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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Say You Love Me 16

험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1 01:42:01
조회 769 추천 7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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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아무 계획 없는 주말을 맞은 안나는 한스와 함께 잠옷 바람으로 소파 위에 늘어져 티비를 보고 있었다. 이러고 늘어져 있는 게 대체 얼마 만이야? 눈 뜨자마자 엘사에게 전화해 뭐라고 하든 말든 들러붙는 게 요 몇 달간의 일상이자 의무였던 안나는 간만에 느끼는 여유가 즐거웠다. 할 일없는 토요일이라. 가끔은 이런 것도 즐겨야지. 남매가 자리한 거실엔 한가한 주말 오전의 기운이 가득했고 잠옷도 편한 데다 티비쇼는 배꼽 빠지게 웃겼다. 완벽한 휴일이었다. 그래서 안나는 소파 앞 테이블 위에서 진동을 울리며 조금씩 이동하는 제 휴대폰을 못 본 척했다. 누군지 뻔했지만 확인하고 나면 양심상 무시는 못 할 것 같아서 일부러 눈길을 안 주고 있었는데, 한스가 갑자기 손을 불쑥 뻗어 안나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 온다.”


“아.. ” 



친절도 해라. 휴대폰을 건네받은 안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한스를 바라봤지만 한스는 이미 다시 티비로 눈을 돌린 후였다. 그동안 한 짓이 있는데, 이거 안 받으면 나 진짜 나쁜 애지? 나름대로 양심이 있긴 한 안나는 소파에 바로 앉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뭐해?”


“학생이 공부밖에 할 일이 더 있나요. 과제에 시험에 어휴- 힘들어라.”


“죽을래? 티비 소리 다 들리거든?”


“들리는데 왜 물어봤어요?”


“집 앞으로 갈 테니까 나와.”


“아.. 싫어요-”


“입장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네.” 엘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쳐들어가서 깽판 치는 꼴 보고 싶어?”


“진짜 깡패다.”


“니가 자꾸 날 폭력에 의지하게 만들어. 그것도 진짜 재능이다.”


“아, 나가요, 나가. 30분 뒤에 와요.”


“응.”



안나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자 한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야?”


“엘사.”


“근데 왜 그렇게 퉁명하게 받아?”



평소 한스와 이런저런 얘기 다 나눠왔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이 얼마나 어떻게 구렸는지 설명하긴 껄끄러웠던 탓에 일부러 엘사와 관련된 말을 아껴온 안나는 뭐라고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만 만나자고 했는데 말을 안 들어.”



한스는 눈만 깜박였다.



“자꾸 매달리길래 좀만 더 만나보려고. 오래가진 않겠지 뭐.”


“잠깐잠깐잠깐. 뭐야?” 한스는 이해가 안 간 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왜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것도 니가 찬다고?”


“...그냥 별로라.”



안나는 담백하게 축약해 말했고 한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구기는가 싶더니 소파에 있던 쿠션을 집어 들어 안나의 머리를 후려쳤다. 놀란 안나가 한스를 노려보기도 전에 한스가 다시 한번 쿠션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아, 아침부터 전화로 협박들은 걸로도 모자라 이젠 물리적 폭력까지. 어딜 가든 공주 대접만 받던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을까. 안나는 쉼 없이 날아드는 쿠션 폭격을 맞고 소파 위를 뒹굴며 생각했다.



“너는! 진짜! 애가!! 왜 그러냐!!!!” 한스는 제 팔 밑에 깔려 속절없이 처맞는 여동생을 향해 소리 질렀다. “줘 패버릴 수도 없고 진짜!!!”


“지금 패고 있잖아 미친!!”



안나가 발악하며 주먹을 휘두르자 얼굴로 날아들던 쿠션이 그에 맞고 튕겨 나갔다. 무기를 잃은 한스는 잔뜩 구긴 얼굴로 안나를 내려다보며 잠시 입을 오물거리더니 고개를 쳐들고 제 가슴을 쳤다.



“사랑이라며! 와, 진짜! 사랑이.. 와!!!”


“오빠가 사랑 아니라며!”


“그건...! 그때는....! 아!!”



한스는 앞뒤 사정을 모르는 누가 봐도 ‘저 사람 지금 기막혀 죽으려 하는구나’라고 생각 할 법한 표정을 짓고 숨을 헐떡였다. 첫 만남부터 그 깽판을 쳐놨으니 어떻게 만날지도 뻔했고 제대로 된 관계로 발전하는 건 솔직히 기대하지도 않았다. 한스는 그저 엘사가 안나에게 상처를 줘도 적당히 주는 데서 끝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난날 엘사가 자신을 가게에서 쫓아냈을 때, 한스는 정말 놀랐다. 어떻게 구워삶은 건지 엘사는 안나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안나를 아껴주고 있었다. 가끔 정신 나간 것처럼 굴긴 해도 역시 내 동생은 맞네. 한스는 동생의 능력을 인정하며 뿌듯해했고 안나의 패악질을 견뎌준 걸로도 모자라 이를 아껴주는 엘사의 아량이 고마웠다. 근데 이제 와서 별로니까 차버리겠다고? 그 여자가 매달리기까지 했다는 거 보면 아주 단단히 빠진 모양인데, 아무래도 안나가 상처 받을까 봐 걱정한 건 괜한 짓이었나 보다. 상처는 안나가 주고 있었다. 모자란 데 하나 없는 여자가 뭐 아쉬울 게 있다고 이런 반푼이한테 매달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걸 귀찮아하는 안나 속은 더 모르겠다. 평생 가도 저런 사람 못 만날 텐데 아주 제 발로 복을 차버리는구나.    



“아무튼 당분간은 더 만나야 하니까 좀 비켜봐!”



안나는 그렇게 외치며 한스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당분간? 엘사, 잘 좀 해봐요.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안나를 위해 한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런 기도뿐이었다.






*



“사랑은 비를 타고.”


“비 맞으면서 춤추고 쌩쇼하는 영화? 감기나 안 걸렸나 몰라.”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째 말하는 것마다.. 너 눈비 맞으면서 뛰어다니는 거 좋아하니? 그 여잔 감기 걸리기도 전에 얼어 죽었을 것 같던데.”



안나는 이를 갈며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노트북.”


“끝판왕 나왔네. 보다가 지루해 죽어.”


“아, 진짜! 그러는 그쪽은 뭐 좋아하는데요!”



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킬 빌”


“미친-”



안나가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소리 지르며 눈을 감아버린 영화였다.



“왜 이래. 네 말도 안 되는 영화 리스트보단 훨씬 재밌는데.”


“장난? 다 썰어 죽이는 영화보단 말 되거든요?”


“이제 알 것 같다. 사랑을 그런 영화들로 배웠으니 지금 네가 이 모양 이 꼴이지.”



엘사가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안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더 만나면서 저 꼬셔보려던 거 아니었어요? 이렇게 계속 까대면 있던 마음도 없어지겠어요. 이거 보나 마나 내가 이기겠어. 돈이라도 걸어 둘 걸 그랬네.”



엘사는 멈칫하며 눈을 크게 떴다. 아 맞다. 그랬지. 이상하게 하는 말마다 딴지 걸고 싶단 말이야? 엘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나야. 뭐 하고 싶니.”


“뭐야.. 무서워...”



후우.... 참자. 짜증 나서 코가 씰룩이긴 했지만 미소는 겨우 지켜냈다.



“그러지 말고 아무거나 말해봐.”


“잘 보이고 싶었으면 뭐 코스라도 짜왔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모솔 인가 봐.”



그건 맞는 말이네. 근데 대체 뭘 해야 해? 영화나 한 편 때리자고 영화관 데려갔더니 노잼 액션 영화만 상영한다고 니가 빠꾸 놨잖아! 전에 보니까 술 좋아하는 것 같던데.. 쉬는 날이니 대낮부터 분위기 좋은데 가서 한잔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가봤자 쪽팔리게 음료수 홀짝이면서 안나 혼자 퍼마시는 거 구경하거나 직접 마시고 진상 쇼 한판 벌여줄 게 뻔한데, 아주 연 끊고 싶은 게 아닌 이상 그런 상황에 자신을 셀프로 들이밀 생각은 없었다. 동물원? 냄새나. 놀이 공원? 힘들어. 이것저것 가리다 보니 남은 거라곤 카페에 죽치고 앉아 서로의 영화 취향을 까대는 일뿐이었다.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야 노력하면 할 순 있었다. 근데 데이트는.. 누굴 만나든 엘사가 하자는 것마다 싱글벙글 좋다고 따라다니는 꼴만 봐온지라 어디서 뭘 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준비하는 사소하고 기초적인 절차가 의외로 무척 어려웠다. 아- 짜증 나. 진짜 모솔 같네. 자존심이 상한 엘사는 결국 그간 제가 휘둘러온 강력 무기에 의지해보기로 했다.  



“좋은데 가서 뽀뽀나 할까?”


“어림도 없는 소리.”



그래. 기대도 안 했다.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이긴 했지만 사실 엘사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잘해줄 자신 있다더니 고작 이 정도밖에 못 해? 갑자기 자신감이 바닥을 친 엘사는 가슴 속이 점점 쪼그라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진짜 쟤가 이길지도 몰라.. 내가 진다고? 안 돼. 생각하자, 생각.. 그냥 코 막고 동물원이나 가? 가서 좋았던 적이 없는데. 한참을 낑낑대던 엘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연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마찬가지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 해야 맞지 않을까? 근데 내가 안 해본 게 뭐 있더라..



“저-기-요- 저 심심하거든요. 뭐 재밌는 거 없어요?”



엘사는 징징대기 시작하는 안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계속 생각했다. 안 해본 거.. 재밌을 것 같은 거.... 



“무슨 생각해요 대체!!”


“아!”



안나는 빽 소리를 질렀다가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친 엘사의 주먹에 놀라 도리어 움츠러들고 말았다.



“가자.”



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안나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어딜 가요?”


“그냥 따라와 브리짓.”



얼어 죽는데 가자는 건가? 뭐.. 어딜 가든 이러고 앉아있는 것보단 낫겠지. 안나는 제 손목을 잡아끄는 엘사를 얌전히 따라나섰다.






*



“아아- 이-게- 뭐---야아아-”



그냥 따라오기나 하라며 안나를 차에 태운 엘사는 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가는 길을 보자니 대충 어디로 향하는지 예상됐고, 예상대로 바다가 보였을 땐 기분이 좋았다. 음, 바다 좋지. 좀 낭만 있네. 괜찮네. 그런데 차에서 내린 엘사가 안나를 끌고 도착한 곳은 뜻 밖에도 낡은 나무다리로 만들어진 유료 낚시터였다. 옆자리에 맥주를 박스로 갖다 둔 아저씨들만 바글거렸다. 바로 옆에 커플들이 기분 좋게 발 담그고 뛰노는 해변이 보이는데, 이게! 뭐야! 아저씨 같아! 안나는 엘사가 빌려온 낚싯대를 받아들고 되는대로 허공을 찔렀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돈 없다며. 낚아서 구워 먹어.”


“제가 무슨 로빈슨 크루소예요?”


“일단 해 봐. 재밌을 것 같은데 왜 그래?”


“낚시해 본 적 있어요?”


“아니. 넌 해봤어?”


“아니요.”



엘사는 조금 신나 보였다. 빌려온 낚싯대와 미끼를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며 방글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잡아갈 생각인지 가게에서 제일 큰 아이스박스까지 골라 두 개나 사 왔다. 저렇게 신나 있는 걸 보니 계속 투덜댈 생각은 조금 들어갔지만 엘사가 기대하는 만큼 재미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잡으면 재밌겠지만...



“이거 잡기 어려울 텐데..”


“어려울 게 있나? 걔네 그냥 던지면 물잖아.”



엘사는 헤헤 웃으며 낚시터 관리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관리인이 대충 사용법을 알려주자 엘사는 눈을 반짝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신난 것 같네. 안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재밌을 지도 모르지. 대강의 사용법을 익힌 엘사와 안나는 그렇게 자리를 잡고 줄을 던졌다.






“재미없다. 집에 가자.”



줄을 던져놓고 몇 십 분 동안 수면 위를 멍하니 바라보던 엘사가 말했다.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았다. 박스는 왜 샀어? 갖다 버려. 던지는 대로 물고기가 낚여 올라오는 이미지만 상상하고 있던 엘사에게 입질까지의 기다림은 무척 가혹한 것이었다. 낚시꾼들이 월척 들고 엄지 치켜든 사진만 봐온 탓에 낚시는 그저 성취감 쩌는 재미일 줄만 알았다. 근데 이게 뭐야. 기다리다가 늙어 죽겠네. 씨- 이딴 거 왜 해. 가서 생선 사 먹지.



“재밌는데 왜 그래요?”



안나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엘사의 아이스박스가 부끄러울 정도로 텅 비어있는 반면 안나 것은 어느새 잡은 고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엇, 또 왔다!”



안나가 열심히 줄을 감자 제법 큼직해 보이는 게 또 한 마리 낚여 올라왔다. 쟤는 던질 때마다 잡히네. 엘사는 크게 뜬 눈으로 안나를 지켜봤다.



“너 뭐야? 왜 이렇게 잘 잡아?”


“그냥 던지면 막 무는데요? 엘사는 뭐해요?”



안나가 엘사의 텅 빈 아이스박스를 보고 비웃으며 낄낄거렸다.



“내 건 안 무는데?”


“지금 문 거 아니에요?”



안나가 조금씩 움직이는 엘사의 낚싯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이게 문 거야? 당겨? 지금 감아?”



엘사가 허둥거리며 낚싯대를 주체 못 하겠다는 듯 휘둘렀고, 이를 보다 못한 안나가 웃음을 터트리며 다가갔지만 안나가 도와주기도 전에 엘사의 낚싯줄은 뚝 하고 끊겨버렸다.



“이- 이게- 씨..!”



마침내 뚜껑이 열려버린 엘사가 들고 있던 낚싯대를 바다로 냅다 집어 던져버렸다. 그러자 근처에 서 있던 관리인이 깜짝 놀라 다가왔다.



“아니, 손님! 왜 이러-”


“물어 줄게요!!”



엘사가 완전 당당하게 말하자 한 마디 따져줄 것 같던 관리인이 얌전히 물러났다. 이거 무슨 시트콤이야? 그 장면을 얌전히 지켜보던 안나는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성질머리하고는.”


“성질 더러워서 미안하네.” 



엘사는 안나 옆에 풀썩 앉아 투덜거렸다. 안나는 계속 킬킬대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웃겨? 제 꼴이 우스워서 저러는 걸 알면서도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을 보니 엘사도 약간은 기분이 풀렸다. 엘사는 입을 비죽이며 낚싯대를 던지는 안나를 올려다봤다.



“재밌어?”


“조금요.”


“오늘은 배부르게 먹겠네. 잘 됐다.”



엘사가 가득 찬 안나의 아이스박스를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아니, 저기요. 저 굶고 살진 않거든요?”


“내가 잘 먹여주니까 그렇지.”



뻔뻔함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요즘의 안나는 분에 넘치게 잘 얻어먹고 다녔다. 안나는 엘사를 흘긋 내려다봤다. 낚시는 생각보다 재밌었고 엘사와 함께 하는 것 역시 그랬다. 엘사가 아니었으면 이런 걸 해볼 생각이나 했을까? 엘사는 나름대로 안나가 즐거워할 만 한 일을 찾으려 머릴 굴린 모양이었고 안나는 문득 그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저 성질에 이 정도면 아주 용쓴 거지. 안나는 낚싯대를 내려놓고 엘사 옆에 쪼그려 앉았다. 오늘은 져준다 내가.



“있잖아요.”


“응?”


“오늘은 엘사가 이긴 걸로 해요.”



안나가 손을 내밀자 엘사는 멀뚱히 손을 바라봤다.



“이게 뭐야.”


“뭐긴 뭐예요. 손잡아 준다고요.” 


“뭐.. 이거 포상 같은 거야?”



포상? 그런 셈인가. 안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하니? 여기까지 왔는데 뽀뽀 정돈해 줘야지.”


“그 정돈 아니에요.” 안나가 눈썹을 구기며 말했다. “싫음 말고요.”



안나가 손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몸을 들썩였다. 



“누가 싫대?” 엘사는 안나의 손을 잽싸게 낚아채 끌어당겼다. 

“앉아. 바다나 더 보고 가자.”



안나는 웃으며 다시 편히 앉았고, 엘사와 손을 맞잡은 채로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바닷바람이 솔솔 불었고 낚시꾼들로 가득한 주변은 시끄러웠지만 어쩐지 잘 들리지도 않고 평온한 기분만 들었다. 이건 좀.. 괜찮은데? 안나는 저도 모르게 잡고 있던 엘사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나쁘지 않아. 



“저걸로 뭐해 먹을 거야?”


“...안 먹는다고.”



 앞으로 돈 없단 소린 하지 말아야겠다. 안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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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래 10편 내외로 완결 내려고 했는데 얘네 하는 짓 봐선 여기서 10편 더 나와도 답 안나올 것 같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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