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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11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7 17:30:49
조회 843 추천 49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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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오늘 맥주 한 잔 콜?”



“안돼. 나 선약 있어.”



안나는 강의실을 빠져나가며 카산드라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 선배!”



그리고 옆 강의실에서 이제 막 나오는 엘사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최근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매일 함께하고 있었다. 고정된 약속 같은 것은 아니었으나, 하루가 멀다 하고 끼니를 거르는 엘사를 위한 안나의 귀여운 계략이었다.



“오늘은 뭐 먹을까요? 그냥 간단하게 밖에서 먹고 들어갈까요?”



“좋아. 잠깐 과사무실 들렀다가 가자. 볼일이 있어서.”



“네, 그래요!”



묘하게 안나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진 엘사였다.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안나를 바라보는 눈빛 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은 표정 하며... 카산드라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조교님, 안녕하세요!”



“어~ 우리 사학과 불 주먹 왔... 엘사도 왔네?”



“안녕하세요. 일전에 말씀드렸던 서류 때문에...”



“아아, 그거. 그래그래. 여기 있다.”



“감사해요.”



“그나저나 웬일로 둘이 붙어 다녀? 한스놈 죽빵 사건 이후로 사이가 좋아졌나 봐?”



안나와 엘사가 동시에 어색하게 웃었다.



“뭐 아무튼. 보기 좋네. 안나 너, 예전에 기숙사 룸메이트 발표 났을 때 전화 해가지고 난리를...”



“왁!!!!! 조교님!! 제, 제가 어어언제요!!”



안나가 당황하며 소리를 빽 지르자, 엘사는 그런 안나를 곁눈질로 슬쩍 내려다보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맞잖아~ 막 룸메이트 바꿔 달라고 뗑깡을 있는 대로...”



“와, 와!!!! 선배, 이건 모함이에요. 지, 진짜 아니에요!!”



안나는 발까지 쿵쿵 구르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엘사는 시그니처 표정인 한쪽 눈썹과 입꼬리를 치켜든,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그런 안나를 말없이 쳐다봤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나이스 타이밍! 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름 모를 방문자에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6개의 눈동자가 한 곳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벨! 어쩐 일이야?”



윤기가 흐르는 갈색 긴 생머리의 아리따운 미모의 여성이 있었다.



“잠깐 학교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얼굴이나 볼까 해서 들렀지. 오랜만이야.”



“잘 왔어, 잘 왔어. 그러고 보니 졸업하고 처음 보네?”



두 사람은 근황 토크를 폭포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누구지? 듣자 하니 조교님 동기인가? 안나는 그 옆에 어색하게 선 채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엘사를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자신보다 더 어색하게 굳어 있는 엘사가 보였다.



“엘사?”



갈색 머리 여자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엘사가 몸을 움찔하며 더욱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안나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오...”



안녕하세요오????? 부끄러운 듯이 말꼬리를 늘리는 엘사의 모습에 안나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엘사 맞지? 더 예뻐져서 못 알아볼 뻔했어! 거봐, 머리 풀고 다니니까 훨씬 예쁘잖아?”



벨이 엘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며 말했다. 엘사는 수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안나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구겨졌다.



“잘 지냈어?”



“네... 선배는요?”



“잘 못 지냈지. 너 보고 싶어서.”



들었다 놨다, 벨이 주무르는 대로 휘둘리는 엘사의 모습이 마치 엘사와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불쾌감이 느껴졌다. 안나는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





안나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파스타를 뒤적거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조교의 제안에, 안나는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의 싸구려 파스타 집에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안나를 제외한 세 사람은 안나는 모르는 옛 추억 얘기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안나는 애꿎은 파스타 면만 계속해서 괴롭혀 대며 소심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옆에서 주워들은 정보들을 조합해 보면, 벨은 엘사의 1년 선배였다. 그러니까, 안나에게는 4년 선배인 셈이다. 학창 시절에는 엘사 못지않은,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었으며, 졸업하자마자 박물관에 채용되어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런 정보들은 다 필요 없고, 가장 중요한 건 엘사가 벨의 뒤를 졸졸 따라다닐 정도로 정말 잘 따랐던 선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안나라고 했지? 엘사랑 룸메이트 하는 거 어때? 엘사, 엄청 예민해서 힘들지 않아?”



두 사람도 룸메이트였다.



“아니 뭐... 힘들 게 있나요. 선배는 힘드셨었나 봐요?”



안나가 공격적으로 대답했다. 벨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다가, 곧 여유롭게 웃으며 대꾸했다.



“후후, 힘들었지. 밤마다 둘이 헉헉 대면서 어찌나 땀을 뺐는지...”



“서..선배! 그걸 그렇게 말하면...”



“그런 것까지 궁금하진 않은데요. 밥맛 떨어지게 진짜...”



안나는 이제 화를 내고 있었다.



딸깍-



그리고, 과사무실에서부터 저녁을 먹으러 오는 길,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퉁명스러운 안나의 태도에, 엘사의 꼰대 스위치가 켜졌다.



“안나, 잠깐 얘기 좀 할까?...둘이?”



안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드르륵, 의자를 거칠게 끌며 일어났다. 엘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안나를 따라나섰다.



무거운 유리문을 열고 나오자, 괜히 땅바닥을 툭툭, 차고 있는 울그락불그락한 표정의 안나가 보였다. 엘사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안나에게 다가갔다.



“안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선배들 앞에서 예의 없게...”



“예의요? 예의는 저쪽이 먼저 차려야 할 것 같던데.”



“갑자기 왜 그래? 뭐가 문제야?”



둘이 사귀었었어요? 안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집어삼켰다. 두 사람이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 한들, 자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근데 왜 이렇게 분하지?



“...저는 저렇게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남들 앞에서 쉽게 내뱉는 사람 딱 질색이에요.”



안나의 말에 엘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설마... 아까 벨 선배가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니라...”



“됐어요. 뭘 굳이 해명까지... 예의 없이 군 건 죄송해요. 근데, 저 다시 못 들어가겠어요. 체할 것 같아서.”



먼저 갈게요. 안나는 자기 할 말만 내뱉고는 홱 뒤돌아서서 멀어져 갔다. 안나, 안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하며.





*





땡땡이 파자마를 입은 금발 머리의 숙녀가 양손을 가녀린 팔뚝 위에 그러모은 채 초조하게 좁은 방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아까 있었던 일도 그렇고,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에도 귀가하지 않는 괘씸한 후배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렇게 방안을 몇백 바퀴 돌았을 때쯤, 철컥, 도어락 키패드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



삐-...삐삐....삐... 삐비빅-



느릿느릿 키패드를 누르는 소리에 이어 들리는 에러 알림음. 엘사는 현관문으로 다가가 외시경에 눈을 가까이 댔다. 렌즈 너머로 고개를 푹 숙인 후배가 보였다.



“안나? 너 지금 시간이 몇신데... 윽.”



문을 열자마자 훅 들어오는 알코올 향기에 엘사는 본능적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안나는 여전히 심통이 난 표정으로 엘사를 무시하며 지나치고는 비틀비틀 방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침대까지 걸어가는 동안 옷장에 부딪혔다가, 책상에 부딪혔다가, 딱 봐도 만취 상태였다. 맥이 빠졌다. 엘사는 저렇게 취한 애한테 뭐라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을 알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안나를 불러세웠다.



“너, 아까는 그렇게 가버리더니 지금은 이게 무슨 태도야?”



양손을 허리에 올려놓고 씩씩대는 엘사를 보며, 안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꼭 화난 말티즈 같잖아.



“웃어? 너 가고 나서 수습하느라 선배들한테 얼마나... 벨 선배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벨의 이름을 듣자마자 풀어져 있던 안나의 얼굴에 다시금 힘이 들어갔다.



“...짜증 나.”



“뭐? 짜증?”



“이씨...”



“뭐? 씨?”



엘사는 흘러내린 안경을 중지로 추켜올리며 안나의 말을 곱씹었다.



“나한테는 그런 표정 안 지어 주면서...”



버릇없는 후배의 말버릇에 분노하려던 엘사는, 입술을 대빨 내밀고 웅얼대는 후배의 말을 해석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그렇게 안 웃어 주면서...!”



그리고 이어지는 안나의 말에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오, 안나... 너 지금...”



“끕, 그 선배가 그렇게 좋아요? 끅, 그렇게... 잘해요?”



“푸흐, 뭐?”



“하긴, 예쁘긴 하더라... 능력도 좋고... 선배도... 결국 얼빠였어. 끄흡.”



안나가 딸꾹질까지 하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엘사는 질투하는 후배의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 그냥 오해하게 내버려 둘까, 하다가 조금 더 골려보기로 한다.



“흠... 선배랑 매일 밤마다 뜨겁게 보내긴 했지.”



엘사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밤마다 같이 기숙사에서 홈트..”



“...나도 잘해요.”



엘사가 해명할 새도 없이 안나의 입술이 엘사의 것을 덮쳤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엘사는 서툴고 거칠게 파고드는 안나를 떼어내려 발버둥 쳤다. 원래 이렇게 무식하게 힘이 센 건지, 술에 취해 그런 건지. 안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엘사를 밀어붙였다. 상호 간의 동의 없이 술김에 하는 키스라니. 평소 같았으면 따귀라도 한 대 날렸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처절할 만큼 매달려오는 안나를 힘껏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과거도, 상처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엘사의 양어깨를 붙잡고 있던 안나의 손이 유려한 곡선을 타고 내려가 얄상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조금 거칠었던 키스는 점점 부드러워져 엘사를 녹여가고 있었다. 안나의 입을 통해 타고 들어오는 알코올 향 때문인지, 서툴지만 상냥한 키스 때문인지, 엘사 자신도 취해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머릿속이 하얘져 신체적으로 느껴지는 감각 외에는 뒷일을 생각할 겨를도,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입술만 괴롭히던 안나가 드디어 혀를 집어넣어 왔다.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 것과는 달리 이를 부딪쳐 오며 엉성하게 굴자, 엘사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에 심술이 난 듯 안나가 엘사의 허리를 더 꽉 끌어안으며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엘사는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애처롭게 매달려오는 안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


엘사랑 벨이랑 룸메이트 시절 밤마다 같이 홈트레이닝 했답니다^^


읽어줘서 고맙읍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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