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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22화 - 자매의 결심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1 11:19:10
조회 290 추천 19 댓글 15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22화 - 자매의 결심



“…………….”

한동안, 노스 윈드의 갑판 위에선 아무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라푼젤도 카산드라도 플린도, 크리스토프도 오큰도 알라딘도, 그저 폭풍같이 휘몰아친 사건들에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쓰러진 티치의 시체만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엘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나의 신음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아얏……”


애써 안 아픈 체하려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총상을 입고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다. 맙소사, 이럴 떄가 아니잖아. 아직 탄환을 빼내지도 못했는데, 만에 하나 쇳독이라도 오르면…….!


카산드라, 어서 공주님을 선실 안으로! 총탄을 빼내는 게 우선입니다!”


, 선장!”


어찌어찌 조금 전의 충격에서 회복했는지, 엘사의 말에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선원들. 카산드라와 라푼젤, 크리스토프의 부축을 받으며 후송되는 안나와 플린을 지켜보던 엘사 곁으로 알라딘이 다가왔다.


이 녀석은 어떡할까, 선장? 현상금이 어마어마한 놈인데, 아렌델로 돌아갈 때 이놈의 목이라도 챙겨갈래?”


확실히, 검은 수염의 악행의 크기가 너무나도 커서 각지에서 걸린 그의 현상금이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긴 하다. 하지만………


조금 전, 죽기 전의 티치가 자신에게 한 도발이 떠올랐다. 그 때의 그녀는 정말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서, 조금만 늦었다면 분명 자신의 손으로 놈의 머리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안나가 말했다; 자신은 빼앗기 위해서가 아니라, 잃지 않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 솔직히 엘사는 안나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상, 그녀의 믿음을 배신하고 싶진 않다.


“…… 검은 수염을 죽인 건 우리가 아니라 공주님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수혜 또한 아렌델 왕실이 받는 게 정당하겠죠. 애초에 놈의 해골 따위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실로 해적다운 최후를 맞은 남자이니, 해적답게 바다 밑에서 잠들게 하면 충분하겠죠.”


아깝긴 하지만……. , 선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더 따지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물러나는 알라딘. 그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 엘사의 시선이 다시 선실로 돌아갔다. 이제 슬슬 안나와 플린의 치료를 하고 있을텐데……


크리스토프, 어떤가요?”


마침 선실에서 나온 크리스토프에게 냉큼 묻는 엘사. 어째 표정이 걱정스러운데……?


일단 응급처치는 했다만……. 혹시라도 상처가 덧나거나 하면 큰일이야. 게다가 사상자는 저 둘 말고도 많고, 배도 엄청 심하게 파손됐잖아. 어떡하지?”


확실히 그의 말대로다; 검은 수염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한 상대였고, 어찌어찌 이기기는 했다만 선원이나 배나 하나같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남은 기간 동안의 일정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죠…… 일단은 할 수 있을만큼 재정비를 하고, 신속히 노덜드라로 귀환하겠습니다.”


선장, 그럼…….”


살짝 불안한 눈치를 보이는 크리스토프. 그 이유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간 결국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주님께선 여러 차례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셨고요. 당신에겐 그걸론 부족했던 걸까요?”


엘사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 크리스토프.


설마; 이쪽으로선 오히려 환영이야. 오히려 걱정되는 쪽은 우리 편이지. 선장….. 난 아무래도, 놈들이 우리 정보원들을 역추적하고 있단 게 맘에 걸려.”


아아, 그쪽이었나. 티치에게서 얘기를 들은 이후로 엘사도 그 부분이 신경쓰이긴 했다. 그래도….


그렇다고 지금 달리 뾰족한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일단은 비둘기를 날려 그들에게 운신을 조심하라고 전하겠습니다만……. 어차피 영원히 숨어다닐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계속 두 제국을 공격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고요.


그렇지……”


엷게 한숨을 쉬는 크리스토프와 함께 잠시 만신창이가 된 배를 둘러보던 엘사가 말했다:


크리스토프, 공주님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불러줄래요? 반드시 드려야 할 말씀이 있으니까요.”

 


***

 


“……………………”


한나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런, 또 잠들었나……. 이래서 컨디션이 안 좋을 떄는 문제다. 멜리사나 다른 사람들이 그럴 때마다 거의 반쯤 억지로 그녀를 침대에 밀어넣는 바람에, 항상 거기서라도 책을 읽다가 결국 지쳐서 까무룩 잠들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배에서 생활할 땐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너무 안락한 것도 역시 생각해볼 일이다.


“…………….. !”


무심코 누운 채로 고개를 달빛이 쏟아지는 창가 쪽으로 놀란 한나가 순간 놀란 숨을 삼켰다 거기엔,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의자에 기댄 채로 고개를 꾸벅거리며 잠든 멜리사의 모습이 있던 것이다.


“……… 여왕님……?”


자기도 모르게 소리내어 중얼거리고는 아차 싶어 합 하고 입을 다문 한나였지만, 어지간히도 깊이 잠들었는지 얼굴만 살짝 찡그릴 뿐 미동조차 하지 않는 멜리사였다. 어지간히도 피곤하셨던 걸까…….


문득, 올라프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은 기억이 났다; 기습적으로, 위즐튼의 고위 공작 한 명이 예고도 없이 방문한 것이다. 아무래도 본국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의 사람인 건지, 멜리사 여왕이 직접 내서 대면한 듯하다. 물론 존재 자체가 기밀사항인 한나가 거기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알 리는 없지만, 올라프의 말에 따르면 최근 위즐튼의 식민지 중 하나인 데인즈의 총독부가 공격받아 초토화되었다고 했다 - 다름아닌 엘사의 노스 윈드에 의해.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한나의 심장이 얼마나 뛰었던지; 이곳에 남게 되고 나서 처음으로 듣게 된 언니의 소식이었다. 다행이야, 나 없어도 잘 해내고 있었구나……..


, 졸지에 식민지 하나를 털린 위즐튼 입장에서는 당연히 열받겠지만, 그걸 왜 전혀 상관도 없는 아렌델에게 따지고 든 걸까? 설마 멜리사와 엘사 언니의 거래가 들켰나……..?


아니, 그건 아닐 거다; 그 때 너희들과 겪은 일은 국가 차원에서 철저하게 은폐했어. 저들은 그저 트집을 잡고 싶을 뿐이다; 아렌델이 해적과 결탁해 뒤에서 위즐튼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면, 차후 무역 협상 등에서 우리를 불리하게 몰아넣을 수 있으니까 말이지.”


무슨 그런 말도 안돼는 억지가……..”


힘의 격차가 나는 나라 사이의 대화란 건 원래 그런 거란다…… 결국은 강한 자의 말을 모두 옳다고 받아들이게 되지.”


저녁 때 매티어스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 한나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위즐튼이 어떤 지배자인지는 지금까지 싸워오면서 실컷 겪었지만, 이곳 아렌델에서 놈들의 추악함의 더 깊은 일면을 목격한 것 같은 기분이다. 분명, 멜리사도 그 추악함을 지금까지 수도 없이 경험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언제나 강인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온 멜리사의 잠든 저 모습은…… 너무나도 여려보였다. 새삼 그녀가 엘사 언니와 크게 나이차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한나였다.


항상 엘사를 바로 옆에서 보고 자라왔기에, 언니가 한 해적단의 선장으로서 얼마나 큰 책임감을 느끼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에 한 나라를, 그 안의 모든 백성들을 책임져야 하는 이 여인이라면…… 그 무게는, 한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나는……….”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어버리는 한나였지만, 그 끝에 하고 싶었던 말은 명백했다; 이 사람의 도움이 되고 싶다. 그렇게 느끼고 만 것이다.


물론, 아직 자신의 지식을 함부로 내어줄 수는 없다 그건 언니나 동료들이 돌아오면 함께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자신이 이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 당신이 정말 원하는 건 뭔가요?”


속삭이는 한나의 말에 멜리사의 대답은 없었지만, 문득 그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렸나 싶은 한나였다.

 


- 작가의 변 -

 

야, 갤에 사람이 많이 없긴 하더라. 20화랑 21화가 왤케 바짝 붙어있냐 ㅠㅠ


소제목의 '자매'는 엘백 자매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엘사는 검은 수염과의 전투 때문에 일정이 죄다 틀어진 상태에서, 과감하게 본거지로 귀환할 결심을 했지 - 외지인인 안나를 데리고서 말이야. 그만큼 이젠 그녀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한편 한나는 드디어 자신이 먼저 멜리사의 아군이 되고 싶다고 결심을 하게 된거지...... 누가 봐도 그냥 반한 거지만 말이야 ㅋㅋㅋ


사실 지금 엘산나도 엘산나지만, 멜리사와 한나의 관계도 상당히 미묘하지. 의외로 멜리사 쪽에서 좋은 티는 다 내고 있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그냥 따먹어도 되는데 안 하고 있잖아. 게다가 분명 화약무기에 대한 지식이 탐나서 한나를 데려온 걸텐데, 딱히 적극적으로 그걸 빼내려고 하지도 않지. 멜리사의 진심에 대해선...... 좀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중요한 건 엘사가 안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느냐인데..... 안나도 엘사에게 할 말이 있거든. 다음화 예고를 보자!



- 23화 예고: 고백 - 



변변찮은 치료지만, 그래도 일단은 상처를 억누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그 반대에요, 엘사;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예고 대사가 둘밖에 없다는 건 뭐다? 다음화는 온전히 엘산나 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ㅋㅋㅋ 내일 올릴테니까,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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