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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20화 - 빛의 함정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9 18:12:12
조회 231 추천 22 댓글 15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20화 - 빛의 함정



호오, 무기고를 나오자마자 도서관에서 전술서라니….. 너도 꽤나 학구적이구나.”


“…… 여왕님만큼은 아니잖아요.”


살짝 틱틱대는 말투로 들렸을지는 몰라도, 한나의 말은 분명 진심이었다; 나름 실전에서 구르면서 각종 무기에 대한 지식과 병법을 공부한 한나였지만, 그런 그녀와 해당 주제로 이렇게까지 대화가 가능한 상대는 엘사 언니 이후로 처음이다. 역시 일국의 여왕이라 그런 건가, 아니면…….


, 그나저나 재미있는 걸 읽고 있지 않느냐. 아르키메데스의 일화집이라…….. 같은 발명가로서 통하는 게 있는 게냐?”


“……. 그런 말씀은 부끄러워요, 여왕님.”


살짝 얼굴이 빨개지며 중얼거리는 한나. 언제부터인가 멜리사의 칭찬에 조금씩 민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기분 이상해. 마치 내가 이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것처럼……


그런 한나의 반응을 보고 피식한 멜리사가, 그녀가 읽고 있던 부분을 슬쩍 보더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 아르키메데스의 거울…… 커다란 오목 거울로 태양빛을 집중시켜 적선을 불태웠다는 일화로구나.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거냐?”


….. 확실히 이 사람도 사람이라 항상 맞는 건 아니구나. 왠지 모르게 그 사실에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한나가 대답했다:


아뇨; 흉내라면 이미 내봤죠……. 그리고 실패했어요. 아무리 거울을 좋게 만들어도 배를 불태울 정도의 햇빛을 모으는 건 안되더라고요.”


, 으음…….. 그걸 또 정말로 해봤구나…….”


천하의 멜리사도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주 수확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걸 응용해서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냈으니까……”


호오, 그렇게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할 정도면 꽤나 대단한 모양이구나.”


언제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젊은 여왕이지만, 어째선지 저렇게 얘기해줄 때는 그 어떤 때보다도 진심으로 들린다…..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속마음을 약간이나마 자각한 한나였지만, 애써 모른체하며 짐짓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거울로 빛을 모을 수는 없어도, 적들의 눈을 부시게 할 수는 있잖아요. 포격전을 벌일 때 그거보다 더 좋은 수가 있을까요?”


 

***

 


그렇다 검은 수염의 전략은 훌륭했지만, 단 하나의 패착이 있었으니, 바로 동이 튼 순간, 앤 여왕의 복수 호가 해를 등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엘사에게는 그 사소한 점을 곧바로 역이용할 수 있는 비장의 패가 있었다.


지금입니다! 반사판, 앞으로!”


갓 떠오르는 해의 따사로운 빛이 노스 윈드로 내리꽂히는 순간, 엘사의 명에 따라 알라딘을 선두로 한 줄의 선원들이 일제히 갑판 위에 일렬로 서 거의 자기 크기만한 거대한 거울을 각자 방패처럼 앞으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마치 벽처럼 세워진 거울들은 그대로 쏟아지는 태양빛을 앤 여왕의 복수 호의 선원들에게 돌려주었다.


으아악, 눈부셔!”


젠장, 저게 뭐야? 조준을 할 수가 없잖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의 공격에 순식간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하는 검은 수염의 부하들이었다; 포격이고 뭐고 일단 눈에 뵈는 게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결과적으로 잠깐의 시간 동안 거의 정지해버린 앤 여왕의 복수였고 그 말인즉슨 그 시간동안 자유롭게 포를 퍼부을 시간을 번 노스 윈드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됩니다! 포격을 계속하면서 배를 돌립니다!”


망설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거울 전법이 만든 틈을 실컷 이용해주며, 밑에서 죽어라 노를 젓는 격꾼들의 도움을 받아 잽싸게 적선의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노스 윈드. 이제 측면의 포를 활용할 때다……..!


그 정도로 되겠냐! 포를 돌려라! 우리가 측면 공격을 못한다는 편견을 박살내주자!”


물론 티치라고 멍청이처럼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앤 여왕의 복수 호의 포들은 배의 정면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포진되어 있었는데, 그 각도상 아예 측면에 있는 적은 공격할 수 없지만…… 그건 포를 약간만 회전시키면 간단히 회복될 문제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측면의 포 개수는 이쪽도 밀리지 않고…… 결정적으로, 저 배의 약점은 이미 엘사에 의해 간파되어 있었다.


그래, 검은 수염의 두 번째 패착은 바로 앤 여왕의 복수 호가 위즐튼의 군함을 탈취한 후에 마개조해서 만든 배라는 것이다. 다른 상대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수많은 전투 끝에 위즐튼 전함의 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엘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지금입니다! 목표는 놈들의 화약고입니다!”


엘사의 호령과 함께, 노스 윈드 우현에 배치된 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적선의 아래쪽에 위치한 화약고를 향해.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이 시기에는 아직 작열탄 착탄하면서 폭발하는 포탄이 개발되기 이전이었다. 즉 이 시대의 대포알은 그저 무거운 쇠공일 뿐이란 소리다물론 그것만 해도 배나 건물을 박살내기엔 충분하지만. 하지만 또 알아야 할 것은, 이 시대의 화약은 아직 불안정한 면이 있어서,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불에 노출되지 않아도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도 날아드는 대포알 수준의 충격이라면 그 조건을 어렵지 않게 만족할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온 바다가 요동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선체 깊은 곳에서 일어난 대폭발에 순식간에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버리는 앤 여왕의 복수였다. 어찌나 폭발이 거대한지, 그 후폭풍으로 일어난 파도에 멀찍이 떨어져있던 노스 윈드가 기우뚱하며 선원 몇 명이 넘어졌을 정도다. 어지간히도 화약을 쟁여놨었구만…….


해치운 건가…… 맞겠지?”


매캐한 연기 냄새에 코를 싸쥔 크리스토프가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꼭 얘가 그런 소릴 하면 해치운 게 아니던데……


이겼어……. 그 검은 수염을 상대로 이겼다고!”


몇몇 선원들은 벌써 자축하는 분위기였지만, 엘사는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방심하지 마세요! 우선은 생존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날뛸 땐 날뛰더라도 이럴 땐 참 말을 잘 들어주는 선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빨리 위치로 돌아가 불타는 적선의 잔해를 향해 접근하는 노스 윈드.

“…………. 대단했어요, 엘사. 설마 거기서 거울을 이용하다니……”


어느새 또 선실에서 나왔는지, 곁으로 다가온 안나가 엷게 웃으며 말했다.


한나가 고안했던 전술이에요. 설마 이걸 실전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동생의 언급에 안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직도 그녀를 아렌델에 남겨두고 온 거에 죄책감을 가지고 계신 걸까? 그럴 필요 없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그녀의 선량함에 대한 반증이기도 해서 할 말이 없는 엘사였다.


이야, 그나저나 화려하게도 박살났네. 악마가 아니라 악마 할아버지가 와도 이건 못 살아남겠는데?”


어느새 근처까지 다가온 앤 여왕의 복수 호의 잔해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부는 플린. 아직 분연에 휩싸여 형체조차 파악하기 어렵긴 했지만, 확실히 이 정도의 폭발에 휘말리고도 살아남으면……


휘익


바로 그 순간 갑판 밑에서, 무언가 시커먼 형체가 점프 한번으로 주변을 살피던 선원들의 머리 위고 크게 도약했다.


……..?!”


쿠웅 - !


누군가의 얼빠진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플린의 앞에 착지했다.


퍼억


으아악!”


둔중한 발차기 한 방에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플린. 잠깐, 옆구리의 살이 크게 도려내져 있어….?!


설마…..!”


불길한 예감에 삼켜진 엘사가 검은 형체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끔찍한 몰골이 된 채로 무시무시한 광소를 지으며 이쪽에 총을 겨눈 티치의 모습이 있었다.


악마를 상대로 방심을 하면 목숨을 잃지, 엘사 드레이크……….!!!!!!!”



- 작가의 변 - 

 

내가 말했잖아..... 거기서 '해치웠나?'를 외치면 당연히 못 해치우지..... 왜 발차기를 맞았는데 플린의 옆구리살이 날아갔는지는 다음화에.....


거의 그렇지만 쥬미가 쓰는 소제목은 어느 정도 해당 챕터의 내용을 요약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야. 이번화의 '빛의 함정'이 거울을 이용한 트릭이라는 암시는 충분히 됐으려나? ㅎㅎ..... 실제로 오목거울로 적선을 불태웠다는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현대에서 고증에 실패하면서 그냥 썰로 판명났지만, 적의 눈을 부시게 해서 조준을 흐트러트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애초에 그 시기 선상포의 명중률이 허접하기도 했고.....

잠깐 멜리사와 한나 쪽도 살펴봤는데, 어째 한나 쪽의 호감도가 점점 올라가는게 보이지 않냐? 오히려 멜리사 쪽은 좋은 티는 팍팍 내면서 정작 이렇다 할 어프로치는 없고 말이지..... 흠..... 거기에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차차 알아봅시다.

일단 당장 큰일난 건 엘사 쪽이네. 이쪽의 티치도 은근히 좀비스러운 캐릭터였네. 실제로 검은 수염에 관여된 전설 중 하난데, 목이 잘려 몸이 바다에 내던져졌는데 몸이 사흘 동안 머리를 찾아 주위를 수영했다나 뭐라나..... 그만큼 의외로 근성캐였다는 얘기. 이놈이 또 어떤 사고를 칠지는...... 다음화 예고 ㄱㄱ?


- 21화 예고: 죽느냐, 빼앗기느냐 - 



아악, 공주님--------------!!!!!!”


...


난 괜찮으니까, 빨리 저 새끼를 쏴버려……!”


...


푸핫! 총 맞는 게 두려워서 못 날뛰는 게 무슨 해적이고 악마냐!


...


공주님, 어째서………”


...


엘사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는 사람이니까.”



와, 어영부영 이 픽도 20화를 찍었네.... 일단 남은 금토일은 최대한 성실하게 연재하겠습니다.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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