하고 죽일 지 고민되나? 이야, 그것 참 행복하겠구만!”


그녀의 속을 짐작한 건지 단순한 트래쉬 토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건너편 배에서 지껄이는 티치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엘사. 무슨 꿍꿍이로 저러는 건지는 몰라도, 혹 자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완벽히 성공하고 있다.


아니지…… 무슨 속셈인지는 알고 있다; 그 뒤에 숨은 동기를 이해하지 못할 뿐. 이건 도발이자, 똑같은 악명을 가지도고 전혀 다르게 살아온 두 해적의 얼굴을 맞대는 일이다.


선장……”


가장 그녀와 오랫동안 일해온 크리스토프 역시 그 의미를 이해한 듯한 모습이었다.


나도 네가 무슨 선택을 할지 궁금하거든……. 넌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류니까 말이야. , 네가 날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어제끼는 검은 수염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순수하게 궁금해서 저러는 거다. 다른 해적들조차 두려워하지만, 그 어떤 해적과도 이질적인 엘사의 행보를. 집요할 정도로 대제국인 위즐튼과 남부 제도를 괴롭히면서, 정작 해적들의 주 타겟인 민간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 그녀의 목적을.


“………………”


무심코 잠시 뒤쪽으로 향한 엘사의 시선이, 선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안나와 마주쳤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두려움은 있을지언정 두 눈에 굳은 심지를 지니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의문은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거의 한 달 동안 같이 지냈음에도 아직 안나는 엘사의 목적을 정확히는 모른다.


, 내게 보여줘봐라……. 너를 움직이는 건 뭐냐? 탐욕? 분노? 질투? 오만? 어느 쪽이든 죄 깊은 여자인건 마찬가지지만 말이지! 아니면 우리같은 바다의 쓰레기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귀한 무언가라던가?”


마치 눈빛만으로 이쪽을 불태워버릴 것만 같은 티치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엘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 나는 성자도 영웅도 아닙니다. 그저 당신과 같은 해적일 뿐입니다.”


호오, 그래? 그래서 해적엘사 드레이크는 이놈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지? 미리 넘겨주랴?”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부하들에게 손짓해 로니와 루디를 앞으로 내미는 검은 수염이었지만, 다시 고개를 저으며 엘사가 대답했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내 목적에 대해 어떻게 짐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딱히 위즐튼이나 남부 제도의 멸망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 자들이 지금껏 저지른 패악질은 백 번 죽어도 모자라지만……. 굳이 그걸 제 손으로 집행하기 위해 당신과 거래를 할 생각 또한 없습니다.”


“……………. 엘사……”


다시 뒤를 힐끗 돌아보니, 왠지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안나. 그녀가 어떤 대답을 예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굴로 보아 크게 맘에 안 들지는 않았나보다. , 왜 이 상황에서 그게 신경쓰이는 거지……?


얼른 다시 티치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엘사였지만, 의외로 그의 얼굴에는 놀라거나 화나거나 하는 큰 반응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약간 예상했다는 표정?


그러냐…… , 그럼 나야 상관없지만.”


어깨를 으쓱하는 검은 수염의 오른손이 마치 담배 꺼내듯한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코트 안의 피스톨을 한 발 꺼내들더니


타앙--!!


그대로, 자기 옆에 있던 로니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저 미친…………….!?!??!”


아무도 예상 못한 돌발행동에 엘사조차도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죄다 눈앞의 참혹한 광경에 경악했지만, 정작 티치의 표정은 티끌만큼도 변하지 않았다.


뭐야, 이거 반응이 왜 이래? 사람 죽는 거 처음 봐?”


타앙------!!!


순식간에 두 번째 총성이 울리고, 형제의 시체 앞에서 망연히 서있던 루디 또한 사이좋게 황천길로 가게 되었다. 뒤에 이은 티치의 귀찮은 손짓 한번에, 그들을 들고 있던 부하들이 그대로 마치 쓰레기를 투척하듯이 목 없는 사체 둘을 그대로 바다에 던져넣어버렸다.


“…… 죽이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텐데요.”


일국의 왕자를 둘이나 포로로 잡았으면 나중에 둘을 미끼로 협상을 해서 돈을 뜯어내던지 무언가를 얻어내던지, 아무튼 강력한 카드가 된다. 그런데 그런 패를 헌신짝처럼 이렇게 내다버린다고….?


하지만 심드렁한 표정의 검은 수염은, 그대로 모두의 어이를 별 밖으로 날려버리는 대답을 했다:


물론 있고말고. 그런데 말이야……. 언제부터 해적이 죽이는 데에 이유가 필요했지?”


“………………….!!!”


아예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역시 직접 듣게 되니 꽤나 충격적이다. 아아, 저래서 악마였던 거구나……


대충 알겠다, 엘사 드레이크. 우리 모두 해적들도 피하는 해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이유는 정반대였구만! 나는 지나치게 해적다워서, 너는 너무 해적같지 않아서 말이야.”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수고를 들였단 말인가요……”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는 엘사를 향해, 다시 특유의 그 썩소를 짓는 티치.


, 그럴 가치는 충분했어. 처음엔 그냥 빼앗을 생각으로만 왔는데, 역시…… 네 녀석과는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훨씬 어울려! 드디어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피가 끓어올라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으하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는 검은 수염 뒤에서 신속히 전투 태세로 이행하는 선원들. 30문의 대포가 일제히 이쪽을 향해온다…… 젠장, 결국 이렇게 될 거였나.


전투 준비! 이 이상 저 배의 접근을 허용해선 안됩니다!”


포 개수에선 밀려도 어쨌든 원거리에선 정밀도로 승부하면 승산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크기도 선원 수도 우월한 앤 여왕의 복수를 상대로 접근전을 벌였다간…… 게다가 이쪽엔 안나도 있다. 절대 그녀를 위협에 노출시켜선 안돼……!


선장…… 이거, 이겨도 엄청 망가지겠는데……”


곁에서 중얼거리는 플린의 말에 입술을 깨무는 엘사.


알아요…… 그래도 지는 것보단 낫습니다.”


안 그래도 이미 모두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배 밑에서는 격군들이 팔이 빠져라 노를 저으며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나려고 애쓰고 있었고, 정면에서는 크리스토프를 비롯한 선원들이 재빨리 포를 장전하고 있었다. 물론 더 접근했을 떄를 대비해 카산드라를 선두로 포수들이 대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 싸움이다, 싸움! 악마라 불린 내가, 죽기 전에 용의 딸과 싸워볼 수 있어서 영광이야! , 엘사 드레이크여! 네놈은 죽임을 택할 것이냐, 빼앗김을 택할 것이냐?!”


사냥감을 만났을 때 항상 인사처럼 건넸다던 검은 수염의 선택지…… 저걸 실제로 들을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 둘 다 사양하겠습니다. 오늘 여기서 고기밥이 되는 건 당신입니다.”


크하하! 그래, 해적이라면 그렇게 나와야지! 죽기도 빼앗기기도 싫으면 날 죽이면 되는 거다!”


희희낙락한 얼굴로 한 손엔 칼, 다른 손에 권총을 뺴어드는 티치. 그와 동시에 30문의 대포가 일제히 이쪽으로 조준을 맞춰온다. 저걸 한 번에 맞았다간 아무리 노스 윈드라도 가루가 되고 말겠지……


선장……”


불안한 기색으로 옆에서 알라딘이 중얼거렸지만, 눈짓으로 조용히 시키고는 말을 잇는 엘사였다:


이제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티치……. 지금까지 꽤나 기세등등했던 모양이지만, 그것도 북풍을 맞이한 시점에서 운을 다했습니다.”


크흐흐, 그건 이쪽이 할 소리다. 배부른 제국의 돼지들을 상대론 꽤나 선전했던 모양이지만, 악마에게도 과연 그게 통할까?”


티치의 말에 쓴웃음을 짓는 엘사. 확실히, 놈은 이미 자신의 전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어떤 적보다도 바다를 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선 실로 최악의 상대이지만……. 아직 이 쪽에도 남은 패라면 있다.


마치 그런 엘사의 믿음에 확신을 주듯이, 적선 뒤쪽의 지평선에서 동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 작가의 변 - 


티치에 대해서 조금 얘기해보자면, 검은 수염의 캐릭터는 일부러 엘사와 극대조를 이루게 설정했어; 본인 말마따나, 해적이면서 해적답지 않은 엘사에 대비해 과할 정도로 해적스러운 성격으로. 다만 일반적인 해적에게 있어 죽이고 빼앗는 게 '수단'이라면 티치의 경우는 빼앗고 죽이는 것 자체가 목적인 느낌이랄까? 악마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티치가 엘사의 반응을 시험해보려고 귀한 인질의 대가리까지 날려가며 저 생쇼를 했다는건 그만큼 그가 엘사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 똑같이 악명높은 해적이면서 자신과는 180도 다른 그녀에 대한 흥미라고나 할까? 그래서 더 미쳐날뛰는 부분도 있고 말이지.

아무튼, 다음화부터 본격적으로 한판 뜨게 될텐데...... 거듭 강조하지만 지난번 위즐튼을 털 때처럼 일방적으로는 절대 안 끝나겠지? 내일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예고는 보구가!


- 19화 예고: 화약의 비밀 - 




후후,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우리 무기고에 외부인을 들이는 날이 올 줄이야.”


...


그래도 궁금은 하구나; 너희 화약은 대체 뭐가 다르길래 기존의 총포와 아예 호환이 안되는 것이냐?”


...


맞아요, 여왕님…… 화약의 접촉면이 넓어지면, 그만큼 폭발할 때까지의 시간도 단축됩니다.


...


공주님, 조심하세요!”


...


크하하하하! 이거야, 이거라고! 마치 용과 악마가 싸우는 지옥과도 같구나!!!”


...

“…….. 믿을게요.”



여기서 갑자기 시점을 아렌델로 돌린다고?! 다 이유가 있습니다 ㅎㅎㅎ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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