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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35화 - 위험한 제안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30 17:00:40
조회 249 추천 20 댓글 11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35화 - 위험한 제안



엘사…… 괜찮아요?”


며칠 간의 수리를 마치고 노덜드라를 떠나는 노스 윈드 위에서, 안나가 맨 처음으로 엘사에게 한 말이었다. 아쉬움이 표정에 드러났나? 아니면 저 밑에서 손을 흔드는 동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나? 아무튼 어느새 자신을 너무 잘 알게 된 안나였다.


괜찮아요; 한두 번도 아닌데요 뭘.”


그렇게 말하면서도 군중 속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엘사의 마음이 아렸다; 이번에 한나와 같이 오지 못한 게 내심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항상 그들을 남겨두고 앞날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여정에 오르는 건 영 편치 못했다.


다 괜찮을 거에요; 엘사 곁엔 내가 있으니까.”


자기가 말하면서도 안나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분명 기세를 타고 막 나온 말이겠지만, 그게 진심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엘사이기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정말이지, 한나와 여왕님을 만나게 되면 참 할 말이 많겠어요.”


집 떠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찾아오는 쓸쓸함을 몰아내기 위해 좀 더 밝은 화제를 던지는 엘사였다. 어느새 멜리사로부터 주어진 3개월이 거의 다 지났다; 이제 노스 윈드는 약조한 대로 아렌델로 돌아갈 것이다…… 멜리사가 원하는 대답을 들고.


그거 알아요? 내가 촉이 좀 좋은데…… 아마 돌아가 보면 한나와 우리 언니가 엄청 친해져 있을 것 같단 말이죠.”


그 와중에 역시 석 달만에 고향에 돌아가는 게 들뜬 건지 이상한 소리를 하는 안나. 재미있는 상상이긴 하지만……


“…… 머릿속에 안 그려지는데요.”


조용하고 예민미 있는 제 동생과 그 오만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멜리사 여왕의 조합이라…… 아니, 어떻게 봐도 안 섞이잖아.


그래요? 둘이 완전 잘 어울리는데. 솔직히 우리도 많이 다른 사람이지만 이렇게 서로 좋아하게 됐잖아요?”


킥킥 웃는 안나의 말을 들어보니 그렇기도 하다; 자신같이 여린 속을 센 척하며 가리는 유약한 사람이, 이렇게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돌아가면 한번 언니분과는 제대로 대화해봐야 할 것 같아요…… 솔직히 자신 없지만, 안나가 우리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준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네요.”


엘사의 말에 자신있게 가슴을 쫙 펴고 대답하는 안나:


걱정 말라구요! 엘사 덕분에 어느 정도 언니의 진심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볼게요!”


든든한 안나의 말에 엘사의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졌다. 그녀는 알까? 대수롭지 않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푸드득


하지만 아무래도 신은 그녀의 행복을 오래 둘 심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시 안나에게 한마디 건네려는 그 때, 머리 위에서 전서구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안개의 바다를 빠져나가자마자 온다고…….?”


패비 덕분에 노덜드라에서 안나와 함께 완벽히 회복한 플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엘사가 자신의 정보원들과 소통하는데 쓰이는 전서구지만, 이 타이밍에 왔다는 건 노덜드라의 위치까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 정도의 지위에 있다는 얘긴데…… 원정도 아니고 귀환해야 하는 지금 전서구를 날린다?


선장…… 뭔가 느낌이 이상해. 검은 수염 놈이 했던 말도 좀 마음에 걸리고……”


날아온 전서구의 다리에 묶인 전갈을 푸는 엘사 곁으로 다가온 크리스토프가 중얼거렸다. , 확실히 검은 수염은 엘사의 정보원들을 역추적하던 남부 제도의 끄나풀을 사로잡아 엘사에 대한 정보를 획득했다. 확실히 그런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그들을 통해 얻는 정보를 이용해 항상 적에게 선제적인 위치를 고수한 엘사였기 때문에 함부로 포기할 수 없었을 뿐이다.


“…………………”


복잡한 속내를 감추며 편지를 펼쳐 주욱 읽어보는 엘사였지만…… 오래 안가 얼굴을 팍 구기게 되었다. 이건…… 편지를 보낸 사람도 그 내용도 모두 예상 밖이었다.


엘사…… 표정이 왜 그래?”


가장 빨리 엘사의 표정을 잡아낸 안나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이번엔 그녀에게도 쉽게 입을 열 수 없는 엘사였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편지를 보낸 정보원의 정체를 아직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원들에게도.


아무래도 일이 꼬였군요…… 위즐튼의 공작이 지금 아렌델에 있는 모양입니다.”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나와 선원들 사이에서 짜증 섞인 반응들이 치솟았다. 위즐튼의 공작…… 그 호칭이 대표하듯이 위즐튼에서 가장 높은 신분의 귀족이자 정계의 핵심이었다. 또한 집요할 정도로 엘사를 혐오해서, 이미 그 자가 직/간접적으로 이끄는 함대와 맞부딪힐 뻔한 적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아직까지 패배한 적은 없지만.


, 공주님도 그놈 알아요?”


어리둥절한 알라딘의 질문에 치를 떠는 안나; 사람 좋아하는 그녀가 저렇게까지 반응할 줄은 몰랐던 엘사도 다소 놀랐다.


종종 무역 협상을 하러 아렌델에 찾아오는 사람이에요. 얼마나 콧대 높고 무례하게 언니를 못살게 구는지…… 한번은 굳이굳이 저한테 춤 신청까지 해놓고선 발이나 엄청 밟아대고……”


별 잡스런 인간이 다 있다는 식으로 투덜거리는 안나였지만, 그 말을 들은 엘사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안나가 대인배라 저렇게 넘어가는 거지, 저 정도면 대국의 권세를 믿고 외교적 결례를 함부로 저지르는, 귀족으로서의 상식은 아예 내다버린 말종이나 하는 짓이다. 그 늙은이…… 전장에서만 비열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아무튼…… 그 자가 아렌델에 있다면 우리가 입항하기 매우 곤란해집니다. 지난번처럼 위장한다고 해도, 그 남자와는 너무 많이 부딪혀서 눈치챌 위험이 너무 커요.”


엘사의 말대로, 대단한 위인은 아니었지만 위즐튼의 공작은 눈치 하나는 꽤 빠른 사람이었다. 게다가 유난히 심한 엘사와 노스 윈드에 대한 망집을 생각하면…… 어설픈 변장 따위는 순식간에 간파당하리라.


그래서 어떡할 생각이죠, 선장?”


어두운 표정의 카산드라의 질문에 편지의 뒷부분을 다시 한번 읽는 엘사였다. 너무 리스크가 크고, 솔직히 이 사람의 정체를 생각했을 때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하다면……


“…… 조금, 이 싸움의 끝을 앞당길 기회가 있으면, 잡아야겠지?”


“……………..?”


어리둥절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은 엘사가 서둘러 첨언했다:


곧 공작이 아렌델을 떠날 겁니다. 위즐튼으로 귀환하는 길에 이라는 작은 섬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매복해 있다가, 공작의 기함, ‘크로스보우를 습격해 나포할 것을 제안받았습니다.”


“…………….!!!!!!!!”


너무나도 대담한, 아니, 무모하기까지 한 계획에 노스 윈드의 모든 선원이 숨을 삼켰다. 아무리 원숭이 얼굴을 한 닭이라지만, 위즐튼의 공작이 모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는 상당했다. 그런 그를 사로잡는다는 건…… 지금까지 제국에게 가해 온 도발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지만……


“…… 호호홋,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할 건 없긴 하죠.”


오큰의 말대로, 위즐튼이 함대를 통째로 끌고 온 게 아닌 이상 기껏해야 배 두세 척만 데리고 있을텐데, 그럼 노스 윈드의 우월한 스펙으로 기습까지 가하게 되면 솔직히 패배할 확률은 높지 않았다. 게다가 성공만 한다면 제국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계획. 구미가 당기지 않는 편이 이상하다.


이야, 이거 군침도는 제안이긴 한데……”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플린의 말에 대다수의 선원들이 동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마음에 걸리는 엘사였다.


그리고 그 생각이 구체화되려는 그 때 선원들 가운데 누군가가 그 생각을 머릿속으로 끄집어내었다:


난 반대야, 엘사. 솔직히 말해서, 너무 위험해.”


노스 윈드에서 엘사의 주장이 반박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이번 작전에 엘사 자신도 확신이 없기는 했지만, 어쨌든 대담한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주위를 비켰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그걸 입 밖에 낸 사람은 바로 크리스토프였으니까.

 


- 작가의 변 - 


오우, 전개가 진지해지는데......? 이번화의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되겠네:


* 엘사의 정보원 중 하나가, 위즐튼의 공작이 아렌델에 있다는 걸 알려줬다


* 거기에 더해서, 공작이 귀환하는 길에 매복했다가 기습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 이 정보원의 정체는 엘사만 알고 있고, 선원들도 아무도 모른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얘기. 시니컬한 크5는 반대할 만 하지만..... 뭐 언제 설갤픽에서 크5의 의견이 중요한 적이 있었나. 일단 결정권자인 선장 엘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건 다음화에 알려드림 ㅎㅎ 예고 보자!



- 36화 예고: 험난한 선택 - 



그의 의심도 일리는 있습니다; 우리 시야 밖에 있는 정보원들은, 언제든지 이반하거나 포섭되어 우릴 배신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


최선의 결정을 하겠죠; 우리 선장은 항상 그래왔으니까.”


...


“……. 그 정보원의 정체, 나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거야? 공주님에게도?”


...


“…… 적어도 우리들의 적을 적대할 이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만은 확실해요.”


...


함께 여행하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그 과정에서 고민이 있고 방황이 있어도, 엘사는 결국엔 옳은 선택을 할 거라는 걸."



흐음, 아무래도 관건은 그 정보원의 정체인 것 같지? 누굴까? ㅎㅎㅎ 그건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그럼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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