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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19화 - 화약의 비밀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7 17:56:54
조회 258 추천 23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19화 - 화약의 비밀



후후,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우리 무기고에 외부인을 들이는 날이 올 줄이야.”


, 그건………”


옆에서 눈에 띄게 당황하는 한나를 보며 피식 웃는 멜리사. 이제 조금은 왕성 생활에 익숙해진 듯싶다가도, 이렇게 금세 토끼처럼 놀라버리는 게 상당히 귀엽다.


여왕님, 지나치게 놀리면 이 아이가 왕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조금은 자중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한나를 바라보는 매티어스의 눈은 제법 따뜻했다; 처음부터 엘사와 그 무리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긴 했지만, 이 양반 요새 한나에게 되게 잘 대해주네? , 자기 말고도 성 내에 아군이 생기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 이게 아렌델에서 통용되는 화약이군요.”


그 와중에 한나의 시선은 이미 책상 위에 올려진 한 줌의 검은 가루를 향하고 있었다. 이 녀석, 알고 보면 하나에 꽂히면 그것밖에 안 보이는 성격이니 말이지.


그래; 그 성분은 내가 준 표에 다 적혀있다. 국가기밀이니까, 유출하면 목이 날아간단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매티어스에게 진지하게 끄덕이고는 성분표를 속독하는 동시에 비는 손으로 화약을 만지작거리는 한나. 몇 번을 봐도 작업에 몰두한 은발의 소녀의 모습은…… 뭐랄까, 걱정되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을 해버린 멜리사였다.


너희가 쓰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말이지…….”


젊은 여왕의 말에 이쪽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 한나.


그래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지진 않는 성능이에요; 우리가 쓰는 수준으로 정제하려면 어차피 무기체계를 통째로 갈아엎어야 하는데, 우리야 배 한 척에 들어갈 만큼만 하면 됐지만 그걸 나라 단위로 시행하려면 역시 힘들겠죠.”


최근 들어, 둘 사이에 이런 식으로 화약무기에 대한 대화가 부쩍 늘었다. 아직까지 자신이 만든 화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는 한나였지만, 그것만 빼면 최근 들어 멜리사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허물어진 게 느껴진다. …… 그게 왠지 모르게 기쁜 건 물론 비밀이 아니다.


그래도 궁금은 하구나; 너희 화약은 대체 뭐가 다르길래 기존의 총포와 아예 호환이 안되는 것이냐?”


멜리사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한나였다…… 역시 아직은 대답하기 곤란한 걸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굳힌 듯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여러가지 있지만, 역시 폭발력이 달라요. 화약이 고우면 고울수록 한번에 불과 접촉하는 면적이 늘어나니까, 화력이 너무 세져서 일반적인 무쇠 총포로는 감당을 못하죠.”


과연…… 현대의 정제 기술로는 다량의 화약을 그렇게까지 곱게 만들 수는 없지. 너희들은 소량만 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르겠군.”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매티어스였지만, 멜리사는 아직 질문이 남아있었다:


화약의 겉넓이가 증가하는 게 관건이라면 폭발력 말고도 변수들이 꽤 있겠지. 더 강하게 폭발하는 건 물론이지만, 더 빨리 폭발하는 것도 있지 않나?”


생각보다 날카로운 추리였는지 잠시 흠칫한 한나였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엷게 웃음을 지었다; 어릴 적 과학 시간에 안 졸고 듣기를 잘했군.


맞아요, 여왕님…… 화약의 접촉면이 넓어지면, 그만큼 폭발할 때까지의 시간도 단축됩니다. 그말인즉슨…… 동시에 대포를 장전해도 이쪽에서 먼저 발사된다는 말이죠.”

 


***

 


바로 그 시각 한나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곧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 안나였다.


쏴라, 이것들아!”


발포 개시!”


분명 발사 명령 자체는 티치가 근소하게 먼저 내렸고, 각 선장의 명령에 따라 양쪽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미 장전되어있던 포들에 불을 당겼고, 그 속도 또한 거의 대등했다. 그런데…….


콰앙


깜짝 놀란 안나의 눈앞에서, 먼저 불을 뿜기 시작한 건 노스 윈드의 대포들이었다.


물론 간발의 차이긴 했지만, 전장에서 그 몇 초의 차이가 때로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테면, 그렇게 먼저 쏘아진 노스 윈드의 포들이 막 발포하려던 앤 여왕의 복수 호의 포 몇 개를 그대로 때려부쉈을 때라던지.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천하의 검은 수염도 이렇게 선수를 뺏길 건 예상 못했는지, 바로 옆에 포탄이 떨어지는 걸 피해 바닥에 구르는 등 아주 난리가 났다. 하지만


콰앙- 


꺄아악!”


공주님, 조심하세요!”


불과 수 미터 앞에 포탄이 낙하하면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라푼젤이 제때 튀어나와 후라이팬으로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 중 하나에 안나의 골통이 그대로 박살났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살았어, 랩스!”


알았으면 빨리 안으로 들어와요!”


다급히 그녀를 재촉하는 라푼젤을 따라 마지못해 선실 깊숙히 대피하는 안나였지만, 이미 상황은 그걸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선제 타격으로 검은 수염의 포를 몇 개 무력화하긴 했지만, 그러고도 이쪽에 포화를 퍼부을 수는 충분히 남아있었다; 본격적으로 두 배가 포격을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양쪽의 선체에 사정없이 포탄이 날아들었다.


이건 위험해. 지금까지 파악한 엘사의 전술은, 우월한 사거리와 지형지물에 대한 이해를 활용해 유리한 위치에서 일방적으로 적을 두들기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선수를 뺏긴 상태에서 포격전을 벌이면, 아무래도 덩치와 화포 수가 많은 앤 여왕의 복수가 유리하다……!


크하하하하! 이거야, 이거라고! 마치 용과 악마가 싸우는 지옥과도 같구나!!!”


물론 포화를 뒤집어쓰는 건 앤 여왕의 복수 호도 마찬가지였고, 더구나 저쪽은 포가 모조리 전방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이쪽의 반격으로 무력화되는 수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검은 수염 본인은 숨기는커녕 오히려 선두에 서서 양 손에 피스톨을 꺼내들고 환희에 찬 표정으로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미쳤어……..”


자기도 모르게 속삭이는 안나. 이제서야 왜 저 자가 악마라고 불리는지를 알 것 같았다. 과연 저런 존재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건가? 이곳에서 모두 살아나갈 수 있을까? …… 아렌델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 돌격, 돌격이다! 죽이든 빼앗든 일단 달라붙어야 뭐가 되지! 저놈들이 더 멀어지기 전에 얼른 따라붙자!”


검은 수염의 명령에 따라 포격을 계속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하는 앤 여왕의 복수. 그 이전부터 어떻게든 접근전은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후진하고 있던 노스 윈드였으나, 재수없게 (혹은 티치의 의도대로?) 하필 바람이 앤 여왕의 복수 뒤에서 불어오고 있었고, 덕분에 추친력을 받아 빠르게 따라잡히고 있었다. 저 거함과 근접전이 벌어지는 순간 진짜 끝이다…….!


극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선실 밖을 내다본 안나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정신없이 포탄과 파편이 난무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마치 그들을 굽어살피기 위해 강림한 정령과도 같이 고고한 자세로…… 선수에 서서 다가오는 적을 마주하는 엘사의 모습에.


비록 그녀를 등지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안나는 알 수 있었다……. 저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자의 뒷모습이다.


“…….. 믿을게요.”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조용히 속삭이는 안나.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 어느새 그녀에게는 엘사를 향한 어떤 굳은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죽어도 후회는 없다…… 아니, 죽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이라면, 이 지옥 속에서도 분명 길을 찾아내리라.


그렇게 안나의 마음 속에 확신이 선 순간 엘사의 주변이 눈부신 빛으로 휩싸였다. 뭐지…….?


동이 터요………!”


라푼젤의 말대로, 앤 여왕의 복수 뒤쪽에서 서서히 태양이 떠오르며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안나의 시선에선 엘사가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고 있는 구도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마치 후광처럼 그녀가 빛에 휘감긴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엘사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고 안나를 향해 실로 눈부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직 안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 순간이 바로, 대반격의 서막라는 걸.



- 작가의 변 - 


화약의 겉넓이와 발포 소요시간이 반비례한다는 거에 대한 고증은 저도 모릅니다....ㅎㅎ..... 그치만 이론상 말은 되지 않나? 아몰라 ㅋㅋ

엘산나만 서로에 대해 호감도를 쌓고 있던 건 아니었나봐, 그치? 멜리사와 한나도 어느새 제법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고 말이지. 물론 당장 생사가 갈린 싸움에 함께 내던져진 수준은 아니지만....... 본인이 전투씬을 더럽게 못쓰는 관계로 상당히 간략하게 표현되었지만, 나름 캐리비안의 해적급 스케일로 웅장한 전투랍니다 ^^

아무튼, 엘사 쪽에서 준비한 비장의 한 수는 무엇일까? 그리고 티치는 도대체 얼마나 미친놈인걸까? 궁금하시다면 다음화를.... 내일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예고로 만족하시길!


- 20화 예고: 빛의 함정 - 



호오, 무기고를 나오자마자 도서관에서 전술서라니….. 너도 꽤나 학구적이구나.”


...


“……. 그런 말씀은 부끄러워요, 여왕님.”


...


젠장, 저게 뭐야? 조준을 할 수가 없잖아!”


...


해치운 건가…… 맞겠지?”


...


악마를 상대로 방심을 하면 목숨을 잃지, 엘사 드레이크……….!!!!!!!”



누군가? 누가 해치웠나 소리를 내었어? 어떤 바보가 클리셰를 충실하게 이행했는지는 다음화에..... ㅋㅋㅋ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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