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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21화 - 죽느냐, 빼앗기느냐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0 15:19:09
조회 265 추천 16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21화 - 죽느냐, 빼앗기느냐



세상에 악마가 존재한다면 바로 저런 얼굴이지 않을까 라고 무심코 생각해버린 안나였다.


그 어떤 때보다 가까이에서 본 티치의 얼굴은 참혹하다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준이 아니었다. 온몸에는 화상과 그로 인한 수포로 뒤덮여있었고, 한쪽 팔은 폭발에 휘말려 잘려나갔는지 아예 없었다. 심지어 그의 얼굴은…… 절반이 불에 의해 녹아버려 뼈와 근육이 모조리 드러난, 진짜 악마가 나타나도 게거품을 물고 쓰러질 만한 꼴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은 안나의 뇌 속의 1%도 채 차지하지 않고 있었다 나머지 90%, 그가 엘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 남은 9%? 그야 당연히, 그런 엘사의 앞으로 전력으로 뛰어가는 데 쓰고 있었지.


위험해요, 엘사--!!”


타앙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안나가 엘사의 앞으로 뛰어들어 와락 끌어안은 순간, 검은 수염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공주님, 무슨-?!”


-!


당황한 엘사가 외침과 동시에, 함께 바닥으로 쓰러진 두 사람이었다. 곧바로 벌떡 일어나는 엘사였지만, 안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왼쪽 어깻죽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악, 공주님--------------!!!!!!”


고통으로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끔찍한 절규와 함께 후라이팬을 쳐들고 검은 수염을 향해 돌진하는 라푼젤이 보였다. 동시에 뒤쪽에서는 크리스토프가 달려들어 놈을 덮치고, 그 위로 오큰의 거구가 내려앉아 그를 제압했다. 하지만


잔챙이들은 꺼져라---------!!!!”


무시무시한 고함과 함께 몸을 일으키는 충격만으로 크리스토프와 오큰을 동시에 날려버리는 티치. 미친, 저게 사람이야……?!


랩스, 조심해! 저놈, 신발에 칼이 달렸어!”


카산드라가 외침과 동시에 티치의 발차기가 플린에게 그랬듯이 라푼젤에게 날아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후라이팬으로 막아낸 라푼젤이었지만,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그녀 역시 충격으로 뒤로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플린이 저렇게 다쳤던 거구나….!


티치, 네놈…….!”


총상입은 어깨를 감싸쥐며 바닥에 엎어진 안나의 앞에 서며 티치를 향해 총을 꺼내든 엘사의 목소리엔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으흐흐…… 훌륭하다, 훌륭해, 엘사 드레이크! 역시 제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용을 상대로는 무리였구만!”


처참한 몰골이 된 채로 사방에서 늦게나마 총을 빼든 선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검은 수염의 반쪽짜리 얼굴에는 두려움은커녕 어떤 환희와 광기로 빛나고 있었다.


“…. 카산드라, 어서 공주님과 플린의 상처를….!”


티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로 조용히 명령하는 엘사. 그 틈을 타 플린을 들쳐메고 이쪽으로 달려온 카산드라와 라푼젤이 서둘러 안나의 상처를 그 자리에서 확인한다. , 아파…….!


난 괜찮으니까, 빨리 저 새끼를 쏴버려……!”


그래도 오히려 상처가 심한 쪽은 옆구리가 크게 칼로 도려내진 플린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를 대충 손으로 싸쥐고 씨근거리며 외쳤다. 무모하기는….! , 본인이 할 말은 아닌가. 총 맞은 부위가 쑤신다……


티치…… 이제 다 끝났습니다. 제아무리 당신이 여기서 날뛰어봐야 패배한 개의 발악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이 한 발짝이라고 움직이는 순간 그대로 벌집이 될 겁니다.


검은 수염과 서로 총을 겨눈 상황에서 엘사가 차갑게 내뱉었다. 확실히 사방에 이미 총을 든 선원들로 둘러쌓인 상황이긴 하지만……


푸핫! 총 맞는 게 두려워서 못 날뛰는 게 무슨 해적이고 악마냐! 확실히 너는 승리자고 나는 패배자지만, 원래 해적이란 건 져도 곱게 안 지는 법이거든!”


질긴 건 고래심줄같은 놈……”


안나와 플린의 상처를 살피며 치를 떠는 크리스토프. 바로 그 때, 반쯤 녹아버린 티치의 왼쪽 눈이 슬쩍 이쪽을 향하는 기분이 들었다…..?


호오…… 널 감싼 저 여자, 네게 소중한 사람인가보군?”


“……………..!!!!”


그의 말에 순간 엘사의 표정에 당황이 스쳤다. 아니, 그 반대인데…….


어떠냐, 저 여자를 상처입힌 내가 미우냐? 죽이고 싶지 않냐? 지금의 나라도 네게서 저 여자를 빼앗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흐흐흐……. 너는 다른 해적과 달리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아니구나…… 아직 네게는 빼앗길 보물이 남아있구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기어린 외침과 함께 그대로 엘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티치. 당연히 주변의 선원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총을 쏴갈기기 시작했지만



저 미친놈…….!”


알라딘의 입에서 경악이 터질 만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에 온몸이 벌집이 되면서도, 죽기는커녕 멈추지조차 않는 검은 수염이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 와중에도 여러 자루 남은 피스톨을 계속 꺼내들며 반격까지 하고 있었다……!


그래, 그 얼굴이다, 엘사 드레이크! 그 분노, 그 증오, 모조리 내게 바쳐라아아아아아아아!!!”


크윽…….!”


실제로 다가오는 티치를 향해 총을 겨누는 엘사의 표정은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분명 그녀의 실력이라면 이 거리에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릴 수 있겠지만…… 안나의 마음 속의 무언가가, 그래선 안된다고 외치고 있었다. 저렇게는 안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엘사가 저런 얼굴로 그를 죽이게 되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니게 되고 만다.


그래, 엘사는 절대 티치가 주장하는 것처럼 분노와 증오로 사람을 죽이는 이가 아니다……. 그러니까……..


뭔가 쓸만한 게 없나 주변을 둘러보던 안나의 눈에 근처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가 보였다. 플린이 쓰던 건가? 마침 오른쪽에 있으니까, 손만 뻗으면-!


공주님, 무슨-!”


안나의 움직임을 눈치챈 라푼젤이 외쳤지만, 그땐 이미 돌진하던 티치가 거의 엘사에게 육박한 뒤였고, 아직까지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그녀였다. 완전히 영거리가 되었을 때 확실히 끝장낼 생각인 것 같은데, 그래선 안돼……..!


뭘 망설이지? 아직 분노가, 증오가 부족한가? 그럼 이쪽이 쏘겠다!”


완전히 벌집이 된 상태에서도 용케 전진을 멈추지 않는 티치가 다시 피스톨을 엘사에게 겨누었지만


-!


혼란스러운 와중에 유난히 크게 들린 소리에 의해, 순간 모두가 경악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검은 수염 자신도 포함해서.


그럴 수밖에 안나가 온 힘을 쥐어짜 던진 나이프가, 그의 이마 정중앙에 박힌 채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 허억…….!”


천하의 검은 수염도 뇌가 꿰뚫리는 건 어쩔 수 없었는지,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멈췄다. 갑작스러운 난리에 혼이 빠진 선원들도 움직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공주님, 어째서………”


다친 팔이 쑤시는 고통을 억지로 눌러담는 안나에게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엘사. 어째서냐니, 그건 내가…….


저 사람이 틀렸으니까요…….. 엘사는, 저 사람과 다르니까……..”


“………………”


할 말을 잃은 엘사의 뒤쪽에서 정지한 티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더 강하게 말하는 안나:


엘사는, 죽이고 빼앗으려고 싸우지 않아요…… 엘사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는 사람이니까.”


“……………….!”


안나의 말에 잠시 놀라 이쪽을 바라보는 엘사. 심지어 티치마저도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잠시 멈칫하고는…… 웃었다……..?


아아,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구만……..”


피를 한바가지 갑판에 토해내며 중얼거리는 검은 수염의 얼굴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어떤 평온함이 깃들여 있었다.


그럼 내가 여기서 너한테 패배하는 건…… *쿨럭* 운명이었군……. 작별이다, 엘사 드레이크. 나 검은 수염, 즐겁게 해적답게 살다 가노라……..!”


쿠웅------------!!!


말을 마침과 동시에, 티치의 거체가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자신이 만들어낸 피의 웅덩이에 잠겨갔다.


악마라 불리며 온 바다를 공포에 떨게 한 대해적 검은 수염의 인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 작가의 변 -


흠, 원래 처음 구상할 때의 검은 수염은 그냥 단발성 악역이라 대충 싸우고 (물론 엄청 고생하긴 하지만) 보낼 예정이었는데, 쓰다보니까 ㄹㅇ 마성의 BADASS가 되었네 ㅋㅋㅋ 사실 등장 분량만 따지만 불과 5화만에 퇴장했지만, 꽤나 임팩트 크지 않았냐?

나만의 해석이긴 하지만, 검은 수염이 유독 엘사에게 집착한 데에는 나름 강한 적수에 대한 동경? 비슷한 게 있어서 그랬다는 설정. 그래서 노스 윈드에 뛰어든 다음에도 다른 놈들은 죄다 씹고 오로지 엘사에게만 일직선으로 돌격했지. 물론 그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안나에 의한 칼침이었지만..... 물론 읽는 쥬미들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 필요는 없어! 원래 픽은 읽고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티치의 동기를 달리 해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알지?

어찌어찌 승리하긴 했다만, 이제 뒷처리하는 게 문제네. 배는 반파되었고, 안나와 플린을 포함해서 사상자도 제법 있겠지. 이제 어쩌냐, 엘사......? 궁금하면 다음화! 내일 올라옴! 일단 예고부터!



- 22화 예고: 자매의 결심 - 



카산드라, 어서 공주님을 선실 안으로! 총탄을 빼내는 게 우선입니다!”


...


아깝긴 하지만……. , 선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


선장….. 난 아무래도, 놈들이 우리 정보원들을 역추적하고 있단 게 맘에 걸려.”


...


힘의 격차가 나는 나라 사이의 대화란 건 원래 그런 거란다…… 결국은 강한 자의 말을 모두 옳다고 받아들이게 되지.”


...


“……. 당신이 정말 원하는 건 뭔가요?”



소제목의 자매는 궬안 자매일까, 엘백 자매일까? 내일을 기다리시길,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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